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집

스타일을 좌우하는 특정 디자인 아이콘 하나 없이 특유의 색감과 조화미 자체로 인테리어 디자인을 완성한 집. 이곳은 소박한 것에서 비범함을 찾고, 인위적 독창성보다 당위적 자발성을 존중하는 이탈리아 인테리어 디자이너 모니카 카타네오의 집이자 스튜디오다.

202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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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밀라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모카(MOCA)의 설립자 모니카 카타네오(Monica Cattaneo)와 파트너 프란코 가라발리아(Franco Garavaglia). 

 

 

컬러로 가득 찬 벽, 지극히 개인적 아이디어로 공간 곳곳을 장식한 집. 어떤 가구나 소품이 눈에 들어오기보다는 공간을 감싸는 색감과 분위기, 그 자체가 인상적인 곳. 그래서 이곳을 기억할 때면 구체적 이미지보다는 집 안에 머물렀을 때 받은 신비롭고 아늑한 느낌이 먼저 떠오른다. 밀라노 중심부 마젠타에 자리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모니카 카타네오(Monica Cattaneo)와 그의 파트너 프란코 가라발리아(Franco Garavaglia)가 살고 있는 아파트. 여기는 가장 소박하고 평범한 것에서 독특함을 찾아내고,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에서 순간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며, 다양한 디자인 언어를 교차시켜 친근한 듯 개성적 스타일을 창조해가는 모니카와 프란코 커플이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모카(MOCA)’이기도 하다. 

 

 

 

빈티지 마켓에서 발견한 석영을 문진으로 쓴다. 그린 컬러 벽면 덕분에 자연미가 돋보이는 1940년대 프랑스 빈티지 마호가니 사이드보드가 놓인 거실. 골드 테 거울은 모카에서 제작했다. 

 


“우리는 시대를 초월한 멋진 분위기를 지닌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제가 진행하는 모든 인테리어 디자인 프로젝트는 선, 형태, 색상 등 기본적 요소를 존중하면서 머무는 이의 사적 취향부터 생활 패턴에 이르는 모든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 고유의 스타일을 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0년 넘게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에 종사해온 모니카와 프란코는 4년 전 이 집을 선택하며 그간 자신들이 걸어온 길을 정리하는 기회를 가졌다. 고객의 집을 디자인할 때와 동일한 방식으로 개조하면서 가족 개개인의 습관, 취미, 열정 등 이른바 ‘영혼의 심장’을 다시금 들여다보았고, 이렇듯 섬세한 개요를 중심으로 디자인한 집은 전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들만의 삶이 담긴 개성적인 공간으로 탄생했다.

 

 

 

거실 바닥에 깔린 아프가니스탄 카펫은 1900년대 초 만든 빈티지, 소파는 모카에서 디자인한 것으로, 리넨 벨벳을 사용해 수공예로 완성했다. 벽면의 그림은 집주인 모니카가 그린 작품이다.

 


“처음 이 집은 빛으로 가득 찬, 완전히 텅 빈 공간에 불과했어요. 덕분에 그곳을 필요에 맞게 구획하고 공간마다 마음껏 연출할 기회가 주어졌죠. 그 결과 우리 가족 구성원만큼 다양한 얼굴을 지닌, 독특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실현한 집이 완성되었답니다.”   


170㎡ 규모에 높이 3.5m에 달하는 높은 천장, 대형 창문이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집은 모니카와 프란코에게 기존 집과 차별화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니카와 프란코는 인테리어 개조를 위해 특별히 가구나 소품을 제작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저희는 가구나 소품을 버리지 않고 배치를 바꿔서 새롭게 연출하거나 또는 색상을 교체하고 기능을 전환해 써왔어요. 이런 게 경제적으로 유리한 선택이 아닌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오랜 시간 함께한 사물에 깃든 ‘유일한’ 감성적 가치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가 없더군요.” 모니카가 오랜 시간 모아온 앤티크와 빈티지, 프란코가 디자인한 가구와 액세서리, 예술가 친구들의 작품 그리고 책과 음악 등 시간 속에서 애정이 담긴 살림살이와 컬렉션만으로 재편집된 공간은 그들의 예상대로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해준 요소는 다름 아닌 색상이다. “저는 한 번도 흑백의 공간에서 살아본 적도 없고, 그런 곳을 만들지도 않아요. 태생적으로 컬러를 갖고 놀았다고 할까요. 특히 공간을 스타일링할 때 컬러는 분위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환경을 지배하는 주조색을 통해 부드럽고, 차분한 느낌부터 활기차고 화려한 스타일까지 모두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죠.” 

