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끊임없이 드로잉하는 천상 예술가 하이메 아욘

늘 수많은 컬러의 펜과 노트를 지니고 다니면서 비행기 안에서, 호텔에서, 카페에서 끊임없이 드로잉하는 천상 예술가 하이메 아욘. 그가 2022년, 우리의 현재와 자신의 창의적인 삶에 관해 이야기했다.

20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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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의 매그넘 샴페인 패지키에 직접 그림을 그린 리미티드 에디션과 함께한 하이메 아욘. 

 

 

세계에서 가장 바쁘고, 가장 유명한 디자이너이자 예술가 하이메 아욘(Jaime Hayon). 우리나라에서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의 현대어린이미술관 공간 ‘MOKA가든’에 이어 지난해 10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과 판교점에 2030세대 VIP 라운지 ‘YP 클럽’을 공개해 더 친숙한 이름이다. 지난 2월 23일부터 27일까지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아트페어 ‘ARCO’에서 그간 자신이 몰두해온 페인팅 작업을 선보인 동시에 루이나(Ruinart) 샴페인과 협업해 만든 매그넘 샴페인 리미티드 에디션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종이로 만든 샴페인 패키지 위에 자연과 생명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렸는데, 판매 수익금은 환경 NGO 단체인 포레스트프로젝트(Forest Project)에 기부한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가구 및 오브제, 공간과 예술 영역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소식이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 <더네이버>와의 인터뷰 답변을 보내온 3월에는 새로운 호텔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위해 방콕에 머물던 중이었다. 팬데믹으로 전 세계를 누비던 출장은 멈췄지만 하이메 아욘은 이제 곧 길었던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인 자신의 프로젝트를 직접 방문해 확인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말이다.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자리한 2030 세대 VIP 라운지 ‘YP 클럽’ 내부. 

1, 2 YP 클럽 디자인을 구상하며 그린 스케치. 그의 모든 디자인 프로젝트는 스케치로부터 시작된다. 

 

 

지난해 10월 현대백화점의 YP 클럽 라운지 프로젝트를 선보이면서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했죠? 젊은 세대를 위한 디자인인데 어떻게 접근했나요? 요즘 젊은 세대, 특히 한국의 경우는 더욱, 그들만의 문화가 존재하고 또 꽤 높은 수준이라고 알고 있어요. 그들의 삶은 몇 가지로만 규정되지 않아요. 혼합과 다양성에 개방적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그들을 위한 공간은 다양한 관점을 포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디자인뿐 아니라 예술적 감성이 느껴져야 하고, 그들이 기꺼이 머물며 그토록 좋아하는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고 싶은 그런 공간이어야 한다고요. 그리고 고감도의 퀄리티는 유지하되 압도하지 않는 편안함도 주어야 합니다. 때문에 공을 정말 많이 들였어요. 휴식 공간부터 화장실까지, 벽부터 바닥까지, 가구부터 심지어 문손잡이까지 모두 디자인했죠. 공간 내에 설치한 조각상도 펑크적인 면을 더했어요. 결과적으로 매우 흡족합니다. 


당신의 젊은 시절은 어땠나요? 그 경험이 디자인에 영향을 주었을까요? 물론이지요. 저는 스케이트보드 선수였어요. 상상이 되나요? 스케이트보딩에 미쳐 있던 때죠. 동시에 저는 모든 것을 새롭고 신선하게 바라보는 소년이었습니다. 또 음악과 그것이 영향을 준 것들, 스타일에도 관심이 많았죠. 어린 시절엔 어디에나 그림을 그려대서 부모님이 말렸다고 해요. 그 모든 시간과 경험이 합쳐져 결국 디자인을 공부하게 되었죠. 디자인은 경험의 용광로입니다. 저는 언제나 제3의 눈으로 사물과 세상을 바라봅니다. 새로운 것은 경험을 통해 그리고 상상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어요.

