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새로운 출발을 앞둔 LG아트센터장 이현정

지난 20여 년간 국내 관객에게 독창적인 공연을 소개해온 LG아트센터가 마곡동으로 이전했다. 또 다른 시작을 앞둔 이현정 센터장을 통해 듣는 그들의 2막.

20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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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SIGNATURE 홀에 당당히 서 있는 이현정 센터장. 1996년 입사해 공연기획팀장, 공연사업국장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 센터장으로 취임했다.

이현정 센터장이 튜브의 LG디스커버리랩과 연결되는 지점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달의 공연 소식이 궁금할 때, 첫 번째로 하는 일은 국내 대표 공연장의 홈페이지 훑기다. ‘최대 규모, 초호화 캐스팅’ 등 수식과 어울릴 작품을 찾을 때 살펴볼 공연장의 이름은 여럿이지만, ‘획기적이고 파격적’이라는 표현과 어울리는 공연을 찾을 때는 단 한 곳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다. 2000년 개관 당시 첫 공연으로 피나 바우쉬의 <카네이션>을 올려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를 걸게 한 ‘LG아트센터’다. 지난 20여 년간 동시대 가장 혁신적인 공연을 선보이는 세계적 아티스트를 섭외하고, 특수 무대를 공연장 2층에 설치해 공중에 떠 있는 듯 연출하거나, 물 3만2000L로 무대를 채우기도 했다. 독자적 노선을 개척하며 오랜 시간 숨 가쁘게 달려온 LG아트센터는 2022년 2월 뮤지컬 <하데스 타운>을 끝으로 역삼동에서의 첫 시즌을 마무리하고 잠시 ‘인터미션’을 가졌다. 재정비 기간에 큰 변화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1996년부터 이곳에서 모든 순간을 함께한 이현정 센터장이 취임한 것. 그는 10월 13일, 두 번째 시즌의 막을 올릴 예정이다. 마곡지구에 위치한 안도 다다오가 지은 새 보금자리에서, ‘LG아트센터 서울’이란 새 이름으로.

 

 

 

지하 2층 마곡나루역부터 LG아트센터 서울의 객석 3층까지 연결하는 스텝 아트리움. 2 벽이 살짝 기울어진 게이트 아크는 관람객에게 환영의 인사를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3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신규 건물.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외관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다. 

 

 

LG아트센터 서울의 수장이 된 후 본격적인 행보의 첫발을 뗄 예정입니다. 개관을 준비하던 1996년 입사해 공연기획팀장, 공연사업국장 등을 거쳐왔기에 감회가 더 남다를 것 같아요. 사실 잘 실감이 안 나요. 기존 역삼동 공간 정리, 이사 준비, 공사 마무리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었거든요. 또 새로운 조직에서 일하는 것이 아닌, 오랜 시간 근무한 곳의 장이 된 거라 더 그런 것 같아요. 아직 설렘보다는 마곡 지점의 첫 번째 센터장이라는 타이틀의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져요. 기존에 쌓아온 것을 잘 지키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자고 다짐하는 중이죠. 


새로운 건물은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도 화제를 모았죠. 단순히 명성만 고려해 그와 협업했다기보다는, 마곡 지점에서 보여주려는 내용과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 사이에 일치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거라 짐작되는데요.서울식물원 인근에 위치한 만큼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공연장을 조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어요. 여러 건축가와 미팅했고, 그중에 인간과 자연, 그리고 건축의 조화를 작업의 중심축으로 삼는 안도 다다오와 우리의 생각이 많은 부분에서 통한다고 판단했어요.


덕분에 건축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해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등장하는 타원형 통로는 뭔가 새로운 시공간으로 이동하는 느낌도 들고요.
말씀하신 통로는 ‘튜브’라고 하는데, 신규 건물의 중요한 건축 포인트 3가지 중 하나예요. 정식 명칭은 카탈리스트(Catalyst) 튜브로, 촉매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다양한 문화와 과학이 어우러지는 촉매작용을 하는 공간이죠. 튜브를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서울식물원, 남쪽으로는 융복합연구단지 LG사이언스파크가 연결되고, 서쪽으로는 인공지능(AI) 교육기관 LG디스커버리랩과, 동쪽으로는 LG아트센터 서울이 이어지죠. 파사드를 마감한 차가운 노출 콘크리트와 대비되는 따듯한 색감으로 디자인적 포인트가 되기도 하고요. 


디자인뿐 아니라 의미도 흥미롭네요. 나머지 2가지 포인트도 궁금해지는데요? 관객이 로비에서 마주하는 거대한 곡선 벽면인 ‘게이트 아크’와 지하 2층 지하철 마곡나루역부터 LG아트센터 서울의 객석 3층까지를 연결하는 길이 100m의 계단 ‘스텝 아트리움’이에요. 특히 관객을 환대한다는 의미를 지닌 게이트 아크는 벽이 13도 정도 기울어져 있는데, 누군가는 ‘어서 오세요’ 하고 몸을 굽혀 인사하는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개관 첫 공연으로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협연을 준비했다. 