 

 

 

밝은 아침 햇살이 비치는 다이닝룸. 식탁 위 대형 펜던트 조명 갓은 면 모슬린과 천연 섬유를 혼방한 패브릭으로 제작해 불빛이 은은하게 퍼지는 것이 특징이며, 그릇장도 모카와 협업하는 목수가 완성했다. 테이블은 앤티크 참나무 판재를 복원해 만들었으며, 전형적인 베니스 스타일의 의자는 베니스 근교에 있는 가구 장인에게 맞춤 제작했다.

 


디자인에 있어 색상의 힘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모니카는 이 집을 처음 봤을 때 본능적으로 어떤 색을 써야 할지 결정했다고. 거실, 주방, 다이닝룸 영역을 아우르는 높은 천장과 정원을 향해 난 큰 창문을 주목한 그녀는 이곳에 톤다운된 짙은 녹색부터 회색에 이르는 배색을 구상했다. 자칫 가라앉은 듯 침침해 보일 수 있는 컬러 팔레트지만, 공간에 구현된 색상의 조합은 거대한 볼륨의 실내에 깊이감과 아늑함을 주었고, 창밖으로 펼쳐진 100년 역사를 간직한 정원과 흡사한 빛깔로 집 안 가득 자연의 신비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이 집의 앞은 도시를, 다른 쪽은 고대 정원을 향하고 있어요. 이런 이중 노출 구조는 시간대별로 각기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데, 특히 아침이면 햇살로 가득한 다이닝룸은 싱그러운 정원 그 자체가 됩니다.” 짙은 녹색으로 칠한 천장, 나뭇잎 패턴의 벽지 포인트 그리고 거대한 아레카 야자나무 화분이 놓인 다이닝룸은 식물 돌보기를 좋아하는 모니카가 가장 애정하는 공간이다. 

 

 

 

그레이 톤 가구로 단장한 주방의 한쪽 벽면을 동양미가 물씬 풍기는 도자기와 이국적 식물의 패턴이 교차하는 벽지로 꾸며 우아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벽지는 엘리티스 제품. 빨강 바탕색이 인상 깊은 초상화는 모니카 친구가 그겨준 초상화다. 그 친구에게 받은 소중한 선물이기에 빨간색이 섞인 도자기 오브제와 짝을 맞춰 그림이 돋보이게 전시했다. 

사교적인 모니카와 프란코는 요리뿐 아니라 테이블 세팅 솜씨도 빼어나다. 테이블웨어는 모두 앤티크 마켓에서 구한 것들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담한 컬러를 좋아하지만, 이는 모니카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취향일 뿐, 그녀가 컬러를 사용할 때 중시하는 것은 ‘조화’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취향과 사연에 따라 모인 가구, 소품, 아트 컬렉션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려면 컬러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모두가 서로 제 짝인 듯 절묘하게 어우러져야 하는 법. 모니카는 컬러를 일종의 접착제라 생각하고, 그 접착제는 전체의 하모니를 위해 매번 다른 색상으로 조제된다. “이 집은 개조를 통해 공간 분리가 확실하게 이뤄진 덕에 근래 한 번도 사용하지 않던 빨간색으로 단장한 공간도 생겼습니다.” 커플의 설명에 따르면, 거실에서 스튜디오로 향하는 입구는 물리적 여건상 매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곳을 빨간색으로 칠해 한껏 힘을 주었고, 그 덕에 모니카와 프란코는 용기 있고 열정적인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되었다. 

