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이용우가 숨겨둔 전시 속 보물찾기

현재 국제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유영국 20주기 기념전 <Colors of Yoo Youngkuk>을 기획한 이용우는 미디어 문화연구자이자 대학교수다. 그러나 그는 종종 게스트 큐레이터로 활약하며 작품을 새롭게 바라보는 법에 대한 힌트를 던지고 관람객의 삶에 예술이 스미게끔 한다.

2022.07.29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8월 21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진행하는 유영국 작고 20주기 기념전 <Colors of Yoo Youngkuk>을 관람하기 전 나는 작가를 이렇게 정의했었다. ‘아름다운 색을 사용하는, 산을 주로 그린 국내 1세대 추상주의자.’ 그러나 갤러리의 문을 나서며 그에 대한 수식은 바뀌었다. ‘생전 자신의 그림이 팔리지 않을 거라 말하면서도, 전업 화가로서의 삶을 선택한 굳은 심지의 소유자. 61세에 심장박동기를 단 이후 37번이나 응급실에 실려 가면서도 붓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심지어 병색을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색채를 화폭에 펼쳐낸 열정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작품이 갤러리라는 공간에 모이며 발생한 공명은 그의 예술가로서의 업적 대신 유영국이란 한 인간에 대해 말했다.


기존에 대중에게 소비된 것과 다른, 작가의 새로운 면모를 조명하는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인물은 홍콩중문대학 문화연구학과 이용우 교수다. “작가 개인적 삶과 그 안에서 파생된 예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주안점을 두었어요. 그래서 이 전시는 유영국 작가는 ‘이런 예술가였다’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었을까?’에 관한 것이에요.” 그는 연대기적, 예술사적 구성을 따르지 않고 국제갤러리 K1, K2, K3의 공간별로 작가의 아이덴티티인 ‘색채’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결되게 작품을 분류했다. 동시에 각 공간에는 ‘대표작과 초기작을 중심으로 한 작가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쇼케이스’,  ‘오랜 투병 생활 끝에 탄생한 서정적인 회화’ 등의 주제를 두고 작품을 이에 알맞게 배치했다. 일상 사진 아카이브에는 다른 작가와 함께 찍은 것은 최대한 배제하고 작가 홀로, 혹은 가족과 함께 있는 사진 위주로 모아 오로지 그의 삶에 집중하게끔 했다. 


미디어 역사문화연구자이자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그가 처음 전시를 기획한 것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한 <아시아 디바: 진심을 그대에게>의 공동 큐레이팅을 맡게 된 것. “이전에도 전시 기획에 부분적으로 참여한 적이 있지만 기획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온전히 맡은 것은 <아시아 디바: 진심을 그대에게>가 처음이었어요.” 이후 2017년 중국 안렌 비엔날레, 2021년 국제갤러리 <Robert Mapplethorpe : More Life>와 서울시립미술관 세마벙커 <있지만 없었던 Naming the Nameless> 등의 게스트 큐레이터로 활약했다. 기획한 전시의 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보편성’과 ‘특수성’을 바탕으로 한 그의 큐레이팅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전시 기획은 이미지를 가지고 이야기를 전하는 비주얼 스토리텔링이라 생각해요. 단, 이야기를 풀어낼 때 일방향적인 준거점을 두지 않아요. 전시장에는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모이기 때문에 모두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없거든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감정을 자극하되, 기존에 진행한 같은 주제의 전시에서 보여주지 않은 특수한 서사를 담아내고자 해요. 서사는 설명적으로 풀지 않고 관람객이 스스로 스토리를 찾을 수 있게, 별것 아닌 듯한 디테일에 힌트를 담아 보여주려 하죠. 원래 진심은 툭 던지듯 한 이야기에 담겨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용우 교수의 이러한 노력은 강제 징용 노동자들의 사진, 편지, 증언 등 다양한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이들의 삶을 조명하고 현시대에 노동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전시 <있지만 없었던 Naming the Nameless>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전시 공간 선정부터 심혈을 기울였는데, 비밀 방공호로 쓰인 세마벙커를 낙점했다. 원래 공간은 입구에 계단, 출구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됐지만, 노동자들이 징용당하던 순간처럼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입구와 출구를 뒤바꿨다. 전시의 티저 또한 인상 깊은데, 강제 징용 노동자의 얼굴이 담긴 빛바랜 사진을 광화문 광장, 서울 시청 등 우리의 삶 속 장소들과 병치해 그들의 삶이 단순히 과거에 머무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등 전하고자 한 이야기의 실마리를 보물찾기 하듯 곳곳에 숨겨두었다. 


