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작품 속 개와 고양이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인 고양이와 강아지. 그들을 바라보는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시선을 조망한다.

202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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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승, ‘Reection’, 2020, archival pigment print, 75×100cm, Edition of 5 + 2AP © Heeseung Chung,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Baton

 

예술가의 자아가 투영된 고양이

정희승

애묘가로 알려진 영국 시인 T.S 엘리엇은 자신의 시 ‘고양이 이름 짓기’를 통해 고양이에겐 3개의 이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소에 불리는 이름, 꼬리를 꼿꼿이 세우고 의기양양해질 수 있게 만드는 사적이고 특별한 이름, 그리고 인간은 절대 알 수 없는 고양이 자신만의 이름. 
정희승 작가는 전시 <올해의 작가상 2020>에서 동시대 아티스트 24인과 소통하며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들의 초상 혹은 그들의 일상 속에 자리한 사물이나 대상을 프레임에 담아 이미지화하고, 대화 과정에서 생긴 파편은 문구로 묘사했다. 그중 ‘Reflection’은 정희승 작가, 자신을 상징한다. 계단 위 엎드려 있는 고양이를 포착한 이 작품은 인간은 알 수 없는 고양이의 세 번째 이름처럼, 대중은 알 수 없는 그의 자아가 깃들어 있다. 

 

 

 

이나진, ‘고마워! 나를 키운 꽃과 바람아!’, 2022, mixed media, squeezing technique, 45.5×53cm

 

영원히 회귀하는 시간

이나진 

눈망울이 커다란 새끼 치와와가 왕관을 쓴 채 어딘가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작품명 ‘고마워! 나를 키운 꽃과 바람아!’란 문구를 떠올려본다. 아마 그 시선은 꽃에 가닿아 있을 수도 있고 보이지 않는 바람을 좇는 중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30대를 일본에서 보내며 동일본 대지진을 겪었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는 광경을 목도했다. 그리고 같은 해 은사가 세상을 떠나며 이 연작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나진 작가는 어린 시절을 영국에서 보냈다. 그림 속 새끼 동물들은 당시 보았던 엘리자베스 여왕을 은유하는 장신구를 몸에 걸치고 있는데, 이는 작가의 어린 시절을 상징한다. 동시에 이 어린 친구들은 우리 모두의 유년기이기도 하며, 시간이 흘러도 나이를 먹지 않는 화폭 속 모습은 우리 이전 세대의 어린 시절, 혹은 현재 그 시기를 거치는 이들을 동시에 표상한다. 그래서 직선으로 흐르는 현실의 시간과 달리 그의 작품 속 시간은 영원히 회귀한다. 

 

 

 

(왼쪽) 권오상, ‘Head & Yoda’, 2015, c-print, mixed media, 30.5x23x34.5cm © GWON Osang and Arario Gallery (오른쪽) 권오상, ‘Head & Whippet’, 2015, c-print, mixed media, 30.5×23×34.5cm © GWON Osang and Arario Gallery 

 

가벼운 조각에 담긴 무거운 사유

권오상

가벼운 폴리스타이렌으로 3차원 형태를 구축하고, 그 위에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을 콜라주해 붙여 조각에 대한 무거운 사유를 담은 ‘데오도란트 타입’ 시리즈로 널리 알려진 권오상 작가. 이 시리즈로 사진 조각이란 장르를 개척한 그는 여러 새로운 연작을 통해 사진 조각의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했다. 그중 작품 ‘Head & Yoda’와 ‘Head & Whippet’이 속하는 ‘매스패턴스(Masspatterns)’ 시리즈는 인물이 중심이 된 데오도란트 타입에서 한 발 나아가, 지표가 있는 사진과 채집한 이미지들, 인물과 동물, 일상의 오브제를 무분별하게 섞고 쌓아 올려 새로운 조형미를 구축했다. 작품 속 스핑크스(고양이)와 휘핏(강아지)은 고대 그리스 조각이나 불상의 머리 위에 올라가 있다. 머리 조각 아래에 깔려 있는 것은 캔 스프레이와 같은 전혀 연관성을 찾을 수 없는 일상 속 사물. 개연성 없는 사물과 조각, 동물의 조합은 사뭇 초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콰야, ‘고양이와 호랑이’, 2021, Oil on canvas, 91×73cm

