CAR&TECH 웰컴, 벤틀리 도시!

런던에서 북쪽으로 254km, 맨체스터에서 남쪽으로 56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도시 크루는 19세기 철도 관련 산업으로 명성을 떨친 곳이지만 이제는 ‘벤틀리의 도시’로 더 유명하다. 크루 서쪽에 위치한 벤틀리 본사는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는 지속 가능한 럭셔리를 선도하고 있다.

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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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에 위치한 벤틀리 본사는 탄소중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6월, 몇 년 만에 찾은 벤틀리 본사는 여러모로 달라져 있었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큼직한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한 주차장이었다. 본사 관계자는 공장 지붕과 주차장 등 본사 대부분의 구역에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하고 있는데, 올해 수량을 3만6418개까지 확대하면 총면적이 축구장 9개 규모인 6만911m2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이 수치라면 크루 공장의 총 전력 소모량의 평균 75%를 솔라 패널을 통해 얻을 수 있으며, 일조량이 좋은 날이면 100% 태양광 발전으로 공장 운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뿐이 아니다. 페인트 마감 과정에서 쓰이는 물의 오염물질을 완벽히 걸러내 재활용하는 역삼투 처리 장치를 도입해 물을 연간 35만 L 이상 재활용하고, 빗물 저장 시스템을 설치해 연간 물 사용량도 26% 이상 줄였다. 크루 공장 벽에 설치한 ‘리빙 그린 월’에서는 28종 2600개체 이상의 식물을 키워 연간 40kg 이상의 산소를 생산하고 천연 단열재로도 활용한다. 크루 공장 주변에서 직접 꿀벌을 기르며 양봉을 시작한 ‘플라잉 비’는 2019년 시작 당시 15만 마리에서 2023년 현재 약 100만 마리 규모로 성장했다.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환경 파괴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자동차 업계에서 탄소중립과 전동화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인류의 목표를 위해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다. 크루에서 만난 얀-헨릭 라프렌츠 벤틀리모터스 CFO는 벤틀리의 투자 방향이 탄소중립에서 전동화로 진화 중이라고 말했다. “그간 공장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지금은 그 단계를 넘어 전동화 차량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19년 창립 100주년을 맞은 벤틀리는 2020년, 다음 100년을 준비한다는 ‘비욘드100(Beyond100)’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벤틀리 환경 재단’을 출범하고 올 한 해 300만 파운드를 기부해 재단을 직접 후원한다고 밝혔다. 환경 분야에서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단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재단은 후원금을 탈탄소 가속화, 환경 개선 지원, 지속 가능한 럭셔리 재창조 등 세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벤틀리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헤리티지 개러지. 

장인들의 수작업으로 완성하는 우드숍과 트림숍. 

 

헤리티지와 미래를 잇는 뮬리너

크루 공장 한가운데에는 벤틀리 헤리티지 컬렉션을 전시한 ‘헤리티지 개러지’가 있다. 1946년 이후 생산된 모델이 주를 이루며 전문 직원이 직접 운행하는 데에 무리가 없을 만큼 관리가 철저하다. 얀-헨릭 라프렌츠 벤틀리모터스 CFO가 “럭셔리 브랜드는 헤리티지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100년이 넘는 역사는 벤틀리의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실제 차량을 만드는 과정은 물론, 차에 들어가는 주요 자재를 모아둔 곳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우드숍에는 수종은 물론 어느 지역에서 생산한 것인지 명확하게 표기된 샘플이 가득했다. 그동안 차량에서 익히 본 자연스러운 나뭇결을 비롯해 돌과 같은 질감까지 다채로운 색감과 텍스처의 소재가 눈길을 끌었다. 모기 등 벌레에 물린 자국이 없는 고품질의 가죽을 다루는 레더숍은 300여 명의 직원 중 여성의 비중이 80%를 웃돌았다. 수작업으로 스티치하는 공정이 필수다 보니 보다 섬세한 여성의 작업이 중요해진 것. 
공장 투어의 마지막은 맞춤 제작을 담당하는 뮬리너 스튜디오였다. 뮬리너 및 모터스포츠 총괄 안사르 알리는 뮬리너의 강점을 세밀하게 설명했다. “뮬리너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코치빌더입니다. 이렇게 긴 역사를 지니고 오랫동안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온 코치빌더가 완성차 회사에서 비스포크 및 코치빌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뮬리너가 유일하지요. 장인들의 열정과 스킬 측면에서 다른 브랜드의 비스포크와 명확한 차이가 있을 것이고요. 벤틀리 디자인팀 안에 뮬리너에 특화된 멤버들로 뮬리너 디자인팀을 구성해 고객의 니즈에 맞춰 최적화된 디자인 퍼포먼스를 제공합니다.” 
그는 뮬리너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꼽았다. 고객이 협업을 즐기고, 제품에 만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그렇지 않다면 비스포크와 코치빌딩 작업은 의미가 없다는 것. 뮬리너는 세 단계로 구분되는데, 1단계는 뮬리너가 제공하는 사양과 옵션으로 구성되며, 이런 사양들을 적용한 뮬리너 파생 모델을 만나볼 수 있다. 2단계는 고객의 요구 사항을 디자인과 컬러 등에 반영하는 뮬리너 비스포크 서비스다. 고객이 외관과 실내의 색상과 소재를 직접 고를 수 있으며, 장식 역시 선택 가능하다. 조합할 수 있는 옵션의 수는 무려 460억 가지. 마지막으로 3단계에서는 전통적인 코치빌딩 방식으로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제작하거나 클래식 차량을 복원해 컨티뉴에이션 시리즈로 제작하는 등의 서비스가 진행된다. 
뮬리너의 코치빌드 모델로는 2002년 엘리자베스 2세의 여왕 즉위 5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왕실 전용 스테이트 리무진이 있으며, 12대 한정 모델 ‘바칼라’, 18대 한정 모델 ‘바투르’ 역시 디자인과 생산을 뮬리너가 맡았다. 하태임 작가와 협업하는 ‘코리안 에디션’ 역시 뮬리너에서 제작한다. 뮬리너 디자이너와 함께 코리안 에디션의 디자인 진행 과정을 미리 살펴보니 특유의 화려함과 리듬감을 캔버스에 담는 작가의 화풍이 느껴졌다. 코리안 리미티드 에디션은 컨티넨탈 GT를 기반으로 10대 한정 생산되며, 올해 말부터 고객에게 인도된다. 

