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센 언니에서 모성애 가득한 엄마로 변신한 진서연

배우 진서연은 언제나 순도 100%의 진정성을 드러낸다. 그것은 연기에서 나아가 삶, 나 자신을 존중하는 책임감에서 비롯한다.

2022.08.04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니트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커트는 얼킨, 이어링은 고이우, 이어커프는 비긴스, 모에누, 링은 고이우, 비베. 

 

 

이번 여름 OTT 티빙을 통해 ‘전체 관람가+: 숏버스터’의 <지뢰> 편에 출연했어요. 국경을 넘는 엄마와 아들이 지뢰를 밟으면서 벌어지는 단편이죠? <지뢰>의 엄마 배역을 제안받고, 왜 이런 역할을 주셨는지, 궁금해서 감독에게 물어봤어요. 평소 센 캐릭터를 주로 맡는 제가 모성애를 지닌 엄마 역할을 하면 색다를 것 같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극의 장르는 공포지만, 제 캐릭터는 모성애를 지닌 엄마란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김곡·김선 감독 특유의 아름다운 미장센과 여운이 이어지는 무서운 스토리가 돋보여요. 엄마와 자식이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뒤트니까 색다른 긴장감이 형성되더군요. 이제까지와는 결이 다른 모성애 연기와 흐트러진 비주얼도 인상 깊었고요. 국경을 넘는 엄마의 남루한 상황 설정이 돋보이도록 치아도 노랗게 칠하면서 비주얼에 신경 썼어요. 단편이라 촬영 시간이 짧고 현장 상황도 열악했거든요. 물이 그대로 얼어붙는 영하 17℃의 날씨는 잊지 못할 만큼 추웠어요. 저도 그렇지만, 함께 촬영한 아들 역의 이주원 군 컨디션이 중요해서 신경 쓰느라 더 긴장했죠. 기억에 남는 촬영 현장이었어요.      


전에는 배우 진서연과 모성애가 쉽게 연상되지 않았어요. 이번에 개봉할 영화 <리미트>도 아기 유괴를 다루잖아요. <리미트>는 내 아이가 죽었을지도 모를 사건에 휩싸인 세 여자의 이야기예요. 아동 장기 매매와 연쇄 유괴 사건이라는 심각한 상황을 다뤄요. 고도의 긴장감이 흐르죠. 

 

극 중 연주는 어떤 사람인가요? 실제로 닮은 구석이 있나요? 연주는 외교관의 아내예요. 내 아이를 위해 사건에 뛰어들어요. 그녀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거든요.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비키니 톱은 쏜지크, 화이트 셔츠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포스터에 적힌 ‘끝까지 찾아서 반드시 죽인다’는 부제가 강렬했어요. 촬영은 순조로웠나요? 영화를 촬영하면서 제가 지문에 없는 행동과 말, 애드리브를 많이 했더라고요. 극한으로 몰입한 상황에서는 무얼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아요. 몸을 쓰는 장면에서는 평소엔 상상조차 못할 만큼 힘이 터져 나올 때도 있어요. 


그런 현장을 만난다는 건 행운일까요? 맞아요! 나도 모르는 연기가 나오는 현장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리미트>에서 문정희, 이정현 선배님과 함께 출연하거든요. 서로 쏘아대는 에너지가 장난 아니었어요. 문정희 선배님과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훅 다가와서 소곤소곤 대사를 하시는데,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주르륵 흐를 정도였어요. 아직 완성본을 보지 못해서 영화가 어떻게 완성되었을까, 저도 궁금해요.  

 

영화 개봉을 앞둔 배우의 마음이 어떨지 쉽게 상상이 되지는 않네요. 관객의 평도 중요하지만, 촬영하면서 얻는 스스로의 만족 기준치가 있어요. ‘마음에 든다, 열심히 했다’는 기분이 드는 작품이 있는데, <리미트>가 그래요. 작품적으로도 뛰어나고, 다들 엄청나게 몰입해서 찍었고요. 한국 영화사에서 여배우만의 시너지로 채우는 작품은 흔치 않거든요. 더 기대가 되는 부분이죠. 


이제껏 한 모든 연기를 통틀어 한 부분만 반복한다면 어느 장면을 고르고 싶어요? 영화 <독전>이죠. 고 김주혁 선배님이 부끄러움이 많으신 분이라 리허설 없이 동선만 상의하고 촬영했거든요. 그런데 시작되자마자 눈빛이 변하는 거예요. 제가 무슨 짓을 해도 너무 예뻐 죽겠다는 표정으로, 대본에 전혀 없는 액션을 쏟아내셨어요. 저는 그 연기를 받아서 또 다른 걸 쏟아낼 수 있었죠. 둘이 너무 신나게 땀에 흠뻑 젖을 만큼 놀이터에서 논 기분이었어요. 그 순간이 잊히지 않아요.        

 

 

레더 톱은 에잇 바이 육스, 팬츠는 알렉산더왕, 부츠는 지미 추, 링은 레인디어, 선데이디스코클럽, 이어링은 고이우. 

