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여둘톡' 김하나, 황선우의 조립식 가족

어느 날 갑자기 언니 둘이 나타나 ‘이런 삶도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강요된 가족이 부담스럽다면 이런 조립식 가족은 어떠냐고. <여자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통해 보여준 세상이 20,30대 여성의 바이블이 된 후 두 사람은 함께 목소리를 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오픈하자마자 1위를 찍으며 이른바 ‘톡토로 유니버스’를 만든 인기 팟캐스트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일명 여둘톡)’가 그것이다. 두 사람은 호들갑 떨지 않으면서 나직하고 힘 있게, 하지만 유쾌하게, 글쓰기에서 말하기로 건너가는 중이다.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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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여둘톡의 인기가 대단하다. 팟빵 오프닝 페이지 장식을 시작으로 스포티파이 강남대로 전광판 광고에 여둘톡이 간판 얼굴로 등장하고, 얼마 전 애플 아이튠스에서 ‘2022년 우리가 사랑한 팟캐스트 베스트5’에도 선정됐다.
애플 팟캐스트에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10위권 밖으로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고, 관계자 말에 따르면 10위 안에 있는 팟캐스트 중 회사 아닌 개인이 하는 건 우리밖에 없다고 한다.
론칭부터 반응이 좋았다. 한국에서는 팟캐스트가 정치 시사 카테고리의 남성 취향 콘텐츠 위주이지 않았나. 그런데 애플 아이튠스나 스포티파이처럼 비교적 여성 청취자가 많은 글로벌 서비스 특성이 반영 된 것 같다.

맞다. 많은 팟캐가 시사 정보 건강 금융 지식 코미디 같은 장르 이름을 달고 있는데 반해, 여둘 톡소개는 ‘이야기’, ‘일기’ 같은거라 지금까지 나온 팟캐 성격과 다르게 느껴진다. 게다가 주제가 ‘좋아하는 것을 좋다고 말하기’라니.
김 우린 평소에도 좋아하는 것을 말하고 서로에게 열렬하게 ‘영업’ 하는 사람들이다. 둘 다 워낙 관심사가 얕고 넓고 많기 때문에 우 리만 좋아할 게 아니라 이걸 잘 큐레이션해서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는데 선우씨는 잡지 에디터 출신, 나는 광고회사 출신, 그러니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게 바로 ‘오디오로 하는 매거진’이었다. 비평과 성토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보다 우리가 발견한 좋은 것에 조명을 비추고 싶어서 그쪽으로 얘기가 나왔다.
지금은 과거처럼 공중파 TV채널의 한정된 콘텐츠를 동시다발적으로 소비하는게 아니라, 같은세대안에도각기다른취향이혼재 되어 있다. 그런데 여둘톡의 얘기가 우리 같은 가치관 내지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주는 듯하다. 여둘톡을 지속적으로 듣는 행위를 통해 어딘가의 일원임을 느끼게 해준달까.
사실 빠르고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야 많지만, 잘 통하는 얘기만큼 재밌는 것도 없다. 나는 황선우와 대화하는 시간을 제일 즐기는데, 대화가 잘 통할 때의 재미를 밖으로 꺼내놨더니 사람들 에게도 그대로 전달되더라.

 

 

‘여자는 풍채’(몸매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자), ‘볶아치즘’(너무 안달복달하며 살지 말자), ‘000 장군님’(이자람, 김민경등 멋진 여성을부르는호칭)등 세상을 보는 다른시각, 목소리가 청취자인 톡토로들의 유대감(이른바 ‘톡토로십’)을 형성하면서 크고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말의 힘이 제대로 느껴진달까.
 이제 어딜 가든 후배보단 선배 위치에 있는 나이다 보니 청취자도 20, 30대가 많다. 그 나이대 한국 사회 여성에게는 어떤 압박감이 상당하다. 한국 사회는 우리 청취자처럼 지적 수준이 높고 독립적이고 보다 나은 삶에 대한 의지와 욕구가 강한 여성을 자연스럽게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외모는 이래야 한다, 결혼은 몇 살쯤 해야 한다, 애를 낳지 않으면 안 낳는다 뭐라 하고 하나만 낳으면 하나만 낳는다 뭐라하고, 이런 사회적 압박 속에서살아가는 여성에게 결혼도 하지 않고 직장도 다니지 않는 40대 여성둘이 말하는 거다. 전형적으로 살아오지 않았지만 즐겁게 잘 살고 있다고. 그러니 ‘이렇게 살아도 된다’고. 외모를 철저히 관리해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가 아니라 살 좀 붙으면 어때 즐겁게 살면되지, 이런식의 가치관을 제시해줄 때 그들이 느끼는 해방감과 자유로움이 큰 것 같다.
여둘톡에서 자화자찬 일희일비 하자는 얘기를 꾸준히 한다. 여성은 자신이 이룬 성취에 대해 잘 내세우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꼭 일이 아니더라도 자신에 대해 자화자찬 할 수 있어야 한다.
청취자가 우리에게 영향을 주기도 한다. ‘볶아치즘’이란 말은 어느 청취자가 했던 건데 ‘언니들 너무 볶아치지 마세요’라는 댓글을 봤을때 ‘아,우리도 이렇게 살고 있구나’ 깨달았다. 이런 생각을 공유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바람을 피식피식 빼주는 역할을 조금은 하고 있지 않나 싶다.

