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CINEMA PARADISO-프로파간다 박동우·이동형·최지웅 디자이너

좋은 영화는 상영이 끝난 후에도 우리의 삶 속에 함께한다. 이러한 영화를 기억하는 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터. 스토리를 응축한 한 컷의 비주얼이라 할 수 있는 포스터부터 영화에 대한 경험을 확장시키는 굿즈까지, 영화를 추억하고 보다 풍성하게 즐기게 할 매개체를 만드는 이들을 만났다.

20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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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간다를 이끌고 있는 세 명의 디자이너. 왼쪽부터 박동우, 이동형, 최지웅. 스튜디오는 한 달에 한 번 굿즈를 판매하는 ‘프로파간다 시네마 스토어’로 개방된다. 예약은 필수. 

 

 

아트워크가 된 영화 포스터

프로파간다 박동우·이동형·최지웅 디자이너

포스터의 사전적 정의는 이러하다. ‘광고나 선전을 위한 매개체의 하나. 일정한 내용을 상징적인 그림과 간단한 글귀로 나타내어, 길거리나 사람의 눈에 많이 띄는 곳에 붙인다.’ 그러나 이는 포스터 자체에 내재한 힘에 대한 내용이 생략된 정의이지 않을까? 아무리 재미있게 본 영화여도 시간이 지나면 상세 스토리가 가물가물해지는 일이 부지기수지만, 한번 인상 깊게 본 포스터만큼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게다가 '광고나 선전을 위한 매개체'라는 목적만을 수행한다고 보기에는 요즘의 영화 포스터는 액자에 담아 걸면 어지간한 아트워크를 대신할 만큼 심미적이다. 최근 10여 년 사이 대중의 호평을 받은 영화 포스터를 하나씩 되짚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의 이름이 있다. 바로 영화·드라마·공연 포스터, CI·BI, 캘리그래피 등을 넘나들며 작업하는 ‘프로파간다’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찬실이는 복도 많지>, <최악의 하루>,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소공녀>, <빌리 엘리어트> 재개봉, <신세계>, <부산행> 등 프로파간다의 영화 디자인은 ‘프로파간다 스타일’이라 명명되며 영화 포스터 마니아들의 뇌리에 단단히 각인됐다. 

 

 

 

프로파간다 사무실 입구에 걸린 그동안 스튜디오가 작업한 포스터들. 2 스틸컷을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던 <마녀 2>의 포스터. 3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프로파간다 스타일’ 하면 떠오르는 감각적인 캘리그래피가 돋보인다. 4 최지웅 디자이너가 작업한 <시네마 천국> 재개봉 포스터. 인생 영화라 꼽을 정도로 좋아했던 영화라 들뜬 마음으로 디자인했다. 

 

 

최지웅 디자이너님과 박동우 디자이너님은 프로파간다 설립 전부터 함께 일한 사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맞아요. 2003년부터 같은 회사에 다녔어요. 영화 디자인 회사였죠. 모든 디자이너가 그렇듯 저희도 자기만의 스튜디오를 차리고 싶었고, 일에서도 호흡이 잘 맞아 함께 독립해 2008년 프로파간다를 차렸어요. 근무했던 회사는 상업영화 위주의 작업을 했는데, 저흰 독립영화에도 관심이 많았거든요. 첫 작품으로 <허니와 클로버>의 디자인을 하고 쭉 둘이 함께 작업을 하다 7년 전 이동형 디자이너가 합류하며 셋이 되었죠. 


현재 프로파간다는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맡고 있지만 아무래도 영화 디자인으로 유명하죠. 그런데 영화 디자인 작업이 단순히 포스터 디자인에 그치지 않는다면서요? 포스터, 극장 배너, 길거리 광고를 비롯해 시나리오 북, 콘티 북 디자인까지 맡아요. 오프라인에서 눈에 보이는 영화 관련 이미지는 거의 다 한다고 보면 돼요. 