 


<원 더 우먼>의 우아한 빌런 한성혜, <본 대로 말하라> 속 판을 짜는 광역수사대 팀장 황하영, <독전>에서 독보적인 신스틸러 보령까지. 젠더리스 카리스마를 지닌 배역이 진서연이란 배우를 만나 시너지를 냈어요. 배우로서 본인의 장점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나요? 제게 배역을 맡긴 이유를 생각해요. 그리고 뻔하지 않은 캐릭터를 만들어내려고 하죠. 현장에서 제가 진서연을 덧씌워 해석한 캐릭터로 설득하려 해요. 장점이라면 밀고 나가는 뻔뻔함요. 부잣집 예쁜 애가 설정이라 해서 마냥 고분고분 예쁘장한 애일 거란 법은 없잖아요? (웃음) 

 

정형화된 무언가를 피해 가는 재미를 즐기는군요? 막연하게 대본에서 이런 인물이겠지, 상상되는 지점이 있어요. 리허설할 땐 맛만 보여주고 촬영에 들어가면 캐릭터를 비틀어버려요. 그럼 상대 배우도 놀라서 상상하지 못한 리얼한 반응이 터져 나와요. 그럴 때 정말 재미나요. 그걸 ‘기’라고 표현하면, 제 ‘기’를 세게 보냈다가 상대의 ‘기’를 유연하게 쳐냈다가, 흘려보내면서 다채로운 연기를 주고받는 거죠.      


단단한 내공이 느껴지네요. 실제로는 육아하면서 열일하는 워킹맘이죠 순조롭지 않은 하루하루잖아요. 육아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기치관이 있나요? 벌써 아이가 다섯 살이에요. 전 아이만을 위한 삶은 절대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는 해요. 부모의 절대적인 희생과 제 육아법은 맞지 않죠. 아이가 재밌되, 저도 재밌는 걸 함께해요. 같이 산책하거나, 책을 보거나, 역할극을 하고요. 아이와 번갈아 악당도 맡아요(웃음).   

 

톱과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이스 팬츠는 가니, 링은 선데이디스코클럽, 브레이슬릿과 이어링은 모두 엔프라임. 

 

 

아이는 엄마가 배우라는 것을 인지하나요? 자세하게는 몰라요. 아빠와 엄마가 놀 때, 엄마가 더 실감 나게 놀아준다는 것 정도요. 너무나 좋아해요. 책의 등장인물이 17명이면 모두 목소리를 바꿔서 연기하니까요. 그런 장점은 확실한 엄마예요. 

 

나를 닮았으면 하는 부분과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전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말도 잘 못했고, 학교도 제대로 가지 않았어요. 엄마가 학교까지 데려다주면 몰래 다시 신발을 신고 나와 학교 밖을 돌아다녔어요. 애들이 하교하면 선생님과 나머지 공부를 했어요. 지금이라면 크게 걱정할 정도로 느리게 세상을 받아들였어요. 


지금 이미지와는 상반된 모습인데요? 그러다가 성격이 밝은 친구를 만나서 점차 바뀌었어요. 심하게 내성적이었던 거지, 말을 못하는 애는 아니었어요. 그때까지 풀어내지 않은 감각들을 가슴속에 쌓아두었나 봐요. 그러다 말하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무용을 택했다가 배우의 길까지 이어졌고요. 저희 가족은 지금도 제가 배우 하는 걸 신기해해요. 돌이켜보면 젊었을 때는 그런 우울하고 불행한 감정을 변태처럼 즐긴 것 같아요. 제 아이도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 눈을 못 마주치면서 부끄러워하고, 상처받은 감정을 털어내지 못한 채 곱씹고요. 그런 모습이 제 어린 시절과 닮아서 이해돼요. 


아이가 나와 같은 감정의 변화를 겪으면서 배우의 길을 가겠다고 한다면요? 아이가 뭘 하겠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성적 지향이 다수와 달라도 괜찮고, 배우를 한다고 해도 좋고요. 애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만 있어요.

 

 

보디슈트는 레브레브, 펀칭 블라우스는 디스퀘어드2, 뱅글과 링은 고이우, 비베, 이어링은 엠프라임. 

 

 

지금도 본인이 드러나는 것이 부담스러운가요? 그때처럼 샤이한 건 전혀 없지만, 그게 어떤 감정인지는 정확하게 알고 컨트롤할 줄 알아요. 그래서 더욱더 멘털을 잡아주는 명상과 운동을 즐기게 됐죠.   


SNS에 업로드한 운동 영상을 보니 단순한 취미가 아닌 수련처럼 느껴졌어요. 보통 아침 10시부터 2시까지 헬스장에서 운동한 뒤, 이어서 4시에 수영을 해요. 그리고 밤 7시부터 복싱을 하죠. 중간중간 등산도 즐기고요. 


아무나 소화하기는 힘든 어려운 운동 스케줄인데요? 촬영이 없는 시즌, 캐릭터에 몰입하지 않는 순간에 공허함을 느끼는 배우가 많아요. 감정 에너지를 크게 쓰는 사람들이잖아요. 나를 꽉 채우고 살던 캐릭터가 안에서 빠져나가면 그 빈칸만큼 허해져요. 그걸 해소하지 않으면 몸도 마음도 아파요. 몸을 혹사한 뒤, 집에 와서 생각 없이 쓰러져 자야 하죠. 배우마다 공허함을 사람으로 채우거나 취미 활동을 하거나 저마다의 방법을 찾아요. 제 멘털은 운동과 명상으로 다집니다.  

