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가장 한국적인 힙

지난해 주류 시장은 소주로 뜨거웠다. 모양도 맛도 향도 사장님도 남다른 원소주는 론칭과 동시에 연일 매진 행렬을 기록하며 유례없는 증류식 소주 열풍을 일으켰다. 원소주는 일 년간 네 번의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브랜드 협업과 유통 채널 확대 등 다복한 한 해를 완성했다. 원스피리츠의 김희준 CCO가 소주 브랜드의 이 위대한 탄생 1년을 기록한 책 <원소주: 더 비기닝>을 출간했다. 술이 아닌 문화를 파는 원소주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202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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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주: 더 비기닝> 부제가 재밌어요. ‘원하는 것을 원 없이 즐기는 사람들의 한계 없는 도전’인데요. 소주에 도전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정해진 길을 가기보다는 저만의 길을 만들려고 노력해왔어요. 단순히 콘텐츠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세상의 많은 콘텐츠를 담는 플랫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달까요. 그러다 보니 끊임없이 도전을 이어왔고, 제 인생도 달라졌어요. 


책을 쓴 이유는요? 원소주를 출시한 다음 순식간에 많은 일이 일어났어요. 가만 생각해보니 원소주를 기획한 시절부터 지난해까지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군요. 이 멋진 과정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잊힐 것 같았어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저희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전한다면 더욱 재밌는 협업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어요. 저희 브랜드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늘어나고요. 

 

다른 관점과 새로운 시도가 꼭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도 기존과 다른 소주라는 과감한 도전을 시도한 데에는 성공에 대한 믿음이 있었으리라 짐작합니다. 도전이 계속되면 상처에도 둔감해져요. 원소주를 시작할 때는 정말 불안했지만, 이후에는 불안을 즐기는 경지에 다다랐어요. 나중은 생각하지 말고 지금 최선을 다하기로 한 거죠. 기회라는 건 그래요. 처음에는 보잘것없어 보이죠. 그리고 이게 기회인지 아닌지도 부딪쳐봐야 알아요. 저는 원소주를 기회로 만들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원소주는 출시 첫날부터 줄을 서도 구매하기 어려웠다. 폭발적인 관심은 원소주를 만든 사람도 예상하지 못했다. 혜성 같은 브랜드는 많았지만 원소주의 열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박재범 소주로 유명세를 얻었고, 원소주를 구매하는 것이 놀이처럼 유행하기도 했다. 원소주는 힙한 술이자 힙한 한국 문화의 트렌드 아이템이 되었다. 편의점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하고, 제품 라인업을 확장했으며, 팝업스토어와 브랜드 협업 등 마케팅 활동도 활발했다. 원스피리츠의 김희준 CCO는 원소주의 기념비적인 출시 원년을 기록해 책으로 만들었다. 이 모든 게 1년이 채 안 된 시간 동안 벌어졌다. 원소주의 다음 행보는 글로벌이다.

 

 

브랜드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가치는요? 일과 놀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길 바랐어요.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으면 일과 삶의 경계가 흐려져요. 제가 좋아한 건 술이었어요. 원소주를 만들면서 출근이 힘든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집보다 회사에 있는 게 좋을 때도 많고요. 

 

브랜드를 만들려면 일을 놀이처럼 즐겨야겠군요. 브랜드에 다가가는 과정은 친구를 사귀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모르는 사람을 친구로 사귀려면 먼저 다가가야 해요. 친구 관계는 함께 즐길 거리가 없으면 점차 소원해지거든요. 함께 놀 이유를 계속 만들어줘야죠. 브랜드도 마찬가지예요. 팝업스토어든, 콘텐츠든 사람들과 함께할 이벤트를 지속하는 게 중요해요. 


기업의 궁극적 목적은 상품을 파는 것인데, 원소주에게는 어떻게 파는지도 중요하다는 뜻이죠? 원소주를 그냥 상품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상품으로 접근하면 주류 시장에서 ‘필패’하리라 봅니다. 저희는 문화를 판다고 생각해요. 