 

 

바카라와 협업해 만든 파우나크리스토폴리스 (Faunacrystopolis) 크리스털 작품. 2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YP 클럽 라운지를 방문한 하이메 아욘. 컬러풀한 타일과 하이메 아욘이 좋아하는 특유의 곡선 디자인이 잘 구현되었다. 3 여의도 더현대서울 YP 클럽의 바. 천장의 물결 장식부터 문의 손잡이까지 세부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 

 

 

유독 한국을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당신이 느낀 한국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한국은 정말 멋진 나라입니다. 몇 년 전 처음 서울을 방문했을 때 다양한 음식 문화와 사람들의 세련된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어요. 그리고 저와 정서적으로 가깝다는 것이 느껴졌고요. 한국 사람들은 삶을 즐길 줄 알고, 스타일과 예술, 미식에 남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어느 나라보다 국제적이고, 테크놀로지와 전통이 잘 어우러진 모습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늘 새로운 것을 찾고 실험하는 한국인들의 성향에서 제 모습도 보이고요. 상상력과 디자인, 공예, 컬러가 더해졌을 때 감동하는 한국인의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 서울의 좋은 점요? 없는 게 없다는 것이죠!


요즘은 가구 디자인보다 공간 작업을 더 많이 진행하는 것 같아요. 인테리어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마치 오페라 작품처럼 접근합니다. 나누어진 공간은 모두 오페라 무대 장면이 되고,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면 이야기의 일부가 되죠. 사람은 공간의 중심이죠.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여정에서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을 경험하기 때문에 언제나 새로운 경험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전혀 다른 세계로 들어온 듯한 느낌과 경험 말이죠. 제가 창조한 공간에 심어놓은 감각적이면서도 지적이고, 활기찬 동시에 매우 흥미로운 시노그래피(Scenography)를 많은 이들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이것이 키 아이디어예요. 

 

 

남양주에 위치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의 현대어린이책미술관 공간, MOKA가든 중 라이브러리.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뱀 모양의 책장과 아틀라스 모티프의 벤치 등이 특징이다.

 


MOKA가든은 아이들을 위해 디자인한 첫 번째이자 유일한 공간이죠. 두 아들에게 자신은 어떤 아빠라고 생각하나요? 아이들에게 놀이란 우리 어른들의 상상으로는 알기 어려운 것이에요. 그래서 전 즐겁게 놀 수 있는 도구만 제공하겠다고 생각하죠. MOKA가든 놀이터에서 ‘진화’를 테마로 한 벽화를 그렸는데, 그 그림이 아이들의 상상 속에서는 입체로 변해 놀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른들은 아이들의 시간을 컨트롤하려고 하지만, 아이들이 자신만의 세상을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어야 해요. 리듬을 깨트리지 말았으면 해요. 저의 교육법은 최대한 아이들을 바라보고, 이해하려 하며, 자유롭게 두는 것이에요. 물론 부모가 일종의 규제와 책임감을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죠. 옳고 그른 것을 제대로 판단하는 능력을 가지게 한 다음에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음을 가르쳐야 해요.

 

 

지난 2월 방콕디자인위크를 기념해 스탠더드 호텔에서 선보인 설치 전경. 태국 전통 그림자 인형극 낭 탈룽에서 영감을 받았다. 

 


5월에 정식 오픈 예정인 방콕 스탠더드 호텔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마드리드와 런던, 포르투에도 호텔 디자인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프로젝트는 아시아에서 첫 번째 호텔 작업이네요. 스탠더드 호텔은 미국 마이애미와 뉴욕, 런던, 몰디브 등에 이미 최고급 호텔을 두고 있는 글로벌 호텔 브랜드예요. 이번 방콕 스탠더드 또한 정말 남다르리라 확신합니다. 우선 78층 규모로, 방콕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마하나콘(Mahanakhon) 내에 자리한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방콕은 매우 활기찬 도시고, 태국 고유의 전통문화와 현대적 감성이 조화를 이룬 특색 있는 도시죠. 스탠더드에서 저에게 이 도시의 호텔 디자인을 의뢰했을 때 이런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방콕을 여러 번 방문하면서 본 태국의 크래프트 디자인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그런 전통 공예 요소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었고요. 호텔에 도착하면 입구에서부터 매우 놀랄 거예요. 태국 공예로 만든 거대한 샹들리에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거든요. 제가 공간 디자인에서 늘 강조하는 최고의 품질과 편안함, 그리고 다양한 색채와 예술적 요소가 멋지게 공존하는 장소예요. 

