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멸종위기동물을 기억합니다-고상우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들의 숨통을 날마다 조여간다. 시름시름 앓고 있는 멸종위기동물을 대신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만났다.

202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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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동물이 건네는 말

아티스트 고상우

2022년 1월 3일,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 신묘한 호랑이가 등장했다. 일반적인 노란 빛깔의 털이 아닌, 푸른색에서 보랏빛에 이르기까지 오묘한 색으로 물든 호랑이는 대통령의 등 뒤를 든든히 지키고 있었다. 판타지 영화에 등장할 법한 이 초현실적인 호랑이를 탄생시킨 주인공은 아티스트 고상우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는 컬러를 반전시킨 사진 위에 디지털 드로잉을 덧입힌 독창적인 평면 작업은 물론 퍼포먼스, NFT 아트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펼친다. 20여 년 가까이 사람의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는 데 집중한 작품을 선보이던 작가의 관심이 지구상에서 사라져가는 동물로 향한 시점은 2019년. 사비나미술관의 제안으로 개최된 멸종위기동물을 주제로 한 전시 <EVOLUTION> 준비를 하면서다. 작품 제작 과정에서 인간이 얼마나 잔혹하게 동물들을 핍박해왔는지를 깨달았고 전시가 끝난 후에도 동일한 주제의 작업을 지속하며 사라져가는 동물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올 한 해 한국에 머물 예정인 그는 3월 30일까지 충무아트센터에서 진행하는 그룹전 <홀로세의 미래>에 참여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6월, 2년간 준비해온 대규모 개인전을 사비나미술관에서 치른다. 

 

 

전시 <홀로세의 미래>를 통해 선보인 골드 펜을 활용해 완성한 새로운 시리즈. 

 

 

멸종위기동물을 주제로 한 첫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미술관의 제안을 받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한국의 멸종위기동물에 대한 공부였어요. 그러던 중 일본의 야생 동물 작가 엔도 키미오가 한국 표범이 멸종되는 과정을 추적해 집필한 <한국의 마지막 표범>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죠. 모피에 눈이 먼 인간들의 탐욕으로 한국 표범이 비참하게 멸종한 실상을 알게 되었어요. 인간으로서 크게 죄책감을 느꼈고 속죄의 마음을 담아 첫 번째 멸종위기동물 작품 ‘존재’를 완성했어요. 


평면 작업은 직접 촬영한 사진 위에 디지털 툴로 덧그려 완성하죠. 드로잉 과정을 통해 어떤 의미를 더하고 싶으셨나요? 시리즈 작업 중 두 번째로 완성한 ‘운명’을 예로 들어볼게요. 일제강점기, 야마모토 다다사부로가 주최한 ‘조선호랑이 사냥행사’에서 우리의 호랑이 600여 마리가 사살됐어요. ‘운명’은 이때 죽은 한국의 마지막 호랑이를 기억하기 위한 작품인데, 섬세하고 풍성한 털을 드로잉으로 더해 늠름한 한국 호랑이를 표현했어요.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털을 한올 한올 그렸다가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죠. 다른 동물들 역시 마찬가지에요.


작품을 둘러보니 공통점이 있어요. 동물이 관람객의 눈을 바라봐요. 촬영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코끼리나 곰처럼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 동물은 종일 기다리기도 해요. 그럼에도 그 순간을 포착하는 건, 동물이 눈을 통해 전하는 이야기를 듣길 바라서예요. 전시장 작품 설치도 눈높이를 맞추죠. 그뿐만 아니라 작업을 마치면 시를 한 편씩 적어요. ‘내가 없다면 언젠가 당신도 나를 찾겠죠(You will miss me on day)’, ‘상자 속에 갇힌 사람(Man in the box)’과 같은 문구들로 이루어졌는데, 제가 피사체와 눈을 마주쳤을 때 느낀 감정을 정리한 것이에요. 

 

 

 

멸종위기동물을 주제로 한 작품 중 첫 번째로 완성한 ‘존재’. 모피에 눈이 먼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무고하게 죽어간 한국 표범에 대한 미안함을 담아 완성했다.

 


멸종위기동물을 표현한 퍼포먼스와 무용 작품도 꾸준히 펼치지 않나요? 평면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동물들이 액자 속에 박제돼 옴짝달싹 못하는 것같이 느껴져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해요. 아이들이 프레임 밖으로 튀어나와 움직일 수 있게 특별 제작한 멸종위기동물 마스크를 쓴 무용수들이 그들의 움직임을 몸으로 표현한 공연을 3년 전부터 선보이고 있어요. 더불어 최근 참여한 아트 페어 ‘어반브레이크’에서는 직접 사자 마스크를 쓴 채로 우리에 갇힌 사자처럼 부스에 고립된 상태에서 그림을 그리는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를 3일간 펼치기도 했죠. 


최근 이미지 위에 골드 컬러 펜으로 드로잉과 문구를 덧입힌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도 선보였죠. 기존의 대형 작품은 크기가 주는 무게감이 있어요. 작품의 이야기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죠. 골드 펜 드로잉 시리즈는 전작에 비해 훨씬 작은 크기의 작품으로 사진 위에 글씨를 써 메시지를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해요. 


멸종위기동물이 처한 현실을 공부하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무엇인가요? 기후변화가 인류와 동물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요. 평균 기온이 1~2℃만 높아져도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요. 빙하가 녹으며 얼마 남지 않게 된 북극곰의 개체수, 호주 산불이 코알라에게 입힌 끔찍한 피해 등 모두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죠.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궁금합니다. 인간과 환경이 공존해야 함은 물론 더 나아가 우리 모두에겐 지구를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언제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임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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