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경매장을 호령하는 손이천 수석 경매사

국내 양대 경매 회사 중 하나인 케이옥션의 수석 경매사이자 홍보 실장인 손이천 이사. 강단 있게, 때론 유려하게 호가를 외치며 경매를 이끄는 그의 일과 삶, 영감에 대하여.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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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억5000만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본 한 미술품 경매 현장, 55억원에서 시작한 김환기 작가의 ‘고요’가 65억5000만원에 낙찰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분이 채 되지 않았다. 2017년 케이옥션에서 진행한 경매 실황 영상으로, 당시 기준 국내 시장의 한국 미술품 최고가를 경신했다. 호가 1억원, 초 단위로 ‘억’ 소리가 나는 숨 막히는 상황이지만 손이천 수석 경매사는 물 흐르듯 부드럽게, 그러나 일말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진행으로 시선을 끌었다.


2009년 케이옥션에 입사한 손이천 이사는 현재 수석 경매사이자 홍보 실장으로 활약 중이지만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예술계와는 관련 없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IT 회사의 마케팅팀에 입사했는데 제가 상상한 마케팅 업무와는 많이 달랐어요. 진로 고민을 다시 시작했고 어학연수 삼아 떠난 미국에서 전환점을 맞이했죠.” 시카고에서 공부하던 그는 시간이 날 때면 시카고 미술관 아트 인스티튜트에 들러 작품을 보고 아니쉬 카푸어의 ‘Cloud Gate’의 설치 과정부터 완성되기까지를 모두 지켜봤다. “그동안 미술은 소수의 전유물이라 생각했어요.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에 설치된 ‘Cloud Gate’에 몰려들어 사진을 찍고 웃는 모습을 보며 예술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즐거움을 줄 수 있구나를 깨달았죠.” 1년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손이천 이사가 귀국한 때는 2006년, 국내 미술 시장이 첫 번째 호황기를 맞이한 시기다. 매체에서 연일 보도되는 미술 시장  소식을 접하며 ‘이 분야에도 홍보 전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대학원에 진학해 예술기획과정을 공부하다 졸업 직전 케이옥션에 입사했다. 홍보팀으로 들어갔지만, 김순응 초대 대표로부터 경매사 준비를 권유받았고, 2010년 6월 첫 경매를 진행하게 되었다. 


10여 년 동안 경매사로 활동한 손이천 이사는 지금까지 세 차례 국내 시장 최고가를 경신했다. 2012년 <퇴우이선생진적> 34억원, 그리고 2016년과 2017년, 모두 김환기 작가의 작품으로 54억원과 65억5000만원에 낙찰시켰다. 그중에서도 <퇴우이선생진적>의 경매는 특히 인상 깊다고 했다. “경매 시장에 처음 나온 국가 지정 보물이었어요. 게다가 이 서화첩 안에 천원 지폐 뒷면의 도상인 정선의 ‘계상정거도’가 실려 있어 대중에게도 큰 관심을 받았죠. 26억원에서 시작해 호가 5000만원, 수많은 경합 끝에 34억원으로 낙찰됐죠.” 고도의 심리전인 경매에서 최고가를 만들어내는 데엔 경매사의 역할이 그 누구보다 중요하다. “작품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시작가를 알린 뒤엔 호가를 부르는 일의 연속이에요. 지루하지 않게 흐름을 이끄는 것이 중요하기에 약간의 쇼맨십도 있어야 하고 고객과 교감할 줄도 알아야 하죠. 기본적으로 긴장감 있게 진행하지만 때에 따라 완급 조절도 하고요.” 
2005년 설립돼 국내 미술품 경매회사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케이옥션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동시에 1998년 시작된 국내 미술품 경매 역사의 절반쯤을 함께 걸어온 손이천 이사. 그리고 이제 절반 이상의 시간을 채워나갈 그의 앞으로에 대해 물었다. “해외에는 노련한 50~60대 경매사도 많아요. 앞으로 10년 이상 더 현장에서 활동하며 국내 미술 시장 성장에 이바지할 수 있음 좋겠어요. 이를 위해서는 기존 컬렉터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새로운 컬렉터가 유입되어야 해요. 그렇기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해 신규 컬렉터들이 부담 없이 접근하는 통로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라요.” 대답을 마무리하며 손이천 이사는 눈을 반짝이며 활짝 웃었다. 그 눈빛 안에 그와 국내 미술 시장의 미래가 모두 담겨 있는 듯했다. 

