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오트 쿠튀르 쇼의 황홀한 모멘트

1년 중 가장 호화로운 잔치 오트 쿠튀르 쇼, 그 속에서 패션 하우스의 새로운 비전을 엿본다.

20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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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이×장 폴 고티에 

장 폴 고티에의 첫 번째 손님, 아베 치토세

지난해, 마지막 패션쇼 피날레에서 화려하게 작별을 고했던 장 폴 고티에. 완전한 이별이 아닌 새로운 파트너들과 함께 확장된 패션 세계를 펼치리라 여운을 남겼던 그가 이번 파리의 오트 쿠튀르 패션위크를 통해 다시금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의 첫 번째 파트너로 낙점된 이는 바로 사카이의 디자이너 아베 치토세. 흥미로운 점은 장 폴 고티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고, 오로지 객원 디자이너의 지휘 아래 ‘캡슐 컬렉션’ 형태로 진행되었다는 것. 전설적인 브랜드의 영광스러운 첫 객원 파트너 자리를 꿰찬 그녀는 선배 디자이너의 아카이브를 샅샅이 탐구했고, 특유의 해체주의적 장기를 가감 없이 발휘했다. 타투 프린트의 세컨드 스킨 톱과 보머 재킷, 세일러 셔츠와 브라톱, 코르셋 등 아이템 라인업에는 과거 장 폴 고티에의 전성기를, 피스들의 디테일과 실루엣에서는 아베 치토세가 그리는 젊은 시대정신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발렌시아가

50여 년 만의 복귀, 그리고 뎀나 바잘리아의 데뷔

발렌시아가가 반세기 만에 오트 쿠튀르 무대로 복귀했다. 이 역사적인 쇼를 선봉에서 이끈 주인공은 다름 아닌 현재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 유서 깊은 하우스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이 무려 50여 년 만에 돌아온다는 소식에 패션계의 기대감이 한껏 고조됐다. 열렬한 관심과는 대조적으로 하우스의 50번째 오트 쿠튀르 쇼이자 뎀나의 데뷔 쇼는 의외로 담백했다. 하우스의 전통적인 살롱처럼 꾸민 쇼장에는 소수 관객만이 참석했고, 음악 대신 모델 워킹에 따라 옷이 스치는 소리만이 속삭이듯 들려왔다. 이윽고 새 시대를 선언하는 발렌시아가 오트 쿠튀르 룩들이 등장했는데, 마치 뎀나가 크리스토발에게 선사하는 러브 레터와도 같아 보였다. 건축적인 실루엣과 간결한 디테일, 그리고 크리스토발의 대표적인 작품 페털 드레스를 모던하게 다듬어낸 피날레 웨딩드레스까지. 서로 다른 시절을 대표하는 두 선후배 디자이너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협업이라도 한 듯 감동적인 컬렉션이었다.

 

 

 

펜디

킴 존스의 슬기로운 로마 탐구 생활

킴 존스는 펜디에서 두 번째 오트 쿠튀르를 진행하며 비로소 하우스의 근원지 로마에서 완전한 안착에 성공한 듯 보였다. 그는 이번 컬렉션을 위해 로마의 대표적 영화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Pier Paolo Pasolini)의 시선을 빌렸다. 파솔리니는 로마의 역사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현대적 맥락으로 드러내거나 전체를 뒤틀어보는 선구자적인 시각으로 유명하다. 킴 존스는 이러한 정신을 다양한 형태와 패브릭으로 구현해 환상적인 컬렉션을 완성해냈다. 대리석의 견고함을 연상시키는 마블 패턴은 트롱프뢰유 실크 위로 은은하게 내려앉았고, 조각상의 아치를 은유적으로 담아낸 슈즈의 힐은 새로운 실루엣을 제시했다. 그뿐 아니라 풍부한 깃털 장식 드레스의 드라마틱한 뒷모습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수 디테일은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희열을 선사했다. 로마의 현재, 과거로 지어낸 펜디의 새로운 비전은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서스페리아>로 유명한 루카 구아다니노(Luca Guadagnino) 감독에 의해 특유의 서정적인 영상미가 돋보이는 패션 필름으로 담겼다.