문화를 판다는 건 경험을 제공한다는 뜻입니다. 정확히 어떤 경험일까요? 먼저 증류식 소주를 즐기는 경험을 꼽을 수 있겠네요. 증류식 소주가 전통주라는 게 알려지면서 전통주를 경험하려는 사람이 늘었다는 고무적인 소식입니다. 저희는 맛에 대한 경험만큼 시각적 경험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기존 소주 라벨과 다른 디자인과 소재를 사용했어요. 천으로 만든 라벨을 뜯어 다른 곳에 붙이는 재미를 경험할 수 있죠. 또 네 번의 팝업스토어를 통해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었고, 온라인에서는 콘텐츠로 저희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원소주 혈맹원 팝업스토어 2 부산에서 열린 지에스 원 팝업스토어 3 원소주 클래식

 


원소주는 특히 젊은 세대의 열광적 반응을 끌어냈습니다. 소주란 장바구니에 쓸어 담는 술 아닙니까. 비싸기만 해서는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원소주를 익숙하게 느끼도록 소주다움에 대해 고민했고, 디자인에서 솔루션을 찾았습니다. 최대한 소주병과 비슷한 형태로 만들고, 뚜껑에는 알루미늄 캡을 씌웠어요. 라벨도 병에 인쇄할 수 있었지만, 소주병처럼 붙였어요. 역으로 마케팅은 소주답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토닉워터와 섞어 하이볼로 마시는 음용법을 알리고, 뮤직 페스티벌에서 판매하는 등의 활동이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어내리라 판단했습니다. 


원소주 라벨은 한국 전통 자개 장식 요소와 힙한 그래픽디자인이 조화를 이룹니다. BI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원소주가 한국인에게는 힙하게, 외국인에게는 한국적으로 보이길 바랐습니다. 라벨은 이 두 바람이 절충된 디자인이에요. 여러 가지 시도를 하다가 천 라벨을 만졌을 때 전통적이고 힙한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선택했어요. 라벨의 홀로그램 부분은 자개 장식처럼 표현했는데, 동증류기 상압 방식으로 만든 원소주 클래식은 라벨을 동색으로 표현해 동증류기의 가치를 담았어요. 


전통문화에 관심 두기 시작한 건 언제였나요? 어려서 아테네 올림픽과 독일 월드컵에서 응원 단장을 했어요. 그때부터 애국심이 뜨겁게 타올랐던 것 같아요. 또 한 번은 스코틀랜드 증류소에 간 적이 있는데, 현지 사람들의 자부심이 대단했어요. 그런데 우리 술은 자랑할 게 별로 없더라고요. 그때 스코틀랜드 사람들처럼 자부심 가질 만한 우리 술을 만들어서 보여줘야겠다고 결심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양조장을 찾아다니며 자문을 구하다가 박재범 대표님을 만나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원소주 론칭을 알린 더현대 서울 팝업스토어

 

 

원소주는 출시 당시 ‘박재범 소주’로 큰 인기를 끌었어요. 스타 마케팅 후에도 원소주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작은 스타 마케팅이었지만, 원소주는 단순히 연예인이 이름만 빌려준 소주와는 달라요. 박재범 대표님은 5년 전부터 소주 브랜드 사업을 준비했고, 브랜드 출시까지의 빌드업 과정이 굉장히 길었어요. 이 과정에서 어느 하나도 허투루 선택한 건 없어요. 대표님은 지금도 매주 2회씩 회의에 참석할 정도로 열정적이에요. 우리의 상품 준비 과정과 진정성이 제품에 잘 담겨서 소비자에게 전해진 것 같아요. 

 

지난해 7월에는 GS25에 원소주 스피릿을 입점시키며 유통 채널을 확대했어요. 희소성은 원소주 인기 요인 중 하나였는데, 편의점 입점은 큰 모험 아니었나요? 처음에는 반대가 심했어요. 이유는 명확합니다. 우리는 희소하고 프리미엄한 소주인데, 편의점에서 유통되는 건 적합하지 않다는 겁니다. 지금은 팝업스토어를 연 다음에 편의점에서 유통하는 게 주류업계의 공식처럼 되었지만, 지난해만 해도 프리미엄 주류 브랜드가 그런 시도는 잘 안 했어요. 하지만 저는 원소주의 프리미엄 이미지는 어디서 유통되더라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희소해서 어렵게 구매하던 과정을 놀이처럼 즐기고, 소비자가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은 오직 편의점이었어요. 대량으로 유통하면서도 제품 가치를 유지하는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그게 적중했어요. 희소성 콘셉트를 계속하면 소비자는 지쳐요. 그래서 순식간에 확산시키는 것도 중요했어요. 


