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공간에 불어넣는 예술의 숨

2004년 독일에서 시작한 ‘아트먼’은 무용을 전공한 임선영 안무가를 필두로 다양한 예술 장르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이는 창작 그룹이다. 유럽을 주무대로 활동했던 그가 2020년부터 한국에 잠시 머물며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세계를 이어줄 임선영 안무가를 만났다.

20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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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새로운 전환점

비어 있는 대상에 무언가를 채운다는 건 본질을 찾아주는 행위다. 텅 빈 유리컵에 물을 부으면 물컵이 될 테고, 와인을 따르면 와인잔이라는 성질을 획득하는 것처럼. 무용을 기반으로 다원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창작 그룹 ‘아트먼(atmen)’을 이끄는 임선영 안무가는 뜻을 같이하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 공허한 공간에 몸짓으로 숨결을 불어넣는다. 그는 춤, 연극, 미술의 경계를 허문 탈장르 양식인 탄츠테아터의 창시자 피나 바우쉬(Pina Bausch)의 모교인 독일 에센 폴크방 국립예술학교(Folkwang Universität der Künste) 무용과에서 수학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행보는 피나와 여러모로 닮았다. “예술의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다원 예술 프로젝트는 제게 새로운 개념이 아니에요. 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하나라 배웠기에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죠.” 2004년 독일에서 창작 집단 아트먼을 창단한 그는 라이프치히, 베를린, 뒤셀도르프 등에서 공부한 예술가들과 함께 유럽을 무대로 정형화된 기교에서 탈피한 창조적 작업을 지속했다.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임선영 대표가 한국으로 기반을 옮긴 때는 2020년,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서다. “3개월 정도 머물기 위해 한국에 들렀지만 팬데믹이 장기화되며 계획이 틀어졌죠. 그러다 한국에서의 활동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어요.” 
지난 2년간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 작가가 이끄는 다원 프로젝트 ‘DMZ 극장’에 안무가로 참여하고,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오페라 <길 위의 천국>의 안무를 맡기도 했다. 그리고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도 할 만큼 그에게 큰 영향을 준 일을 맡게 되었는데, 바로 강원도 정선군도시재생지원센터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 

 

지역의 색을 더한 도시재생 프로젝트

올해 3월 18일부터 20일까지는 정선 지역 예술가 3인과 함께 곧 허물어질 예정인 옛 사북초등학교에 작별 인사를 건네는 다원 예술 작업 ‘잘가, 사북초등학교’를 진행했다. “프로젝트 ‘잘가, 사북초등학교’는 제가 나아갈 새로운 길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해요. 이전부터 정형화된 무대보다는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길거리, 버려진 건물 등 제각각 자기 이야기가 있는 곳을 좋아했어요. 공간이 내포한 본연의 스토리를 확장시키고, 계속해서 새로운 서사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게 숨을 불어넣는 작업이라 생각하거든요.” 동심을 상징하는 풍선을 이용한 입체 작품, 졸업식을 연상시키는 드로잉, 교실 풍경 사진 등 옛 사북초등학교와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지역 예술가 3인의 작품을 전시 기간 동안 건물 외벽에 설치했다. 아트먼은 오프닝 공연을 맡았다. 풍선을 온몸에 휘감은 무용수들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풍선의 움직임을 형상화하는 것에서 시작해 책걸상을 이용해 교실 풍경을 떠오르게 하는 안무 등 마치 설치작품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퍼포먼스였다. 더불어 AR 기술로 건물 사진과 오프닝 무대를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감상할 수 있게 해 영원히 살아 숨 쉬게 만들었다. “제가 교육자로 참여한 나비 캠퍼스 프로젝트부터 ‘잘가, 사북초등학교’, 그리고 앞으로 선보일 문화 예술 프로젝트는 정선군도시재생지원센터의 이용규 센터장님과 강우암 국장님께서 믿고 맡겨주신 덕분에 가능했어요. 
한국에서 새로운 길을 걷게 해주신 데에 대해 크게 감사합니다.”

 

예술이 일으키는 변화 

현대사회에서 100% 완전한 창작은 없다. 기존의 선례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발전시키느냐가 또 다른 창조를 낳는다. 임선영 안무가 역시 정선을 바꾸는 데에 있어 독일 촐페라인 탄광 산업단지를 롤모델로 삼는다. “정선처럼 옛 탄광 지역이었지만 렘 콜하스(Rem Koolhaas)를 비롯한 유명 건축가들이 건물을 리모델링하며 외부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문화 예술 명소가 되었죠. 중요한 것은 공간을 개조한 후 방치하지 않고 끊임없이 문화 예술 프로그램으로 채워 자생할 수 있게 만든 점이에요. 아트먼과 같은 예술 그룹이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은 이처럼 공간에 숨을 불어넣어 스스로 호흡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해요. 독일 촐페라인 탄광 산업단지의 사례를 참고하되 지역에 맞는 색을 더한 프로젝트로 정선을 타지에서 시간을 내 찾아올 만큼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나게끔 만들고 싶어요. 또 공익성이 짙은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에요. 새로운 시작의 첫걸음이라 할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죠.” 
임선영 대표는 ‘잘가, 사북초등학교’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정선 곳곳은 물론 도시의 잊힌 공간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계속 펼칠 예정이다. “작업 과정에서 제가 기쁘고 벅차야 결과물을 감상하는 이들에게도 그 감정을 온전히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선보일 프로젝트도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준비해 많은 사람을 치유하고 새로운 활기를 전할 수 있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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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임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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