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트렌디한 럭셔리 브랜드들이 픽한 디자이너

럭셔리 브랜드와 트렌디한 공간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전선을 꼬아 만든 조명부터 가구와 공간까지, PVC와 적동, 알루미늄 등 다채로운 소재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영역을 확장해온 이광호 작가의 또 다른 성장에 대하여.

202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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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금속 조형 디자인과를 졸업한 이광호 작가는 2009년 펜디를 시작으로 디올, 보테가 베네타, 젠틀몬스터 등 트렌디한 럭셔리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9월 23일부터 11월 6일까지 더콘란샵에서 진행하는 전시 <Growth>는 천연 재료로 일상용품을 만들던 할아버지와 비슷한 방식으로 평범한 것에 새로운 의미를 담아온 이광호 작가의 작품을 망라한다. 2007년부터 2022년까지 그가 다룬 PVC, 나일론, 가죽, 적동, 알루미늄 등 다양한 재료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된 가장 적합한 조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15년 동안의 작업을 되돌아보는 뜻깊은 자리에서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번 전시에는 더콘란샵과의 협업을 기념해 5가지 컬러의 스툴을 선보였다. 원래의 작업 패턴을 데이터화해 3D 프린팅으로 작업했다.

 

 

올봄 성수동에 문 연 디올 콘셉트 스토어에서 이광호 작가의 작품을 보고 반가웠어요. 몬드리안 호텔 이태원이나 아모레퍼시픽 사옥 1층 오설록에서도 그랬지만 공간을 압도하듯 자연스럽게 녹아든 작품이 근사하더라고요. 대부분 한국이 아닌 본사에서 컨택이 왔어요. 그러다 보니 협업 방향을 바로 정하고 결정 단계나 컨펌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지요. 더콘란샵 역시 글로벌 디렉터가 제 작업실로 왔는데 그분이 제 작업물을 흥미롭게 보고 얘기해줘서 저도 자신감을 얻은 거 같아요. 저 역시 더콘란샵이 어떨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능성과 방향을 가진 브랜드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고요. 

 

더콘란샵에서 전시 제안을 받고는 어떠셨나요?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는 좀 신기했어요. 저도 그렇지만 더콘란샵 역시 이런 전시가 처음이었기에 오히려 제가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풀어낼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이번 전시 <Growth>는 이광호 작가 역사를 정리하는 뜻깊은 기획이기도 합니다. 지난 15년 동안의 작업을 되돌아보았을 때 이광호라는 작가, 이광호라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짜임 작업일 거예요. 처음 이 작업을 시작하고 2~3년 정도 되었을 때는 사람들이 저를 맨날 짜는 사람으로 이야기해서 싫었거든요. 그 당시에는 제가 이것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무언가 증명하고 싶은 조바심이 있었어요. 이렇게 오래 할 줄은 몰랐지만 저를 표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작업이지 않나 싶어요. 

 

 

전시 포스터와 2016년 힙합 뮤지션 XXX와 협업한 작품으로 만든 미니어처.

 

 

초기 작품 중에 판매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는 작품도 있나요? 특별하게 그런 건 없어요. 전 제 작업 자체가 어떤 결말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그 중간중간에 이런 것들이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테스트 과정 중에 나오는 조금 아쉬운 것들은 1년에 한 번씩 폐기물 차를 불러서 싹 정리하고 새 재료가 들어오면 그 과정을 또 반복하고 그럽니다.  


지난해에 작업실을 옮기셨잖아요. 원래 있던 작업실은 14평이었는데 이번 작업실은 50평 정도예요. 층고가 5m라 실제 면적보다 좀 더 넓어 보이고요. 기존 작업실에서는 공간 제약이 있었죠. 부피가 커지면 작업실 밖으로 옮기기 어려우니까 그곳에 형태를 맞췄다면 지금 작업실은 문을 활짝 열면 트럭도 들어갈 수 있어요. 


