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멸종위기동물을 기억합니다-정의동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들의 숨통을 날마다 조여간다. 시름시름 앓고 있는 멸종위기동물을 대신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만났다.

202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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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동물에 대한 애정

동물 모형 작가 정의동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하트 시그널> 시즌 3의 출연자로 대중에 알려진 동물 모형 작가 정의동.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시청하면서다. TV 출연으로 생긴 유명세를 활용할 법도 한데 초창기부터 가장 마지막 영상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작업 과정만 다루는 모습에서 순수함이 내비쳤다. 감성이나 분위기에 치중하기보다는 과정을 면밀하게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둔 앵글에서는 정직함이 느껴졌고. 무엇보다 결정적 이유는 몇몇 영상의 마무리 멘트였다. 도도새 뼈 복원기 영상의 ‘도도가 멸종한 지 3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많은 동물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작은 관심이 모이면 큰 변화가 생긴다고 합니다. 더 이상 동물들이 멸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혹은 참개구리 제작기 영상의 ‘초여름부터 늦여름, 개구리 로드킬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계절입니다. 혹시나 길을 걷다 개구리를 마주치시면 풀숲으로 유도해주세요’와 같은 문구에서 진정성이 엿보였다. 부가적인 수식은 모두 제하고, 오직 동물 모형 작가로서의 정의동과 대화를 나눴다.

 

 

 

낙동강생물자원관에 납품한 실물 사이즈의 도도새 뼈 모형. 코로나19로 인해 아직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아직까진 국내에 동물 모형 작가가 되기 위한 정형화된 루트는 없다고 알고 있어요. 어떤 과정을 거쳐 전문 작가가 되었나요? 처음엔 독학으로 스컬피 다루는 법을 공부했어요. 국내에는 동물 조형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드물어 해외 작가들에게 물어보고 소통하며 도움을 얻었고요. 그러다가 독학의 한계를 느끼고 대구에 계신 관련 전문가를 직접 찾아가 짧게 배웠어요. 이후 그동안 만들어보고 싶었고, 주변에 소개하고 싶었던 잘 알려지지 않은 동물 중 작은 것부터 하나씩 만들어보았죠. 그러다 2017년에 만든 금개구리 모형이 주변의 좋은 반응을 얻으며 전문 작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다양한 동물 모형을 제작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사람들이 잘 모르는 국내 토착종 모형 제작에 관심을 쏟는다고요. 소외된 동물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보여주신 다큐멘터리가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마지막 황새 부부를 보여주며, 멸종위기에 처한 텃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었죠. 그때 ‘동물이 사라지는 건 가슴 아픈 일이구나’라는 걸 가슴 깊이 깨달았죠. 강한 인상을 받았던 터라 이후로도 종종 멸종위기동물에 대한 다양한 다큐멘터리와 서적을 찾아보았고, 마음의 크기에 비례하게 그들에 대한 관심도 점점 더 커졌어요.


작품 하나에 소요되는 시간과 과정이 궁금합니다. 보통 한 작품당 한 달 정도 걸린다고 보시면 돼요. 물론 채색 원데이 클래스용 모형은 간단하게 제작해 2~3일 정도 걸리지만 본격적인 작업은 동물 선정부터 서식 환경 및 습성, 해부학 공부 등에만 일주일이 걸려요. 그 후 동세를 정해 스케치하고 유토를 이용해 어떻게 조형될지 확인한 후 손 조형, 혹은 3D 모델링 중 알맞은 방법으로 본조형에 들어갑니다. 

 

 

 

우리 민족의 상징인 호랑이의 늠름한 모습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 작업한 백두산 호랑이 모형. 초창기 작품이다.

 

 

사라져가는 동물에 대한 자료를 모으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오히려 멸종 동물 혹은 멸종 직전의 동물은 논문이나 사진 자료가 꽤 많아 어렵지 않아요. 다만 문제는 멸종위기종이 아니거나 혹은 멸종위기종이지만 양서파충류와 같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동물은 정말 자료가 전무합니다. 이런 경우 관련 분야 교수님 혹은 연구원께 연락을 드리고, 그래도 적절한 자료를 구하지 못하면 해외 전문가에게 자문을 얻죠. 


여태까지 진행한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을 하나 선택한다면? 현재 낙동강생물자원관에 안착한 실물 사이즈의 도도새 뼈 모형이 가장 애착이 가요. 박물관 납품을 위한 모형은 공룡과 같이 환경으로 인해 멸종된 동물이 대부분인데, 인간의 손에 의해 자취를 감춘 동물을 만들어 제공한 건 처음이거든요. 실물 사이즈로 제작해 납품한 케이스 또한 처음이고요. 코로나19로 아직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는데, 얼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음 좋겠네요. 


언젠가 꼭 제작해보고 싶은 동물 종은 무엇인가요? 제가 이 길을 걷는 데 큰 영향을 끼친 홍새요. 현재 준비 중인데, 어린 시절 다큐멘터리를 시청했을 때와 달리 현재는 복원 사업을 통해 번식 및 방사되고 있어 여러 가지로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사라져가는 동물의 모형을 제작하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이 들 것 같아요. 작품을 만들 때 어떤 소망을 담나요?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빠른 속도로 수많은 종의 동물이 사라져가고 있어요.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우리가 어릴 때 일상 속에서 보고 만지던 잠자리, 개구리, 참새와 같은 동물 역시 훗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저는 미래의 제 아이들이, 그리고 후손들이 동물들과 교감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이를 위한 첫걸음은 소멸해가는 동물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지지라 생각해요. 우리의 관심과 지지를 바탕으로 멸종위기종 동물을 지키기 위한 많은 프로젝트가 생기고 지속할 수 있거든요. 제 작품이 우리가 잘 모르는 혹은 잊고 지내온 소외된 동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시발점이 되길 늘 소망합니다.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이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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