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진주 같은 배우, 진기주

깊은 어둠 속, 고요하게 일렁이는 물결 사이에서 반짝이는 빛 하나. 배우 진기주는 아름다운 진주처럼 동그란 눈빛을 반짝이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202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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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 세터, 원피스 잉크, 부츠 att, 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첫 주연작인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는 살인사건으로 엇갈린 삶을 그렸어요. 33.7%의 시청률을 얻은 드라마 <오! 삼광빌라!>에선 바람 잘 날 없는 집안을 이끌었고요. <지금부터 쇼타임!>에서는 귀신과 공조 수사극을 벌였죠. <미스티>에선 욕망을 지닌 아나운서를 맡았고, 영화 <미드나이트>에선 살인을 목격하는 청각장애인을 맡아 추격전을 펼쳤어요. 이번 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타임 슬립 이야기입니다. 작품마다 키워드가 엿보이는데, 작품을 택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인터넷에서 진기주가 나오는 작품에는 늘 연쇄살인이 등장한다는 글을 보고 놀랐어요. 의도한 것은 아니었거든요(웃음). 이번 작품처럼 대사에 꽂히는 경우도 있고요. 보통은 캐릭터의 설정값에 마음이 동해요. 


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후반부로 접어들었어요. 과거로 타임 슬립해서 부모님의 청춘과 연쇄살인, 엄마의 죽음이 맞물리는 줄거리가 흥미롭습니다. ‘그동안 나는 엄마의 시간을 얼마나 놓쳐왔던 걸까’라는 내레이션 대본을 보고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다고요? 저희 엄마가 소녀 감성이 풍부한 분이에요. 수십 년간 엄마의 학창 시절과 연애 에피소드를 듣다 보니, 그냥 익숙해졌죠. 대본을 보며 그간 엄마의 얘기를 무심하게 흘려들은 제 모습이 주인공 윤영과 겹쳐졌어요. 거울 치료처럼 얼굴이 달아올랐죠. 반성의 의미까지 더해져 작품에 더 정이 갔어요. 

 

 

 

블라우스 벨앤누보, 진주 헤어 액세서리 믹시마이. 

 


2021년에서 과거인 1987년으로 회귀해 사건을 풀어가는 경험은 어땠나요? 과거 사람이 아니니까 시대 배경을 이방인처럼 받아들여도 되는 부분이 재밌었어요. 제가 직접 살인범에게 쫓기는 상황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막상 감정에 몰입하니 긴장감이라는 가랑비에 서서히 젖는 느낌이랄까? 오히려 심적으로 더 힘들었어요.  


촬영 현장은 어땠나요? 드라마 메이킹에서 상대역 김동욱 씨는 장난을 치고, 당신은 춤을 추던데요. 동욱 선배님이 장난기가 많은 편이라 텐션이 수시로 올라가곤 했어요. 멋진 남자 어른의 평온한 얼굴로 개그에 진심인 분이에요. 감독님도 둘의 결이 비슷하다고 하셨는데, 알고 보니 MBTI가 똑같이 INFP더라고요!  

 

깃털 톱 리리, 리본 핀 빈티지헐리우드. 

 


본인이 느낀 INFP의 특징은 뭔가요? SNS에서 본 INFP 밈 중 가장 공감한 건 ‘왜 앉아 있지?’예요. 에너지를 끌어내야 할 때면 내 안의 모든 긴장을 압축시켜 터트리거든요. 대신 쉬는 날에는 내내 누워서 에너지를 재충전해야 해요(웃음).        


드라마는 운명에 대해 이야기해요. 당신도 대기업 공채, 방송국 기자, 슈퍼모델 등 여러 갈래의 길을 거쳐 지금은 배우로 살고 있고요. ‘운명’을 믿는 편인가요? 만나게 될 사람은 만나고, 하게 될 작품은 하게 되어 있다고 믿어요. 데뷔 초 조바심이 날 때 이 생각으로 버텼죠. 간절했던 작품에 캐스팅되지 않을 때 ‘저 작품은 내 것이 아니었기에 오지 않은 거야’라고요. 그럼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드레스 페라가모, 스니커즈 뉴발란스,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마음을 컨트롤하는 방법이겠어요. 꿈은 구체적인 행동이 쌓인 결과라고 하죠. 행동하기 전, 오는 두려움은 어떻게 해결하나요? 전 ‘쫄보’라 고민하고 퇴사하기까지 반년 동안 끙끙 앓은걸요. 생각이 많은 편이라 결단이 필요할 때는, 얼마나 후회할지를 상상해봐요. 행동해서 실패했을 때 후회가 클지, 하지 않았을 때 후회가 클지 무게를 가늠하죠.       


