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스물한 살의 피아니스트, 마사야 카메이

롱티보 콩쿠르에서 우승한 신예 피아니스트 마사야 카메이의 목소리.

202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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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반짝임을 목도하기 위해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 콩쿠르 무대. 2022 파리 롱티보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는 긴 앞머리를 휘날리며 해사하게 웃는 소년이 등장했다. 그의 이름은 카메이 마사야(亀井聖矢).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선보인 결승 무대에서 그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맑은 선율을 퍼뜨리더니 이윽고 긴 손가락으로 거침없이, 그러나 또렷하게 건반을 짚어나갔다. 안정적인 테크닉에 섬세한 표현력까지 갖춘 신예의 발견이었다. 일본에서 온 스무 살 피아니스트 카메이는 한국의 이혁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랐고, 청중상과 심사위원상을 거머쥐었다. 


만 4세부터 피아노를 배운 그는 열 살에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를 연주하며 주목받았지만, 영재 교육 대신 일반 학교에 진학해 여느 10대와 다름없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피아노로 진로를 결정하며 2019년 도호 가쿠엔 대학 음악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같은 해 일본 최대의 콩쿠르인 일본음악콩쿠르와 일본 PTNA 피아노 콩쿠르를 석권하며 일본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롱티보 콩쿠르를 마치고 12월에는 첫 정규앨범 <VIRTUOZO>를 발매했다. 기교가 뛰어난 연주자를 일컫는 ‘비르투오소(virtuoso)’를 차용한 데서 알 수 있듯 연주가 어려운 초절기교 곡을 담은 앨범이다. 트랙 리스트를 살피면 화려한 기교의 진지한 음악가가 연상되지만, 사진 찍기를 즐기고 SNS에 자신의 일상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그는 영락없는 20대 청년이다. 


앨범 발매와 함께 본격적으로 공연에 나선 그가 지난 5월 한국을 찾았다. 강원도 원주, 대전, 서울, 그리고 통영으로 이어지는 투어 공연을 위해서였다. 서울 콘서트를 앞둔 그를 공연장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만났다. 카메라 앞에서 쑥스러워하던 피아니스트는 피아노 앞에 앉자, 손가락을 푸는 듯 가볍게 건반을 짚더니 순식간에 에너지를 끌어올려 짧은 공연을 선물했다. 

 

 

 

2022년 발매된 마사야 카메이의 데뷔 앨범 <VIRTUOZO>. ‘ZO’는 20세 나이를 의미한다. 

 

 

서울 공연을 앞두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내한 자체가 처음이라 기대를 안고 왔어요. 서울은 도쿄와 언뜻 비슷해 보이는데, 이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레요. 한국 관객의 반응도 궁금하지만, 무엇보다 저 자신이 연주를 즐기는 데 집중하고 싶어요. 제가 느끼는 즐거움이 관객에게 전달됐으면 해요.


점점 더 많은 해외 무대에 서고 있어요. 낯선 도시에서 주변을 돌아보며 영감을 얻는 편인지, 공연장이나 호텔과 같은 실내에서 더 집중하는 타입인지 궁금해요. 밖에 나가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영감을 받고 싶지만 막상 도착하면 공연 순간까지는 최대한 연습에 집중하고 싶더라고요(웃음). 그래도 낯선 이국에서 연주할 때는 언어, 문화, 풍경 등에서 무의식적인 영감을 얻곤 해요.


지역과 환경이 제각기 다른 무대에서 빠르게 적응하는 팁이 있나요? 평소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동안 연습해온 자신을 믿고 음악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정규앨범 <VIRTUOZO>는 연주 기법이 까다로운 초절기교 곡들로 구성했죠. 하루 만에 모든 곡을 녹음했다고 들었는데, 녹음 과정이 어땠나요?  처음에는 한 곡씩 녹음했어요. 최대한 안 틀리고 깔끔하게 연주하는 데 집중했죠. 하지만 실제 공연과 더 가까운 환경에서 연주하고 싶어서 마지막에는 전곡을 한 번에 이어 녹음했어요. 틀리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음악에 몰입하는 데만 집중하면서 연주했는데, 그 편이 예상외로 음악적인 호흡도 잘 보이고 전체적으로 더 만족스러웠어요.


한 호흡에 끝나는 라이브 공연과 개별 곡을 섬세하게 녹음하는 음반은 연주 방식도, 성격도 다를 텐데요. 그럼에도 실제 공연과 비슷한 분위기를 내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음반은 녹음한 그대로 평생 남기 때문에 신경 쓸 점이 많지만 그래도 공연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열정이나 음악에 내재된 에너지를 담아내는 게 연주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앨범과 마찬가지로 한국 공연의 세트 리스트 역시 테크닉을 보여줄 수 있는 곡들로 구성했습니다. 관객이 감상할 때 염두에 둘 부분을 일러준다면요? 얼핏 보기에 복잡하고 어려운 곡 구성으로 느낄 수 있는데 각각의 곡에 담긴 이미지나 이야기는 다 달라요. 예를 들면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는 프랑스 시인 베르트랑의 시집을 바탕으로 내면의 두려움을 표현한 곡이고, 리스트의 ‘노르마의 회상’은 오페라 ‘노르마’의 비극을 담은 곡이에요. 이 외에도 ‘이슬라메이’는 발라키레프가 카프카스 지방을 여행했을 때 그곳에서 들은 민속음악에 영감을 받아서 만든 곡이고요. 어려워 보이는 곡 구성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음악성과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관객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태어날 때부터 손이 컸다고요. 큰 손은 유전인가요?  유전은 아닌 듯해요. 돌연변이일까요? (웃음) 어린이용 장갑이 안 들어갈 정도로 손이 컸다고 들었어요.