 

 

 

1 빨간색으로 강렬하게 연출한 복도 벽면에는 빈티지 마켓에서 구한, 1900년대 초 작품으로 추정되는 여인의 초상을 걸어놓았다. 2 디자인 작업이 이뤄지는 홈 스튜디오. 거실과 마찬가지로 그린 톤으로 단장한 가운데 금도금한 반구 형태의 대형 조명이 공간의 중심을 잡아준다. 3 수납과 취침 공간을 한 번에 해결해야 하기에 디자인적으로 크게 신경 쓴 침실. 침대 양옆으로 마련한 수납장 도어는 시누아즈리 벽지로 마감해 수납장처럼 보이지 않게 처리했다.

 

 

모니카와 프란코는 인테리어 디자인 작업을 할 때 상호 보완적 관계를 유지한다. 모니카가 빛, 컬러, 데커레이션 등 시각적 창의성을 발휘한다면, 프란코는 기술적으로 복잡한 디자인마저 현실로 풀어내며 모카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협력 관계에서 탄생한 가구와 소품의 역사는 이 집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청록색 벨벳 옷을 입은 모던한 라인의 소파, 녹색 잎을 뭉친 듯 푸른 대리석 상판이 독특한 청동 원형 테이블, 머스터드색으로 옻칠한 클래식 스타일의 테이블이 대표적 디자인으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숙련된 장인의 손길과 함께 완성한 창작물이다. “우리는 선, 형태, 색상으로 풀어낸 고유한 이야기를, 공간 전체에 담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추구하는 만큼 가구나 소품까지 직접 제작합니다.” 단일 기성품을 신중하게 고르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가구와 소품을 만들어 공간에 유일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모카 디자인의 특징. 디자이너 커플은 이를 두고 ‘레이블 없는 디자인’이라 표현한다. 누구나 단번에 알아보는 디자인 아이콘보다는 본질적 가치에 집중하거나 심지어 감성적 면에 충실해 만든 개인적 디자인은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이유와 힘이 충분하다는 것이 모니카와 프란코가 경험을 통해 깨달은 진리다. “사실 저는 이것을 어릴 때부터 알아챘어요. 골동품 수집가 가족 덕분에 재료, 형태, 색상, 세공에 이르기까지 예술적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법을 자연스레 터득했죠. 게다가 어머니는 집 안 곳곳에 놓인 가구와 물건을 끊임없이 이리저리 옮기며 무언가를 늘 찾고 있었어요. 아버지도 마찬가지였고요. 나중에야 그게 뭔지를 알아챘는데, 결국 부모님이 추구한 건 구성의 조화였습니다.” 

 

 

 

복도 벽면과 똑같이 채도가 낮은 빨간색으로 칠한 문을 열면 하늘색과 그와 같은 톤에 식물 패턴이 그려진 벽지로 단장한 욕실이 나타난다. 집 안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홈 스튜디오. 현관 복도와 거실로 통하는 출입구를 모두 개방해 동선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가운데 놓인 테이블은 모카에서 제작한 어맨드 홈 쿠튀르(Amande Home Couture) 컬렉션이다.

 


지금도 벼룩시장과 앤티크 마켓을 돌며 그곳에서 영감을 얻고, 독서와 음악을 즐기며 좋은 음식과 대화가 오가는 식탁에서의 유쾌한 시간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모니카는 일상의 모든 것을 디자인과 접목하며 열정적 삶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디자이너 부모와 함께 사는 10대의 자녀는 새집에 들어오기 전, 아주 특별한 실습을 거쳤다. “개조 전에 몇몇 벽을 허물어야 했는데 아이들과 함께 철거했어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아는 것도 교육적 가치가 있는 일이니까요.” 모니카는 이를 두고 일종의 ‘시무식’이라 재치 있게 표현했지만, 사실 먼 훗날 아이들이 이 경험을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로 해석할지 아무도 모르는 법. “맞아요. 저는 이것도 디자인이라고 확신합니다.” 

 

STYLIST Francesca Davo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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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정민PHOTO : Fabrizio Cicc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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