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사랑을 담은 아트

사랑을 두고 숱한 문학가와 석학이 그럴듯한 명언을 내놓았지만, 사랑은 여전히 쉽지 않다. 삶을 담아내는 예술가가 ‘사랑’을 놓칠 수 없는 이유다. 더욱이 고백하기 좋은 2월이 아닌가.

202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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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고, 순수한 사랑

신철

‘사랑해요’, ‘그대를’ 등 작품 제목만 봐도 가슴이 몽글해진다. 봄꽃 팔랑이는 샛노란 풍경 아래 볼 발그레한 남녀가 시선도 마주치지 못한 채 수줍게 서 있는 이 작품의 제목 역시 ‘고백하기 좋은 날’이다. 신철의 작품에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단발머리 소녀가 등장한다. “어찌 보면 유치하고 촌스럽지만, 우리의 누이이고 사춘기 시절의 모습이다. 작업하면서 내가 가장 애쓰는 점은 그리움과 사랑을 담아내는 것이다.” 남도 끝 청산도에서 태어나고 그곳에서 유년기를 보낸 그는 남자 형제에게 희생하며 산 그 시절 소녀를 소환한다. 그리고 그들과 이 시대 또 다른 소녀의 꿈과 사랑을 응원한다. 가장 순수하고 투박한 붓질로, 간결한 형태로, 어린아이가 쓸 법한 쨍한 채도로. 착한 것이 지지받지 못하는 시대지만, 그는 순수로의 회귀를 기원하듯 애써 ‘서툰’ 그림을 그린다. 서툰 사랑의 마지막 응원자처럼.

신철, 고백하기 좋은 날, 80.3×116.8cm(50P), 2021, 이미지 제공 갤러리이오

 

 

 

꽃 같은 사랑의 풍경

황주리

황주리의 화면 속에는 일상 속 어딘가에서 사랑을 나누는 남녀의 모습이 옴니버스 영화처럼, 소설 속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일상을 채집하고 나열하는 방식을 통해 다양한 인간 내면의 풍경을 담아내는 황주리. 그가 포착한 ‘사랑의 풍경’은 어떠할까. “사랑, 그것은 꽃이다. 우리네 삶처럼 꽃은 피고 진다. 우리의 스무 살, 서른 살, 마흔 살, 쉰 살의 사랑 풍경은 다 다르다. 스무 살 때는 거리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부러웠다. 서른 살 때는 니들이 얼마나 갈까 싶었다. 마흔 살에는 그림 그리느라 너무 바빠, 아니 이 세상 모든 일이 그저 시큰둥했다. 쉰 살이 넘은 지금 사랑의 풍경을 바라보는 심상은 흐드러지게 핀 벚나무 아래를 걸어가는 기분이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생애 최고의 빛나는 순간. 황주리의 사랑 풍경은 그래서 더욱 뜨겁고 찬란하다. 분명, 일상 속 평범한 이들의 사랑이 그곳에 있었다. 

황주리, 사랑의 풍경 All That Love, 244×184cm, Acrylic on Canvas, 2012

 

 

 

어느 젊은 날의 첫사랑

함미나

결혼하는 남녀의 환희가 담긴 ‘웨딩케이크’, 길모퉁이 뒤의 ‘기다리는 남자’, ‘여자가 울린 남자’ 등. 기억 속에서 꺼낸 모호한 풍경과 인물을 그리는 함미나의 시선이 머문 곳은 ‘첫사랑’이다. 사실 이 작품은 공업 단지의 노동자 21명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인터뷰한 영상과 그 인터뷰를 듣고 첫사랑의 이미지를 구현한 회화 작품으로 구성된 <기쁜 우리 젊은 날> 프로젝트로 박혜수의 기획과 함미나의 회화, 강예은의 비디오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너와 나의 기억 속에 자리한 첫사랑. 그것은 쟁취의 역사이자, 잘나갔던 청년기의 자랑이자,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역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함미나의 회화 속 이미지는 노동자가 묘사한 밝고 푸릇한 첫사랑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미화된 첫사랑의 추억에 가려진 당시의 고단한 일상과 고뇌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우리 젊은 날의 첫사랑이 아름답고도 쓴 이유일 것이다.

