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감동과 위로를 전하는 김필

묵묵히 적당한 때를 기다리던 김필이 드디어 새로운 노래를 들고 나왔다. 그간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아 우리에게 또 다른 감동과 위로를 전하기 위해서.

2023.05.24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셔츠 올세인츠. 네크리스 페페주. 레더 재킷과 팬츠, 벨트, 첼시부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1년 만인가요, 5월 17일 신곡 ‘러브유!’가 공개됩니다. 새로운 노래를 선보이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어요. 별다른 이유가 있다기보단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팬데믹 기간 동안 공연을 멈추지는 않았지만 모두 마스크를 쓰고 공연하니 음악에 어떤 이야기를 담아도 정서적으로 전달될지, 들릴지 의문이었죠. 저 역시 이때는 음악이 들리지 않더라고요. 정규앨범을 내고 하고 싶은 게 엄청 많았는데 코로나 기간 중에 이런 걸 하는 것 자체가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멈춰 있었죠. 만든 노래는 많았지만 지금과는 어울리지 않다고,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렸어요. 


인터뷰하는 지금을 기준으로, 공개까지 딱 일주일 남았는데 기분은 어때요? 어색하거나 불편한 건 없어요. 앞서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렸다고 말한 것처럼 제가 이런 노래를 못해서 안 한 건 아니었으니까. 할 줄 알지만 아껴놓았다고 해야 할까요? (웃음)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선보이고 싶었어요. 팬데믹이 완전히 종식된 건 아니지만 관객들 얼굴을 보면서 함께 노래 부를 수 있게 되었잖아요. 이런 때 조금 더 자유로우면서도 편안한 이야기를 하면 좋지 않을까 했죠. 


그동안 김필의 음악 하면 조금은 무거운 애절한 노래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그간 심경의 변화가 생긴 건 아닐까 했죠. 이미지가 그렇게 구축되는 게 조금 지겹기도 하더라고요. 자기만의 색이 있고 그런 것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은 칭찬이지만 언제부터인지 그런 음악밖에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생기더라고요. 

 

 

 

레더 베스트 존 바바토스. 크로스 네크리스 크롬하츠. 이너 슬리브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번 신곡은 직접 작사, 작곡한 음악은 아니라고요. 처음 들었던 순간을 기억해요? 들은 지는 오래되었어요. 앨범 프로듀싱은 물론 편곡까지, 늘 함께하는 형의 곡이거든요. 어느 날 형에게 이제 조금 다른 느낌의 노래가 필요한 것 같은데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노래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때 “기다려봐” 하고  들려준 노래인데 듣자마자 피식 웃었어요. 재미있었죠. ‘러브 유어 셀프(Love Yourself)’라는 메시지를 지닌 이 노래면 됐다 싶으면서 봄이 좋을지, 여름이 나을지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번 곡은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피처링으로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요즘 음악 추세가 브리지가 없기도 하고 이야기를 쭉 풀어가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제 목소리만 나오는 게 좀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러브 유어 셀프’라는 이야기를 조금 더 트렌디하게 풀어보면 어떨까 하다가 에픽하이 선배님들 앨범에 참여한 인연으로 부탁을 드렸죠. 


피처링만 잘해도 화제가 되는 시대잖아요. 기회가 된다면 함께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이 있나요? 음… 따로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일단 곡이 나오면 그 곡에 맞는 사람을 생각하는 게 먼저니까. 다만 막연하게 해외 아티스트들과 작업해보고 싶다는 욕심은 있어요. 미국 싱어송라이터 레이철 야마가타나 영국 아티스트 홀리 험버스톤이라고, 요즘 인기인데 그들이 데뷔했을 때 음악을 듣고 ‘이 사람 뭐지?’ 했던 적이 있거든요. 이제 팝 쪽으로 해보고 싶기도 해서 이런 분들이 떠오르네요(웃음).