 

일상 속 순간의 기록

콰야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콰야 작가는 일상에 담긴 보통의 순간을 화폭에 담는다. ‘과야(過夜)’와 ‘조용한 탐색(Quiet, Quest)’의 머리글자 Q에서 얻은 이름 ‘콰야’처럼 그는 침묵과 사색만이 남는 밤에 하나둘 떠올린 기억을 캔버스에 기록한다. ‘고양이와 호랑이’에는 작품의 이름처럼 서로 마주 보는 파란 고양이와 인형으로 추정되는 호랑이 오브제가 등장한다. 그런데 그림의 주인공이기도 한 고양이는 찡그린 것도, 웃는 것도 아닌 어딘가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작가는 화면 속 피사체의 이 애매한 표정이야말로 억지로 힘 주지 않은 가장 자연스러운 표정이라 말한다. 어쩌면 이 표정은 바쁜 일상을 마무리하기 전 모든 긴장을 풀고 그날 하루를 찬찬히 반추하는 우리의 표정과 닮았을지 모른다. 콰야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일상에 대해 고찰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관람객이 그림 속 이야기를 각기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로 확장시켜보길 바란다고 말한다.  

 

 

 

최석운, ‘朱木’, 2021, Acrylic on canvas, 112×145.5cm 이미지 제공 갤러리 나우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

최석운

30여 년간 ‘풍자와 해학’으로 대변되는 작품을 선보인 최석운 작가의 시선이 달라졌다. 변화가 처음 감지된 것은 2019년 갤러리 나우에서 진행한 개인전 <화려한 풍경>에서였다. 기존의 화풍을 모두 지운 것은 아니지만 4년여 동안 진중한 성찰 끝에 선보인 작품 속 인물은 표정이 없거나 먹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리고 작가는 2021년 갤러리 나우에서 진행한 개인전 <낯선자연, 낯선위로>를 통해 또다시 새로워진 작품 세계를 보여줬다. 인간이 선택하고 판단한 인간 주도의 풍경을 화폭에 담던 그가 지난해 전시에서 발표한 신작들에는 자연과 동물을 주요 대상으로 등장시키고 되레 인간은 부차적으로 존재한다. 모든 이의 삶을 변화시킨 팬데믹 상황을 겪으며 작가 역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 것. 10여 년 넘게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던 작업실 마당의 주목(朱木)이 눈에 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저절로 생겨난 산, 강, 바다, 식물, 동물 따위의 존재’라는 사전적 정의처럼, 본래 모습대로 실재하는 자연이 얼마나 큰 경외의 대상인지 깨달았다. 작가에게 깨달음을 준 ‘朱木’이란 제목의 이 작품 속엔 커다란 나무가 등장한다. 그 아래로는 두 마리 누런 강아지가 앉거나 엎드려 있고 주변으로 새와 나비가 모여든다. 어떠한 인위적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위로를 선사한다. 

 

 

 

Louis Wain, ‘I fell in Love with a lovely Kitten’, 제작연도 미상, Colour lithograph, 10.2×14.8cm

 

평생 고양이를 그린 화가

루이스 웨인 

‘고양이 화가’란 별칭으로 유명한 루이스 웨인이 고양이에 천착하게 된 것은 ‘피터’와의 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4년 에밀리 리처드슨을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그와 신혼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집 앞마당 산책 중 어미를 잃은 아기 고양이를 발견한다. 당시만 해도 고양이는 노처녀들만 키우는 반려동물이란 인식이 팽배했던 터. 그러나 부부는 이 아기 고양이를 가족으로 들이고 피터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전까지 여러 동물을 그렸던 루이스 웨인은 피터와 만난 때를 기점으로 고양이를 맹렬하게 그려나갔다. 풍부한 동작과 표정, 사람처럼 중절모를 쓰고 두 발로 걷는 모습 등 익살스러움이 가득한 그의 고양이 삽화는 순식간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곁눈질하는 고양이, 그 밑에 작품명과 동일한 문구인 ‘I fell in Love with a lovely Kitten’이 적힌 이 작품은 당시 루이스 웨인의 그림에 열광하던 대중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국내에서 그의 그림은 6월 9일부터 8월 21일까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루이스 웨인전 : 고양이를 그린 사랑의 화가>가 개최되며 큰 주목을 받았고, 이에 힘입어 8월 26일부터 10월 23일까지 현대백화점 일산 킨텍스점에서 앙코르전을 한 차례 더 진행하기도 했다. 

