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과거로부터의 회기

2021 F/W 컬렉션에서 발견한 과거의 흔적들.

202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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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라는 긴 암흑기를 지나온 디자이너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화려했던 과거를 2021년으로 소환했다. 런웨이에는 <위대한 개츠비>로 대변되는 1920년대 화려한 파티 스타일부터 2000년대 초반의 Y2K 무드까지, 마치 패션의 역사를 총망라한 듯 과거의 흔적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몇몇 디자이너들은 물질주의가 팽배한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갔다. 반복되는 록다운을 경험하며 갈구하던 자유에 대한 열망, 특히 화려하게 차려입고 파티를 즐기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기에 전후 경제적 호황기를 맞은 1920년대만 한 소재도 없었을 듯. 미우치아 프라다는 2021 F/W 컬렉션을 공개하며 “새로운 에너지, 새로운 욕망이 고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녀의 말처럼 디자이너들은 반짝이는 시퀸과 글리터, 엠브로이더리, 찰랑이는 프린지 등 재즈에이지 시대 화려한 사교 파티를 연상시키는 패션 코드를 컬렉션에 녹여냈다. 프라다의 새 시즌 컬렉션에는 현란한 패턴과 인조 모피, 시퀸 소재가 어우려진 1920년대풍 파티 웨어가 대거 등장했다. 광택이 흐르는 실크 소재 드레이프 드레스를 선보인 드리스 반 노튼, 큼직한 시퀸 드레스 밑단을 타조 털로 풍성하게 장식한 지방시의 드레스도 이러한 무드에 힘을 실었다. 블랙 드레스 위에 실버 프린지 디테일을 층층이 가미한 록의 드레스, 드레이프와 크리스털 장식을 곁들인 랑방의 가르손 스타일 드레스 역시 1920년대 상류층의 호화로운 파티 신을 연상시킨다. 


생기 넘치는 모노크롬 컬러, 미니멀한 실루엣, 옵아트, 미니스커트, 비닐 소재 등 1960년대를 떠오르게 하는 스타일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특히 베르사체, 쿠레주, 스텔라 맥카트니 등의 런웨이에 등장한 심플한 디자인의 단색 미니드레스가 주목받았다. 베르사체는 비비드한 옐로 컬러 미니드레스에 옐로 스타킹과 옐로 슈즈를 매치한 모노크롬 룩으로 섹시함을 가미한 1960년대 스타일을 연출했다. 쿠레주는 1960년대를 풍미한 브랜드답게 하우스의 전성기를 떠오르게 하는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의 화이트, 블랙 미니드레스를 선보였는데, 여기에 동일한 컬러의 사이하이 부츠와 볼캡을 매치해 동시대적인 세련미까지 놓치지 않았다. 풍성한 실루엣의 드레스 라인업을 자랑하던 지암바티스타 발리는 이번 시즌 미니스커트 셋업과 미니드레스로 승부수를 던졌고, 톰 포드 컬렉션에서도 아슬아슬한 길이의 미니드레스와 스커트, 이디 세즈윅을 연상시키는 스타일링 등 1960년대적인 요소가 포착됐다. 우주 여행과 미래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상상력은 1960년대를 강타했던 ‘스페이스 에이지’ 스타일을 다시 불러들였다. 예민하게 매만진 옵티컬 패턴과 컷아웃이 돋보인 데이비드 코마, 직선적인 실루엣과 미래적인 소재로 풀어낸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컬렉션에서 이러한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1970년대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이어져온 1970년대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관심과 사랑은 이번 시즌 절정에 달했는데, 어쩌면 길고 긴 팬데믹을 겪으며 사회, 경제적으로 암울했던 그 시절을 다시 떠올린 건지도 모르겠다. 그중 특히 주목받은 키워드는 바로 ‘히피’. 대표적으로 끌로에와 에트로 컬렉션에서 히피 스타일이 부각되었는데, 프린지와 포크적인 디테일, 오버사이즈 실루엣 등의 요소에서 1970년대의 향취가 느껴졌다.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하위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히피 스타일을 자신만의 장기인 동시대적이고 고급스러운 하이패션으로 완벽하게 변신시켰다. 집업 패딩과 믹스한 오버사이즈 판초, 니트 소재 맥시 드레스에 매치한 그런지한 크로스백, 패치워크 디테일을 적용한 레더 트리밍 코트 등 우아하면서도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는 룩으로 끌로에 데뷔 쇼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것. 에트로는 히피 요소와 글램 록 스타일을 스포티한 무드와 버무려 글래머러스하게 풀어냈는데, 브랜드의 시그너처인 페이즐리 패턴이 프린지 장식이나 패치워크 기법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또한 시퀸 소재와 패턴으로 화려함을 끌어올린 스텔라 맥카트니의 벨보텀 팬츠 룩, 시퀸과 프린지로 장식한 알베르타 페레티의 화려한 이브닝 룩에는 1970년대 스타일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글램 룩의 흔적이 남아 있다. 


예전만큼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1980년대와 1990년대 무드 역시 눈에 띈다. 마르퀴스 알메이다 런웨이에 등장한 워시아웃 데님, 이자벨 마랑 컬렉션에서 포착한 일렉트로닉 소재, 펑크 무드를 가미한 몰리 고다드의 타탄체크, 발망 아미들이 입고 등장한 광택 있는 패러슈트 팬츠 등은 모두 1980년대 패션에서 영향을 받은 것. 돌체앤가바나의 런웨이에선 1970~80년대를 주름잡은 화려한 디스코 무드와 1990년대의 슈퍼모델을 연상시키는 섹슈얼한 스타일이 공존했다. 샤넬의 크롭트 재킷은 90년대 패피들의 옷장을 채우던 크롭트 카디건을 상기시켰고, 디올이나 누메로 벤투노, 생로랑 등의 패션하우스가 채택한 레오퍼드 아우터 역시 1990년대 패션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번 시즌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를 지칭하는 Y2K 시대의 패션이 트렌드로 떠올랐다는 것. 블루마린의 볼레로 재킷이나 로라이즈 팬츠를 비롯해 당대의 스타일 아이콘인 패리스 힐튼이나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떠오르게 하는 룩이 오토링거, MSGM 등의 2021 F/W 컬렉션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조금은 식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번 시즌만큼은 수없이 들어온 이 말에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듯하다. 앞으로 10년, 20년 후 런웨이에서 2020년대의 어떤 스타일을 다시 만나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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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최신영PHOTO : imax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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