 

 

레더 톱은 에잇 바이 육스, 팬츠는 알렉산더왕, 부츠는 지미 추, 링은 레인디어, 선데이디스코클럽, 이어링은 고이우. 

 


채식주의자로서 운동하는 건 어렵지 않나요? 근육을 위한 단백질은 생선뿐 아니라 식물성 두유와 콩, 채소에서 다채롭게 얻을 수 있어요. 지방은 아보카도나 식물성 아몬드 오일로 채울 수 있고요. 방법은 많아요. 유명한 운동선수가 채식했을 때 기록이 15~20% 향상됐다는 다큐멘터리를 재밌게 본 적 있어요. 육식을 자주 하면 소화시키기 위해 오랜 시간 장기가 움직이니까, 피곤함이 지속되거든요. 소화하기 편한 음식을 먹으면 몸도 쉬는 거예요. 체력도 좋아지고요. 전 만족해요.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베를린에 있을 때 임신한 뒤로 입덧 때문인지 고기가 먹히지 않았어요. 채식을 하면서부터 몸이 편안해져 관심이 생겼죠. 관련 다큐멘터리를 찾아 보면서 건강과 환경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귀국한 뒤에야 채식주의자로 살기 힘들다는 걸 깨달았죠. 전 채식을 단계로 나누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특별한 개념처럼 유세 부리는 것 같잖아요. 쉽게 말하면 육고기만 안 먹는 사람이에요. 생각해보면 40여 년 전에는 지금처럼 매일매일 육고기를 먹으면서 살지는 않았을 거예요. 세상에 고기가 아니어도 맛난 게 얼마나 많은데요.


명상의 기술도 남다를 것 같은걸요? 해 뜨기 직전, 가장 어스름한 새벽 5시쯤 집 앞 공원에 나가요. 두어 시간 천천히 흙을 밟으면서 걷죠. 해가 떠올라 세상이 밝아질 때까지요. 자신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다 보면 감사한 마음만 가득 차올라요. 스스로 ‘내 딸 대하듯 나를 대하는 시간’이에요. 어떤 느낌인지 아시죠? 내 아이는 무얼 해도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란 시선으로 감싸주잖아요. 스스로에게 사랑받는 기분이에요. 

 

 

재킷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팬츠는 플라쥬, 슈즈는 지안비토 로시, 이어링은 엔프라임, 네크리스와 링은 모두 고이우. 

 


명상으로 자신을 지키는 기술을 터득한 것 같군요. 내가 나를 지키는 건 정말 어려워요. 먼저 나를 믿어야 하거든요. 배우는 사람들에게 오픈된 직업이잖아요. 누군가의 피드백에 의해 함몰되기 쉬워요. 반대로 내가 막 대단한 사람이 된 것처럼 도취되기도 쉽죠. 영화 <독전>으로 주목받았을 때, 이토록 큰 관심을 받는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전 똑같다고 답했어요. 제 만족은 제 안에 있는 거니까, 누군가 잘했다고 상을 준다고 해서, 혹은 비난한다고 해서 제 기분이 좌지우지되지 않아요. 칭찬을 받을지언정 스스로 불만족스럽다면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돼요. 외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아요. 


명상을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20대의 전 너무 불안정했어요. 우울증과 불면증, 공황장애와 불안장애를 달고 있었죠. 남들의 시선에 일일이 반응했거든요. 행복한 것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거부했어요. 그러다가 행복한 감정만 가득한 남편을 만났어요. 그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오늘 너무나 행복한 일이 있을 것 같다며 외치는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선입견 없이 관대해요. 멋지고 부럽죠. 제 인생의 롤모델이에요. 저와는 완전히 반대 지점에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를 만나면서 많이 배웠어요. 교제한 지 3개월 만에 결혼했어요(웃음).  


반대가 끌리는 이유, 그 노래가 생각나네요. 최근 기쁨을 주는 건 뭔가요? 운동요. 하기 싫어 죽겠어요. 하지만 저와의 약속이라 중요하게 생각해요. 약속을 지킨다는 건 일종의 책임감이죠. 전 책임감을 중시하거든요. 약속에 늦는 것도 좋아하지 않죠. 촬영장에도 미리 가서 앉아 있어야 하는 스타일이고요. 세트장의 공기를 미리 흡수하면서 예열하는 것도 일에 대한 마음가짐인 것처럼요. 


어느덧 8월이에요. 올 상반기를 돌이켜보면 어땠나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매 순간 치열하게 살겠죠. 매일매일이 소중하다는 걸 느끼면서요. 열심히 살아낼 거라 마음에 들어요.     

 

STYLIST 서수경 HAIR 이일중 MAKEUP 이숙경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CREDIT

EDITOR : 박소현PHOTO : 윤지영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