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김소연의 요즘 얼굴

“작품에 치열하게 임하는 자세와 감사함을 느끼는 마음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예요.” 지난 29년간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배우 김소연. 그녀의 요즘 얼굴에 대하여.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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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과 톱, 스커트, 벨트, 로퍼 모두 미우미우.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디어 <구미호뎐 1938>이 5월 6일 밤 9시 20분에 첫 방송을 타네요! 재작년 겨울에 캐스팅되어 촬영은 작년 12월 중순에 끝났어요. 긴 시간을 함께한 작품이 시작되니까, 어느 때보다 설레요.


 ‘1938년 혼돈의 시대에 불시착한 구미호가 현대로 돌아가기 위해 펼치는 K-판타지 액션 활극’이란 소개가 재미있어요. 시즌제인 <펜트하우스> 촬영을 쉬는 동안 <구미호뎐> 1편을 재밌게 봤어요. 2 편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도 캐스팅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어요. 판타지 장르를 너무나 좋아하지만 연결된 적은 없어서, 제겐 잡히지 않는 꿈이라 여겼거든요. 캐릭터도 좋았지만,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건 감독님과 작가님의 영향이 커요. 작품에 대해 다정하게 설명해주시며 반짝이던 눈빛에서 작품을 향한 애정이 가득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작품을 택할 땐 캐릭터를 살펴요. 매력적인 캐릭터를 발견하면, 내가 연기하면 어떨까 상상하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죠.  

 

 

 

니트와 손에 든 카디건 모두 아디다스 x 구찌, 팬츠 메종마레. 

 

 

류홍주. 맡은 캐릭터의 이름이 고와요. 서쪽 산신인 그녀는 어떤 친구인가요? 앙큼하기도 하고, 당돌하기도 해요.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힘이 정말 세서 커다란 대검을 휘두르는 점도 매력적이죠. 언제 다시 이렇게 멋진 캐릭터를 만날 수 있나, 싶은 마음으로 진짜 재밌게 촬영했어요. 


캐릭터마다 쓰는 얼굴 근육이 다르다고 말했던 지난 인터뷰가 기억에 남아요. 캐릭터에 다가가는 당신만의 방법일까요? 어느 나이대가 되면 얼굴의 인상에서 이제껏 지나온 삶이 보인다고들 하잖아요. 그 말이 와닿은 뒤부터, 대사를 할 때 어떤 근육으로 표정을 쓸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럼 확실히 캐릭터마다 다른 결의 표정이 나와요. 예전에는 손으로 따라 적으면서 외웠는데, 몇 년 전부터는 큰 거울을 앞에 두고 표정을 살피며 연습해요. 이런 훈련을 해도 카메라 앞에선 늘 어려워요.  

 

 

 

원피스 프라다, 안경 젠틀몬스터, 스니커즈 나이키, 이너 톱과 양말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펜트하우스> 시리즈로 ‘2021년 SBS 연기 대상’을 수상했어요. 그간 차곡차곡 쌓고 차분히 걸어온 배우의 길에 대한 보상이자 일종의 ‘증명서’처럼 보이기도 해요. 대상 수상은 어떤 의미가 되어주었나요? 2년 전 이야기라 쑥스럽지만요. 너무나 감사하고, 영광이란 단어로 대상 수상의 황홀감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제 안에 연기하는 김소연의 방이 있다면, 대상 수상은 새로운 기회의 문을 하나 더 열어주었어요. 이번 작품도 그 문을 통해 만난 셈이에요.  


천서진처럼 시대를 기억하게 만드는 캐릭터를 만난다는 건 행운이죠. 세상에!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너무나 감사해요. 저도 천서진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했어요. 전 리액션은 크지만 평소 무던한 스타일이거든요. 정적인 순간을 좋아하고, 조용하게 쉬는 충전이 꼭 필요한 사람이에요. 저와 정반대인 천서진을 만나 짜릿하고 재밌었어요. 악한 연기를 원 없이 했어요. 어찌 보면 저 대신 흔들어주는 희열을 느꼈던 것 같아요. 모니터링하면서도 ‘내가 이 정도로 감정을 끌어냈구나’ 신기했어요. 제가 모르는 저를 끄집어내주신 제작진 모두에게 깊이 감사해요. 

 

 

 

티셔츠 구찌, 팬츠 더오픈프로덕트, 스니커즈 리복.

 

 

예전에 방영된 작품을 보여주는 플랫폼이 많아졌어요. OTT, 유튜브, SNS 등 다채롭죠. 무심코 옛 작품을 마주친 적 있나요? ‘왜 이렇게밖에 못했을까’ 한참 부족했던 저를 마주하는 게 민망하고 부끄럽지만, 어린 친구들이 <순풍산부인과>나 <이브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알고리즘이 무척 감사해요. 