 

 

1, 2 스페인 발렌시아에 위치한 하이메 아욘의 아틀리에. 그는 최근 페인팅에 몰두하고 있다. 자신의 머리와 가슴속에 펼쳐지는 아이디어와 상상을 캔버스 위에 풀어놓는 일은 그에겐 마치 명상과 같은 시간이다. 3 지난해 스페인 마요르카섬에 위치한 L21 갤러리 개인전에서 선보인 조각 작품.   

 


스페인 수도가 아닌 발렌시아에 산다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발렌시아는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에요. 지중해를 품고 있으며 1년에 300일 이상이 화창하고 온화하죠. 찬란하게 부서지는 햇빛, 다양한 음식들, 유쾌하고 밝은 사람들. 바다와 햇빛과 생동감 있는 사람들이 주는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정서가 저에겐 매우 소중해요. 이 환경은 제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긍정적인 에너지와 크리에이티브 바이브를 유지하도록 해준달까요. 디자이너는 매우 지치기 쉬운 직업이기도 하죠. 그렇기 때문에 ‘Joy of Living’의 자세가 매우 중요해요. 나의 비전은 인터내셔널이지만, 내가 머무르는 곳은 로컬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인스타그램에서 요즘 페인팅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어요. 그림 그리는 것은 명상과 같다고 말했고요. 그림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가요? 팬데믹으로 여행이 멈추면서 페인팅에 더 몰두했어요. 그림 그리는 시간은 바로 나 자신만의 시간이 됩니다. 나의 머리는 언제나 아이디어와 상상으로 가득 차 있어요. 아침에 스튜디오로 가서 직원들과 디자인, 설치, 프로젝트 관련 회의를 할 때는 언제나 ‘조금 더 조금 더’라는 주문을 해요. 하지만 페인팅으로 돌아가면 모든 것이 멈춥니다. 때문에 나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상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순간은 다분히 명상적이지요. 여행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그림 그리는 일을 멈추지 않았어요. 25년 동안 300권이 넘는 노트에 그림을 그렸죠. 예술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나의 세계,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나의 감정, 나의 영혼 말이에요. 그림은 곧 하이메 아욘, 제 자신입니다.  

 

 

 

1 프리츠한센과 협업한 ‘이케바나’ 화병. 2 5월에 정식 오픈을 앞둔 방콕 스탠더드 호텔의 입구. 하이메 아욘 특유의 바닥 드로잉 장식과 태국 전통 공예로 만든 조명이 어우러진 황홀한 공간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이라고 부르지만 당신은 언제나 ‘나는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라고 말합니다. 산업디자인 프로젝트를 많이 하지만 동시에 갤러리와 뮤지엄에서 작품 전시도 하죠. 당신에게 아트와 디자인은 각각 무엇인가요? 작업에 따라 아티스트 혹은 디자이너라고 지칭하지만 총체적으로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가 맞는 것 같아요. 경계 없이 창의력이 필요한 작업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지금 시대는 디자이너, 아티스트, 그래픽 디자이너 등 하나의 이름으로 가두는 건 어려운 일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어떤 타이틀로 불려지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저를 부르는 사람들에게 어려운 일일 뿐이죠. 하하. 요즘에는 다수의 미술계 사람들이 나의 그림과 조각을 더 많이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쪽 작업 비중이 더 높은 것일 뿐이에요.  


당신의 디자인 철학은 시간이 흐를수록 변하나요? 아니면 확고한가요? 이 질문은 두 가지로 답할 수 있겠네요. 퀄리티를 찾는 측면에선 변화도 타협도 없어요. 언제나 최고의 질과 편안함을 추구해요. 동시에 작품을 만드는 방법과 예술의 활용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정말 중요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최근 인스타그램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포스팅하면서 사랑과 크리에이티비티가 우리를 구할 거라 했죠. 이 의미는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나요? 전쟁 소식은 정말 저의 마음을 아프고 어지럽게 만들었어요.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들의 문화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러시아는 어떤가요? 저에겐 수많은 러시아 친구들이 있습니다. 전쟁은 우리를 매우 힘든 시기로 이끌 것이 분명해요. 전쟁은 정치인들의 이기적이고 좁고 닫힌 마음과 생각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반면에 크리에이티비티는 열려 있는 마음의 반영이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합니다. 전쟁으로부터 우리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창의적인고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전쟁을 멈추고 더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하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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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강보라PHOTO : Hayon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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