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진짜 갤러리가 집인 곳

‘갤러리 같은 집’이라는 표현은 있지만 진짜 갤러리가 집인 곳은 여기가 처음이지 않을까. 벨기에 앤트워프에 자리한 50년 된 복층 구조 아파트에 둥지를 튼 ‘순 갤러리(SOON Gallery)’.
아트 컬렉터 도리스 바니스텐달이 운영하는 이곳은 갤러리 겸 렌털 하우스다.

202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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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 갤러리 대표인 도리스 바니스텐달이 메자닌 구조의 갤러리 아파트 거실에 앉아 있다. 벽면의 그림은 순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연 아티스트 세바스티안 알루프(Sebastien Alouf)의 작품 ‘패들볼(Paddleball)’이다.

 


메자닌 구조의 특징이 잘 드러난 거실. 따뜻한 색감과 생동감 있는 인물 묘사가 돋보이는 ‘콜드비어(Cold Beer)’ 그림은 세바스티안 알루프 작품으로, 노란색 테이블과 빨간색 격자 패턴의 카펫과 함께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1972년에 지어진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주방. 정사각형 회전 창밖으로는 70년대 당시 이 지역에 지어진 고층 콘크리트 빌딩이 보인다.

 

 

 
1 회화뿐만 아니라 세라믹, 골판지 등 다양한 재료로 입체작품을 만드는 세바스티안 알루프 전시회는 집이라는 공간의 특징을 활용해 작품의 진가를 보여준다. 테이블 위에 놓인 ‘새’ 그리고 ‘모자를 쓴 남자와 새’는 세라믹 오브제. 2 거실에 놓인 빈티지 철제 선반 위에는 골판지로 만든 모자와 얼굴 등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감성으로 제작한 작품이 놓여 있다. 3 골판지에 페인트로 채색해 완성한 ‘스케이트보드’ 연작. 4 거실창가에는 나무판자로 제작한 ‘흡연자’ 시리즈를 놓았다.

 

 

“갤러리로 변신한 복층 아파트는 저의 사적인 예술 실험실처럼 느껴져요. 내가 생각하는 것을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자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변화하는 모든 예술은 영감의 원천이 됩니다.” 지난 2022년 6월, 벨기에 앤트워프(Antwerp) 리버사이드 타워(Riverside Tower) 아파트에 신개념 공간이 탄생했다. 아트 갤러리면서 레지던스 기능도 하는 순 갤 러리&듀플렉스(Soon Gallery & Duplex)가 바로 그 주인공. 실제 주거 공 간인 이곳에선 아티스트의 전시회가 열리고, 전시 기간 동안 해당 작가가 집 에 머물기도 하며 일반 투숙객을 받는 서비스도 이뤄진다. “순 갤러리는 전시 개장 주말과 마무리 주말을 제외한 기간 동안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를 에어 비앤비를 통해 임대합니다. 사람들이 여기에 머무는 동안 예술 작품에 둘러 싸여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일상에서 예술적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순 갤러리 & 듀플렉스의 설립자인 도리스 바니스텐달(Doris Vanistendael) 은 런던과 벨기에에서 미디어 및 이벤트 분야에 종사했고, 코로나 이전에는 밴드의 월드 투어 공연과 예약을 관리하는 에이전트로 일했다. 하지만 팬데 믹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했고, 벨기에 유명 아티스트 의 스튜디오 매니저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자신이 소유하던 복 층 아파트를 갤러리 겸 레지던스로 변신시켰다. 대학에서 제품 개발을 전공 하며 시각 예술에 관심이 높았던 도리스는 1990년대 말에 나온 대안적인 패션 잡지를 탐독하고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인터내셔널 미디어 콘텐츠 그룹 바이스(VICE)에 취직해 런던에서 매거진을 만들었다. 이후 다른 영역에서 활동했지만, 그간 쌓은 경험은 헛되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조직하는 노하우, 좋은 것을 알아보는 안목,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일하는것을 즐기는 여유가 있고 무엇보다 훌륭한 장소를 갖고 있었으니 말이다.


 

 

 

 


1 전시중인작가의그림이걸려있는 침실. 그림이 돋보이도록 심플한 침대와 단색의 침구를 매칭했다. 정면에 보이는 그림은 ‘마스카라드(Mascarade)’, 왼쪽에걸린그림은‘핑크문(Pink Moon)’이다. 2 천장 높이가 5m 35cm에 이르는 공간은 햇살이 잘 들고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3아래층을조망할수있는2층복도는 코너 공간은 작가의 회화와 입체 작품을 한데 어우러지게 연출했다. 모자쓴신사와개를그린그림은 ‘제니스(Zenith)’, 골판지로 만든 집은 ‘베타버스(BETAverse)’ 시리즈다.