인스타그램을 보면 클래식 자동차에 관심이 높아 보이더라고요. 옛날 차를 좋아해요. 클래식카를 사고팔고 한 지가 10년이 넘었어요. 제주도로 이주하면서 차를 탈 시간이 없다 보니 지금은 방전된 채로 그대로 서 있어요.  


오래된 차의 어떤 점을 좋아하나요? 저는 디자이너가 만든 그 자체에 매력을 느껴요. 엄청나게 고민하면서 하나하나 만든 건데 제가 뭔가를 바꾼다면 본래 느낌이 사라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옛날 차를 구하면 거의 다 순정으로 복원해요. 외국에서 부품 하나 구해서 고치고 또 기다리고 그런 걸 좋아해요. 

 

운전 자체를 즐기는 건 아닌가 봐요. 운전도 좋아해요. 속도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운전하는 그 느낌을 좋아하죠. 라디오를 틀거나 옛날에 모아둔 테이프를 넣어 음악을 듣거나 하는 것이 낭만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아모레퍼시픽 사옥 1층 오설록 매장에 비치한 이광호 작가의 작품. 사진 제공 : 오설록

 

 

요즘 같은 시대에 예상치 못한 색다른 즐거움이겠어요. 제 성격이랑 잘 맞는 거 같아요. 어렸을 때 살았던 시골에서는 빗방울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올라오는 흙냄새를 다 느낄 수 있었거든요. 중고등학교 때 모았던 테이프들을 차에서 들으면 당시의 추억이 떠오르고 그때를 회상하면서 당시를 반복적으로 느끼는 것이 좋아요. 


손으로 만든 작품이 많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그런 이유인가 봐요. 앞으로도 지금의 방식을 유지하실 건가요? 현재 상태에서는 지금 방식으로 점점 더 깊게 파고들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도 그런 과정 중에 있는 것 같고요. 예전에 짠 작품과 지금의 것을 보면 짜임이라는 방식은 같지만 많이 달라졌거든요. 이전에는 행위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재료, 색상 여러 가지가 섞여 있어요. 형태부터 비례, 표현 방법 그런 것들이 점점 더 추가되다 보니 이렇게 깊어지는 거 같아요. 


PVC, 적동, 알루미늄 등 여러 가지 소재를 넘나들면서 작업해왔는데 새로운 소재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모든 작가가 마찬가지겠지만 안 다뤄본 재료를 많이 써보고 싶긴 해요. 아직 경험하지 못한 거, 만들어보지 못한 거, 바라보지 못한 재료가 많아서 같은 짜임이라도 이번에는 얇은 거로, 다음에는 굵은 거로 자연스럽게 변화를 주는 거 같아요. 실로는 형태를 못 만드니까 3D 프린팅에서 데이터를 만들고 휘어지는 작업도 해보고요. 처음에는 저와 동떨어진 기술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손으로 짠 것, 저것은 기계로 짠 것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쉬워졌어요. 앞으로도 3D 프린팅 작업을 계속해볼 생각입니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주목하는 작가시잖아요. 제안이 들어오면 일할지 말지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요? 지금까지 저에게 요청한 브랜드 대부분 거절하기 쉬운 브랜드는 아니었어요. 이 브랜드와 협업하면 어떤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까, 이 브랜드에서는 나를 어떤 식으로 이용하고 싶을까 저는 그런 것들이 궁금하더라고요. 항상 하던 것만 하다가 브랜드와의 협업에서 얻는 경험, 새로운 시도 이런 것들이 저의 다음 작업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요.   

 

 

성수동에 문을 연 디올 콘셉트 스토어에는 이광호 작가가 폴리스티렌 폼으로 제작한 조형미가 돋보이는 가구를 만날 수 있다. 

 

 

협업하고 싶은 브랜드가 있나요? 패션 브랜드와는 다 해보고 싶어요. 단순한 이벤트성이 아니라 꾸준히 할 수 있는 프로젝트면 더 좋을 거 같고요. 어떤 브랜드가 좋아서라기보다는 브랜드와 일하면서 제가 얻게 되는 지식이라든지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과정 자체가 흥미롭거든요. 그 방식이 또 브랜드마다 모두 다르고요. 


