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두 명의 젊은 디자이너가 완성한 밀짚 지붕의 농가 주택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근교 한적한 시골 마을. 드넓은 평야와 하늘 사이에 고목처럼 서 있는 밀짚 지붕의 농가 주택은 누가 봐도 족히 한 세기를 넘긴 듯 깊은 연륜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 집은 지난 2년간 두 명의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의기투합해 공들여 지은 새 집이다.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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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재 타일로 마감한 바닥과 매끈하게 처리한 회벽으로 된 1층 거실 입구. 아쿠아 유리와 황동 프레임으로 된 슬라이딩 포켓 도어를 설치해 고급스러운 모던 스타일을 연출했다. 

 

박공지붕 형태와 나무 서까래가 드러나는 거실. 벽부터 천장까지 광택이 있는 화사한 꽃무늬 벽지로 마감한 가운데 높은 천장을 이용해 설치한 대형 빈티지 샹들리에까지 더해져 화려한 느낌이 든다. 벽지는 하루 햇빛의 변화에 따라 실버에서 샴페인 골드에 이르는 다양한 광채를 선사한다. 암체어는 빈티지, 소파는 새로 제작한 것이다.

 

 

네덜란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한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동료로 만난 젊은 두 남자. 이들은 회사에서 실무를 통해 견문을 넓히고 실력을 쌓으며 디자이너로서 성장을 거듭하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신의 역량을 펼치기 위해 회사를 나와 각자 스튜디오를 오픈한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스튜디오를 설립한 람서스 카사르(Ramses Caesar)와 원더스트럭(Wonderstruck)이라는 디자인 회사를 만든 테이스 판 데르 스텔(Thijs van der Stel), 이 둘은 엄밀히 말하자면 독립과 동시에 동료에서 경쟁자가 된 상황. 그러나 서로의 특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존중하는 사이인 람서스와 테이스는 2년 전, 꽤 흥미로운 프로젝트로 협업을 하는 관계가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클라이언트는 제 부모님이고, 부모님이 원하는 집을 완성하기 위해 원더스트럭 스튜디오에 협업을 제안했지요.” 람서스의 제안을 바로 받아들인 테이스는 당시 심경을 이렇게 소회한다. “농가주택을 짓는다는 건 쉽게 찾아오지 않는 기회예요. 게다가 람서스와 같은 회사에서 근무할 때 함께했던 좋은 경험이 떠올라 바로 ‘예스(Yes)’를 외쳤죠.” 

 

 

복도 붙박이장 문에 설치한 나뭇가지 모양의 황동 손잡이. 주방으로 향하는 복도. 짙은 월넛 우드, 황동, 아쿠아 유리 등 자재의 묵직하고 견고한 질감의 조화가 돋보인다. 옥수수밭이 정원처럼 펼쳐지는 다이닝룸. 원형 테이블은 새로 제작한 것이고 나뭇잎 모양의 등받이가 인상적인 의자는 이탈리아 바르톨로치&마이올리 (Bartolozzi & Maioli) 디자인 빈티지, 조명의 시냅스는 아파라투스 (Apparatus) 제품.   

 


암스테르담과 위트레흐트(Utrecht) 사이에 자리한 미드레흐트(Mijdrecht)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 지은 농가주택은 람서스와 테이스가 2년간 심혈을 기울인 끝에 올해 1월, 람서스 부모님의 입주를 통해 실질적인 완공을 알렸다. “부모님은 저를 낳고 키운 집에서 35년 이상 사셨는데, 우리 형제 자매가 모두 독립해 나가면서 새로운 곳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부모님은 도시를 떠나 자연 가까이에서 고요하게 살고 싶었던 소원을 이루고자 8년 전 미드레흐트에 사둔 땅을 떠올렸다고. 용도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구매한 땅이 아니었던 터라 전원생활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람서스의 부모님은 이곳에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입지가 정말 훌륭해요. 주택 부지 앞으로 가로수와 함께 드라이브 코스가 길게 뻗어 있고 그 앞뒤로는 드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습니다.” 테이스의 설명에 따르면 람서스 부모님이 소유한 땅은 푸른 나무와 초원, 양과 소 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평화롭고 고요한 시골의 중심부에 자리한다고. 

 

 

1 두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함께 고른 최신 설비와 고급 자재를 이용해 디자인한 주방. 후드는 황동으로, 가구는 원목을 선택해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느낌이 돋보이도록 했다. 매끄럽게 표면 처리한 대리석 상판과 자개 같은 광채가 특징인 타일을 적용해 실용적인 모던 클래식 디테일을 살린 주방. 

 

이 집의 주요 자재라 할 수 있는 황동과 솔리드 우드를 한 번에 보여주는 보울.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집주인 부부의 아들인 람서스 카사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맡은 뜻깊은 도전 중 하나가 바로 이 농가 프로젝트다.

 