이용우 교수는 여유가 될 때면 SNS 등에 올라온 전시 후기를 검색해 관람객이 자신이 숨겨둔 실마리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찾아보곤 한다. “<있지만 없었던 Naming the Nameless>의 관람평 중 외할아버지께서 강제 징용 노동자였던 분이 쓴 글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작성자의 어머니께 들은 외할아버지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와 함께 자신의 역사는 누구에게도 미련을 남기지 않는 무위로 수렴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는데  감동적이었죠.” 뒤이어 이처럼 누군가 자신이 기획한 전시를 보고 스스로의 삶과 연계 지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가 구성한 전시를 보며 팔리지 않을 그림을 계속해서 그리겠다고 다짐하는 한 사람의 마음을 스스로에 빗대어 상상해본 적 있기에, 이용우 교수의 바람은 이미 수많은 이의 내면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확신했다.    

 

His Special Things

1 이와이 지는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시퀀스를 툭 던지듯 힘을 빼고 연출하는 데 능한 감독이다. 그의 작품 <하나와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워 아이 니’라고 말하는 장면도 그렇다. 영화에서 총 2번 말하는데, 처음엔 떨어져 사는 아버지와 짧은 만남 후 헤어지며, 두 번째는 짝사랑 상대에게 이별을 고하면서다. 각 장면에서 앨리스는 ‘워 아이 니’라는 평범한 말에 서로 다른 감정과 의미를 담는다. 때문에 같은 기표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문장으로 해석된다. 


2 몇 달 전 나폴리에서 피아니스트 벤저민 그로스베너의 공연을 관람했다. 한국에 돌아와 그의 연주곡을 다시 찬찬히 들었는데, 그중 라벨의 ‘Gaspard de la nuit – Ondine’ 연주는 듣자마자 이번 전시의 티저 영상에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엔 그가 연주한 라벨의 ‘Piano Concerto in G Major, M. 83 - 2. Adagio assai’를 즐겨 듣는데 특히 플루트와 오보에 독주 파트는 영혼을 정화해주는 느낌이다.


3 ‘Work(1981)’는 이번에 기획한 국제갤러리의 전시 <Colors of Yoo Youngkuk>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관람객이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코너를 도는 순간 바로 보이는 위치에 배치했다. ‘풍성한 마음으로 고향에 내려가는 기분’ 등 다양한 해석을 하며 좋아해주는 작품이라 특히 마음이 간다. 유영국, ‘Work’, 1981, Oil on canvas, 65.5×91cm, Courtesy of Yoo Youngkuk Art Foundation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4 ‘관계 미학’ 등 다양한 비평 담론을 이끌어온 큐레이터 니콜라 부리오가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를 위해 기획한 동명의 전시 도록 <Planet B: Climate Change & the New Sublime>. 기후 변화가 현대미술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 통찰한다.


5 토니 모리슨의 에세이 <타인의 기원>은 인종 차별이라는 뿌리 깊은 난제의 원인을 타자화라 보고 ‘인간은 왜 나와 타인을 나누려 하는가?’란 질문을 던진다. 문학적, 학술적 레퍼런스에서 발견할 수 있는 타자화의 사례를 인용해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하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안지섭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