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색색의 실을 엮는 마음

가느다란 실이 원단이 되고, 옷으로 탄생하기까지. 패브릭 스튜디오와 의상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는 니콜 킴 대표는 옷이 완성되는 모든 과정을 주관하는 디자이너다. 기계와 사람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작업실에서 그 과정을 엿보았다.

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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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킴 대표. 뒤에 있는 것이 맞춤 제작한 방직기다. 

 

 

패션 브랜드 ‘카무플래지드(Camouflaged)’와 트위드 전문 패브릭 스튜디오 ‘레콜라지(Les Collages)’ 이름을 들으면 다채로운 색이 엉클어진 액션 페인팅이 연상된다. 브랜드의 의미인 ‘위장, 보호색’이나 ‘콜라주’ 모두 색 조합을 포함하고 있어서다. 두 브랜드를 이끄는 니콜 킴(Nicole Kim) 대표는 유럽 명품 브랜드의 의뢰로 원단을 제작하다 패브릭에 그치지 않고 2018년 자신의 패션 브랜드를 론칭했다. 색상과 재질, 탄성이 서로 다른 소재를 엮어 하나의 원단으로 완성하는 제직의 묘가 그의 작업에 녹아 있다. 오는 6월 열리는 파리 패션위크 트라노이 전시회를 앞두고 분주한 작업실 문을 두드렸다. 

 

 

카무플래지드 쇼룸 내부.

 

 

패션에 뛰어든 계기가 궁금하다. 언제부터 디자이너를 꿈꿨나? 돌이켜보니 옷 외에 다른 일을 생각한 기억이 없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종이 인형 옷만 수도 없이 그렸다. 종이 옷은 평면이라 재미가 없어질 때쯤 엄마가 바비 인형을 사줬다. 양말이나 옷을 잘라 뭔가를 만들어 입히곤 했다.


그렇게 미술로 방향을 정한 것인가? 미술학원에 다닐 형편이 아니었지만 중학교 선생님 권유로 학원에 가보았다. 그러다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됐다. 꾸미는 걸 좋아하는데 장신구를 사지 못해 눈앞의 재료로 직접 만들었다. 친구들 사이에 소문이 나면서 의뢰를 받고, 그렇게 돈을 모아 점점 더 좋은 재료로 만들 수 있었다. 


액세서리를 엄청나게 만들었겠다.고등학생 때 정말 바쁘게 살았다. 아르바이트도 옷과 관련된 일만 했다. 새벽에는 세탁소에서 일하며 옷의 형태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소재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익혔다. 영화사에 납품하는 티셔츠의 캐릭터 그리는 일도 했고, 집에 돌아와서는 판매할 액세서리를 만들었다. 

 

 

방직기로 원단을 제직하는 모습. 2 작업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색상의 실. 3 의상 작업실 내부. 

 


그러다 패브릭 브랜드를 시작했는데,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부터 옷감을 개발한 것은 아니다. 어느 날 명품 패션 브랜드에서 내 목걸이를 보고 연락을 했다. 지네 다리처럼 장식이 많은 초커였는데, 트리밍으로 사용하고 싶다고. 10cm 목걸이를 길게 만들어야 하는 과제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도움을 구할 사람이 없었다. 무작정 동대문시장에 가서 문을 두드렸지만 3일 내내 문전박대만 당했다. 기운이 빠져서 벤치에 앉아 있는데 한 사장님이 다가왔다. 얘기를 듣더니 황당하지만 해보자고 해서 제작에 들어갔다. 그렇게 레콜라지가 시작됐다.


다양한 소재를 조합한 옷감이 많다.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지? 주로 일상에서 찾는다. 예를 들어 리어카에 물건을 실을 때 끈으로 둘둘 묶어서 고정하지 않나. 그 끈이 쓰다 보면 뜯어지고 꼬인다. 그런 형태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겹겹이 중첩된 건물 사이로 석양이 지는 장면이나 돌 사이의 이끼에서 패턴을 발견하는 식이다. 


작업실의 거대한 베틀이 인상적이다.레콜라지의 원단은 성질이나 두께가 다른 소재와 실을 엮어 만드는데, 그렇게 제직할 수 있는 기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작은 도시의 생산업체를 찾았다. 우리 소재를 보여주며 논의하여 기기를 커스텀 제작했고, 부품을 가져와 한국에서 조립했다. 

 

 

 ‘트루 로맨스’ 컬렉션 의상.

 

 

의상에 대해서 듣고 싶다. 카무플래지드가 지향하는 스타일은? 내가 만든 소재를 많은 사람에게 입혀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나이나 성별의 제한 없이 입을 수 있는 옷을 고민하다 귀엽고 편한 후드 티셔츠를 떠올렸다. 그러다 그에 어울리는 바지와 재킷 등 시리즈가 완성된 것이다. 2018년 첫 컬렉션은 유행을 타지 않게 블랙, 화이트만 활용했다. 그런데 누가 후드 티셔츠를 비싼 돈 주고 사겠나. 그때는 순진했다(웃음).


새 컬렉션을 소개한다면? 2023 뉴 컬렉션 주제는 ‘트루 로맨스’다. 의상을 향한 사랑을 찾아가고 있다는 의미를 로맨스라 표현했다. 트위드와 실크 벨벳, 울 벨벳, 스팽글 등 다양한 소재를 조합했고, 장식적 요소가 많다. 한복 저고리에서 착안한 형태도 있다. 한지 실을 사용하거나 조각보처럼 연결하는 등 한국적 요소도 적용했다.


브랜드를 운영하며 지켜나가고자 하는 가치가 있다면? 환경과 사람을 늘 염두에 두고자 한다. 동물 소재 사용을 피하고, 버려지는 옷감이 없도록 원단 끝 셀비지까지 최대한 활용한다. 셀비지를 모아뒀다가 엮어서 코트를 제작하거나 코르사주를 만든다. 디자이너가 먼저 환경을 생각하고 메시지를 전하면 소비자도 변화하지 않을까.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CREDIT

EDITOR : 박지형PHOTO : 강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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