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공간의 힘을 만드는 스토리텔러_디자이너 양태오

셀러브리티의 공간 디자이너에서 이제는 셀러브리티가 된 디자이너 양태오. 고유의 헤리티지를 가장 한국적 컨템퍼러리 디자인으로 전개하는 그는 아트 전문 출판사 ‘파이돈’과 건축 전문지 <AD>에서 100인의 디자이너로 선정되는 등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월 말, 재개관을 앞둔 국립한글박물관에서 그를 만나 진정성 있는 공간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들어보았다.

202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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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리뉴얼 오픈하는 국립한글미술관에서 만난 디자이너 양태오. 곳곳에 그가 디자인한 이스턴 에디션 가구가 자리한다. 

 

 

2004년 시카고 미술대학(School of the Art)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2007년 캘리포니아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Art Center College of Design)에서 환경 디자인을 공부한 양태오 디자이너는 이후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 스튜디오에서 호텔, 가구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한국으로 돌아와 태오양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처음 그의 이름이 알려진 것은 배우 전지현의 신혼집 인테리어를 맡으면서다. 2012년 계동 한옥으로 이사한 그는 ㅁ자 한옥 두 채를 현대적으로 바꾸고 스튜디오와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며 한옥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디자이너로 화제를 모았다. 망향휴게소 화장실 리뉴얼, 사보이어 베드의 ‘문01’, 영국의 고급 벽지 드고네이 한국 컬렉션, 국립경주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등 수많은 분야에서 한국 전통문화와 디자인을 반영한 작업을 전개해온 그는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공간 디자이너로 손꼽힌다. 

 

 

양태오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국립경주박물관. 유물을 밖으로 꺼내 관람객이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완성했다. 

 

 

아트 전문 출판사 파이돈 프레스에서 낸 <바이 디자인>에서 발표한 세계 최고의 동시대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로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태오양 스튜디오가 선정되었고, 건축 전문지 <AD>에서도 2022년의 톱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소개했습니다. 사실 처음에 파이돈에서 메일이 왔을 때 확인을 안 했어요. 책 광고인 줄 알고. 제가 거기에 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거든요. 리스트에서 제 이름을 보니 정말 놀랍더라고요. 그동안 작업을 마무리할 때마다 포토그래퍼와 촬영하고, 소개하는 글을 작성해 홈페이지에도 올리고 여러 매체에 보냈어요. 스스로 아카이브를 쌓는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하길 잘했다 싶어요. 앞으로 디자인할 때 한국에 국한해서 생각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고, 또 한편으로는 다른 나라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이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겠구나 싶어집니다. 


해외에서 양태오 디자인을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안 그래도 제가 파이돈에 물어봤어요. 편집자가 말하길 인테리어 디자인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굉장히 다양한 이점을 주는데, 그중 하나가 다양성이라고 하더군요. 그 다양성을 통해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공부하고, 발전하고. 다양성이 다른 문화를 만나는 접점에서 새로운 미학과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철학이 만들어지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많이 없어진 시대라고 했어요. 온라인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취향을 공유하고, 몇몇 사람들의 취향이 굉장히 올바른 것으로 인식되어 모두 그것을 따르는 시대인데 저는 서울의 작은 동네, 북촌에서 꾸준히 한국적 미학을 보여주었다고요. 그래서 자신들은 거기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서 100인의 디자이너로 선정했다고.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에 설치한 ‘위싱 트리’는 코로나로 일반 공개가 되지 않아 안타까운 작품이다. 고창에서 쌀농사를 짓고 남은 볏집을 엮고 대나무와 강목, 끈과 종이로 장식했다. 해체된 이후에는 모두 본래 장소로 돌아가 쓰레기가 하나도 남지 않은 친환경 작품이다.

 


100인의 디자이너에 뽑힌 것도 자랑스럽지만 선정 이유가 감동적이네요. 고맙게도 파이돈이나 <AD>에서 100인의 디자이너에 선정되면 계속 같이 작업한다는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특히 파이돈은 전 세계 데이터 안에 제가 들어갈 거고 지속적으로 저의 작업을 지지할 거라고 해줬어요. 하지만 자신들의 데이터가 틀리지 않았음을 사람들에게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저 역시 독창적인 작업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고요. 


어쩌면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반가운 숙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맞아요. 그래서 더 발전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국립한글박물관 역시 미디어에 많이 보여주고, 다른 프로젝트 역시 계속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어깨가 무겁기도 합니다. 

 

 

미술을 경험하고 바라볼 수 있는 다이닝 공간으로 구성한 국제갤러리 더 레스토랑. 

