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추(醜)에서 찾은 공통 분모, 전시 <우리들의 캐리커쳐>

모두가 아름다운 것을 좇는 시대, 전시 <우리들의 캐리커쳐>는 ‘추함’에 우리의 진실된 모습이 깃들어 있다 말한다. 그리고 와해된 공동체를 다시 연결하는 고리로서 우리가 외면하는, 그러나 모두에게 내재된 추(醜)에 주목한다.

202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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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조습·김상돈·강현욱 작가와 박만우 기획자. 

 

특정 대상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경우, 보통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나에게 해를 가할 때, 혹은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나와 정반대 가치관을 지녔을 때 등. 대체로 원인이 분명하다. 그런데 명확한 이유를 대기는 어려운데 묘하게 싫을 때도 있다. 그런 경우 가만 들여다보면 부정하고 싶은 내 안의 추함을 대상이 지니고 있을 때다. 피하고 싶은 나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는 이들을 마주칠 때, 우리는 그들을 외면하거나 깎아내린다.
평화박물관의 전시 공간 스페이스99에서 10월 1일까지 진행하는 전시 <우리들의 캐리커쳐>는 우리 모두에게 내재된 추(醜)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와 너, 모두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 모습을 공통분모 삼아 ‘우리’라는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것. 이번 전시는 스페이스99의 박만우 디렉터가 기획하고 강현욱, 김상돈, 조습 3인의 작가가 참여했다. 각 작가는 서로 다른 형식의 작품을 전시하는데, 먼저 강현욱 작가는 2채널 미디어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은 한때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운동권에서 활동했지만 이제는 욕망에 이끌린 삶을 살아가는 586세대 정치인의 모습과 역사적 사건이 벌어진 장소의 풍경을 담았다. 조각 연작을 제시한 김상돈 작가는 무속제의, 민속연희 등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소품, 무구와 장식 등을 비롯해 쇠파이프, 고무호스, 스테인리스 쟁반, 구두, 깡통 등을 조합해 신부족의 모습을 표현했는데, 물건들의 개연성 없는 조합이 마치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킨다. 마지막으로 세 종류의 연작을 출품한 조습 작가는 산 사람을 역사, 문학, 명화 속 인물처럼 분장시키고 부동의 자세로 배치시키는 활인화 방식으로 연출한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모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들의 모습은 지금의 우리랑 여러모로 겹치는 지점이 있다. 

 

 

 

 

캐리커쳐로 연결되는 ‘우리’

박만우

빛이 있으면 필연적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 어둠이 존재한다. 1999년 베트남 진실위원회 제안 및 발의를 시작으로 2003년 (사)평화박물관 건립위원회 발족과 함께 설립된 평화박물관은 한국군 민간인 학살 베트남 피해자, 고문 피해자, 국가폭력 피해자 등 모두가 외면하는 어둠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과거사 진상 조사 및 활동을 추진하는 단체다. 2006년 문을 연 스페이스99(개관 당시 SPACE*PEACE, 2011년 명칭 변경)는 평화박물관이 나아가고자 하는 길을 전시 형태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오늘날의 세계는 과거와 무관하지 않아요. 역사적 경험은 우리 안에 축적되어 현재까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지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부터 제대로 바라봐야 하죠.” 아틀리에 에르메스 예술감독,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관장, 제6대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평화박물관 이사이자 스페이스99 디렉터로 활동하며 이번 전시를 큐레이팅한 박만우 기획자가 말했다. 
“평화박물관이 설립된 지도 어느덧 20년이 넘었어요. 초창기 함께한 신진 아티스트들은 이제 한국 미술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중견작가가 되었죠. 한번 다시 뭉쳐보자라는 마음으로 전시를 기획했어요. 이들을 한데 아우르기 위한 주제를 생각하다가 인물의 우스꽝스럽거나 불쾌한 특정 국면을 강조하는 ‘캐리커쳐’를 떠올리게 되었고요.” 차라리 초상화면 모를까, 왜 하필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비주류 장르인 캐리커쳐를 택한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마음을 읽은 듯 박만우 기획자가 이야기를 덧붙였다. “전통적으로 초상화는 한 사람의 이상적인 면모만 담아요. 예를 들면 왕실 초상화의 경우 왕족의 권위, 위엄 등을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요소는 최소화해 꾸민 모습을 그렸죠. 대척점에 있는 캐리커쳐를 대개 가볍게 보지만, 암암리에 그려지며 초상화 못지않게 긴 역사를 이어왔죠. 예를 들면 스페인의 궁정화가 프란시스코 고야는 공식적인 초상화 외에 왕실 인물들의 숨기고 싶어 하는 특징까지 살린 캐리커쳐를 사적으로 몰래 그려두었다가 동료 화가들에게 보여주곤 했다고 해요. 두 장르를 비교해봤을 때 인물의 추한 모습까지 전면에 드러내는 반(反)초상화인 캐리커쳐는 대상의 본질을 보다 솔직하게 드러내는 장르죠.” 
배금주의, 외모지상주의, 성공제일주의, 학벌중심주의 등이 만연한 사회에 찌들어버린 우리는 공통된 못난 얼굴을 조금씩 갖추고 있다. 박만우 기획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스스로 인지 못하거나 외면했던 이런 부분을 짚어주는 작품을 모아 보여줘 근대화 이후 와해된 공동체 사이의 연대를 재구축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풍자, 조롱 등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캐리커쳐는 과연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 수 있을까?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에 대해 박만우 기획자는 캐리커쳐의 근본을 짚어주었다. “캐리커쳐는 사실 인간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발전했어요. 인물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대상에 대한 면밀한 관찰에서 시작하니까요.” 

