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세대를 이어온 와인 명가의 특별한 이야기

확실한 비전을 바탕으로 소량 생산의 희소성과 탁월한 품질의 일관성을 통해 세대를 이어 와인 명가를 완성하겠다는 윌리엄 할란의 꿈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하이엔드 와인의 대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는 할란 이스테이트의 특별한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202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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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naissance of Napa Valley

프랑스 보르도나 부르고뉴 와인을 이야기할 때는 땅의 특성을 뜻하는 테루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미국 나파밸리 와인에서는 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사람이다. 대중적으로 폭넓은 인기를 얻은 미국 나파밸리 와인을 하이엔드 와인으로 성장시킨 대표 인물로는 할란 이스테이트의 창업자 윌리엄 할란(William Harlan, 이하 빌 할란)을 꼽는다. 


미국 UC버클리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빌 할란은 20대에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두었고, 나파밸리 와인에 관심을 가지면서 로버트 몬다비와 친구가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언젠가 작은 가족 와이너리를 운영하겠다는 그의 꿈은 조금씩 구체화되었고, 1980년 로버트 몬다비의 제안으로 프랑스 보르도와 부르고뉴를 다녀온 다음 더욱 확고해졌다. 캘리포니아에 구대륙의 그랑 크뤼처럼 대를 이어갈 명문 와이너리를 만들기로 결심한 것. 


부르고뉴 방문 당시 그는 최고의 포도밭이 평지나 언덕 꼭대기에 자리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평지에 위치한 나파밸리 와이너리와 달리 부르고뉴 그랑 크뤼 포도밭은 경사가 있고 배수가 좋으며 덩굴과 기반암 사이 공간이 적은 언덕 중간이라는 것을 깨달은 빌 할란은 캘리포니아로 돌아와 최적의 땅을 찾기 시작했다. 4년여의 조사 끝에 그는 1984년, 배수가 잘되고 화강암 토양을 가진 오크빌 마야카마스산의 동쪽 경사면을 샀다. 전기나 수도 같은 인프라가 전혀 없는 황무지였던 탓에 처음부터 모든 것을 시작해야 하는 위험성을 각오하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240에이커의 세 구획 중 40에이커에 포도나무를 심을 수 있었다. 

 

 

나파밸리 최고의 하이엔드 와인 브랜드를 이룬 할란 패밀리. 

 


1984년 땅을 찾아 개간하고, 1985년 첫 포도나무를 심어 1987년 첫 번째 와인을 생산한 할란 이스테이트는 1987년, 1988년, 1989년 빈티지를 만들었지만 단 한 번도 공식 출시는 하지 않았다. 빌 할란의 아들이자 2021년부터 할란 이스테이트를 포함한 패밀리 도메인의 매니징 디렉터로 일하는 윌 할란(Will Harlan)은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1990년 빈티지는 우리가 원한 이상적인 와인이었지만 그 결과를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기를 바랐어요. 한 번이 아니라 매년, 매우 높은 수준의 와인을 만들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작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었지요. 우리의 목표에 다다른 와인을 셀러에 보유하게 되었고 이 땅이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든 1996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세상에 할란 이스테이트를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할란의 생산방식은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다. 단위 면적당 포도 소출을 낮게 제한하는 것은 물론, 포도를 딸 때 일일이 낱알을 선별해 수확한다. 매년 2만 병 이하만 생산하며, 빈티지에 따른 기복을 최소화한다. 어떤 빈티지라도 할란 이스테이트라는 이름하에 복합적인 풍미와 우아함, 섬세함을 동시에 유지한다. 오크통, 코르크 마개까지 장인정신을 발휘해 최상품만 사용하며, 최고의 빈티지가 되기 전에는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는 철칙은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브랜드 철학이다. 