 

 

 

윤석남, '108', 2008-09, 나무 위에 아크릴릭, 135×60×16cm, 이미지 제공 학고재

 

희생된 개들을 위한 진혼제

윤석남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윤석남 작가는 2003년 어느 날 유기견 1025마리를 돌보는 이애신 할머니의 사연을 접하게 된다. 이애신 할머니의 삶에서 ‘보살핌’이 여성에게 새겨진 본능임을 읽은 작가는 할머니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며 1025마리의 개를 작품으로 만들 결심을 하게 된다. 그렇게 탄생한 ‘1025: 사람과 사람 없이’는 버려진 유기견들을 한 마리씩 어루만지듯 나무를 깎고 다듬고 그림을 그려 완성했다. 그러나 작가는 연작을 완성하고도 마음 한편에 짐을 느꼈다. 이후 그는 ‘108’ 연작을 제작한다. 작품명은 불교의 백팔번뇌, 해탈을 의미한다. 이 연작 속 개들은 이전 작품에서 한 발 나아가 날개를 달고 있거나 촛불, 꽃 조각 등과 함께한다. 작가가 현대문명과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희생당한 개의 환생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 작품은 그들을 위한 진혼제이기도 하다.  

 

 

 

이상수, ‘Streching Cat(spring)’, 2022, 레진에 우레탄 페인트, 58×23×53(h)cm (e.2-7) 이미지 제공 갤러리소헌&소헌컨템포러리

 

선, 면, 색이 만든 고양이

이상수

리드미컬하게 흐르고 꼬이는 선들, 흐름에 따라 교차되기도 하고 두께가 변하기도 하며 종국에는 동물 형상으로 빚어진다. 이상수 작가는 선과 면을 이용한 동물 조각을 선보인다. 그에게 영감을 준 것은 피카소의 동물 드로잉. 선을 최소화한 피카소의 드로잉 작품을 보며 이를 3차원 공간에서 재현하고자 했다. 더불어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또 한 가지 요소는 색이다. 작가는 단순히 실제 동물의 색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념적인 컬러까지 작품에 입힌다. 푸른 잎사귀를 연상시키는 그린과 노란 개나리와 같은 옐로 컬러가 뒤엉킨 작품 ‘Streching Cat(spring)’은 봄날의 햇살을 만끽하며 기지개를 켜는 고양이를 연상시키며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류성실, ‘불타는 사랑의 노래’ 스틸 이미지, 2022, 싱글채널비디오, 10분 이미지 제공 에르메스 재단

 

불타는 욕망의 노래

류성실

올 한 해 국내 미술계를 뜨겁게 달군 젊은 아티스트를 꼽으라면 류성실 작가의 이름은 필히 들어가야 한다. 제19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최연소로 수상한 데에 이어 프리즈 서울의 특별 섹션인 ‘포커스 아시아’에서 작품을 선보인 한국 작가 두 명 중 한 명이니. ‘불타는 사랑의 노래’는 지난 10월 2일까지 아뜰리에 에르메스를 통해 소개한 그의 미디어 작품이다. 류성실 작가의 예술 세계를 이끌어가는 가상 캐릭터 대왕트래블의 이대왕이 철저히 자본주의에 입각해, 생애 주기가 짧아 높은 회전율을 보장하는 애견상조회사를 세운다는 설정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품 속 장례식의 대상은 향년 10세인 ‘공주’. 약 10분간 진행되는 장례식의 말미에는 돈보다는 예술을 지향한다고 주장하는 이대왕이 직접 작곡한 노래 ‘진짜배기 사랑’이 흐른다. 그의 어처구니없는 행보에 실소가 나오는 이 작품은 오늘날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돈에 대한 원초적이고 강렬한 개인의 욕망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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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양혜연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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