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출판계를 변화시키는 90년대생-심너울

책 <90년대생이 온다>는 이제 90년대생이 문화와 소비 트렌드를 주도할 것이라 예견했다. 출간한 지 4년이 지난 현재, 사회에 막 진출하거나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90년대생은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하며 우리 사회의 지형을 바꿔나가고 있다. 출판계 역시 마찬가지. 이들은 어떻게 업계를 변화시키고 있나?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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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가 SF 소설 창작에 미친 영향

심너울

SF 작가 심너울은 1994년에 태어났다. 초등학생 시절 가장 즐긴 게임은 (이용 가능 연령은 아니었지만) 스타크래프트. 스스로 공상과학에 대한 최초의 흥미가 그때 생기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애니메이션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좋아했고 고등학생 때는 듀나의 SF 소설에 푹 빠졌다. 그렇다고 SF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꿔본 적은 없었다. 대학에서는 심리학을 공부했다. 수업을 들으며 뇌과학 분야에 흥미가 생겨 생물학을 복수전공하려 했지만 학점을 다 채우지 못해 실패했다. 졸업 무렵 전공을 살려 먹고살기는 힘들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당시 알파고로 인해 AI 기술이 각광받았고, 이거다 싶어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프리랜서 개발자로 조금 일하다 나라의 부름을 받아 공익근무요원으로 소임을 다하게 됐다. 복무 중 공모전 소식을 듣고 ‘해볼까?’란 생각으로 SF 소설을 집필했다. 그때 쓴 단편 <정적>이 서교예술실험센터의 2018 ‘같이, 가치’ 프로젝트 중 하나인 탈영역우정국 ‘Real Time Art’ 시리즈의 사변소설공모에 당선됐다. 좋은 경험으로 여기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뚜렷한 성과 없이 소모적으로 보냈다고 생각한 그동안의 발자취가 소설의 밑천이 되었고, 제자리를 맴도는 듯했던 시간의 당위성을 글쓰기가 찾아주었다. 쓰는 동안 더없이 즐거웠고 계속해야겠다 싶었다. 

 

 

SF 문학계 다작의 아이콘이기도 하죠. 당선 이후 쉼 없이 수십 편의 장단편과 에세이집 하나를 선보였어요. 그중 단편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는 2019 SF 어워드 중단편 부문 대상,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 필름 마켓 토리코믹스어워드를 수상했죠. 장르의 특성상 계속해서 새로운 소재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어요? 르포르타주를 많이 참고해요. 예를 들면 공유경제 플랫폼 관련 기사를 읽으면 이걸 어떻게 소설과 연결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보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단편 <내 손 안의 영웅, 핸디히어로>예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주인공이 시험을 치던 중 초능력이 발현되고, 공유경제 플랫폼을 통해 이 능력을 사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죠. 이런 식으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기보다는 제가 두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을 기반으로 하되 공상과학적 상상력을 더하는 방식으로 집필해요. 


굳이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이유는요? 고등학생 때부터 카프 문학을 좋아한 개인적 취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제가 소설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현실이니까요. 마치 광학현미경이 빛의 성질을 이용해 상을 왜곡해 실제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시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현실을 조금 비틂으로써 우리가 평상시엔 인지하지 못한 삶 속의 어떠한 부분을 제시하고 싶거든요. 