유통 채널이 다변화하면 각 채널에 따라 제품군도 달라지나요? 유통 채널에 대한 변화는 분명히 있을 예정이에요. 음식점에선 원소주 스피릿을 기본으로 판매할 테지만, 하이엔드 레스토랑에선 그에 맞는 제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유통 채널도 편의점 외에 마트가 될 수도 있고, 호텔 주류 매장이 될 수도 있어요. 각 유통 채널에 맞춰 전략을 구사할 예정입니다.

 

 

나이스웨더에서 열린 팝업스토어

 

 

생산량을 늘리면서 품질 유지 고민을 피하지 못했을 것 같군요. 또 라인업을 다양화하면서 맛의 차이를 어떻게 보여줄지도 고민될 테고요. 고민이 너무 많았습니다. 원소주의 시작은 전통 방식으로 건강한 술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요즘 희석식 소주에서 ‘제로 슈가’가 유행인데, 저희는 처음부터 쌀, 누룩, 물 빼고 아무것도 넣지 않았어요. 그 점을 알아봐주신 분들이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소주는 증류 방식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낼 수 있어요. 소비자가 그 차이를 경험하면서 술맛의 재미를 알아가면 좋겠어요. 그동안 소주를 마실 때는 맛을 알고 마시지 않았어요. 소주 향 맡을 새도 없이 마시기 바빴죠. 원소주와 어울리는 음식 조합도 찾고 있어요. 맛에 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품질 유지는 소규모 양조장이 더 어려워요. 대량생산할수록 맛이 안정화됩니다. 공정이 자동화되고, 에어링 공정이 추가되면서 맛이 더 좋아졌어요. 품질은 저희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인데요. 이유는 결국 세계 시장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에요. 


원소주에 대한 글로벌 반응이 기대됩니다. 해외 수출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일단 미국 시장부터 진출할 예정이에요. 준비는 거의 마쳤습니다. 뉴욕에서 제일 핫한 레스토랑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유통 채널을 개방하려고 해요. 동남아와 중국에는 올해 진출할 것 같고, 남미와 호주, 유럽에서도 연락이 오고 있어요. 해외 시장은 한 지역씩 경험하면서 순차적으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브랜드 론칭 1년밖에 안 됐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릅니다. 그래서 두려움을 갖고 임하게 되는 것 같아요. 너무 빨리 성장해서 잃는 것도 빠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한편으로는 준비 기간이 길었어요. 아직은 보여줄 게 많습니다. 

 

 

 


수출도 제품만 많이 파는 게 아니라 경험을 전하는 게 목적일 텐데, 원소주가 해외 시장에 전하고 싶은 문화는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해외에 우리의 문화를 그대로 이식하면 이질감이 생길 수 있어요. 지역마다 스피릿을 즐기는 문화가 있으므로 지역에 맞게 접근하려고 해요. 각 지역 스피릿 문화를 잘 아는 유통사와 준비하고 있어요. 그래도 방향은 우리 술, 우리 음식, 우리 콘텐츠입니다. 


김희준 CCO님이 생각하는 한국적인 것은 뭔가요? 본질에 충실한 거요. 소주를 돋보이게 하려고 군더더기를 입히면 오히려 한국적이지 않아요. 원소주는 원재료에 충실하고, 다른 재료는 더하지 않았어요. 원소주에 무언가를 더하는 건 사람들의 몫이에요. 우리는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면, 앞으로도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계속하다 보면 우리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을까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2023년 계획은요? 준비해온 고도주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정말 원소주다운 술입니다. 알코올 도수 45도에 750ml 용량으로 외국 바에 칵테일 베이스로 나가도 손색없어요. 그리고 재미있는 협업이 많아요. 귀엽고 아기자기한 보틀 디자인도 준비하고 있고요. 매우 흥미로울 거예요. 2023년에는 원소주가 더 단단해지는 멋진 해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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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조진혁PHOTO : 안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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