필모그래피를 살피다가 문득 김소연의 시간만 멈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995년 드라마 <딸부잣집> 당시 열다섯이었는데 20대 초중반의 역할을 맡기 시작했어요. 그때도 멜로 연기의 주인공이었는데 지금도 변함없잖아요. 당시에 제 나이로 연기했다면, 누군가의 엄마 같은 한정된 역할만 했을 거예요. 요즘은 로맨틱 코미디, 로맨스,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에서 배우의 나이 제한이 줄어들었어요. 앞선 선배님들이 길을 열어주셔서 제가 그 축복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또한 감사해요. 

 

그때와 지금 비교했을 때 같고, 또 다른 건 무엇일까요? 연기할 때 여전히 떨리고, 너무나 긴장되고 무서워요. 데뷔한 첫해와 변함이 없어요. 다른 점은 이제 촬영 현장에 후배가 많아졌다는 것이에요. 저도 선배님들처럼 멋진 태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졌어요. 

 

 

 

 

지난 29년간 연기를 쉼 없이 이어왔잖아요. 계속해서 연기하는 동력은 생각해 봤나요? 집에서 약속 없이 하루 종일 뒹굴며 쉬는 시간을 아주 좋아해요!(웃음) 그러다가 대본 한번 읽어보라는 전화를 받으면 막 불타올라요. 대본을 읽다 보면 너무나 재밌고, 짜릿해서 의지가 솟구쳐요. 참 신기한 경험인 것 같아요. 

 

그 순간 아, 내가 이 직업을 진짜 사랑하는구나! 느끼나요? 제게 배우란 직업은 정말 고통스러워요. 오늘 화보 촬영도 어제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걱정했어요. 열심히 자료도 찾고, 포즈도 연구했거든요. 그런데 일이 끝나고 나면 짙은 행복감이 밀려와요. 즐거웠던 현장 분위기와 그날의 작업만 기억에 남죠. 연기할 때도 과연 내가 이 감정을 소화할 수 있을까, 두렵고 무섭지만 뒤돌면 다시 연기하고픈 마음이 강렬해져요. 그럴 때마다 내가 이 직업을 진짜 사랑한다고 느껴요. 

 

 

 

재킷 YCH, 팬츠 다이애그널, 슈즈 에이티티. 

 

 

연기는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일이죠. 쉬는 시간에는 무엇으로 재충전하곤 하나요? 다행히 지금 오빠(배우 이상우)가 쉬고 있어서 대화를 많이 나눠요. 2시간은 금방 흘러가요. 아침에 커피 한잔 마시거나 짧은 드라이브를 나서기도 하고, 맛집 찾아보기도 하고요.   


그와는 어떤 인생관을 공유하나요? 저를 다독여주고 보듬어주고 또 이끌어줘요. 저는 잘 긴장하는 스타일이고, 매사 과하게 노력하는 편인데요. 힘든 이야기를 할 때면 “소연아, 우리의 순간도 중요한 거야”라고 말해줘요. 그럼, 그 순간 고민에서 해방돼요. 오빠를 만나기 전에는 연기하는 삶이 제 삶의 대부분을 차지했거든요. 친구와 만날 여유도 사그라질 정도로요. 작품이 끝나야 비로소 제 생활이 시작되는 기분이었죠. 연기하지 않는 순간의 제 행복도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는 깨달은 바가 많았어요. 말을 굉장히 잘해서 함께하면 늘 재밌어요. 


좋아하는 음악, 책, 영화도 궁금해요. 음악은 잔잔한 멜로디를 좋아해요. 마음에 드는 곡은 100번 반복 재생하곤 해요. 책도 에세이를 좋아하고요. 영화는 장르를 가리지 않아요. 로맨스부터 판타지, 히어로 액션물 등 다채로워요. 최근에는 공포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신선하게 봤어요.

 

 

 

재킷과 톱 모두 본봄 by 분더샵, 팬츠 세터, 캡 알알.  

 

 

영화를 보면 캐릭터 욕심이 날 때가 있나요? <왕좌의 게임>을 볼 땐 몸이 들썩들썩했어요. 티리온(피터 딘클리지) 역할이 하고 싶어서요. 사연 많은 악녀인 세르세이 바라테온 왕비(레나 헤디)나 영화 <토르>의 죽음의 여신 헬라(케이트 블란쳇)도 매력적이고요. 돌이켜보면 그때 에너지를 받아서 천서진 역을 하게 되고, 차기작으로 <구미호뎐 1938>도 택한 것 같아요. 


앞서 얼굴에 살아온 삶이 드러난다고 했는데,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눈코입이 세서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확실히 예전과 요즘 사진을 비교하면 느낌이 달라요. 예전 얼굴은 어딘지 미숙해 보이고, 어딘지 긴장하고 불편해 보이거든요. 요즘 찍은 사진의 얼굴은 참 편해 보여요. 물론 제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걸 수도 있어요(웃음).  


마지막으로 앞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당신의 가치관이 있을까요? 작품에 치열하게 임하는 자세와 감사함을 느끼는 마음이 긴 시간 활동하면서 잘 다져졌다고 생각해요.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변하진 않을 것 같아요.   

 

Stylist 김다현 Makeup 오지현(애브뉴준오) Hair 수안(애브뉴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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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박소현PHOTO : 최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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