롱티보 콩쿠르에서 선보인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을 가장 좋아하는 곡이자 자신을 잘 표현하는 곡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과연 곡의 분위기와 성격이 닮았다고 느껴져요. 어떤 점에서 자신을 잘 표현하는 곡이라고 생각했나요?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5번은 일본 전국 콩쿠르 2개와 롱티보 콩쿠르 파이널에서 연주한 곡인데요. 이 곡에는 다양한 장면이 담겨 있고 음색 역시 다채로워서 관객이 질리지 않고 계속 집중하게 만들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저의 다양한 표현과 모습도 보여줄 수 있고요.


연습할 때의 루틴이 궁금해요. 곡을 처음 접할 때 어떻게 접근해가나요? 먼저 악보를 읽으면서 성부와 화성을 이해하고, 그다음에는 터치와 선율까지 생각하면서 몸에 익히기 위해 반복해서 연습해요. 어느 정도 익히면 다른 피아니스트의 연주 영상을 보아요. 그 과정에서 악보에 드러나지 않은 다채로운 표현에 영감을 받고,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지 연구합니다.


평소 어떤 연주자의 연주를 찾아보나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나 조성진의 연주 영상을 자주 찾아 들어요. 들을 때마다 영감을 받고, 아까도 말했듯 악보만으로는 독해할 수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요. 연주자가 해석한 무수한 아이디어가 담겨 있는 것이 느껴져요. 확신을 가진 터치도 그렇고, 악보를 따르면서도 음악에 대한 자기만의 진심을 표현하는 부분에 항상 감동해요.

 

 

 

 


영상을 찾아 듣는다는 답변이 흥미로워요. 음반을 듣기보다는 영상으로 ‘보는’ 것을 선호하나요? 터치와 자세, 표정 등 시각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와 연주자의 음색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정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영상에서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피아노를 연주하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요? 방 탈출 게임을 좋아해서 쉬는 날에는 방 탈출 카페에 자주 가요. 문제를 푸는 것도 만드는 것도 좋아해서 어릴 때 퀴즈 제작 일을 진로로 생각한 적도 있어요. 


퀴즈가 피아노 연주와 닮은 부분이 있을까요? 단순히 추리 퀴즈를 푸는 것은 연주와 비슷한 점이 거의 없다고 봐요. 하지만 저는 퀴즈를 풀 뿐만 아니라 만들기도 해요. 만드는 마음은 연주자의 원동력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감명받은 음악을 최대한으로 표현해서 관객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과 ‘내가 고안한 논리나 추리를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닮은 것 같아요.


실제로 만나니 스타일리시하고 패션 센스가 무척 뛰어나요. 평소 패션에도 관심이 많나요? 한국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뿌듯하네요(웃음). 너무 캐주얼하지 않되, 시크하지만 디자인이 독특하거나 포인트가 있는 패션을 좋아해요.


내년 2월에는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함께 ‘2대의 피아노 콘서트’를 해요. SNS에 기쁨을 표현하기도 했는데, 같이 연주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함께 참가한 반 클라이번 콩쿠르 준결승, 결승 무대에서 그의 연주를 직접 듣고 크게 감명받았어요. 꼭 함께 연주해보고 싶어서 제가 먼저 연락을 드렸습니다. 다행히 제안을 받아주셔서 너무 기뻐요.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면서 어떤 연주를 할 수 있을지 벌써 기대돼요.


작년 리사이틀 데뷔를 시작으로 한국 공연과 일본 투어가 이어지고 있어요. 세계를 유랑하는 연주자의 길이 열린 셈이죠. 앞으로의 여정에서 무엇을 기대하나요? 이번 한국 투어가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이 이루어지는 시작이라고 느껴져요. 당장은 한국 관객의 반응이 제일 궁금하고 기대되고요.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도전한다는 사실 자체에 굉장히 설레는 마음입니다.


이후에는 유럽 유학이 예정되어 있죠. 작곡과 지휘도 발전시켜가길 기대해도 될까요? 작곡에 관심이 커요. 예전에 제가 작곡한 곡을 연주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는데요. 피아니스트로서도 물론이지만 작곡가로서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여러 곡을 연습하면서 작곡에 도움이 되는 어휘를 늘리려고 공부하는 중입니다. 지휘는 지금 공부하고 있지는 않고 협주곡을 연습할 때 참고하기 위해 오케스트라 악보를 보는 정도예요. 그래도 언젠가 지휘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타이밍이 오지 않을까요?

 

내한 공연의 마지막 목적지, 통영에서의 연주를 마치고 그는 SNS에 이렇게 남겼다. “120%를 쏟아냈다! 최고로 행복한 하루였어요!” 한국 투어를 마무리한 그에게 다시금 소감을 묻자 아래와 같은 답변을 전해왔다.


“한국 길거리가 일본과 비슷하게 느껴져서 머무르는 동안 마음이 편안했어요. 음식도 굉장히 맛있고, 한식이 입맛에 잘 맞는 것 같아요. 관계자 여러분이 잘 챙겨준 덕에 불편함 없는 알찬 여행이었습니다. 또 한국 관객이 상당히 집중하면서 제 연주를 들어주는 듯했어요. 저도 그 집중력과 호흡을 느끼며 연주에 몰입할 수 있었답니다. 연주가 끝날 때마다 박수나 환호를 크게 보내주었는데, 느낀 그대로 반응하는 것 같아서 정말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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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박지형PHOTO : 임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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