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예술과 상업의 경계에서 박근호&이영호 대표

신선한 브랜드 이미지 창출을 위해 수많은 브랜드가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협업 결과물을 살피다 보면 유독 여러 번 등장하는 이들이 있다. 글로벌 브랜드들의 뜨거운 구애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컬래버레이션의 귀재들.

2022.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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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로랩의 박근호 대표(왼쪽)와 이영호 대표(오른쪽). 커다란 가로 스크린에는 2018년 DDP에서 진행한 ‘나이키 에픽 리액트 플라이니트’ 발매 기념 쇼케이스 겸 ‘미친 존재감 저스트 두잇(Just Do It)’ 캠페인 홍보 행사 때의 모습, 오른쪽의 작은 세로 스크린에는 사일로랩의 존재를 대중에게 알린 작품 ‘풍화, 아세안의 빛’의 현장 사진이 띄워져 있다. 

 

 

예술과 상업의 경계에서
사일로랩 박근호&이영호 대표

지난해, 2년 만에 열린 ‘서울디자인리빙페어 2021’에서 많은 이들이 하이라이트로 꼽은 건 키네틱아트 작품 ‘풍화, 아세안의 빛’이었다. 밤하늘을 배경으로 수십 개의 풍등이 오르내리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몽환적이고 신비한 분위기의 작품을 구현한 것은 인터랙티브 미디어 디자인 그룹 사일로랩(SILO Lab). 2013년 결성한 사일로랩의 역사는 동갑내기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 박근호·이영호 대표가 서울 아트센터나비에서 진행한 아두이노 워크숍에서 만나며 시작됐다. 수업에서 유일한 또래였던 그들은 금세 말문을 텄고 여러 프로젝트에서 겹치는 우연 끝에 팀을 결성하게 됐다. 공학을 전공한 박근호 대표와 디자인을 전공한 이영호 대표, 그리고 그들의 지인 3명이 모여 총 5명으로 시작한 사일로랩은 현재 두 대표를 필두로 10여 명의 직원과 함께 ‘풍화’, ‘묘화’ 등의 아트 작업부터 나이키, 젠틀몬스터, 포르쉐, 스타필드, 넷플릭스 등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 작업을 아우르며 맹활약 중이다. 


사일로랩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볼게요. 팀을 이루고 처음 진행한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요? 2013년 연말, 갤러리아 백화점 입구에 설치한 ‘주얼리 트리’였어요. 저희가 기획부터 참여한 건 아니고 조명 설치 및 사운드 비주얼라이징을 맡았죠. 2014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설치한 크리스마스트리 작업부터는 기획부터 시작해 프로젝트 전체를 맡아 진행했고요. 조명이 그냥 반짝이는 데 그치지 않고, 지나가는 이가 기부금을 내면 트리가 더욱 화려하게 점등하는 연출을 가미했죠.


보통 브랜드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프로그래밍, 공간 연출, 시공 및 설계 등 분야를 나눠 각각 다른 업체가 진행하지 않나요? 아무래도 그런 경우가 많죠. 그러나 사일로랩은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인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모여 결성한 디자인 그룹이에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어지간한 작업은 대부분 내부에서 소화해요. 덕분에 브랜드와 커뮤니케이션할 때, 보다 즉각적인 해결 방안과 실현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죠. 


그래서인지 한번 인연을 맺은 브랜드와는 지속적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것 같아요. 특히 나이키와는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죠. 저희는 단순히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가 직접 공간에 뛰어들어 몸을 움직이며 참여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젝트를 좋아해요. 오락기 등을 이용해 직관적인 UX로 구현한 인터렉티브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람의 참여를 유도한 게 에너제틱한 나이키와 저희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준 거 같아요. 

 

 

타이칸 홀로그램 트럭은 도심을 누비며 사람들에게 타이칸 출시 소식을 감각적으로 알렸다. 사일로랩의 첫 아트워크인 ‘묘화’. 젠틀몬스터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처음 공개됐다. 3 스타필드 하남 오픈을 기념한 미디어 스크린 설치 작업. 넘치는 파도처럼 유기적인 형태로 구현한 스크린은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개인적으로는 포르쉐 ‘타이칸 홀로그램 트럭’ 프로젝트가 인상 깊어요. 어떠한 시공간도 구현할 수 있는 미디어아트일지라도 결국 작품이 전시되는 고정된 공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트럭에 홀로그램을 띄워 도심을 누비는 모습을 보고 이런 식으로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도 있구나 싶었어요. 트럭에 설치한 투명한 스크린 위에 ‘타이칸 터보 S’의 최대출력 761 마력을 상징하는 761마리의 말이 뛰어다니는 홀로그램을 비추는 작업이었어요. 투명한 스크린에 띄울 홀로그램이기에 모두들 최첨단 기술이 필요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사실 이미 존재하는 기술로 충분히 구현 가능한 작업이었죠. 다만 아무도 해보지 않아 생소할 뿐이었고요. 저희가 가능하다고 하니 모두가 의구심을 가졌어요. 그래서 작은 데모 버전을 만들어 눈으로 실현 가능성을 보여드린 후 프로젝트가 시작됐죠.


그러고 보니, 다른 업체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반려한 프로젝트를 사일로랩이 해결한 경우가 꽤 된다고 들었어요. 내부에서 대부분의 작업을 소화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 여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어요. 또 저희는 프로젝트를 구현할 기술적인 방법을 모색할 때, 기존에 있던 프로그램만 활용하지 않고 프로젝트에 맞는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개발해요. 예를 들면 프레젠테이션을 만들 때 대부분이 기존의 파워포인트나 키노트에 있는 기능만을 활용한다면 저희는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을 새로 만드는 식이죠. 


브랜드와 협업한 커머셜 작업을 주로 선보이다 2014년부터는 아트 작업도 시작했죠. 독립적인 아트 작업을 선보인 계기가 있나요? 처음부터 아트 작업을 하고 싶어서 결성한 그룹이었기에 필연적이었어요. 다만 재미있는 건 첫 작품인 ‘묘화’는 젠틀몬스터와 손잡고 브랜드의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선보였죠. 브랜드가 ‘사일로랩이 해보고 싶은 걸 마음껏 해봐라’라며 공간을 제공했거든요.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이제는 사라져가는 백열 전구가 지닌 특유의 따스한 빛을 이용해 잊혀져가는 아름다운 것들을 표현한 작품이에요. 


그래서인지 사일로랩의 결과물은 커머셜 작업조차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배회하는 듯 보여요. 앞으로 선보일 두 영역을 넘나드는 결과물이 기대되는데, 미래 계획에 대해 말해주세요. 우선은 사일로랩이란 회사 자체가 사업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고 더 커갈 수 있길 바라요. 동시에 아티스트 그룹으로서 선보이는 작업도 지속하길 원하죠. 얼핏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욕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저희의 이야기를 담은 작업을 지속하다 보면 그것이 결국 회사의 매출이 되고, 그렇게 얻은 수익으로 사일로랩만이 구현할 수 있는 작업을 다시 선보이는 식으로 선순환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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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이재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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