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배우 신재하의 면면들

악역과 선역 사이에서 발견한 신재하의 새로운 면면.

202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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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자무늬 셔츠 렉토.

 

 

드라마에 라디오, 전시 도슨트 녹음, 유튜브 채널도 열었고요. 일복이 넘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일정이 빡빡해요. 일주일에 하루 이틀 빼고는 거의 매일 촬영하고 있어요. 입대 전보다 훨씬 바쁘게 지내고 있어서 기분은 좋습니다. 


배우 활동을 하다가 입대했으니, 전역 후 안정적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군복무 동안 걱정이 많았겠죠? 상병 4호봉부터 고민이 깊어졌어요. 전역까지 남은 시간이 별로 없는데, 작품을 할 수 있을지 불확실했거든요. 20대 때 목표는 전역 후 바로 작품에 투입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저의 20대를 전부 쏟아부었어요. 그렇지만 다가올 미래를 알 수 없으니 무섭고 불안할 따름이었죠. 그런데 병장 1호봉 때 <일타 스캔들>제안을 받으면서 걱정이 싹 사라졌어요. 

 

 

 

슬리브리스 니트와 팬츠, 킬트 모두 디올맨.

 

 


전역 후 곧바로 드라마를 하겠다는 목표를 이룬 거네요. 그런데 전역의 해방감을 느낄 새도 없이 <일타 스캔들>과 <모범택시 2> 두 작품을 연달아 했어요. 전역 후 촬영 시작까지 두 달 정도의 기간이 있었는데, 여유는 없었어요. 군대에서 살이 10kg 늘어난 상태라 다이어트를 해야 했고, 대본 연구도 필요했으니까요. 또 <모범택시 2>와 <일타 스캔들>은 같은 기간에 촬영을 했어요. 쉴 시간이 없었죠. 


<일타 스캔들>에선 전도연 배우와 함께 작업했는데, 전도연 배우와 호흡을 맞춘다는 것은 어떤 경험인가요? 경이로워요. 처음에는 신기하고요. 대선배님이지만 사람이 어쩜 저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지?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전도연 선배님이 연기한 남행선이라는 캐릭터가 러블리한 매력이 강하기도 했지만, 촬영장에서도 쾌활하고 후배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내세요. 함께 뭔가를 하면서 저도 모르게 배우는 것이 생겼어요. 

 

 

 

핑크색 어반 플로우 블루종과 타이 매치 셔츠, 쇼츠 모두 발렌티노.

 

 


<모범택시 2>에서 온하준이라는 빌런을 연기했어요. 양면성이 짙은 캐릭터인데, 그에 대한 첫인상이 궁금하네요. 초반에는 하준이 비중이 작아요. 후반으로 갈수록 임팩트가 강해지고, 분량도 늘어나요. 후반부에 하준이 어떻게 되는지 세밀한 스토리를 듣지 못해서 캐릭터가 가늠이 잘 안 됐어요. 오히려 그 점이 하준이를 이해하고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됐죠. 미리 겁먹고 시작했다면 초반에 생각이 많아서 빌런 느낌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하준이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깊이 있게 변할지 몰라서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모범택시 2> 후반부에 온하준의 전사가 공개되는데요. 그럼 온하준의 전사를 듣기 전에, 배우가 처음 생각한 전사는 어땠나요? 하준이의 설정과 전사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대략적인 전개는 알지만 세세한 내용은 나중에 대본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죠. 어쨌든 살아남기 위해 어려서부터 피나는 노력으로 2인자 자리에 올랐을 거예요. 어릴 때는 살아남기 위해 악행을 저질렀고, 인정받기 시작하면서는 악행에 재미를 붙였을 테고요. 하준이는 악행을 게임으로 바라보는 수준이 됐다고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구축했어요. 

 

 

 

청록색 슈트 셋업 8 by 육스, 니트 스컬프터 슈즈 닥터마틴.

 

 


반전의 키를 쥔 캐릭터를 연달아 연기했어요. 양면성 있는 인물을 제안받고 있는데, 어떤 기분인가요? 양면성이 있는 캐릭터를 한 번에 몰아서 한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자는 생각뿐이었으니까요. 방송 나가고 이런저런 반응을 보면서 내가 양면성 있는 캐릭터를 2개나 했다는 것을 자각했어요. 이전에는 누군가의 동생이나 선한 역을 주로 했는데요. 군 복무라는 휴식기를 가지면서 선한 모습이 오히려 무기가 된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저에게 기대하지 않는 모습을 감독님들은 이야기를 반전시킬 키로 생각한 것 같아요. 