함미나, 웨딩케이크, Oil on Canvas, 72.7×53cm, 2022, 이미지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기쁜 우리 젊은 날>, 기획 박혜수/ 회화 함미나/ 비디오 강예은/ 공동 연출, 이미지 제공 갤러리ERD

 

 

 

불안전한 사랑을 잇다

김병진

입체적인 하트 조각과 벽면을 뚫고 나온 듯한 부조 형태의 하트까지. 조각가 김병진은 차가운 철을 소재로 뜨거운 사랑을 담아낸다. 그의 하트를 들여다보면 뒤엉킨 알파벳 사이로, ‘L. O. V. E’라는 글자가 비밀 키워드처럼 드러난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안전이 아닌 불안전에서 출발한다. 나는 관객에게 사물의 다중적 의미를 전달하려고 특정 단어와 이미지를 반복하여 일상적 오브제를 표현한다. 철제 글자 L.O.V.E의 유닛을 반복적으로 이어 붙이기도 하고 때로는 비틀기도 하여 사물의 형태를 즉각적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포착하지 못하게도 하는 작품이다.” 김병진은 불안전한 사랑을 잇고 또 이어 완벽한 형태의 하트 조각을 완성한다. 이때 주목할 것은 비어 있는 하트의 내부로, 비울수록 아름다운 사랑의 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빛과 그림자, 경쾌한 색과 조응하는 그의 하트 조각은 사랑의 의미를 되묻는다.

김병진, Love-Love, 50×50×15cm, Steel Car Paint, 2022

 

 

 

사랑이 통과한 자리에

오지은

초록의 냄새를 맡으며 ‘사랑의 노래’를 부르다가 ‘너밖에 없어라는 말이 얼마나 쓸모없는지’를 깨닫게 되고, ‘지랄 맞은 사랑’이라 부르짖으며 쓴 술잔을 들이켜는 일. 오지은의 작품 제목을 이으면 한 편의 사랑 이야기가 완성된다. 형체 없는 사랑의 감정. 그 사랑의 기억은 어디로 가는 걸까. 오지은은 투명한 잔에 남은 와인 얼룩에서 사랑의 잔해를 발견한다. 잔과 잔 사이를 흐르던 공기에도 사랑이 스며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주었던 마음을 거두는 일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사랑이 얼마나 지랄 맞은지를. 오지은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덩어리를 빈 잔에 남은 얼룩처럼 캔버스 위에 켜켜이 쌓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랑이 통과한 자리에는 유연한 몸과 단단한 마음이 남는다는 것, 또 다른 사랑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작가는 자라나는 사랑에 응원을 보낸다. 그것이 헤픈 사랑일지라도. 

오지은, 가까운 각자 Two Individuals in Close Proximity, Oil on Canvas, 53.0×53.0cm, 2022

 

 

 

관계의 종착점, 사랑

문형태

문형태는 자기 자신, 가족, 이웃, 혹은 연인 등 주변의 사람을 그리며 삶의 본질을 탐구한다.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맺는 다양한 관계를 작업의 주제로 오랫동안 천착해온 그. 문형태는 모든 관계의 종착점을 사랑이라 여긴다. 2022년 처음으로 선보인 ‘Saved Shoes’ 시리즈는 그가 믿는 사랑의 모습을 담았다. 결혼식을 막 마친 듯, 예복을 입은 신랑 신부가 해변의 바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 발밑의 파도는 앞으로 이들이 거쳐야 할 풍파를 암시하지만, 신발을 지키기 위해 손에 꼭 쥔 채 환하게 웃는 신랑 신부의 모습은 더없이 밝고 행복하기만 하다. 삶의 과정이 어떠했든 마침내 완성될 사랑을 의미하는 것처럼. 문형태는 사랑을 아름답게만 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다이아몬드처럼 우리의 삶이 결국에는 반짝이는 사랑에 도달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특유의 동화적 해학을 담아서. 

문형태, Saved Shoes-The Rocks on the Seashore, Oil on Canvas, 162.2×130.3cm, 2022,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갤러리

 

 

 

모두를 위한 ‘해피하트’

찰스장

추억 속 로봇 캐릭터, 사람들에게 친숙한 하트 모양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팝아티스트 찰스장. 그의 ‘해피하트’는 그 이름처럼 무한 긍정의 의미와 에너지를 담아 대중 속으로 파고든다. “하트 캐릭터는 나 자신을 대변한다. 항상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피고, 연약하고 때론 두려운 하루하루를 영위하지만,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아간다. 한때 우울증과 대인 기피증을 경험한 적이 있지만, 이 모든 것은 사랑의 힘으로 극복된다. 캔버스를 가득 채운 ‘해피하트’가 바이러스처럼 움직이며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간다. 모든 이들이 ‘해피하트’가 전하는 행복 에너지를 통해 밝게 웃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찰스장이 다양한 협업을 통해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이유다. 그에게 사랑은 ‘소통’일 것이다. 그의 사랑은 모두를 향해 있으니. 나와 너, 온 세상이 소통하고 사랑하는 날까지 ‘해피하트’의 활약은 계속될 것이다.   

찰스장, 왕관을 쓴 하트, 162×130.3cm, Acrylic on Canvas,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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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설미현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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