 

 

 

발렌티노

발렌티노와 예술가들의 위대한 조우

발렌티노는 패션과 아트, 서로 다른 목적성을 띤 창조적인 두 영역을 결합해 ‘베니스 비엔날레 아르세날레’에서 화려한 오트 쿠튀르 콘서트를 펼쳤다. 2021 F/W 오트 쿠튀르 ‘발렌티노 데 아틀리에’ 컬렉션은 아트 큐레이터 잔루이지 리쿠페라티(Gianluigi Ricuperati)와 함께 선정한 현대 예술가들과 긴밀한 협업으로 이뤄졌다. 수차례에 걸친 실시간 미팅을 통해 진행된 협업은 그 방식이 꽤 흥미롭다. 피에르파올로 피촐리는 오트 쿠튀르의 근본이 되는 하우스의 제작 기법, 텍스타일, 테일러링 등의 축적된 지식과 역량에 예술가들의 고유한 창조성을 더했고, 역으로 그들에게도 ‘응답’을 요청한 것. 공중에 흩뿌려지는 깃털 장식의 모자와 풍성하게 펼쳐진 드레스, 그리고 만개한 꽃을 연상시키는 가운까지. 분방한 드레이프와 유연한 소재로 지어진 하우스의 견고한 피스들이 등장하며 컬렉션과 아트피스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감격스러운 오트 쿠튀르 신을 완성했다.

 

 

 

샤넬

샤넬 오프라인 쇼의 귀환

매번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와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패션쇼로 유명한 샤넬. 팬데믹 이후 샤넬은 오랜만에 오프라인 쇼를 진행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파리의 의상 박물관 팔레 갈리에라에서 펼쳐진 이번 쇼는 하우스의 근간을 이루는 ‘가브리엘 샤넬’의 스타일과 ‘그림’에 집중했다. “1880년대 스타일의 블랙&화이트 드레스를 차려입은 가브리엘 샤넬 자화상을 발견한 순간 강렬한 색감의 그림이 떠올랐다.” 버지니 비아르의 설명처럼 그녀는 베르트 모리조, 마리 로랑생, 에두아르 마네 등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옷을 지었다. 인상주의 화가의 담대한 붓 터치는 트위드 재킷과 코트의 텍스처로, 서정적인 컬러 팔레트는 드레스와 스커트 자락을 파스텔 톤으로 물들였다. 쇼의 피날레는 여느 때와 같이 웨딩드레스였다. 브랜드의 앰배서더 배우 마거릿 퀄리가 유럽 귀족의 결혼식을 연상시키는 고풍스러운 웨딩드레스를 착용하고 등장하자 하늘에서는 꽃잎이 비처럼 내렸다. 그 장관을 실시간 영상으로 목격하는 순간, 머릿속으로 스치는 생각은 단 하나, “역시 샤넬은 샤넬.”

 

 

 

디올

오트 쿠튀르의 본질에 대하여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한층 심도 깊은 탐구에 나선다. 스타일을 구성하는 옷, 그리고 그 옷의 기저가 되는 직물과 자수의 핵심 가치에 집중해 새로운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완성한 것. 수공예로 치밀하게 완성한 풍부한 텍스처의 트위드 코트, 자수 장인과 실크 전문 장인이 펼쳐낸 여성성을 부각한 드레스의 위대한 아름다움은 디올 하우스와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절묘한 궁합을 다시금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추가적으로 디올 쇼에서 빠질 수 없는 뉴 룩은 새로운 텍스처와 정돈된 실루엣으로 소개됐고, 수면 위를 떠다니는 듯 은은하게 펼쳐지는 플라워 자수 드레스와 모델의 데콜테를 과감히 노출하는 컷아웃 디테일의 드레스가 줄지어 등장했다. 이처럼 현란한 기교가 아닌 전통적인 코드와 공식으로 지어낸 피스들을 통해 진정한 오트 쿠튀르의 가치와 본질을 하우스만의 방식으로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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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재경PHOTO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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