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물의 정경

드넓은 수평선부터 솟아오르는 분수까지, 아티스트들이 포착한 다양한 물의 모습.

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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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rre Knop, ‘Surf Dad not Soccermom’, 2020, Oil and mixed media on canvas, 130×155cm, Courtesy of CHOI&CHOI Gallery and the artist

 

존재하지 않는 익숙한 장소

피에르 크놉

샛노란 하늘, 보랏빛 산, 주황빛 윤슬이 이는 오묘한 컬러의 파도를 타는 먹빛 사람까지.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피에르 크놉은 기억 속 장면부터 우연히 발견한 이미지, 사진에서 받은 인상 등 여러 모티프를 재배열해 화폭에 올린다. 작가가 뒤섞는 건 이미지만이 아니다. 그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회화의 양식을 띠고 있지만 선을 가미해 드로잉과의 경계를 허물고, 잉크, 아크릴, 유화물감, 색연필, 오일 크레용 등을 함께 사용해 물성이 다른 재료가 뒤엉키며 일으키는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것들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긴장감 넘치는 그의 작품은 어디선가 본 듯하지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초현실적인 어느 이름 모를 바다로 우리를 초대한다. 

 

 

 

오병욱, ‘Sea of my mind #2205012’, 2022, Acrylic on canvas, 117×80cm 이미지 제공 아트사이드 갤러리

 

내 안의 바다

오병욱

오랜 세월 자연, 그중에서도 바다에 천착해온 오병욱 작가. 그의 ‘Sea of my mind’ 연작은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부부가 청와대에 도착해 방명록에 서명하던 당시 벽면에 걸려 있던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캔버스에 등장하는 건 어떠한 포말이나 파도, 심지어 하늘 위 태양조차 보이지 않는 고요한 수평선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을 수만 번 찍어 완성하는 노동집약적인 작업 방식은 작품 안에 커다란 울림을 만든다. ‘Sea of my mind’라는 작품명에서 짐작했겠지만 그가 그리는 대상은 실재하는 바다가 아닌 마음속 정경이다. 서울에서 잘나가는 큐레이터였던 작가는 1990년 삶과 예술을 일치시키기 위해 돌연 귀농한다. 자장면 한 그릇조차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없을 만큼 깊은 시골로 내려간 작가는 폐교를 작업실 삼아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마치 그의 작품 속 바다처럼 묵묵하고 고요하게.

 

 

 

Elizabeth Langreiter, ‘Summer is the Best’, 2022, Mixed Media, 101×152cm 이미지 제공 갤러리투스톤

 

휴가지에서 보낸 한나절

엘리자베스 랭그리터

엘리자베스 랭그리터는 ‘Everyday can be holidays!’를 슬로건 삼아 휴가지에서의 풍경을 그린다. 호주 출신인 그는 수영, 스키와 같은 야외 레저를 신나게 즐기던 어린 날의 기억을 끌어내 작품의 모티프로 삼는다. 한 가지 독특한 점은 작품 형식이 평면과 입체를 넘나든다는 것. 작가는 캔버스 위에 세밀하게 배경을 그린 후 손으로 작업한 3차원의 인물 피규어를 올려 완성하는데, 독특한 작업 방식은 여유로움과 즐거움이 가득한 휴가지의 분위기를 보다 생생하게 전한다. 밝고 경쾌한 화풍으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엘리자베스 랭그리터의 작품은 6월 23일부터 26일까지 진행 예정인 ‘아트페스타 서울 2022’의 갤러리투스톤 부스에서도 만날 수 있다. 

 

 

 

Kim Jiwon, ‘하염없는 물줄기(infinite stream of water)’, 2019, Oil on linen, 100×100cm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산탄하는 물줄기

김지원

‘맨드라미 작가’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지속적으로 맨드라미를 그려온 김지원 작가가 지난 5월 PKM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맨드라미 연작과 함께 최근 5년간 작업한 새로운 연작 회화도 선보였는데 ‘하염없는 물줄기’는 그중 하나다. 서울시청 한국은행 앞 분수를 그린 이 작품은 물줄기가 솟구치며 생겨난 포말이 흩어지는 순간을 포착했다. 이는 과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어른들이 사냥을 떠날 때 종종 따라가서 본 산탄총의 총알이 터지던 순간의 변주이기도 하다. 볼 때마다 형태가 조금씩 변하는 분수의 물줄기를 수차례 반복해 그린 ‘하염없는 물줄기’ 연작은 보는 이의 마음속에 단단하게 굳어 있던 부정적인 감정을 터트려 산탄하게끔 만든다. 

 

 

 

Guim Tió, ‘DE CAP’, 2022, Oil on canvas, 55×46cm 이미지 제공 아트사이드 갤러리

 

자연과 인간의 담담한 조우

기욤티오

호수인지 바다인지 알 수 없는 거대한 물속으로 한 남자가 다이빙을 한다. 분명 역동적인 상황이지만 캔버스에 재현된 이미지는 그저 담담할 뿐이다. 바르셀로나 출신의 아티스트 기욤티오(Guim Tió)는 디테일한 묘사는 생략하고 오직 색과 면으로 단순화한 풍경과 사람을 화폭에 담는다. 또한 작가는 작품 속에 수평의 선을 반복적으로 등장시키는데 이는 그가 즐겨 사용하는 무게감 있는 저채도 색상과 맞물리며 안정감을 선사한다. 그래서인지 물속에 ‘뛰어든다’라는 표현보다는 ‘안긴다’라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이는 이 작품은 광활한 대자연 앞에서 한없이 겸허해지던 우리의 지난날을 상기시킨다.

 

 

 

원성원, ‘연구원의 선인장(The Cactuses of Researchers)’, 2017, c-print, 120×200cm ⓒ Artist and ARARIO GALLERY

 

물속에서 자라는 선인장

원성원

현실에서 촬영한 사진 수천 장을 콜라주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원성원 작가는 2017년 7개의 직업을 동물과 자연 풍경으로 상징화해 선보였다. 여러 직종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생겨난 ‘직업이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하는가’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작품으로 연구원은 선인장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선인장이 자라나는 위치가 수상하다. 사막이 아닌 깊은 동굴 속 점점 차오르는 물웅덩이라니. 연구원은 이제 과제에 직면한다. 선인장이 물에 잠기기 전에 빠르게 생장하게 만들거나 물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고립된 공간에서 오직 목표에만 집중해 일하는 연구원을 표현한 이미지로 선인장을 잠식시킬 뿐만 아니라 그의 숨통을 턱 막히게 하는 물의 모습은 서늘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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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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