 

 

 

 

제일 반응이 뜨거웠던 에피소드는?
김 ‘전국 사투리 대잔치’!
어떤 사투리 사용자를 희화화 한다기 보다는 문화 인류학적으로 기록하고 소개하는데 가치를 두고 접근한건데, 제보도 많았고 이 후에도 계속 확산되고 있다.
2위는 ‘친구 사귀는 법’, 이현수 작가의 <마시는 사이>를 소개한 바로 그 에피소드다(웃음). 그 뒤로 ‘좋은 대화란 어떤 것일까’, ‘청중 앞에서 떨지 않고 말하기’, ‘부자로 사는 법’(부자가 되는 법 아님) 등이 있는데 이를 통해서도 청취자가 듣고자 하는 이야기가 뭔지 알 수 있었다.

여둘애드, 광고도 참 독특하다. 광고 의뢰한 곳을 찾아가고 제품을 사용해 보고 꽤 오랜 작업을 통해 소개한다.
우리가 정말 기꺼이 이용할 수 있는 제품, 의미있는 콘텐츠를 하되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안 하는 쪽으로 원칙을 세우고, 광고조차 안 들으면 아쉬울 재밌는 콘텐츠로 만들자고 협의했다.
우리는 그냥 광고 그 자체의 재미로 청취자를 잡으려 한다. 광고와 콘텐츠를 합친거다. 광고일을 했던 사람으로서 새로운 방향의 광고를 만든 것 같아 꽤 만족스럽다.
 

 

 

 

 

톡토로의 댓글은 댓글을 넘어 에세이고 편지고 또 고민 상담이기도 하다. ‘고민 사연’ 편도 세 번이나 했는데 인생 선배라고 해서 다답을 줄 수 있는것도아니고... 적절한 답을 못 찾아 힘들었거나 사연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
김 누군가의 삶의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 자체를 조심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린 그렇지는 않다. 받아들이든 안 받아들이든 결국 그 고민의 당사자가 해결 할 문제고 우리는 조언 할 뿐이다. 대신 ‘이 말이 잘못 해석되면 어쩌지?’, ‘이 단어가 누구를 배제하거나 공격하는게 되진 않을까?’, ‘고심 끝에 털어놓은 고민을 우리가 너무 납작하게 만들어버린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에 처음 고민 사연을 녹음했을 땐 완전히 녹초가 됐다. 근데 그러고 나서 너무 힘들어 맥주를 마시러 간 곳이 호프마당이다. “내 삶은 아주 괜찮아요.” 호프마당 사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며 여러 일을 겪으면서도 즐겁게 누리는 거짓말 같은 인생 역정을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황 우리가 어떤 질문이나 고민에 대해 완벽한 답을 줄 수는 없다. 고민을 보낸 사람도 타인의 목소리로 자기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문제를 객관화 할 수도있고 스스로 해법을 찾기도 할 거다. 또 여둘 톡이라는 공론장에 올라가 아주 많은 사람의 의견이 더해지고 여러 겹의 소통이 일어나면서 완성되어가기도 한다.
 