 

 

Mini Q&A

작품 구입 팁
초심자의 경우 취향을 파악하고 정보를 쌓은 뒤 고심해서 결정할 것. 특히 컬렉팅한 작품은 대부분 집에 두고 매일 보는데, 전시장에서 봤을 때와 다른 느낌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취향 파악과 정보 수집을 어느 정도 마쳤다면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선에서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은 일단 질러라. 한 작가의 동일한 연작이라 해도 아주 미세한 차이로 느낌이 다른데, 같은 작품을 다시 만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나의 드림 아트 피스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Roses(1994)’. 오래전 리움미술관에서 작가의 대형 포토리얼리즘 회화 작품을 직접 보았는데, 평면 작품 안에서 시간과 공간이 느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한 뒤로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그의 거의 모든 작품을 훑었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주목하는 동시대 작가
개인적으로 모두가 동등하게 접근 가능하고 공간의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공공 미술 작품을 좋아한다. 도심 속 어느 건물 한 구석에 자신의 작품을 설치해 삶 속에서 우연히 작품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인베이더(Invader)를 주목하고 있다.  
※ 인베이더는 익명의 프랑스 아티스트로 8픽셀 아케이드 게임을 모티프로 세라믹 타일 모자이크 작품을 주로 선보인다.

 

 

Her Special Things

 

<퇴우이선생진적>은 경매사로서 처음 최고가를 기록하게 해준 작품이기에 각별하다. 특히 이 안에 있는, 퇴계 이황이 후학을 양성하던 계상서당과 그 주변을 그린 정선의 풍경화 '계상정거도'는 천원권 지폐 뒷면의 도상으로 경매를 화제에 오르게 만들었다.

정선,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 보물 585호 이미지 제공 케이옥션

 

 

1 영화 <불멸의 연인>을 본 이후 베토벤의 음악에 빠졌다. 많은 음악가들의 연주를 들어 보았는데 개인적으로 알프레트 브렌델의 버전을 선호한다. 총 10장의 CD로 이루어져 있으며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 3악장을 가장 좋아한다. 알프레트 브렌델 < Beethoven: Concertos, Sonatas, Variations>.

 

2 크리스티에서 거래된 흥미로운 경매 작품 250점을 모은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미술품만 거래되는데 크리스티, 소더비 등 해외 경매회사에서는 의류 및 보석, 와인, 운석 등 정말 다양한 품목을 다룬다. 이 책을 보며 언젠가 보다 다양한 품목이 거래되는 국내 경매 시장의 미래를 꿈꿔본다. <세상을 놀라게 한 경매 작품 250>.

 

3 한국 근현대 화가 37인의 작품과 삶에 대한 이야기로 술술 읽힌다. 미술계에 입문하기 전, 거리감을 느꼈던 요소 중 하나는 미술 관련 글의 대부분이 어렵게 쓰여졌다는 건데 이렇게 읽기 편한 글을 만나면 반갑다. 곁에 두고 반복해서 읽는 책. <살아남은 그림들>.

 

4 리움미술관이 개관했을 때부터 현대미술 상설전은 틈날 때마다 찾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약제로만 운영하던 당시 방문이 어려운 게 아쉬워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는 멤버십까지 가입했다. 현재 작품 변경으로 인해 현대미술 상설전은 잠시 중단 상태지만 곧 다시 오픈 예정이라 하여 기대 중이다.  

 이미지 제공 리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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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안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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