 

 

 

변화 속에서 깊어지는 시간

강현욱

팔레 드 도쿄 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대만, 중국, 칠레 등에서 전시를 진행하고, 현재 목원대학교 교수이자 예술가, 사회 비평가로 활약하는 강현욱 작가는 2채널 미디어 작품 ‘Deep Time’을 선보인다. “지금은 세속적 욕망에 이끌리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과거에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이상과 희망을 품은 때가 있었을 거예요. 새로운 사회에 대한 기대, 정권이 바뀐 이후에 반복되는 부조리함, 자기 반성과 지난날에 대한 회상 등의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겠죠. 일상 속 우리 역시 마찬가지고요. 실수하고 후회하고 반성하고 반복하고. 복합적인 이유와 상황으로 인해 형성된 ‘추함’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두 개의 화면으로 이루어진 작품의 각 채널은 서로 마주 보게 배치되었는데, 한 화면에서는 한때 학생운동에 참여했지만 당시의 이상과 열정은 잃은 채 속세에 물든 정치인이 등장해 어딘가를 응시한다. 곧이어 바뀐 화면에서는 화장실 안 장식장 거울을 바라보며 운동권 노래 ‘타는 목마름으로’를 부르고, 쪼개진 거울 속 분할돼 비치는 사내의 뒤로 대학가 시위 장면이 펼쳐진다. 그는 노래를 부르다 ‘에이 씨’라며 짜증을 낸다. 뒤이어 바뀐 화면에서 돌밭 위에 주검처럼 누워 있는 사내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그의 모습이 번갈아 나온다. 맞은편 채널에는 탄환 자국이 선명한 광주 전남도청 건물의 계단,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첫 성무 활동지인 논산의 강경성당, 일제강점기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축조된 탑정호 등 역사적 사건의 배경지가 단편적으로 흘러간다. 고요한 풍경은 한 사람의 내적 갈등을 보여주는 듯한 반대편 채널과 대비되며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강현욱, ‘Deep Time’, 2022, 2채널 비디오설치, 6분 41초.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 강현욱 작가의 작품을 총 3번 감상했다. 마주 보는 배치 때문에 한 채널의 영상에 집중하면 맞은편 영상을 전혀 볼 수 없었고, 반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한 번 보고, 결국 각 채널을 한 번씩 따로 더 감상했다. 이러한 경험을 볼멘소리로 말하자 강현욱 작가가 대답했다. “채널을 마주 보게 배치한 건 의도적이었어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편향될 수밖에 없죠. 어딘가에 집중한다면 분명 그 반대편엔 놓치고 보지 못하는 사건이 있으니까요. 그러한 지점을 표현했어요.” 두 영상의 러닝타임도 20초 정도 차이가 나는데 시간 차로 인해 작품을 볼 때마다 각 채널의 장면이 겹치는 지점이 달라진다. 이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환경과 타이밍이 바뀌는 것을 표현한 장치다.


“우리의 삶은 어떤 부분에서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어떠한 영역에서는 주어진 걸 받아들여야 하는 모호함이 있어요. 그렇게 선택하거나 주어진 상황은 서로 부딪치며 새로운 환경을 만들고 또다시 대척점에 있는 다른 상황과 부딪치죠.” 강현욱 작가의 ‘Deep Time’은 매 순간 충돌하며 깊어져가는 우리의 시간을 그저 보여준다. 어디로 향해야 할지에 대한 제안은 없다. 모호한 삶 속 편향된 시야를 가질 수밖에 없는 누군가의 의견은 해답이 될 수 없다는 듯, 방향을 정할 수 있는 키는 오직 당사자에게 있다고 말하듯이 말이다. 

 

 

 

 

 

괴물의 형상을 띤 신부족

김상돈

이번 전시에서 김상돈 작가의 ‘당신과 나–신부족’ 연작을 감상하고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말한 ‘운하임리히(unheimlich)’ 개념이 떠올랐다. ‘섬뜩한’이란 뜻의 독일어 단어를 차용한 이 개념은 시체, 귀신, 유령 등 우리와 닮은 존재지만 어딘가 달라 생기는 낯설고 두려운 감정을 뜻한다. 
제12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제10회 다음작가상, 제3회 두산연강상, 제1회 안국미술상 등을 수상하며 국내외에서 입지를 다진 김상돈 작가는 사진, 조각, 영상을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펼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그의 ‘당신과 나–신부족’ 조각 연작은 사람의 얼굴 모양새의 마스크를 가지고 있지만 몸은 스테인리스 쟁반을 이어 붙이거나 플라스틱 고추 묶음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그런데 각 작품에는 외할아버지, 올케, 외삼촌 등 친밀한 친척관계의 호칭이 부제로 붙어 있다. 