재료에 대한 시도뿐 아니라 컬러의 선정 또한 중요한 작업이잖아요. 안 써본 색에 대한 욕심이 있지만 제가 색약이다 보니 색에 아주 자신 있는 편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컬러칩을 넘기다가 눈에 띄는 색을 먼저 쓰기도 하고 그래요. 주문 제작을 하고 남은 재료를 섞기도 하고, 이 색상이 좋으면 비슷한 계열로 만들어보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올 초에 집을 제주로 옮겼다고 들었어요. 제주는 아내와 연애할 때부터 자주 다녔고, 아이가 생긴 후에도 많이 갔어요. 최근 5년은 여름 한 달 살기, 겨울 한 달 살기를 계속했고요. 집을 연세로 빌려놓고 가고 싶을 때마다 가다 보니 제주로의 이주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거죠. 첫째 아이가 중학교에 올라가는 지금이 가장 맞겠다 싶어 올 2월에 이주했어요. 


살아보니 어떤가요? 진작에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주가 주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요. 여행 다녔을 때와 이주해서 사는 거와는 또 다르더라고요. 여행할 때는 자연으로만 다녔지만 지금은 시내에 살아요. 제주의 구도심이 정말 매력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가정을 갖기 전과 후를 비교하면 어떤 변화가 있나요? 결혼을 안 했거나 아이가 없었다면 자유롭게 다니고 유학도 가고 그랬을 거 같은데 전 스물여덟에 결혼해서 다음 해 아이가 태어났기 때문에 제 직업에 대해 오해하거나 멋으로 생각하지 않은 거 같아요. 여러 가지 직업 중 하나를 택한 것이고 취미가 아니니까요. 아이들이 셋이 되면서 더 강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해외 디자인 사이트에 홍보 자료를 보내고, 그걸 계기로 해외에서 먼저 데뷔한 이력도 독특해요. 당시에는 직접 홈페이지를 만들고 홍보하는 것이 유행이었어요. 운 좋게도 웹사이트에 소개되고, 그걸 해외 갤러리스트가 봐서 해외에서 개인전을 하게 되었죠. 또 그 개인전을 뉴욕에 있는 갤러리스트가 보고, 뉴욕 갤러리와 일하면서 마이애미와 바젤에서도 전시하게 되었고요. 사실 전 엄청난 백그라운드나 스토리가 있는 사람은 아니에요. 구리시에서 자라고 남중 남고 나오고 재수해서 홍대 간 게 다예요. 특별한 무언가가 있거나 아니면 해외 어디에서 살아보거나 그런 게 아니어서 저의 목표도 되게 작았던 거 같아요. 왜냐하면 경험해보지 못한 거고, 당시에는 이 일이 직업이 될지도 몰랐으니까요.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 나갔을 때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는데 오히려 외국에서는 달라 보였나 봐요. 이 스토리가 역으로 국내에 알려져 꾸준히 일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죠. 


지금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저는 제가 궁금해요. 50에 어떤 작업이 나올지, 60에는 무엇을 만들지, 죽기 전에는 어떤 재료를 다루고 있을지, 진짜 힘이 하나도 없어서 점만 찍고 있을지 그게 정말 궁금해요. 어떻게 작업해서 어떤 수익을 만들어야 하는지는 많이 습득했지만 작업에 대한 방향이나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변할지는 지금 알 수 없으니까요. 그것 때문에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해지기는 하거든요.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저도 해보고 싶고 과연 그때는 어떤 걸 만들고 있을까,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아니면 음악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요. 그래서 목표라면 진짜 오래오래 작업하고 싶다는 거예요.     

 

COOPERATION 더콘란샵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CREDIT

EDITOR : 이영채PHOTO : 임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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