박사 과정을 밟는 주인공이 밤늦게 퇴근해 ‘출근하기 전에 퇴근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출근한 미래에서 퇴근하고 싶다는 감정이 과거로 거슬러 온 것이 아닐까?’란 의문을 갖고 초광속 통신의 기반인 ‘Slyojo 프로토콜’을 발견하는 소품 <초광속 통신의 발명> 등 소설 대부분이 굉장히 위트 있어요. 유머의 방식이 요즘 SNS에서 퍼지는 밈(meme) 같아서 피식 웃으며 읽게 되더라고요. 웃음은 굉장히 강렬한 감각이고, 유머는 사람들에게서 이 감각을 즉각적으로 불러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죠. 그만큼 위험하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폄하’는 사람을 웃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누군가를 깔아뭉개는 굉장히 저급한 방식이잖아요. 그래서 어떤 식으로 웃게 만드느냐가 굉장히 중요한데, 저를 비롯한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둘러싼 사회 구조 속에서 발생한 부조리가 야기하는 ‘웃픈’ 지점을 포인트로 이용하는 편이에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부조리를 위트 있게 꼬집어 사회 구조를 한 번 더 환기하도록요. 아, 물론 제가 트위터 헤비 유저이기 때문에 밈스러운 부분도 있고요.  


바야흐로 한국 SF 소설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장르에 대한 인기가 무척 뜨거워요. 최근 몇 년 사이 SF 소설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오히려 생각보다 늦게 인기를 얻었다고 봐요. 영화 <인터스텔라>가 개봉했을 때 기억나세요? 영화 해석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었죠. 그 외에도 화제를 불러일으킨 SF 영화는 수두룩해요. SF적 요소가 가득한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은 어떻고요. 심지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스타크래프트를 모티프로 꾸민 노래방도 있었어요. 이처럼 우리는 SF 장르에 계속해서 노출되어왔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선배 작가도 많아요. 그리고 이들은 순문학과 SF 장르를 구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덕분에 SF 소설이 독자적인 길을 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죠. 이렇게 쌓인 것들이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며 폭발한 게 아닐까 싶어요.


이러한 인기를 견인하는 데 90년대생 작가와 독자의 역할도 컸죠. SF 소설은 타 장르보다도 90년대생의 약진이 특히 두드러진 분야 같아요.  저를 비롯한 90년대생은 인터넷을 필두로 정보 혁명과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경험하며 컸어요. 성장기의 사회 분위기 덕분에 SF 장르를 친숙하게 느끼는 독자가 많은 것이 한몫한다 생각해요. 그리고 1970년대부터 출산율이 꾸준히 감소하다가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베이비붐 현상으로 출생아 수가 증가한 것도 요인인 거 같아요. 같은 감수성을 공유할 수 있는 인구가 많은 셈이니까요. 물론 앞서 말한 선배 작가들의 노력도 토양이 되어주었고, ‘누군가의 평가보다는 나의 취향’이 중요한 밀레니얼 후기 세대의 탈권위 의식이 맞물리기도 했고요.


에세이집 <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써볼까>는 분명 유머러스하지만 읽으면서 마냥 웃기만 할 수 없었어요. 오랜 시간 겪어온 우울증이나 ADHD 등 남에게 숨기고 싶은 이야기를 덤덤하게 털어놓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서요. 개인적으로 박완서 선생님을 무척 좋아하는데, 그분께서 아들을 잃고 쓴 일기를 묶은 <한 말씀만 하소서>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나와요. ‘문득 내가 아들 대신 딸 중의 하나를 잃었더라면 이보다는 조금 덜 애통하고, 덜 억울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는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 두려워 화장실에 가서 울며 용서를 빌었다고 고백하셨죠. 누군가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냐며 손가락질할 수 있는 이야기잖아요. 정말 하기 힘든 말이었을 텐데, 놀랍도록 진실된 이 고백이 제게 던진 충격이 정말 강렬했어요. 어떠한 비난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저 역시 숨김없이 진실되게 쓴다면 어떠한 화두를 독자에게 강력하게 던질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솔직하게 썼어요. 


작가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100년 뒤에도 기억되는 작가’, 이런 목표는 없어요. 그저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이들과 공명하고 즐거움을 주는 글을 쓰고 싶어요. 물론 저 스스로도 납득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겠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작품의 기준은요? 저만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글이요. 일부러 추상적으로 기준을 세웠어요. ‘저만의 아름다움’은 사실 저도 명확히 몰라요. 그렇기 때문에 미지의 영역을 찾아 계속해서 전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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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안지섭(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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