 

 

순 갤러리가 둥지를 튼 아파트는 1972년 벨기에의 유명 건축가 레온 스티넌 (Léon Stynen)과 폴 드 마이어(Paul De Meyer)가 지은 리버사이드 타워 (Riverside Tower)로, 앤트워프에서 몇 안 되는 브루탈리즘(20세기 후반 건축 양식으로 거대한 콘크리트나 철제 블록 등 가공하지 않은 재료, 노출 된 설비, 비형식주의를 추구해 야수적이라 표현함) 건물로 현대 건축사에서 손꼽히는 걸작이다.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폴 드 마이어는 이 아파트 최상층 펜트하우스에서 평생을 살았고, 2022년 50주년을 맞이한 리버사이드 타워는 벨기에 저명한 건축학 교수인 마크 두부아(Marc Duboi)가 관련 서적을 출판할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제가 런던 생활을 정리하고 벨기에로 돌아오려 할 때, 제 친구가 자신의 친구가 멋진 주거 매물을 갖고 있는데 저 보고 꼭 가봐야 한다고 했어요. 이때 만난게 바로 리버사이드 타워였고 넓은 공간, 녹지와 강이 펼쳐지는 멋진 전망, 듀플렉스 구조를 보자마자 반하고 말았죠. 게다가 저는 브루탈리즘 건축의 열렬한 팬이기 때문에 건물 외관 역시 마음에 들었어요.” 하지만 부분적으로 개조된 공간은 도리스의 취향에 맞지 않을뿐더러 예산마저 초과했다. 그런데 운 좋게 같은 구조의 옆집이 매물로 나와 있었다. 오리지널 구조, 파란색 카펫이 깔린 바닥등 건축당 시원형을 유지하고 있었고 가격도 예산 범위 내에 들었다. 도리스는 이곳에서 16년을 살았고, 코로나로 인해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남자친구 집으로 주거지를 옮기며 지금의 순 갤러리를 오픈하게 되었다.

 

도리스의 집은 리버사이드 타워에 5개밖에 없는 듀플렉스 중 알루미늄 창문, 블루 카펫 바닥 등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유일한 집이다. 갤러리와 렌털 하우스를 겸하는 공간으로 변모를 꾀할 때 이 집에 적용한 인테리어 콘셉트는 옛 모습을 유지하자는 뜻의 ‘타임캡슐’이었다. 기능적으로 문제가 있는 욕실 바닥을 개선하고 주방의 가열 기구를 교체하고 5m가 넘는 천장을 포함해 모든 벽면을 흰색으로 칠한 것이 수선의 전부였다. 가구 조명은 전시 작품을 고려해 필수적인 것만 남기고, 디자인 또한 작품을 돋보이게 할수 있는 색감과 형태를 선정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공간에는 시선을 사로잡는 존재가 필요한 법이죠. 거실에 놓은 벨기에 디자이너 숍 뮐러 판 세베런(Muller van Severen)의 노란색 테이블은 흰 바탕에 빨간색 격자 패턴이 들어간 카펫과 함께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재미있게도 이곳에 온 사람들이 테이블 보다는 카펫에 칭찬을 아끼지 않더군요.” 카펫은 이케아 제품으로,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매장에서 구한 마지막 재고품 이었다고.
갤러리 오픈 이래 3명의 작가와 전시를 열었는데, 다행히 작품을 설치할 때마 다 분위기가 달라지고, 공간이 어떻게든 작품에 적응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1 보이드 덕분에 개방감이 돋보이는 22층거실. 파란색 바닥과 짙은회색 소파가 놓인 거실은 강렬한 인상과 색감이 어우러진 작가의 그림이 단연 돋보인다. 정면에 보이는 그림은 ‘포커 게임은 잘 시작되었다(La partie de poker avait pourtant bien commence)’, 오른쪽 벽에 걸린 작품은 ‘명상(Contemplation)’. 2 창가 테이블에는 평면과 입체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세라믹 오브제 ‘새’와 ‘모자를 쓴 남자와 새’가 놓여 있다. 3 벨기에 유명 건축가 레온스티넌과 폴드 마이어가 설계한 ‘리버사이드 타워’전경.

 

 

 

 

특히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열린 아티스트 ‘세바스티안 알루프 aka 세발(Sebastien Alouf aka Sebal)’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은 예술로 둘러싸인 집, 그리고 예술적인 분위기가 무엇인지 확실히 느낄 수 있게 해줬다. 갤러리스트로서는 아직 초년병 인지라 경험을 통해 이력을 쌓고 있는 도리스는 ‘아트딜러’가 될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제 목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발굴하고 그의 작업에 대중적 관심을 높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순갤러리와 같은 독특한 공간에서 쇼를 마친후 '대형 갤러리’에서 제안을 받으면 그것으로 제가 할 일을 다한것이라 생각해요.” 과거 공연 예약 에이전트로서 지원팀이 없는 신예 밴드들과 함께 일하며 그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본 도리스는 이를 비주얼 아티스트 프로모션에 적용하고 있다.

최근 순 갤러리에서 전시를 마친 세바스티안 알루프의 경우 도리스가 2022년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켜봐온 아티스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녀가 얼마나 순수한 예술 애호가인지 짐작이 간다. 원래 사진, 드로잉, 그래픽 디자인, 비디오 감독으로 활동한 세바스티안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2년안에 자신만의 화풍을 지닌 개성있는 작품을 선보였고, 이를 알아본 도리스가 그의 첫 개인전을 제안했다. “반응은 압도적이었어요. 작품도 많이 팔렸거니와 전시가 끝날 무렵 이 전시 소식을 접한 한 관람객은 파리에서 주말 일정을 일찍 끝내고 앤트워프로 돌아왔을 정도로 간절히 작품을 보고 싶어 했으니까요.”

매년 9월부터 6월까지 4개의 개인전을 여는 순 갤러리는 2023년 상반기 전시 작가를 확정했고, 2023년 하반기 및 2024년 전시 작가 선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은 정말 특별한 공간입니다. 세심하게 계획된 레이아웃, 놀라운 전망, 자연과 가까운 생활, 예술 작품이 있는 색다른 집. 갤러리와 에어비앤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 놀라운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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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정민PHOTO : Tim Van de Velde(Photofo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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