할란 이스테이트의 와인 라벨은 첫 출시 일정을 앞두고 빌 할란이 만든 것이다. 병입 숙성을 진행하는 동안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19세기 유가증권 인쇄 기술에 사용한 방식으로 음각 그림을 그려 넣어 라벨을 완성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할란 이스테이트는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1994년 빈티지가 100점을 받는 등 와인 평론가들과 와인 전문지 등에서 모든 빈티지가 높은 호응을 얻으며 와인 애호가들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1, 2 할란 이스테이트는 포도 재배부터 시작해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한다. 3 부르고뉴와 마찬가지로 경사진 면에 포도를 심어 수확하는 할란 이스테이트. 4 올해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는 ‘할란 이스테이트 2018’. 

 


할란 이스테이트는 판매 방식도 남달랐다. 전체 생산량이 적다 보니 주로 메일링 리스트로 판매하며 일부를 엄선한 리테일러 및 레스토랑에 공급하고 있다. 이 판매 방식을 지금도 그대로 고수하고 있어 여전히 할란 이스테이트는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와인은 아니다. 윌 할란은 “고객과 직접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가장 높은 수준에서 서로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직접적인 채널과 보다 전통적인 채널 사이에 일정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의 생산량은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기에도 넉넉하지 않지만 다른 국가와의 채널을 위해 일정 분량을 비축해둡니다. 우리의 방향성을 위해, 그리고 전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할란 이스테이트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할란 이스테이트는 ‘컬트 와인(Cult Wine)의 대명사’로도 불린다. 컬트 와인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어 지금은 개성 있는 와인의 한 부류로 그 의미가 희석되기도 했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컬트 와인은 확실한 비전과 소량 생산의 희소성, 꾸준히 유지해온 뛰어난 품질, 그리고 와인 전문가의 높은 평판은 필수다. 까다롭고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컬트 와인의 대표 주자로 많은 전문가가 할란 이스테이트를 가장 먼저 꼽는 것도 이런 연유다. 


하지만 윌 할란은 “최선의 의도로 그런 타이틀을 부여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컬트라는 용어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어떤 대상에 대한 숭배는 잠시 왔다가 금세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할란 이스테이트는 여러 세대에 걸쳐 지속할 수 있는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설립되었어요. 할란 이스테이트의 원동력은 땅과 그곳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땅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특성을 와인으로 변환하기 위해 일하는 팀을 구성했습니다. 훌륭한 품질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와인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모든 세부 사항에 대해 엄격한 규율과 절차를 유지합니다.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기에 적합한 가장 좋은 토지를 찾고, 가꾸며 와인 양조의 모든 측면을 관리합니다. 아주 작은 어떤 작업 공정도 외주를 주지 않고 직접 진행했습니다. 우리 스스로 포도를 재배하고 가장 뛰어난 와인 양조 팀을 구성했고요. 우리의 길은 우리의 목적에 온전히 집중하고, 각 세대의 지혜를 기반으로 더 나은 방향을 개척하는 것입니다. 또한 세계에 나아가 최고 수준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생산량은 매우 적지만 전 세계 최고의 셀러에서 확실한 입지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Winemaker’s Tasting Note 

‘할란 이스테이트 2018’은 젊고 활기찬 아로마가 지배적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베일에 싸인 듯한 다채로운 요소를 섬세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포도나무가 자라는 경사면의 자연스러운 윤곽처럼 타고난 우아함을 지니고 있으며, 탄력적인 에너지와 힘이 존재합니다. 마지막에는 보다 세련된 디테일도 체감할 수 있습니다. 훌륭한 구조감과 함께 층층이 쌓인 타닌이 마치 하나의 드라마처럼 웅장한 이야기를 펼칩니다. 2018년 빈티지는 축하할 만한 해입니다. 자연과의 조화 그리고 오랜 세월에 걸쳐 이곳을 지켜온 사람들과의 끊어지지 않는 연결이 특별한 풍미를 자아냅니다.

 

 

 

Next Harlan Estate

1996년, 첫 빈티지인 1990년 빈티지를 출시한 할란 이스테이트는 2022년을 맞아 서서히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창립자 빌 할란의 아들이자 2021년 1월부터 매니징 디렉터가 되어 가족 경영 와이너리 ‘Domain H. William Harlan’의 확장을 책임지고 있는 윌 할란과 서면을 통해 변모하는 할란 이스테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어릴 때 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와인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나요? 저는 어릴 적부터 항상 와인의 울타리 안에 있었어요. 태어났을 때부터 와이너리 100피트 이내에 살았으니까요. 늘 포도밭 냄새를 맡고 와인이 만들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죠.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린 시절에 시원한 지하실을 뛰어다니는 것을 즐겼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와인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늘 주변이 와인으로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그렇게 특별한지 몰랐던 것 같습니다. 