람서스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집 짓기에 관여하기 전, 부모님은 이미 건축가를 섭외해 설계를 마치고 착공에 들어간 상태였다. 하지만 좀 더 특별한 집을 원한 부모님의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섬세하고 창의적인 디자인이 필요했다. 람서스는 이를 효율적이고 완벽하게 해결하기 위해 테크니컬 디자인과 건축 작업에 능한 테이스에게 협업을 제안했다. “부모님의 요구 사항은 다소 추상적이지만 명확했어요.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오랫동안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는 솔리드 매터리얼을 사용해달라는 것이었죠. 예를 들면 원목, 석재, 브라스, 천연섬유 같은 자재로 인테리어해주길 바랐습니다.” 람서스와 테이스는 건축주의 요구 사항과 공사 현장의 상태를 종합한 결과 이 집을 완성하기까지 족히 2년은 걸릴 것이라 예상했다. 이미 진행된 공간을 수정 보완하는 일도 만만치 않거니와 집주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맞춤 제작 가구에 앤티크와 빈티지를 조화시켜야 했기에 단시간에 작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두 디자이너는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수년간 회사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일했다면, 독립 후 행하는 프로젝트는 저를 위한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물론 부모님 집을 짓는다는 특별함도 있지만 저 스스로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해낼지’ 기대하게 되더군요.” 람서스와 테이스는 이미 건축이 진행된 공간을 제외하고 구조를 새롭게 설계하고, 전통적인 재료에 예기치 않은 요소를 결합해 독특한 개성을 지닌 농가를 만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이 집은 마치 원래 이 지역에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시골집처럼 전통적인 농가주택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지붕은 밀짚으로, 벽은 고재 벽돌로 쌓았고 박공지붕 천장은 오크우드 서까래, 그리고 바닥은 석재로 마감해 신축 같지 않은 구축 농가로 탄생한 것.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람서스 부모님을 통해 재미난 반전이 더해진다. “우리는 전통 유산과 주변 환경에 충실한 농가를 짓는 데 집중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실내에 드라마틱한 요소가 더해지길 원했어요. 이를테면 반짝이는 광택 같은 화려한 스타일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 균형점을 맞추기 위해 인테리어 디자인에 약간의 조정이 필요했지요.” 두 디자이너가 집주인의 취향을 반영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벽지였다. 실버 광택이 감도는 데다 꽃무늬가 프린트된 메탈릭 벽지를 거실 벽면부터 박공지붕 형태가 드러나는 천장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도배한 것. 원래 두 디자이너는 거실에 벽지를 바르더라도 오크우드 서까래는 전통 농가처럼 회벽과 매치할 계획이었고, 실제 그렇게 공사를 진행했지만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벽에만 벽지를 바르자니 천장의 모든 경사면과 분리되는 느낌이라 결국 벽부터 천장까지 벽지를 붙였어요.” 람서스는 벽지 하나로 부모님이 원한 드라마틱한 요소를 기대 이상으로 구현했다. 하루의 햇빛 변화에 따라 실버에서 샴페인 골드까지, 다양한 광채를 발하는 벽지는 확실히 이 집에 색다른 개성을 선사하니 말이다. 

 

 

드레싱룸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람서스가 각별히 신경 쓴 공간이다. 이곳의 모든 가구는 솔리드 우드에 야자수잎 섬유질로 만든 패브릭을 매립해 넣은 주문 제작 디자인으로 자연미와 고급스러운 디테일이 특징이다. 2 드레싱룸 창문 맞은편 벽면 전체를 브라스 거울로 마감했다. 덕분에 공간에 은은한 브라운 톤이 감돌면서 차분하고 깔끔한 느낌이 든다.

 

거실과 마찬가지로 벽부터 박공지붕 구조의 천장까지 은은한 베이지 톤의 꽃무늬 벽지로 단장한 손님방. 2 침실 내 자리한 욕실. 차분한 그린 톤의 핸드메이드 타일과 천연석으로 만든 세면대의 조화가 단순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한다.  

 


람서스 부모님의 농가주택 외관은 완벽한 전통 가옥이지만 실내는 자연 재료에 충실하면서도 도시 생활과 차이 없을 만큼 첨단시설을 갖춰 전원생활의 부담을 덜어낸 것이 특징이다. 주방 가구와 옷장, 수납장 등 모든 공간에 들어가는 가구는 같은 톤의 솔리드 우드와 브라스, 야자수 패브릭 등 고급 자재로 맞춤 제작해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주었고, 욕실과 연결된 드레싱룸을 갖춘 침실은 도심의 하이엔드 레지던스의 생활과 별반 다를 것 없다. 하지만 도심 속 집과 비교할 수 없는 이 집의 가치는 환상적인 자연 전망을 지녔다는 점이다. 특히 드넓은 옥수수밭과 개천이 흐르는 경관을 품은 다이닝룸에 있다 보면 이 집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단박에 깨닫게 된다. “부모님도 이 집에 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평야를 바라보며 와인을 마시는 때라고 해요.” 30여 년 넘게 같은 집에서 살던 부부가 완전히 다른 장소, 다른 형태의 집으로 이주해 산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은 일. 하지만 람서스의 부모님이 이질감 없이 시골집에 적응해 살 수 있는 것은 람서스와 테이스가 한 팀을 이뤄 각자의 장점과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집을 완성한 덕분이다. 

 

 

1 메자닌 층에 자리한 홈 오피스. 경사진 지붕에 난 창문 덕분에 밝고 아늑한 느낌이 감돈다. 방문은 접이식 브라스 거울 도어로 제작했다. 문을 양쪽으로 접어 개방하면 메자닌 층의 난간과 복도 그리고 거실을 비추는 대형 샹들리에 조명이 보인다. 모던한 책상과 의자가 놓인 홈 오피스에 놓인 앤티크 캐비닛. 드넓게 펼쳐진 옥수수밭과 푸른 하늘 사이에 자리한 집은 실제 전통 농가처럼 지붕은 밀짚으로, 외벽은 고재 벽돌과 돌로 마감했다.   

 


어린 시절, 건축이 뭔지도 모르고 집짓기 계획을 세우며 놀았던 테이스는 이번 협업을 통해 농가주택도 색다르게 만드는 디자이너로 성장한 데 뿌듯함을 느낀다. 이어지는 람서스의 소회는 다음과 같다. “저는 인생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던 시기에 우연히 디자인 회사에 들어가 많은 것을 배웠어요. 지금은 부모님께 ‘삶에서 무언가 사랑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게 무척 기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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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정민PHOTO : Richard Powers(Photofo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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