 

 

김상돈, ‘당신과 나-신부족 #4-아주버님’, 2017, 혼합재료, 50×60×190cm. 김상돈, ‘당신과 나-신부족 #3-외삼촌’, 2017, 혼합재료, 120×90×220cm.

 

“예전에는 사람들이 본래 지니고 있는 마스크, 즉 본성에 따라 움직임이 자연스레 따라왔다면, 지금은 원하는 마스크를 얻기 위해 인위적으로 행동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위 말하는 좋은 학벌, 외모, 회사, 집 등 모두가 똑같은 걸 욕망하며 그것을 얻기 위해 자신의 본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맞춰가죠. 그렇게 탄생한 모습이 마치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의 작품 속 마스크의 눈을 관통하는 통조림과 리코더, 머리 위에 달린 헌 구두 등 이 모든 것은 우리에게 덕지덕지 붙어 있는 욕망덩어리를 가시화한 것이다. 이렇게 괴물화되어버린 ‘신부족’은 오직 효율성, 생산성, 경제성 따위의 것들로 가치 평가되는데, 김상돈 작가는 이러한 현상이 공동체를 와해시키는 요인 중 하나라 말한다. “칼 구스타프 융이 말한 개념 중 ‘집단무의식’이 있어요.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공유된,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무의식의 심층을 뜻해요. 그러나 오직 효율성 따위의 것들로 평가되며 서로 무언가를 공유할 기회가 없었던 ‘신부족’에겐 이 집단무의식이 부재하죠.” 


김상돈 작가의 작품은 현시대 우리의 병리적 부분을 극대화해 보여준다. 그러나 회귀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면 ‘당신과 나- 신부족 #1–친할아버지’의 몸통을 이루는 둥근 쟁반은 현시대의 가상화폐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오랜 옛날 소원을 빌던 대상이었던 달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욕망덩어리가 되어 비록 눈에 꽂혀 있지만 음악을 상징하는 악기는 본능의 영역인 감성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중의적인 그의 작품 속 상징들은 본질을 잃고 분열되어버린 현재의 우리와 스스로 배척해버린 무의식 속 본성이 이제 재회해야 할 시간이라 말한다.

 

 

 

 

 

이율배반적인 현대인을 향한 유머 

조습

곤룡포를 입은 사람들이 모여 신나게 웃고 있거나, 바위에 걸터앉아 피리를 부는 등 마치 사극 속 한 장면 같은 조습 작가의 ‘망望’, ‘광光’, ‘애愛’ 연작. “이름은 같은 의미의 문자를 병기한 것이 아닌 서로 대척점에 위치한 문자들이에요. 각각 망할 망과 바랄 망, 미칠 광과 빛 광, 슬플 애와 사랑 애를 뜻해요.”


제13회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제16회 우민미술상 등을 수상한 그는 상반된 의미가 병치된 작품 제목처럼 우리 사회 속 이율배반적인 욕망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프레임에 담았다. “우리 모두 시민 사회를 꿈꾸지만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정말 바라는 게 맞는 걸까란 의심이 들어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지지한다던가 소외된 계층에 반감을 표현한다던가 하는 모습을 보면요.” 이 말을 듣고 보니 작품 속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애愛 – 돼지 豚’ 속 인물들은 곤룡포를 입고 있지만, 오직 단 한 사람 왕만이 입을 수 있는 이 옷을 셋 다 입은 채로 돼지의 다리와 머리를 들고 있다. 아마도 이 곤룡포는 전란 속에서 살기 위해 백성을 버리고 도망간 왕이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 벗어 던진 옷이리라. ‘망望 - 봉화피강만’ 속 등장하는 비석을 등에 이고 어디론가 향하는 누더기 옷을 입은 자들의 행렬은 어떠한가. 효자비, 충신비, 열녀비 등을 상징하는 이 비석은 결국 백성의 충성심을 높이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던가.

조습, ‘애愛 - 돼지 豚’, 2020,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29×86cm. 조습, ‘망望 – 봉화피강만’, 2019,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각기 129×86cm. 

 

조습 작가는 우리가 원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없는 이유에는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이중적인 욕망이 있다고 말한다. “국가의 지배로부터 해방되고, 다양한 성향의 여러 집단과 가치가 공존하는 사회는 우리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모두 버렸을 때 비로소 이룩할 수 있어요.” 지금껏 지속해온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작가, 그의 말은 무겁다. 그러나 작품을 다시 한번 바라보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과장된 표정과 몸짓을 하고 있는 프레임 속 사람들이 어쩐지 측은한 마음이 들며 피식 웃음이 나온다. 조습 작가는 알고 있다. 경직된 사회를 돌파할 수 있는 좋은 전술 중 하나는 유머라는 걸.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안지섭(인물) 사진 제공 평화박물관 스페이스99(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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