여둘톡의 말하기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뭔가?
시작하기 전부터 확고했다. 여자들을 키우자. 괜찮다, 잘하고 있다고 계속 얘기해주고 싶었다. 근데 막상 우리도 다른 여자들을 보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황 ‘궁극’ 그런거 안 좋아해서...(웃음).난 눈앞의 것만 보는사람 이거든. 지치지 않고 꾸준히 팟캐스트를 하는 게 목표다. 팟캐 자체가 일상에 스며드는 매체기 때문에 규칙성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힘을 좀 빼야한다. 힘을 좀 덜어내지 속성을 갖고 수익도 안정되어 여기에만 전념해도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김 선우씨가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건 직장 같은건가.... 우리 둘이 잘맞는게 뭐냐하면, 나는 이상적인 얘기를 하고....
나는 현실적인 얘기를 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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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둘톡에서 자화자찬 일희일비하자는 얘기를 꾸준히한다. 여성은 자신이 이룬 성취에 대해 잘 내세우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꼭 일이 아니더라도 자신에 대해 자화자찬할 수 있어야 한다.
_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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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작가는 밖에 손님이 있으면 방에서 나가지 못하는 극내 향인이었다. 사람 앞에 나서기 두려워하는 사람이 어떻게 <말 하기를 말하기> 같은 책을 쓰고 ‘말하는 사람’이 된 건가?
김 
친한 사람 앞에선 웃기고 말도 잘하는데 낯선사람이 있으면 입다무는 타입이었다. 그 낯섦을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하고 벽을 낮추는 훈련을 했다. 무엇보다 내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사회에 나가 계속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스스로 너무 위축돼 있으니까. 여행가서 먼저 손을 내민다거나 낯선 친구를 만나는일을 계속했더니 괜찮아지더라.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향인에게 이렇게 조언하고 싶다. ‘하면는다.’이걸 극복하면 많은 사람앞에서 나로 있을 수 있고그건 큰자유가 된다.
 

반면 황선우 작가는 어려서 손님들이 집에 오면 가운데 앉아 있던 극외향인 아이였다 했다. 원래 말하기를 좋아하고 잘했나? 아님 에디터로, 인터뷰어 경력을 통해 숙련된 것인가?
황 
원래 낯선 사람앞에서 말하는 걸 어려워하진 않았다. 대신 에디터를 오래하면서 인터뷰어로서 훈련이 된 것 같다. 좋은 질문을 던져 한정된 시간 안에 그 사람으로 부터 의미있는 이야기를 끌어내야 하니까 듣기 능력이 좋아지더라. 말하기라는 것은 잘 듣기에서 비롯되므로 그런 면에서 말하기에 큰 도움이 됐다. 이것 역시 ‘하면는다’의 연장선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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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질문이나 고민에 대해 완벽한 답을 줄 수는 없다. 고민을 보낸 사람도 타인의 목소리로 자기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문제를 객관화 할 수도 있고 스스로 해법을 찾기도 할 거다.
_황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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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지금 여성들에게 ‘힘이 센’ 글쓰기와 말하기의 든든한 본보기가 되고 있다. 글을 통해 독자에게 얻는것과 말을 통해 청취자, 청중에게 얻는 것에 어떤 차이가 있나?
책이 느린 형태의 대화라면 팟캐는 풍부한 내용을 한 번에 전달 할 수 있는 대화다. 피드백은 모두 글 형태로 오지만, 글을 쓰는 사람과 독자의 관계는 서신을 주고받는 느낌이고 팟캐스트는 만나 대화하는 느낌이다.

독자와 나의 관계가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이라면 팟캐스트 청취 자와 나의 관계는 다수 대 다수 같다. 8개월 하면서 청취자 사이에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많은 해석과 반응이 덧입혀져 굉장히 다층적인 이야기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가 깔아놓은 멍석 위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는데 확실히 우리 공연이 다가 아니다.

 

점점 말하기 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더는 글을 안 쓸 것처럼.
사실 글이 좋아서 쓴 적은 별로 없다. 잡지에 써야 하는 글을 썼지. 지금은 일주일에 하나씩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말로 풀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사적인 에세이보다 세상에 대한 관심에 무게가 실리는 글을 쓰고 싶다.
그러니까 에세이에 대한 욕구는 팟캐스트를 통해 충분히 해소되 고있으니 다른쪽의 글, 글이 아니면 안되는 것, 말로는 할 수 없는 것을 더 파고들어쓰고 싶다는 거다.



2023년의 목표가 있다면?
일단 여둘톡으로 인해 미뤄진 책들을 마무리하는 거다. <여자 둘이 일하고 있습니다>를 김하나 작가와 함께 쓰고 있고, 김혼비 작가와 ‘웃음’을 주제로 주고받는 편지를 <주간문학동네>에서 연재 할 것 같다.
김 고전에 대한 책을 쓰고있는데 탈고 하고싶다. 그리고 여둘톡을 시작한 4월 5일부터 무조건 1년 동안은 일주일에 1회 올린다는 공약을 내세웠는데 이걸지키고 싶다.
여둘톡 1주년인 4월 5일에 뭔가 해야겠지? 톡토로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

 

 

 

 

장소 협찬  황인용 MUSIC SPACE CAMERATA

 

 

 

 

 

더네이버, 방송작가, 플랫폼작가 

 

CREDIT

EDITOR : 이현수PHOTO : 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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