 


공연 시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죠. 역삼 지점은 약 1000석 규모의 단일 극장이었던 반면, 마곡 지점은 ‘LG SIGNATURE 홀’, ‘U+ 스테이지’라는 2개의 극장을 갖췄습니다. 두 공간은 어떻게 구분되나요? 우선 LG SIGNATURE 홀은 최대 1335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이에요. 4관 편성 오케스트라부터 오페라, 뮤지컬, 발레, 콘서트 등 거의 모든 장르의 공연을 소화할 수 있죠. 장르에 따라 음향 조건이 달라야 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벽면에 흡음 커튼을 설치한 잔향 가변 장치를 적용했어요. 예를 들면 음의 반사가 커야 하고 잔향이 풍부해야 하는 클래식 공연 시엔 커튼을 걷고, 울림이나 잔향이 과하면 안 되는 뮤지컬, 연극 등을 진행할 때는 커튼을 내려 음의 일정 부분을 흡수할 수 있게 하는 식이죠. 또 무대 안쪽 소리를 객석으로 전달하는 리플렉터, 타워형 음향 반사체 무빙 타워 등도 설치했고요. 좌우 벽면은 물론 바닥과 천장까지 사방의 내벽과 외벽을 분리해 외부의 소음과 진동이 객석 및 무대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만든 국내 최초 ‘박스 인 박스’ 공연장이기도 해요. U+ 스테이지는 최대 365석의 블랙박스(가변형) 공연장이에요. 이동식 객석 유닛으로 좌석의 배열을 자유자재로 바꿔 다양한 무대 연출이 가능하죠. 또 조명 기기를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는 텐션드 와이어 그리드, 360도로 배치한 스피커 60개를 아티스트의 움직임에 따라 제어할 수 있는 이머시브 사운드 시스템 등을 적용했어요. 예를 들면 아티스트가 왼쪽으로 이동하면 왼쪽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고,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오른쪽 스피커로 소리를 출력해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게요. 

 

U+ 스테이지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앞으로 더 많은 혁신적인 공연이 무대에 오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전의 약 1000석 규모의 극장은 사실 젊은 아티스트의 실험적인 작품을 올리기에는 부담스러운 규모여서 아쉬웠거든요. 그래서 건축을 의뢰할 때도 우리 젊은 예술가들의 무대가 될 수 있는 가변형 소극장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죠. 저 역시 U+ 스테이지에서 더욱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 무척 기대돼요.


공연 프로그램 구성에서도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기존 역삼동 공연장에서부터 선보여온, 동시대성을 지닌 세계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기획 시즌인 ‘CoMPAS’는 유지하면서 ‘CREATOR’s BOX’, ’VOID’, ‘Club ARC’ 등을 추가했어요. CREATOR’s BOX는 젊은 창작자와 협업해 꾸린 공연이 될 예정이에요. 다양한 분야의 재능 있는 젊은 창작자들이 안정적으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기획했죠. VOID는 공연장의 한계를 뛰어넘는 프로그램이 될 예정이고요. 예를 들면 튜브나 서울식물원 등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퍼포먼스를 펼칠 거예요. 마지막으로 Club ARC는 저희가 제공한 음료를 즐기며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마치 클럽에 간 것처럼요. 올해는 재즈, 빅밴드 등 콘서트 4개가 준비되어 있는데, 앞으로는 패션쇼나 라이브 방송 등 장르 제한 없이 운영할 예정이죠.

 

 

무대를 물 3만2000L로 채우고 뗏목을 띄워 지옥을 재현한 탈리아 극장의 <단테의 신곡 3부작>. 2002년 공연했다.

 


올해의 공연 리스트는 이미 다 발표됐죠. 그중 가장 주목받은 건 개관 첫 공연인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 협연이고요. 세계적인 두 음악가가 함께 무대를 꾸리는 점도 놀랍지만, 전석을 일반 관객에게 판매한 것도 인상 깊어요. 통상 개관 첫 공연은 공식적인 개관식과 더불어 개관 축하 초청 공연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물론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를 초대해 개관식을 여는 것도 좋았겠지만, 그동안 LG아트센터 서울을 오래 사랑해준 관객들과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을 축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티켓 판매 금액도 전부 공연계를 위해 기부하기로 했죠.


티케팅이 치열했을 것 같은데요? 오픈하고 40초 만에 매진됐어요(웃음).

 

시그너처 공연 프로그램인 CoMPAS의 오랜 팬은 또 어떤 아티스트를 선보일지 기대가 클 것 같아요. 언젠가 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요? 제임스 티에레요! 서커스, 마임, 무용 등을 혼합한 퍼포먼스로 유명한 아티스트예요. 찰리 채플린의 외손자기도 하고요. 그는 하나의 작품을 만들면 2~3년간 빽빽한 일정으로 투어를 하고, 다시 신작을 만드는 식이에요.10여 년 전부터 컨택 중이고, 그동안 시기가 엇갈려 불발됐지만 제임스 티에레도 한국에서의 공연을 고대하는 중이라 2~3년 안에는 성사되지 않을까 싶어요.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국내 첫 공연을 한 아티스트도 많았죠. 한국 관객에 대한 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하나같이 ‘한국 관객은 웃고, 울고, 박수를 치는 지점이 정확하다’라고 말했어요. 아티스트가 말하려는 바를 섬세하게 파악하는 한국 관객의 예민한 감수성을 높게 평가하더라고요. 또 공연이 끝난 후 열렬한 환호를 보내줘, 마치 록스타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도 해요. 그래서 국내 초연 이후 다시 한국을 찾는 아티스트가 많은데, 그들의 수준 높은 공연은 관객을 극장에 다시 끌어들이는 선순환을 만들죠. 


LG아트센터 서울의 지난날을 한 문구로 축약한다면 ‘좋은 공연을 관객에게 선보이기 위한 여정’인 거 같아요.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여쭤보고 싶네요. 센터장님이 생각하는 ‘좋은 공연’의 기준은 뭔가요? 정답은 없다고 봐요. 결국 취향의 문제라 관객 100명이 관람했을 때 100명 모두를 만족시키는 공연은 없거든요.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감동 포인트는 있어야 해요.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거나, 연출의 해석이 독창적이거나, 무대 미술이 획기적이라거나 등등. 물론 만족스러운 부분이 여러 가지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관객에게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가 하나라도 있으면 무대에 올릴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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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임한수(인물), LG아트센터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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