배우로서는 빌런 연기가 좀 더 재밌지 않나요? 아주 재밌어요.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는 신도 무척 많고요. 아이디어를 내는 재미가 있어요. 도전할 수 있는 연기도 많고요. 그런데 양면적 캐릭터는 굳이 연기가 아니어도 옷이나 머리 모양을 바꿔서 반전을 주기도 하고, 주변 환경을 바꿔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어요. 조금 나태한 접근이랄까요. 외적 요소로만 양면성을 보여주다 보면 뻔해지는 지점이 생기니까 적당히 잘 조율하는 묘미가 있어요. 


깔끔하고 선한 인상이라 무슨 말을 해도 똑똑하고 착한 사람처럼 보여요. 일상에선 호감형인데, 배우로선 어떻게 느끼나요? 단점이라 생각한 적도 있어요. 정형화된 이미지라는 것인데, 그렇다고 목소리나 얼굴을 어떻게 할 수는 없잖아요.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은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 같아요. <모범택시 2>의 온하준은 이전의 저라면 할 수 없는 영역이었을 거예요. 과연 누가 저에게 그런 캐릭터를 제안할까 싶었는데, 이번에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고, 제가 봐도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좀 달라졌어요. 외모는 더 많은 경험이 쌓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예요. 외적으로 바꿀 생각을 하지 말고 연기에 집중해서 캐릭터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지를 인위적으로 건드리면 안 돼요. 거친 액션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할 수 있는 준비가 돼가는 것 같아요. 한 살 한 살 먹는 게 기다려져요. 

 

 

 

셔츠와 팬츠, 재킷 모두 돌체앤가바나.

 

 


그동안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애착 가는 인물은 누구예요? 조금씩 변하는 것 같아요. 즐거울 때는 오히려 우울하고 힘들었던 캐릭터가 생각나고, 반대로 우울하고 힘들 때는 반짝이는, 즐거운 캐릭터가 마음에 남아요. <페이지터너>의 서진목이라는 캐릭터가 정말 기억에 남아요. 힘들 때는 희망찬 캐릭터를 생각하면서, 그들에게서 기운을 얻는 것 같아요.


재하 씨는 다양한 캐릭터의 삶을 연기로 살아봤어요. 이런 삶, 저런 환경을 이해하면서 어떤 선택을 해야 옳은지, 선하게 살아가려면 그어야 할 기준선이 뭔지도 생겼을 것 같아요. 떳떳하게 사는 게 선하게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떳떳하게 사는데도 가끔 잘못을 저지르는 걸 스스로 알고 있어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일이죠. 자신의 삶이 기본적으로 떳떳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이것은 양심과 관련이 있죠. 본인의 양심에 따라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도 자신의 양심에 비춰봤을 때 떳떳하다고 인정할 수 있다면 그게 잘사는 게 아닐까요.

 

 

 

DG 로고 슬리브리스 돌체앤가바나, 깃털 캡 뛰에우.

 


좋은 동료, 좋은 형, 좋은 동생이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이죠.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참 어려운 일 같아요. 사람들에게는 좋은 사람으로 보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하나의 기준을 들자면, 상대방과 함께 일을 하거나 대화를 나눌 때, 좀 더 기다려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여겨질 것 같아요. 상대의 마음이나 행동이 부족해 보이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보채거나 비난하지 않고, 그냥 그 사람이 실현하고자 하는 것을 마음껏 해보도록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은 사람일 것 같아요.


이제 서른, 다시 출발선에 섰어요. 미래에 대한 기대도, 나름의 포부도 필요하겠죠? 30대의 시작이 너무 좋아서 즐겁고 행복해요.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군대에 가기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촬영 현장에서 저 스스로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일에서도, 인간으로서도 여유가 생겼다고 느껴져서, 현재의 목표는 지금의 여유를 유지하는 거예요. 예전처럼 저를 가혹하게 대하지 않고, 조금은 돌보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배우로서 30대의 목표는 좋은 작품을 하고 좋은 캐릭터를 선보이는 거예요. 이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현실적으로는 40대가 되었을 즈음 집 한 채 정도는 마련하고 싶어요. 


내 집 마련, 우리 모두의 꿈이죠. 그냥 저에게 어떤 목표를 좀 주고 싶었어요. 


아무튼, 출발선에 서기까지 10년이 걸렸고, 이제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며 살고 싶은 거죠? 네, 맞아요. 지금, 이 페이스로 계속 나아가고 싶어요.   

 

stylist 김남희 hair 이민(꾸민) makeup 이이슬(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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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조진혁PHOTO : 임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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