 

 

 

 

얀-헨릭 라프렌츠 벤틀리모터스 CFO.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들의 순수전기차 공개가 잇따르며 벤틀리의 전동화에 대한 기대도 더욱 커지고 있다. 얀-헨릭 라프렌츠 벤틀리모터스 CFO는 100년이 넘는 헤리티지와 럭셔리 카의 가치를 전기차에도 이어갈 것이라는 목표와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기차 라인업에 대한 것은 기밀 사항이지만, 이미 하이브리드를 통해 부분적인 전동화를 달성했고, 2030년까지 완전히 전동화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동화 시대에도 벤틀리는 벤틀리일 것이고, 벤틀리다운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 숙제이자 목표죠. 벤틀리 전기차는 내연기관 못지않은 퍼포먼스를 낼 것이며 기존 고객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새로운 고객까지 충분히 만족시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벤틀리의 첫 번째 순수전기차는 2025년 공개를 앞두고 있으며, 실제 양산 및 고객 인도는 2026년에 시작될 전망이다. 경쟁 브랜드인 롤스로이스의 순수전기차 스펙터가 이미 공개된 데 이어 올해 4분기부터 국내에 인도될 예정인 것에 비하면 몇 년 늦어지는 셈. 웨인 브루스 벤틀리 커뮤니케이션 최고책임자는 “지금의 내연기관 모델과 동일한 성능과 주행거리를 지닌 전기차를 선보이기 위해 공개가 늦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컨티넨탈 GT 뮬리너’와 ‘컨티넨탈 GTC S’. 

1, 2 하태임 작가와 협업한 컨티넨탈 GT 코리안 에디션의 티저 렌더링. 3 뮬리너 및 모터스포츠 총괄 안사르 알리. 

 