쓰고 싶은 주제가 없어서 신곡을 내기까지 시간 좀 걸렸다고 했어요. 김필 씨만의 곡 작업 방식이 궁금해요. 평소 습작을 많이 해요.스케줄 끝내고 이동하면서도 생각나면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둬요. 멜로디가 떠오르면 무조건 녹음하고요. 그냥 내레이션처럼 독백으로 녹음하기도 하고, 거의 모든 시작은 휴대폰인 것 같아요. 

 

 

 

화이트 티셔츠 존 바바토스. 네크리스 페페주. 레더 팬츠, 부츠, 브레이슬릿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휴대폰 없으면 곡 작업도 어렵겠어요. 잃어버리면 더 큰일이고(웃음). 웬만하면 잃어버릴 일이 없죠(웃음). 시작은 휴대폰이지만 조금 더 전개되면 기타 잡고 그 뒤엔 흥얼거리면서 끄적거린 것들에 어울리는 멜로디를 씁니다. 


작업 시간은 좀 걸리는 편인가요? 빠르진 않은 것 같아요. 막 작전을 잘 짜고 치밀하게 계획하는 부분도 있지만 곡 작업만큼은 즉흥적으로, 감정적으로 하는 스타일이라 뭔가 탁! 하고 오지 않으면 빨리 안 되더라고요. 정규앨범 타이틀곡인 ‘변명’은 앉은 자리에서 다 썼어요. 몇십 분 걸렸나? 


최근에 가사로 옮기고 싶은 주제는 뭐였어요? 많지만 뭐랄까. 예전과 같은 생활에 익숙해질 때, 지금보다 더 우리의 삶이 일상화되었을 때 이야기하고 싶어요. 보통은 많은 분들이 듣는 음악을 하는 게 중요하고 좋은 일이지만 저는 많은 사람이 각자 혼자 들었으면 하는 음악을 하고 싶은 사람이거든요. 


진짜 좋은 음악은 알려주고 싶지 않잖아요. 혼자 듣고 싶고, 그런 마음 아닐까요? 저 역시 음악을 들을 때 감동을 느끼고 매료되는 때가 언제인가 보니 혼자 들을 때더라고요. 가장 감정이 솔직해지는 그 순간에요. 그래서 그렇게 해도 될 법한, 지금과 같은 진지한 시간이 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봐도 좀 이상한 구석이 있어요(웃음).  


<나의 해방일지> <이태원 클라스> 등 화제가 된 드라마에서 김필 씨의 목소리가 자주 흘러나왔어요. 요즘 드라마 OST 섭외 1순위라고요. 저만은 아닐 거예요. 그래도 정말 감사한 일이죠. 굳이 비결을 꼽는다면 어두우면서도 진지하고 슬픈 노래는 늘 저한테 오는 것 같아요. ‘이건 무조건이다!’ 하는 식으로요. 드라마 감독님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서사가 있는 드라마에 잘 어울리는 목소리라 그런가 봐요.

 

 

 

레더 재킷 존 바바토스. 네크리스 페페주. 이너 슬리브리스, 데님, 웨스턴 벨트, 스웨이드 부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필이란 가수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뭘까요? 목소리인 것 같아요. 저는 무겁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진지하면서도 솔직한 음악을 한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사람이 살면서 24시간 내내 즐거운 건 아니잖아요. 하루 중 즐거움이 단 1시간만 있어도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죠. 그 외의 시간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무언가 개선해가기 위해 되돌아보는 시간일 거란 말이죠. 이때 제 음악이 도움이 되었음 좋겠어요. 노래를 듣는 4~5분만이라도 감정이 공유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음악이길 바라죠. 제가 음악을 하게 된 동기고요.  


김필 씨가 특히 더 빛나는 뮤직 페스티벌의 시즌이에요. 무대에서 얻는 힘은 확실히 다르죠? 일을 하면서 무대에 설 때가 가장 행복해요. ‘이 순간을 위해 하기 싫은 일도 하면서 내가 견뎌낸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죠.  그렇게 보상받는 것 같아요. 보통 음악을 하면 굉장히 자유로울 거라 생각하는데 실상은 다르거든요. 무대에서만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의 김필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요? 이제 마흔을 앞둔 상황이라…. 


