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인스타그램에 구축한 작품 아카이브

이제 SNS는 일상을 기록하는 도구나 취미 활동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을 홍보하는 수단이자 포트폴리오고, 때로는 인생의 새로운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되어주는 시대다. SNS를 통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이들을 만났다.

2022.03.11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대중에게는 ‘무궁화소녀’라는 작가명으로 더 잘 알려진 박수연 작가. 


SNS SOCIETY

사진작가 박수연
 

평범한 하루하루도 오랜 시간 축적되면 누군가의 고유한 생애가 된다. 일기 쓰듯, 취미로 찍은 사진을 꾸준히 올린 SNS는 한 아티스트의 독창적인 아카이브가 되었다. ‘무궁화소녀’란 작가명으로 대중에게 더 익숙한 박수연 작가의 이야기다. 독창적인 색감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사진 작업으로 BTS, 가인, 민서, 오마이걸 등의 러브콜을 받은 그가 배운 사진 관련 정식 교육은 대학 시절 수강한 3개월짜리 학교 수업 하나가 전부다. 그러나 당시 전공인 애니메이션을 업으로 삼는 데에 한계를 느꼈던 박수연 작가에게 사진은 현실과 환상을 이어주는 탈출구이자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길의 이정표가 되었다. 촬영이 그 어떤 놀이보다 즐거웠기에 고민 없이 휴학하고 사진관에서 일하며, 때론 남대문의 카메라 수리 센터의 사장님을 스승 삼아 촬영 관련 지식을 익혔다. 그 사이 친구들을 모델로 진행한 화보 작업을 틈틈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고, 작업들이 차곡차곡 쌓인 SNS 계정은 한 편의 환상 동화가 되었다. 알음알음 그의 계정이 소문나자 조금씩 낯선 이들로부터 작업 의뢰가 들어왔고, 개인에서 시작한 클라이언트는 브랜드와 연예기획사로까지 뻗어 나갔다. 

 

 

1 자전거를 타다 발견한 우연한 꽃무리. 모네의 정원을 떠올리게 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개인 작업 중 하나다. 2 활동 초창기에 찍은 배우 이주영의 프로필 사진. 

 

첫 촬영의 기억이 궁금해요. 열네 살 즈음부터 취미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싸이월드에 일본 스냅사진이 돌아다녔는데, 이것에 영향을 받아 살고 있던 동네와 주변 풍경, 셀피 등을 찍기 시작했어요. 집에서 직접 찍은 사진들을 가지고 하늘을 핑크색으로 바꾸는 등 편집하는 것도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네요. 


소소한 취미였던 사진 촬영에 본격적으로 몰두하게 된 계기는 대학생 시절 수강한 사진 수업으로 알고 있어요. 사진 실습 수업은 추상으로만 존재하는 제가 좋아하는 이미지를 현실화하는 법을 알려주었어요. 과제에 대한 칭찬을 들을 때면 행복했고, 점점 더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이후 사진을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었어요. 그러나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듣는 것보다는 직접 현장에서 배우면 더 빠르게 촬영법을 익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휴학 후 사진관에서 일했어요. 또 제가 필름 카메라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필름 카메라에 대한 온라인 수업이나 정보를 찾는 게 쉽지 않아 직접 남대문 시장의 필름 카메라 수리센터 사장님들께 이것저것 여쭤보며 익혔어요. 


SNS에 업로드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작업을 혼자만 간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늘 타인에게 내 사진을 보여주고 싶었고, 불특정 다수가 접속할 수 있는 광장 같은 플랫폼에 기록해 감상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페이스북에는 2014년부터 올리기 시작했고, 사진관에서 일하며 본격적으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2015년부터는 인스타그램에도 업로드했죠. 작업에 대한 긍정적인 댓글만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비판도 제게는 유의미했고 더 성장해야겠다 의지를 다지게 만들어줬어요. 그리고 작업을 통해 새로운 사람과 연결되고, 온라인에 올린 작업이 오프라인에서 또 다른 일로 연결되는 상황도 재밌더라고요.

 

 

처음으로 진행한 대규모 촬영인 가인의 <End Again> 작업은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온라인 업로드 작업물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라면, 게시물을 보고 의뢰받은 작업이 대표적이겠네요. 첫 상업 촬영은 무엇이었어요? 부끄컴퍼니의 카라티 굿즈 화보 촬영이었어요. 사진 수업을 듣고 개인 작업을 업로드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죠. 학교 선배와 연극무용과 배우를 섭외해 학교 근처에서 촬영했어요.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함께 호흡하며 촬영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신이 나더라고요. 클라이언트도 결과물을 마음에 들어했고,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촬영하는 것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무궁화소녀의 작업 중 가수 가인의 2016년 앨범 <End Again> 촬영을 빼놓을 수 없죠. 제게 가장 큰 임팩트를 준 촬영이에요. 물론 전에도 배우 이주영, 가수 민서 등 아티스트를 촬영한 적은 있어요. 그러나 이전 촬영은 막 데뷔한 아티스트와 사진작가가 만나 ‘같이 의기투합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보자’란 느낌이 강해 부담감이 크진 않았어요. 그러나 가인은 이미 국내 대중가요계에서 아이코닉한 존재였고, ‘내가 감히 찍어도 되나’란 생각이 들었죠. 겉으로는 차분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우왕좌왕하며, 때론 흥분하기도 하며 10시간 동안 촬영했어요. 긴 시간이 소요됐고 진행에 있어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는데 끝까지 저를 사진작가로 존중해준 아티스트에게 아직도 감사드려요. 배운 것도 참 많았고요. 


비전공자로서 사진을 업으로 택한다는 데 부담도 있었을 거 같아요. 오히려 전공자에 비해 업계에 대한 정보가 적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어요.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셈이죠.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고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 즐거웠어요. 비전공자라는 타이틀이 장애물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상업 촬영이 많았던 시기, 일부러 시간을 내 진행한 개인 작업인 인어왕자 시리즈. 바닷가에서 햇볕을 쬐며 놀 듯이 작업해 기분 좋은 추억이 되었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작업물을 SNS에 꾸준히 업로드하며 실시간으로 대중의 피드백을 받았죠. 기억에 남는 의견이 있나요? 늘 좋은 코멘트만 있었던 건 아니에요. 2016년, 롤리타 관련 이슈가 첨예하던 당시 남자친구를 모델로 찍은 사진이 문제가 된 적이 있어요. 또래보다 외모가 어려 보이는 친구였는데, 그를 모델로 찍은 사진들이 소아성애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질타를 받았죠. 그때의 사건을 계기로 사진이 대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처음으로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좋은 사진의 기준을 ‘멈춰 서게 만드는 사진’이라 말한 적 있어요. 사진을 찍다 보면 나의 감정이 피사체의 감정과 동화되어 영혼이 통하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멈춰 서게 만드는 사진’이 나오는 것 같아요. 물론 매번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작업을 할 때 모델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써요. 촬영 중엔 모델 스스로가 ‘사랑받는 존재’라 느낄 수 있도록 오롯이 피사체에 집중하죠.


앞으로 어떤 새로운 무궁화소녀만의 스타일을 선보일지 궁금해요. 꾸준히 시도해보고 있는 것은 사진 위에 색으로 감정을 담아 그림을 덧입히는 작업이에요. 아직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라 공개한 적은 없지만, 언젠가 준비가 되면 즐거운 마음으로 대중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이재철(인물), 박수연(사진 제공)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