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스타들을 좇는 소비자들

디자이너를 좇는 스타들과, 그 스타들을 좇는 소비자들. 이젠 인맥이 곧 마케팅이다.

202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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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질 아블로가 루이 비통 최초의 흑인 수석 디자이너로 LVMH 왕국에 정식 입성하던 날, 그의 진보적인 컬렉션보다도 더 ‘힙’한 프런트로의 라인업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또한 쇼 말미에 그와 카니예 웨스트가 부둥켜안고 연출한 눈물의 피날레는 두고두고 회자되는 패션 신의 하이라이트로 남았다. 생전 그는 하이패션과 스트리트 신의 조우를 선봉에서 이끌며 디자이너로서도 큰 성취를 이뤘지만, 그 업적이 더 큰 파급력을 얻게 된 것은 천부적인 마케팅 재능 덕분이다. 패션계의 대표적인 ‘마당발’이었던 버질은 본인의 커리어에 친구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켰다. 자신이 이끄는 런웨이의 주빈석을 내어주는 것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지인들과의 협업을 끊임없이 선보이며 세력을 확대했다. 이로 인한 달콤한 결실을 그 홀로 누린 것은 아니다. 상호 간의 신뢰와 친분을 바탕으로 한 이들의 관계는 각각에게 명성과 기회라는 보상을 공평하게 안겼다. 이런 시너지의 덕을 제대로 본 대표적인 인물이 있다. 바로 겐조의 새로운 디렉터인 일본 디자이너 니고. 이미 일본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스트리트 신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리우고 있던 니고는 버질의 부름을 받고 루이 비통 캡슐 컬렉션을 함께했다. 두 번의 성공적인 ‘루이 비통 LV² 컬렉션’을 통해 니고는 하이패션으로 커리어를 확장하고, 동시에 LVMH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니고는 디자이너뿐 아니라 스타일리스트, 그리고 DJ 및 프로듀서까지 패션과 음악을 오가는 독특한 커리어를 펼쳐왔는데, 그 결과 동료 디자이너와 래퍼 등 전방위적 인맥을 보유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뮤지션 퍼렐 윌리엄스는 니고의 가장 열렬한 팬이자 지지자로 잘 알려져 있다. 퍼렐을 포함한 에이셉 라키, 키드 커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등 거물급 래퍼들은 지난 2022 F/W 겐조 맨즈웨어 컬렉션으로 데뷔식을 치른 니고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 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쇼를 위한 사운드트랙에 참여하고, 갤러리 비비안에서 열린 쇼의 1열을 장식한 것이다. 이로써 주춤했던 겐조에 다시금 대중의 이목이 쏠리면서, 단 한 시즌으로 하우스의 새로운 전성기를 예감케 했다. 

 

 

 


니고만큼이나 뮤지션과의 유별난 우정으로 유명한 디자이너가 또 있다. 그는 바로 카니예 웨스트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는 발렌시아가의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다. 음악 못지않게 패션에 지대한 열정을 지닌 카니예 웨스트의 지지는 거의 ‘승은’에 가까울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지녔다. 이런 그가 최근 뎀나의 발렌시아가 스타일에 제대로 꽂힌 듯하다. 이미 오랜 시간 각별한 우정을 과시해온 이 둘은 초기 베트멍 시절 카니예가 주변인들에게 뎀나의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시작됐다. 이처럼 시작부터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던 이 둘의 시너지가 이번 시즌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발매된 카니예의 <DONDA> 앨범 리스닝 파티에 뎀나 바잘리아가 합류해 의상을 담당했고, 여기서 카니예의 전 부인 킴 카다시안이 발렌시아가의 오트쿠튀르 웨딩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함께 협업해 <DONDA>의 머천다이징 제품을 소개했고, 올해에는 갭과 함께 다중 협업을 펼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 둘 사이에 기묘한 드라마가 연출되기도 했는데, 뎀나가 발렌시아가의 최신 컬렉션 캠페인에 킴 카다시안을 메인 모델로 내세운 것이다. 현재 킴 카다시안의 스타일은 전 남편이었던 카니예의 작품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인데, 이혼 후에도 그녀의 발렌시아가 사랑은 현재 진행형이다. 반면 여전히 공개적으로 킴에 대한 미련을 스스럼없이 표출하고 있는 카니예는 자신의 데이트 상대를 직접 발렌시아가 아이템으로 스타일링하며 제2, 제3의 킴을 생성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가십성의 화제 속에 발렌시아가의 인지도는 더욱 무섭게 상승 중이라는 것.

 

 


한편 배우들을 페르소나 삼아 공식 석상은 물론 사석에서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디자이너도 있다. 대표적으로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자레드 레토, 그리고 하이더 애커만과 티모시 샬라메를 꼽을 수 있겠다. 톰 포드 이후 구찌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다양한 스타를 뮤즈 삼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배우 자레드 레토는 그에게 유독 각별한 존재다. 예수를 연상시키는 긴 헤어와 수염, 그리고 못 말리게 로맨틱한 아웃핏까지. 놀랍도록 닮은 이 둘은 서로가 서로의 분신과도 같다. 미켈레가 이끄는 구찌의 가장 충실한 앰배서더인 자레드 레토는 가장 많은 구찌 캠페인에 등장했으며, 구찌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에 출연하기도 했다.

 

 


라이징 스타에서 이제는 어엿한 정상급 배우로 성장한 티모시 샬라메는 공식 석상에서 항상 하이더 애커만의 의상을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하이더 애커만이 벨루티에 몸담았던 시절, 당시 거의 모든 시즌의 컬렉션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을 정도로 세대 차를 뛰어넘는 특별한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함께 아프가니스탄 여성 인권을 위해 설립된 프랑스 NGO 단체를 위한 후디를 디자인하는 훈훈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디자이너로서의 소신과 실력만큼이나 개인의 유명세가 높은 가치로 평가되는 요즘, 아틀리에에서 오랜 시간 틀어박혀 디자인에 공들이기만 해서는 대중을 감복시키기 어렵다. 아틀리에 밖 세상의 판도를 명민하게 읽고, 다양한 인물과 소통하고 그들의 문화를 흡수해 새로운 영감을 찾는 요즘 디자이너들, 그리고 그들의 재능 넘치는 친구들이 또 어떤 창조적인 시너지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더네이버, 패션, 패션디자이너 X 스타

CREDIT

EDITOR : 김재경PHOTO : imaxtree,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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