에이, 아직 몇 년 남았잖아요.2년 뒤면 마흔인데, 나는 얼마나 어른이 되었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평소 늘 하던 것도 다르게 느껴지고 내가 다시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고민도 되고요. 인간관계나 음악, 그리고 직업적으로도 지금 나의 포지션은 어디인지 그 생각을 많이 해요. 


이렇게 많은 고민과 질문 중에서 지금 절실히 찾고 있는 건 뭔가요?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제 마음 상태에 귀 기울이고 있어요. 어느 새 10년 넘게 가수로 활동한 내가 앞으로 어떻게 빌드업해 나가야 할지, 또 일과 삶은 어떻게 맞춰 나갈지 그 밸런스를 찾아가는 중인 것 같아요.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정규앨범은 딱 한 번 냈어요. 두 번째 앨범은 언제쯤 만나게 될까요? 만들어놓은 곡은 많은데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포장해서 내보내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지난 1집에서 청춘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아픔을 어떻게 승화시킬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2집에서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이 과정이 담기게 되겠죠?  

 

 

 

재킷, 와이드 트라우저, 스키니 스카프 모두 서커스폴스. 페이턴트 로퍼 크리스챤 루부탱. 이너 슬리브리스, 벨트, 실버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집 앨범이 완성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라 말해줘요. 앨범 작업하는 내내 어렵고 정말 힘들게 만들었지만 그와 동시에 행복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완성된 노래를 들고 무대에 오르는 순간만큼은 제 머리와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들이 펼쳐지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죠. 그래서 음악을 하는 것 같아요.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하다고도 말하진 못할 것 같아요. 저 역시 가늠이 되지 않네요(웃음). 


10년 넘는 시간 동안 열심히 달려온 나에게 칭찬 한마디 한다면요?  “아등바등 애썼다.” 같이 음악을 하고 그동안의 히스토리를 아는 사람들도 모두 알 거예요. 저 혼자 술 먹고 취해서 집에서 작업하다 보면 이 말이 절로 나와요.  


자신에게 너무 야박한 것 같아요. 기준도 높고. 그런 것 같아요. 그 기준에 못 미치고 또 너무 느리니까 저 스스로도 답답하더라고요. 그래도 돌다리도 다 두들겨보고 가야 하는 성격이라… 괜찮아요. 이제 어떻게 하겠어요. 마흔 가까이 이렇게 살았는데(웃음).   


시간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나요? 어쩔 수 없이 <슈퍼스타K>인 것 같아요.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라 서랍에 넣어두고 잠가버리고 싶었거든요. 근데 10주년이 지나고부터는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되었어요.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제대로 음악을 해도 된다는 인정을 받았던 순간이니까. 그때가 아니었다면 지금 이렇게 살지 못했을 거에요. 


그럼 앞으로 10년 뒤에는 또 어떤 모습일까요? 저는 미래를 생각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당장 지금의 것들을 잘하자는 주의인데 만약 그때까지 음악을 하고 있다면…. 


음악을 안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매일 해요. 예전에 라이브 클럽에서 연주했을 때 선배들이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오늘도 집에서 나오면서 관둘까 고민했다고, 네가 하는 고민은 지금 내 나이 60이어도 한다고요. 그때는 그 말에 공감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해요. 그리고 매 순간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죠. 당장 내일이라도 노래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 잘하자고 다짐하게 되죠. 사실 10년 뒤에 음악만 하고 있어도 감사하고 다행일 것 같아요.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도 이런 말을 했어요. 가늘고 길게 음악 하고 싶다고, 그게 딱 저의 바람이에요. 음악은 제가 진짜 사랑하는 일이자 칭찬에 인색한 저조차 무대에 있는 순간만큼은 제가 생각해도 좀 멋있거든요(웃음). 그래서 오래도록 무대에 서고 싶어요.   

 

Stylist 박태일 Hair & Makeup 구현미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CREDIT

EDITOR : 장정진PHOTO : 임한수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