본인의 타고난 기질이 연기에 도움이 되나요?  예민한 기질이 직업과 잘 맞아요. 타인의 감정을 잘 알아채거든요. 미묘한 표정이나 말투, 사소한 행동에서 영향을 받아요. 연기는 상대방의 대사와 행동에 대한 리액션이기도 하니까 직업에서는 활용도가 높은 편인데, 일상에서는 힘든 점도 있죠. 사회생활 할 때는 좀 둔하고 무뎌지려고 해요. 

 

 

원피스 코스, 베레모 어썸니즈. 

 


장단점이 존재하네요! 상대방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일도 되레, 크게 고민할 수 있잖아요. 맞아요! 그런 경우가 잦을 거예요. 그 대신 공감력이 높아서 타인의 행동에 대한 이해도가 넓어요. 


당신은 자신과 타인의 시선, 어느 기준에 더 엄격한 편인가요? 자신에게 더 엄격한 편이죠. 데뷔 초에는 타인의 시선에도 꽤 신경 썼어요. 연예인은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배우마다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나는 어떤 이미지인지 궁금했고, 어떤 이미지로 메이킹해서 전략을 짜야할지 고민했었어요(웃음).    


이미지와 전략의 답을 찾았나요? 실패했어요. 친언니와 장 보면서 진지하게 고민을 털어놨는데, 대답도 없이 지나갔거든요(웃음). 지금은 굳이 생각 안 하기로 했어요.

 

 

티셔츠 커렌트, 원피스 페이리, 부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최근 달라졌다고 느낀 것과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변함없는 것을 꼽을 수 있을까요?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외로운 느낌을 점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거예요. 책을 읽거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홀로 있는 시간을 즐기는 게 편해졌어요. 이제야 좀 어른이 되었나 싶기도 해요. 그렇지만, 나이가 더 들어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귀여운 걸 참지 못할 거예요. 지금처럼 키덜트로 살겠죠.  


디즈니 애니메이션 마니아로 빈티지 오브제를 수집한다고요? 최근 덕후의 수집욕을 채운 아이템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중고 플랫폼 이베이와 메루카리에도 진출했네요. 지금 노리는 건, 시간마다 디즈니 캐릭터가 행진하는 시계인데, (사진을 보여주며) 너무 귀엽죠?! 와, 그런데 지금 벌써 팔렸네요. 고민하다가 놓치는 것도 많아요. 괜찮아요. 다른 곳에서 찾아내야죠(웃음).  

 

 

티셔츠 푸시버튼, 스커트와 부츠 모두 보테카 베네타.  

 


요즘 1960년대 시대극인 <삼식이 삼촌>을 촬영 중이잖아요. 배우 송강호 씨의 첫 드라마로도 주목받고 있고요. 새로운 얼굴의 배우 진기주도 궁금하고, 촬영장 분위기도 어떤지 듣고 싶네요! 감사해요. 3월부터 촬영을 시작했어요. OTT 채널을 통해 내년쯤 방영되지 않을까 싶어요. 전 주인공 변요한 선배가 맡은 김산 역의 여자친구예요. 그 시절 엘리트죠.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주도적 성격이 아니라 또 흥미로워요. 송강호 선배님은 본인 촬영이 아니어도 현장에서 꼭 모니터링해주세요. 칭찬도 엄청 해주시고, 조언도 시원시원하게 말씀해주시거든요. 처음에는 숙제 검사 받는 것처럼 조바심이 났는데요. 이제는 너무나 든든하고 감사하고, 기다려져요. 


요즘 잘 살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을 묻고 싶었는데, 표정이 행복해 보여요. 하하, 잘 살려고 노력해요. 게을러서 매 순간 잘 살지는 못하지만요. 인터뷰 끝나면 운동하러 갈 거예요. 요즘 최대 목표가 떨어진 체력 회복하기거든요. 운동하고, 수집품들 먼지 닦아서 정리하고 배치를 바꾸면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잘 살았다고 만족하는 거죠.   

 

stylist 김다현 hair 이일중 makeup 이영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CREDIT

EDITOR : 박소현PHOTO : 최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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