와인 관련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어떤 와인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나요? 처음에는 나만의 작은 프로젝트로 가족 사업에 참여했고, 그 과정을 통해 내 길인지를 탐색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특정 와인을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첫 번째 프로젝트인 ‘더 마스코트’를 만드는 과정이 아주 흥미로웠고, 지금까지도 저는 이 프로젝트가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무의 상태에서 더 마스코트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매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와인업에 입문했을 때 아버지가 당신에게 한 말은 무엇이었나요? 아버지는 제가 다섯 살 때부터 와인에 대해 아주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식으로 와인 업계에 들어오기로 했을 때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장기적으로, 내 평생을 넘어, 내 아이들의 평생까지 생각하라는 것이었습니다.


2013년 할란 패밀리 도메인의 어린 포도로 만든 더 마스코트를 통해 와인업에 공식적으로 데뷔한 셈인데, 이 와인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더 마스코트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처음부터 ‘할란 이스테이트’나 ‘본드’로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어서 첫 단계부터 일을 익혀야 했던 것이 아니라, 포도밭을 가꾸고 와인을 만들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을 동료들과 함께 배우면서 그 과정의 진가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2021년 1월부터 매니징 디렉터가 되어 가족 경영 와이너리 ‘Domain H. William Harlan’의 확장을 책임지게 되었고, 점차 그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줄 수 있나요? 2021년 1월에 할란 이스테이트, 본드, 프로몬터리 및 더 마스코트를 포함하는 가족 영역의 매니징 디렉터를 맡게 되었습니다. 이는 곧 우리의 기초를 강화하고 다듬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제 역할은 우리가 혁신을 유지하고 항상 배우고 개선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성장은 더 많은 양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앞으로 할란 이스테이트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그리고 이후에도 꼭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의 목표는 땅과의 관계를 심화하고 그 특성을 와인으로 변환하는 능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땅과 주변 숲을 보호해야 합니다. 지역사회를 돌보고 산불과 같은 기후변화가 가져올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준비되어 있는지, 숲이 건강한지, 주변 여건에서 빚어지는 여러 가지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지 늘 확인해야 하고요.


평소 와인은 자주 마시나요? 가장 자주 마시는 와인은 무엇인가요? 전 세계의 와인을 좋아합니다. 와인은 넓고 깊은 분야이기 때문에 새로운 와인을 발견하고 기존 와인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훗날, 당신의 자녀에게도 와인에 대해 알려주고, 와인 만드는 일을 하게 할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와인에 관심을 가진다면 정말 행운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가 와인을 만드는 이유, 방법을 전해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이들이 와인에 관심을 갖는다면 우리 가족 사업에도 참여하게 하고 싶습니다. 또 그들의 능력과 강점에 따라 조직의 다양한 측면에서 걸맞은 역할을 찾게 할 것입니다. 가장 높은 수준에서 사업을 이끌기 위한 추진력, 재능 및 헌신을 가진 다음 세대의 누군가가 내 뒤를 잇는 행운이 있기를 바랍니다.


할란은 생산 물량이 넉넉하지 않지만 한국을 비롯해 해외에서도 판매를 늘리고 있습니다. 한국의 어떤 고객이 할란을 마시면 좋겠다고 생각하나요? 한국의 와인 애호가들에게 할란만의 가치를 소개해준다면 어떤 말을 전해줄 수 있을까요? 우리는 항상 호기심이 많고 관심이 다양하며 안목 있는 사람들에게 끌렸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 즉 땅과 와인의 특성에 공감하는 감성을 지닌 한국의 고객과 진솔하게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cooperation Nara Cellar, Harlan Estate
stylist YOO JIHye

THE Neighbor 5월호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와인

CREDIT

EDITOR : 이영채PHOTO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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