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출판계를 변화시키는 90년대생-김겨울

책 <90년대생이 온다>는 이제 90년대생이 문화와 소비 트렌드를 주도할 것이라 예견했다. 출간한 지 4년이 지난 현재, 사회에 막 진출하거나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90년대생은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하며 우리 사회의 지형을 바꿔나가고 있다. 출판계 역시 마찬가지. 이들은 어떻게 업계를 변화시키고 있나?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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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튜버가 된 라디오 키드

김겨울

북튜버 김겨울은 1991년 태어났다. 중학생 시절, 당시 막 보급되기 시작한 MP3 플레이어를 손에 쥐었다. 그 조그마한 기계로 즐겨 들은 건 라디오. 아침 알람으로 굿모닝FM을 들었고 수업시간에는 몰래 두시탈출 컬투쇼를 청취하며 키득거렸으며(같은 타이밍에 고개를 떨구고 어깨를 들썩이는 동지들과 함께), 저녁은 푸른밤과 함께 마무리했다. 성인이 된 후 그는 대학에서 심리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했다. 활동 중 우연히 마포FM에서 6개월간 DJ를 하기도 했다. 사람들과 모여 음악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방송으로 해봐도 재밌겠다.’ 사실 그에게는 라디오 이전에 늘 책이 함께했고, 그것은 김겨울이 세상을 감각하는 방식이었다. 처음엔 라디오와 가장 근접한 플랫폼인 팟캐스트도 고려했지만 이미 포화 상태였다. 시간이 날 때면 틈틈이 보던 유튜브가 떠올랐다. 2017년 1월 북튜브 채널 ‘겨울서점 Winter Bookstore’의 문을 열었다.

 

 

 

겨울서점이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북튜브 채널이 희귀했죠. 기존의 레퍼런스가 적은 만큼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아요. 당시 책 리뷰를 다루는 채널은 몇 있었지만 제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조금 달랐어요. 내용을 요약해 정리해주기보다는 책을 읽고 싶게 만들고,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랐죠. 그래서 처음엔 주제 선정이나 콘텐츠 기획에 애를 먹었어요. 게다가 책은 이미지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한계가 있기도 했고요. 대신 기존의 콘텐츠가 한정적이기에 이것저것 시도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죠. 책을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게임, 요리, 브이로그 등 여러 형식을 접목하며 다양한 기획을 선보이려 노력했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요? 올해 업로드한 것 중 그림을 그려 책 이름을 맞히는 게임인 갈틱폰 영상요. 제 채널에서 ‘ㅋㅋㅋ’란 댓글이 가장 많이 달렸어요. 물론 진행하는 저도 무척 재밌었고요. 작년에 올린 것 중엔 어린 왕자 경상도 버전으로 낭독하기도 반응이 좋았어요.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와 <휴먼카인드>를 함께 이야기한 영상이 기억에 남네요. 각 1400페이지, 58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쉽지 않은 기획이었지만, 책을 비판적으로 읽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 만들고 뿌듯했죠. 


유튜브뿐만 아니라 라디오 DJ, 저술 등 책을 매개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방식에 따라 장단점이 어떻게 다른가요? 우선 유튜브는 시청자와 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이 놀랍다고 생각해요. 댓글 중 개인적으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어요. 우크라이나인이라고 밝힌 시청자가 우연히 영어 자막이 있는 제 영상을 보고 말의 본래 의미를 알고 싶어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은 한국 작가의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죠. 이 외에도 제 영상을 보고 책을 멀리하던 독자가 ‘다시 독서에 빠지게 되었다’ 등의 댓글이나 DM을 많이 받는데, 북튜버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이지 않을까 싶어요. 라디오의 경우, 지금은 그만두었지만 1년 정도 ‘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의 고정 게스트로 활동했어요. 청소년 시절 열심히 듣던 채널에 패널로 참여한다는 점이 되게 신기하고 즐거웠죠. 라디오 특유의 분위기도 좋아하고요. 글을 쓰는 것은 사실 제게 가장 중요한 일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글을 쓰는 건 삶을 견디는 방식이었어요. 늘 절박하게 무언가를 썼고 언젠가는 글을 쓰는 일로 먹고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는데, 실제로 그것을 하고 있어 무척 감사할 따름이죠. 

 


개인적으로 ‘북튜브’의 정체성이 참 재밌다고 생각해요. 많은 이들이 뉴미디어가 부상하며 출판업계가 쇠퇴했다고 말하는데, 그 안에서 책에 대해 이야기하니까요. 이러한 관점에서 ‘북튜브’라는 콘텐츠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해요.북튜브도 채널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겨울서점을 기준으로 말씀드릴게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래서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여 있는 특정 커뮤니티에서가 아닌, 불특정 다수가 모인 곳에서 책에 대한 담론을 공론화함으로써 독서 인구를 확장할 수 있으니까요. 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어, 이게 무슨 영상이지?’ 이러고 호기심에 클릭했다가 독서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 테죠. 지금까지 출판계를 이끌어온 기성 출판인들도 북튜브에서 파생되는 이러한 효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더라고요. 


북튜버라는 직업 측면에서 90년대생은 어떤 위치인가요? 책의 핵심 소비층이 2030 여성인데, 이들은 보통 책이 지닌 권위보다는 자신의 취향이나 또래의 추천에 영향을 받아요. 그런 지점에서 저의 이야기는 그들에게 호소력이 있겠죠. 그러나 어른들이 정한 필독 도서를 읽으며 어린 시절을 보낸 제 취향의 일부분은 기성세대의 것이 반영되어 있어요. 양쪽에 끼어 있는 애매한 상태인데, 저는 이 애매함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쌍방을 이해할 수 있기에 그 둘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현대사회에서 책이란 매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아요. 조금만 검색하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책의 효용성은 무엇일까요?
이것에 대해서는 제가 3박 4일 동안 이야기할 수도 있는데(웃음), 일단 원하는 정보를 검색 몇 번으로 모두 얻을 수 있다는 명제부터 틀렸다고 생각해요. 진짜 중요한 고급 정보일수록 인터넷에서 찾기 힘들어요. 그리고 책은 가장 효과적이고 탁월하게 자아를 확장시킬 수 있는 매체예요. 독서는 영상 시청이나 다른 방식에 비해 시간을 많이 들이는 행위죠. 그러나 ‘Easy Come Easy Go’라는 말처럼 쉽고 빠르게 볼 수 있는 매체는 정보가 잘 흡수되지 않고 휘발되기 마련이고, 그만큼 흔적이 적게 남기 때문에 삶을 크게 변화시킬 수 없어요. 독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만큼 보다 풍부하게 생각을 하게 만들고, 이는 독자의 세상을 넓히죠. 또 책의 유구한 역사만큼 거의 모든 주제에 관한 서적이 있기 때문에 정보량도 상당하고요. 많은 사람들이 ‘아 독서 좀 해야 하는데’라고 말하는 건 책의 이런 특성에 대해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이미지 제공 겨울서점 WINTER BOOKSTORE(유튜브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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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안지섭(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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