벤틀리만의 드라이빙 감각

인터뷰와 공장 투어에 이어 다음 날에는 벤틀리의 대표 모델을 두루 시승해볼 기회가 주어졌다. 데이비드 베컴과 빅토리아 베컴이 약혼식을 올린 루커리 홀 호텔&스파 옆 프라이빗 빌라에서 출발해 차량 한 대당 30~40분씩 왕복 2차선의 굴곡진 시골길과 회전식 교차로가 이어진 작은 동네, 쭉 뻗은 직선 도로를 달리며 차량별 특성을 직접 확인했다. 
영국에 올 때마다 비가 내린 기억이 무색하게 화창한 초여름 날씨에 어울리는 벤틀리 헤리티지 컬렉션 ‘2003 아주르 뮬리너’는 인스트럭터와 함께 탔다. 프랑스어로 푸른 하늘빛을 의미하는 ‘아주르’를 타고 달려보니 벤틀리 최고급 컨버터블의 매력을 십분 체감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가 차체 조립, 전동 소프트톱 장착 및 도색을 맡아 반조립한 차체를 크루로 옮겨 완성한 1세대 아주르는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총 1311대 생산했다. 시승한 차량은 1311대의 아주르 뮬리너 중에서도 맨 마지막에 생산된 차량으로, 정확히는 ‘아주르 뮬리너 파이널 시리즈 퍼포먼스’ 사양이다. 같은 사양의 아주르 뮬리너는 단 62대뿐이며, 각 차량은 고객들의 개별 주문에 맞춰 제작됐다. 당시 최고 멋쟁이가 직접 색과 소재를 골랐을 차량의 외관은 피코크 블루 컬러와 푸른색 소프트톱 조합, 내부는 프렌치 네이비와 코츠왈드 투톤 가죽으로 이뤄져 고급스러운 멋이 그대로 느껴졌다. 길옆으로 펼쳐진 드넓은 목장과 청량한 하늘이 컨버터블을 타기에 더할 나위 없는 배경을 만들어준 것도 한몫했다. 
직접 운전대를 잡은 ‘컨티넨탈 GT 뮬리너’는 일반 GT의 라디에이터 그릴보다 좀 더 굵직한 더블 다이아몬드 매트릭스 그릴 덕분에 웅장한 매력이 도드라진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4L V8 트윈 터보 엔진 모델과 달리 6L W12 트윈 터보 엔진 모델을 주행했는데, 장거리를 빠르고 편하게 달릴 수 있게 설계된 GT만의 강력한 파워가 마음에 들었다. 센터페시아 중앙의 로테이팅 디스플레이는 터치스크린이나 아날로그 시계 중 고를 수 있으며, 도어의 가죽 부분에 올록볼록한 엠보싱 효과와 두 가지 컬러의 스티치를 가미해 개성을 입혔다. 
컨티넨탈 GT의 컨버터블 버전인 ‘컨티넨탈 GTC’에 스포츠 감성을 더한 퍼포먼스 그랜드 투어러 ‘컨티넨탈 GTC S’에 오르니 스피드에 대한 욕심이 커졌다.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소프트톱이 19초 만에 완전히 열리는데, 최고급 가죽 소재가 몸에 착 밀착되는 시트에 앉아 시원한 바람과 속도를 만끽했다. 

 

 

경쾌한 네이비블루 톤의 ‘플라잉스퍼 아주르’와 웅장한 ‘플라잉스퍼 S’. 

벤틀리 최고급 컨버터블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벤틀리 헤리티지 컬렉션 ‘2003 아주르 뮬리너’.

 

대부분의 나라에서 벤틀리 SUV 벤테이가가 최대 판매를 기록하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고급 세단인 ‘플라잉스퍼’가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뮬리너, 아주르, S 3가지로 구분되는 플라잉스퍼 중 경쾌한 네이비블루 톤의 ‘플라잉스퍼 아주르’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다. 과거 벤틀리의 최고급 그랜드 투어러에서 유래한 데서 짐작할 수 있듯 독보적인 우아함과 최상의 안락함을 겸비한 플라잉스퍼 아주르는 짧은 시승 코스가 아쉬울 만큼 편안한 장거리 주행에 특화되었다. 22방향 전동 시트와 히팅 및 통풍 시트 등 편의 사양으로 구성한 앞좌석 및 뒷좌석 컴포트 스펙 옵션은 물론 내비게이션 연동형 헤드업 디스플레이, 나이트 비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으로 구성한 투어링 스펙 옵션 또한 기본 탑재했다. 
연이어 타본 ‘플라잉스퍼 S’ 역시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보닛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유려한 라인이 우아함의 정점을 이룬 차량이다. 안사르 알리가 벤틀리 디자인의 핵심 철학으로 꼽은 ‘수직적 형태의 우아함,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유려한 보닛 라인, 휴식을 취하고 있는 맹수와 같은 스탠스’를 모두 겸비한 모델이랄까. 전장 5316mm, 전폭 1990mm에 이르는 차체는 시골길을 꽉 채울 만큼 장대한 모습으로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주행 능력을 발휘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럭셔리 카 시장에서 벤틀리는 헤리티지와 미래, 그 사이의 균형을 면밀하게 잘 유지하고 있다. 럭셔리 SUV의 대명사인 벤테이가의 성공은 물론, 오랜 시간 꿋꿋하게 막대한 투자로 실현해온 탄소중립 공장, 그리고 새로운 순수전기차로의 진화, 이 모든 것이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라인처럼 부드럽고 순탄하다. 
빠른 속도로 젊은 소비자가 늘어나는 럭셔리 카 마켓에서도 벤틀리의 톤앤매너는 쉽게 변하거나 꺾이지 않는다. 웨인 브루스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및 포용성 최고책임자의 말처럼 벤틀리 고유의 혁신성을 유지해간다면 젊은 고객을 흡수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겉으로만 지속 가능성을 외치는 그린 워싱이 아닌 진정성 있는 탄소중립 달성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벤틀리의 스토리는 젊은 고객에게 더욱 두터운 신뢰를 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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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영채PHOTO :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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