포스터, 배너 등 유형에 따라 디자인 시 고려하는 점도 다를 것 같아요. 광고나 배너 등은 상영 기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포스터는 100년이 지나도 아카이브에 남기 때문에 가장 공을 들여요. 클라이언트와의 의견대립도 팽팽한 편이고요. 예를 들어 배너, 광고 등은 글자를 키워달라든지 등의 요청이 오면 어지간하면 맞춰드려요. 보는 이에게 영화에 대한 정보를 주기 위해 한시적으로 전시되는 매체이기에 디자인만큼 정보 전달력이 중요하고 클라이언트가 게재를 위해 많은 돈을 들인다는 걸 알기에 최대한 맞춰드리죠. 그러나 포스터에 같은 요청이 오면 ‘다른 건 맞춰드릴 테니 포스터만큼은 우리가 제안한 대로 가자’며 설득하는 식이에요. 


역시 포스터가 영화 디자인의 꽃이네요. 디자이너가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고 떠오르는 이미지와 분위기를 한데 녹인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재개봉 영화의 포스터는 어때요? 기존의 이미지가 있어 표현에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재개봉 영화는 그 나름의 기쁨이 있어요. 다시 상영할 정도면 일단 작품성은 인정받았다는 거잖아요. 좋은 영화의 디자인 작업을 한다는 사실이 우선 즐겁고, 기존의 이미지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것도 흥미롭고요. 가장 좋은 건 어린 시절 좋아했던 영화를 맡는 경우인데, 어떻게 하면 더 예쁜 결과물을 낼 수 있을까 밤낮으로 고민하며 디자인하죠. 최지웅 디자이너가 맡은 <시네마 천국>, <패왕별희> 등이 그런 케이스예요. 


포스터를 이루는 메인 이미지의 경우 스틸컷, 일러스트, 새롭게 촬영한 이미지 등을 사용하죠. 어떤 이미지를 사용할지 정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상황에 따라 달라요. 스틸컷이 정말 훌륭하면 고민의 여지 없이 거의 그대로 사용하죠. 예를 들어 영화 <악녀>나 개봉 예정인 <마녀 2>는 스틸컷을 보자마자 바로 ‘이거다!’ 했어요. 포스터를 위해 새로운 이미지가 필요하고 예산이 어느 정도 갖춰졌으면 촬영을 진행하는데, 이런 경우 시안 찾는 것부터 스태프 꾸리기, 촬영 진행 등 전 과정을 저희가 도맡아 처리해요. 일러스트는 영화의 분위기상 어울리겠다 싶을 때, 혹은 스틸컷 중에 적당한 이미지가 없는데 새로운 이미지 촬영이 불가능할 때 대안으로 사용하고요. 


영화 굿즈를 선보이는 ‘프로파간다 시네마 그래픽스’라는 레이블도 운영 중이죠. 론칭 계기가 궁금해요. 100% 우리의 것을 하고 싶어서요. 기존의 일은 클라이언트가 있기 때문에 의견을 조율해가며 진행하죠. 이러한 과정에서 오는 피로를 해소하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프로파간다가 원하는 대로 디자인한 아트 포스터, 엽서 및 영화 포스터 아카이브 북과 같은 서적류까지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어요.


과거에 비해 영화 굿즈 수요가 늘고 있는 것 같아요. 왜 사람들이 이런 굿즈를 원한다고 생각하세요? 영화의 한 부분을 실재하는 물건으로 소유하고 싶기 때문 아닐까요? 영화 자체는 소유할 수 없잖아요. 필름을 가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지만 다들 고이 간직하고 싶은 영화 속 장면이 있을 텐데 이를 실체화한 것이 굿즈라고 생각해요. 이를 소유함으로써 영화에 얽힌 추억 한 조각을 내 손에 쥐는 셈이죠.  


다른 디자인 장르와 비교해봤을 때, 영화 디자인이 갖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영화라는 매체의 좋은 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종합예술이라는 점이죠. 영화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예요. CG, 타이포그래피 등 다양한 디자인 장르를 아우르는 종합 디자인이라는 점이 큰 매력이죠.  


앞으로 어떤 디자인 스튜디오로 거듭나고 싶으세요? 참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인데, 그냥 지금처럼만 꾸준히 하고 싶어요. 언젠가 일을 그만두는 시점이 오겠지만, 그때까지 즐겁게, 건강히, 오래오래요. 

 

이미지 제공 프로파간다(<마녀 2>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시네마 천국> 재개봉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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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임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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