 

 

양태오는 한국적인 것을 찾아 의도적으로 디자인에 포함시켜왔다. 영국 명품 벽지 브랜드 드고네이와 작업한 ‘한국의 정원’에서는 창덕궁 화계를 궁중화로, 책거리 문화를 민화로 그려 넣었다. 그가 제작한 한국 컬렉션은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데프레의 쇼룸에 전시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시계 브랜드 바쉐론 콘스탄틴과 협업할 때는 3D 프린터로 석탑과 석등을 만들었고, 펜디 가방에는 조선 시대 옻칠 기법을 적용해 화제를 모았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망향휴게소 화장실도 그의 대표작이다. 그는 이곳에 향교 인테리어를 더해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업 중 가장 최근에 완성된 곳은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장이다. 2022년 1월 말, 재개관을 앞둔 이곳은 천지인을 형상화해 균형과 대조를 메인 콘셉트로 한다. 메인 테마는 훈민정음 해례본. 입구 바닥에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적혀 있고, 어두운 배경으로 들어서면 훈민정음 해례본을 담은 아크릴판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는 한글을 만드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아크릴판이 놓인 전시 공간은 한글을 깨우쳐가는 과정을 빛으로 나타낸 것. 선이 들어간 벽, 종이 질감을 공간에 녹여 울림이 있는 한글의 의미를 공간 곳곳에 담았다. 

 

양태오의 디자인은 헤리티지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양태오 디자인의 지향점은 무엇일까요? 해외에서 공부하고, 일을 시작하면서 우리의 본질에 대한 고민 끝에 헤리티지 콘텐츠가 많아졌어요. 어떻게 하면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를 볼 수 있을까 생각한 것이죠. 하지만 한국적인 작업이 나오면 모든 분의 시선이 과거와 헤리티지로만 기울어지는 것 같아요. 오히려 해외에서는 제 작업을 보고 컨템퍼러리라고, 모던이라고 이야기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적인 것이 옛스러움으로만 평가받는 거 같아 안타까운 면이 있죠. 앞으로 전통이 과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미래에도 의미를 가지게 하는 데에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한남동으로 자리를 옮긴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 서울도 그가 작업한 공간이다. 

 

 

양태오라고 하면 한국적 터치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을 텐데,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나요? 사실 자주 그래요(웃음). 모든 작가들이 다 그럴 거예요. 자기를 보호하고, 드러내고, 알릴 수 있는 자신만의 성을 쌓게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결국 그 성이 때로는 자신의 가장 큰 적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나아가기 위해 그 성을 부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하고요. 하지만 한 해 한 해 시간이 지나면서 굳이 내가 그걸 깨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 안에서 발전하면 되지 않을까? 그 안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2012년에 한옥으로 이사 오고, 스튜디오를 오픈한 지 11년이 됐거든요. 10년 전의 저는 21세기 한국에 살고 있는 디자이너, 한국 안에서도 서울에 살고 있는 디자이너로서 내가 이 시기와 이 나라, 지역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를 생각했어요. 미래로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뿌리가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사람 중 한 명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요.  


직접 론칭한 한방 화장품 브랜드 ‘이스라이브러리’와 가구 브랜드 ‘이스턴에디션’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스라이브러리도 한방이라는 올드한 아트를 현대적으로 만들어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가지고 가는 것이 테마입니다. 이스턴 에디션 가구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철학을 표현한 하나의 방식이고요. 국립한글박물관에는 이스턴 에디션 가구를 많이 배치할 거예요. 벤치나 스툴을 둬 편안하게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디자인 영감은 어디에서 찾나요? 프로젝트에 맞는 리서치와 독서를 진짜 많이 해요. 적어도 예닐곱 권의 책을 읽어야 이 일을 어떻게 풀어낼지 정리가 되거든요. 사전 스터디를 하지 않고 프로젝트에 뛰어든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오답을 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에요. 사실 저는 겁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미리 준비하지 않았을 때 선뜻 뛰어들지 못해요. 공부를 싫어하지만 그런 두려움 때문에 하루 종일 책을 읽고,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양태오가 디자인한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장. 

 

 

동시에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18개면 대표 포함 전 직원 5명의 스튜디오에서 다 관리하기에 어려움은 없나요? 완성도를 높이는 데는 잘하는 소수의 인원이 더 낫더라고요. 프레젠테이션은 딱 한 번만 해요. 어떤 분들은 수정본을 주지 않는지, 미팅을 왜 여러 번 하지 않는지 물어보기도 하지만 한 번에 끝내야 시간과 에너지, 금전적인 낭비가 없거든요. 좀 거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서너 번씩 미팅하고 고객이 수정 요청하는 것을 모두 반영하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는 것은 그 단계의 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많이 고민해요. 동시대성을 가지고 있지 않고, 동시대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지 않은 프로젝트는 멀리하게 되고요. 어떻게 하면 물질적 자본이 지적 자본으로 바뀔 수 있을지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이죠.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있나요? 예전에는 제가 원하는 바를 만드는 데 몰두해 같이 일하는 분들을 많이 괴롭혔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렇게 나오는 결과물은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일하는 사람도 행복하고, 사용하는 사람도 행복한 그런 공간, 그런 결과물을 더 많이 내고 싶습니다. 앞으로 5, 6년 정도만 공간 디자인을 하고 이후에는 제 브랜드에 집중하려고 해요. 양태오라는 제 이름을 지우고 가상의 페르소나가 주인공이 되는 스토리, 그들이 더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미래적인 브랜드를 만들려고 해요.  


2022년을 시작하면서 어떤 계획을 세웠나요? 2년 동안 코로나를 겪으면서 제 자신과 우리 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은 스스로와 다른 이들에게 더 너그러워지고 편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코로나를 통해 무언가 퍼즐을 맞춘 느낌이에요. 이제 느긋하게 하나하나, 즐겁고 재미있게! 그게 저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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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이영채PHOTO : 안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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