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삶을 이야기하는 도슨트 정우철

2019년 베르나르 뷔페의 전시 해설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도슨트 정우철. 지금 가장 주목받는 전시 해설가인 그의 삶과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에게 영향을 주거나 영감을 불러내는 것들이 무엇인지 물었다.

202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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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예술의전당에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뷔페의 전시가 열렸다. 국내 단독 대규모 회고전은 처음이었고, 한국에는 그에 대한 서적이 전무했을 정도로 생소한 작가였다. 그러나 강렬한 화풍, 극적인 작가의 삶은 많은 이들의 뇌리에 각인됐고 전시는 대성공을 거뒀다. 인상적인 그림이야 작가의 것이었지만, 그의 절절한 삶을 알리는 데엔 정우철 도슨트의 공이 컸다. “청중이 되어 해설을 들었을 때를 떠올렸어요. 제 경우 작가의 기법적인 부분보다는 그 사람의 삶이 궁금하더라고요. 나와 같은 이들이 더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당시 스토리텔링식 해설법은 거의 없었는데, 전시 기획사 대표님께 이번 해설은 조금 색다르게 하고 싶다고 제안했죠.” 그의 해설을 추천하는 글이 SNS에 삽시간에 퍼졌고 평일 오전부터 100여 명의 관객을 이끌며 해설을 했다. 마지막 작품 설명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다수 있었다. 이해를 위한 설명을 넘어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되는 순간이었다.

 

 

젊은 작가의 작품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가장 최근에 구입한 것은 신대준 작가의 ‘밤을 모은다’다. 발 위에 행성을 올려놓고 코로는 작가를 상징하는 소년을 안아 올린 코끼리가 화폭에 등장하는데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듯한 느낌이 마음에 들어 샀다. 신대준, ‘밤을 모은다’, Acrylic on canvas, 53.0×72.7cm

 

 

지금 전시 해설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우철 도슨트는 미술 전공자가 아니다. 영화를 공부하고 영상 관련 일을 하다 20대 후반, 정말로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하던 일을 그만두고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봤다. 그중 하나가 미술관 스태프로 일하는 것이었다. 그때 먼발치에서 도슨트의 전시 해설을 보았는데, 그 장면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고 자란 그의 흥미를 끌었다. “첫 해설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특별전이었어요. 원래는 전시 스태프로 면접을 봤죠. 그런데 예정된 도슨트 중 한 분이 전시 직전 연락이 두절됐고 제게 기회가 왔어요.” 2017년, 처음 전시 해설을 맡은 정우철은 그저 스크립트를 달달 외웠다. 당장 실전에 투입되는 그의 머릿속엔 실수만 하지 말자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샤갈: 러브 앤 라이프>,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 등 여러 차례 전시 해설을 맡으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작가의 생을 한 편의 영화처럼 기승전결에 따라 되짚어주는 지금의 스타일을 정립하게 되었다.

 

 

 

1 습관적으로 메모를 하는데 연필 고유의 촉감이 좋아 어지간하면 펜보다는 연필을 사용한다. 종이는 노트부터 이면지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지만, 전시에 가면 아트숍에 들러 노트를 사두는 편이다.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전>에서 구입한 노트와 안정적인 그립이 좋아 자주 사용하는 두툼한 점보 연필. 2 옥승철 작가와 카카오프렌즈가 협업해 출시한 인센스 챔버. 지인의 선물이다. 귀, 입, 정수리 등에 뚫린 구멍으로 연기가 스멀스멀 나오는데 ‘연기멍’을 때리다 보면 영감이 떠오르곤 한다. 3 지금의 도슨트 정우철을 있게 만든 전시 <베르나르 뷔페 展 나는 광대다: 천재의 캔버스>를 준비하며 읽은 베르나르 뷔페에 대한 영어와 일본어 서적, 베르나르 뷔페 미술관 도록. 당시 한국에는 작가에 대한 책이 전무했기에, 원서를 구입해 차근차근 번역하며 공부했다.

 

9월 12일까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진행하는 전시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의 도슨트를 맡았는데, 전시작 중 ‘샛별’이 가장 인상 깊다. 작가는 스페인 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밤하늘의 별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작이다. 우주 공간 같은 화면에 색색의 별이 떠 있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진다.  호안 미로, ‘샛별(The Morning Star)’, 1946, Oil on canvas, 146×114cm ⓒ Successió Miró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여러 차례 해설을 준비하다 보니 이제 저만의 루틴도 생겼어요. 우선 작가 관련 서적을 3~4권 구입해요. 전부 다 한 번씩 읽어보고 그중 가장 세밀하고 정확하다 싶은 책을 3~4차례 반복해서 읽죠.” 그후 뉴스 페이지에서 작가의 이름을 검색해 가장 오래된 기사부터 하나씩 보며 국내에 어떻게 소개됐는지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하는 작업은 전시에 소개될 작품의 제작 연도를 확인해 작가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연결 짓는다. “단순히 스크립트를 외우는 게 아닌 삶 자체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가가 전 생애에 걸쳐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비로소 설명할 수 있거든요. 그 과정에서 제 삶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할지도 많이 배워요.”
그는 현재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에서 도슨트를 맡고 있다. 그동안 구상 작품 위주의 해설을 맡았던 터라 이번 전시 해설은 그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이전까지와는 다른 스타일의 작품 세계를 펼친 작가라 조금 긴장되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도 작가의 삶을 이해하고, 그가 평생 동안 작품을 통해 무엇을 전하고 싶었는지 알아내 청중에게 알기 쉽게 전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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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안지섭(인물), 성현(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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