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패션, 건축 그리고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는 패션 하우스의 철학과 감각을 그대로 이식한 공간이다. 패션 디자인뿐 아니라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말하는 패션 하우스, 서울의 지금.

202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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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승모 작가와 협업한 구찌가옥의 외부 파사드. 2,4 외관의 모습과는 대조되게 구찌만의 활기 넘치는 스타일로 완성한 내부.  3 건물을 관통하는 스파이럴 계단.

 

 

구찌가옥

구찌가 서울에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면서 ‘가옥’이라는 한글 단어를 사용한 것은 그 자체로 화제였다. 조선 시대부터 수도 한양으로 통하는 길목이었고 21세기 현재에도 서울의 문화적 다양성을 상징하는 이태원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결합했으니 구찌가옥은 문을 열기도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가옥’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사는 집’. 한국의 ‘집’이 주는 고유한 환대 문화를 담아, 방문객이 편안하게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을 표방했다. 외부 파사드는 박승모 작가가 상상의 숲에서 영감을 얻어 시시각각 바뀌는 컬러 라이팅을 통해 멋스러움 고조시켰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가 추구하는 자기 표현과 개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공간에 그대로 이식했다.

 

 

 

1 하나의 거대한 예술 조각 같은 하우스 오브 디올 건물. 2,3 피터 마리노가 여성스럽고 화려한 디올의 감성으로 풀어낸 하우스 오브 디올 내부. 

 

 

하우스 오브 디올

눈부시게 새하얀 꽃잎, 하늘을 향해 물결치는 미묘한 곡선. 청담동에 위치한 하우스 오브 디올은 높이가 20m에 달하는 흰색 유리섬유 패널로 이루어진 혁신적인 건축물로 손꼽힌다. 레진과 파이버글라스 소재로 만든 돛 열두 개를 펼친 형태의 건물 설계와 시공에는 4년의 시간이 걸렸다. 50세의 나이에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일컬어지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최초의 프랑스 건축가 크리스티앙 드 포르장파르크(Christian de Porzamparc)가 서울 하이패션의 최전방인 청담동에 디올 오트 쿠튀르의 기원을 담은 선언문을 건축으로 구현해낸 것이다. 총 6층 규모의 부티크 내부는 일명 ‘패션 건축가’로 불리는 피터 마리노(Peter Marino)가 도맡아 ‘변치 않는 우아함’이라는 디올의 유산과 품격을 담았다. 

 

 

 

용암석과 블랙 글라스의 올 블랙 외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샤넬 플래그십 부티크. 

 

 

샤넬 플래그십 서울

머리부터 발끝까지 블랙 가죽 패션으로 유명한 건축가 피터 마리노(Peter Marino). 악동 같아 보이는 그는 오래도록 샤넬과 협업해왔으며, 프로젝트마다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과 현대성을 표방하는 하우스의 철학을 독보적인 디자인으로 구현해낸다.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가 대표적이다. 용암석과 블랙 글라스로 감싼 외관 전체는 샤넬의 상징적인 블랙 컬러로 이루어졌는데, 밖에서 볼 때는 불투명하지만 자연광이 어두운 외부 유리를 통과해 들어와 햇살이 매장 내부를 가득 채운다. 외관의 감성이 고스란히 연결되는 입구 역시 용암석을 사용했는데, 안으로 들어서면 회색 석재로 자연스레 교체되면서 가브리엘 샤넬의 아파트를 연상시킨다. 이는 거침없는 창조성, 노하우, 뛰어난 소재라는 샤넬의 코드를 건축과 실내 디자인으로 기민하게 해석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황동 장식이 우아한 감성을 자아내는 막스마라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막스마라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금빛으로 반짝이는 황동의 연속, 폐쇄되어 있지만 동시에 열린 듯한 구조, 밀라노 궁전 건축에도 사용된 고급 천연석…. 이탈리아 건축가 두치오 그라시(Duccio Grassi)가 해석한 막스마라의 서울은 이탈리아 문화유산의 현대적 구현이다. 레조 에밀리아에서 태어나 볼로냐에서 토목공학을 수학한 두치오 그라시는 1980년대부터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막스마라와 협업해왔으니 그만큼 하우스의 철학을 잘 이해하는 건축가도 없을 것이다. 핸드메이드 황동으로 덮은 매혹적인 외벽은 내부로 들어가고 싶은 충동과 호기심을 유발한다. 오크 소재 바닥과 광택 처리한 철 등으로 만든 가구는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며, 빛과 사람의 흐름이 매장 안팎과 소통하며 서울이라는 도시의 유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곳은 1개 층 매장으로만 운영하며 패션쇼 라인인 막스마라 스필라타 컬렉션을 포함한 막스마라의 다양한 라인 및 액세서리 셀렉션, 그리고 스포트막스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1 블랙 화강암 기둥과 거대한 투명 원형 실린더로 이루어진 구조가 돋보인다. 2 음영과 블랙 컬러를 활용해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내부.  3, 4 선반과 봉이 각기 다른 높이에 고정되는 모듈로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메인 디스플레이가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 함께 올라가는 형상을 연출한다.

 

 

돌체앤가바나 서울 스토어

서울의 패션 하우스 건축 대전에 가장 최근 도전장을 내민 주인공은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의 돌체앤가바나다. 이 프로젝트는 장 누벨이 2009년 밀라노 팔라초 델라 라조네에서 열린 전시회에 이어 돌체앤가바나를 위해 디자인한 두 번째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장 누벨의 돌체앤가바나 서울은 다채로운 마감재의 향연에 집중한다. 그는 검은색 화강암으로 만든 4개의 거대한 기둥 한가운데에 투명한 원형 실린더를 심으며 불투명한 재료와 투명한 재료의 대비를 통해 카리스마 있는 패션 하우스의 위용을 구현했다. 내부는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에서 생산하는 최고급 대리석 네로 마르키나로 제작한 커다란 나선형 경사로가 자태를 드러낸다. 이와 더불어 광택을 머금은 블랙 글라스, 잿빛 콘크리트, 따스하고 세련된 뉘앙스의 망고나무와 블랙 양극 산화 알루미늄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온화하고 격조 높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1 한국 최초의 프랭크 게리 건축으로 기록된 루이 비통 메종 서울. 2 피터 마리노가 프랭크 게리의 건축적 특징을 담아내기 위해 유리와 철강 소재를 활용해 미스 반데어로에의 미시언 스타일로 디자인한 내부. 

 

루이 비통 메종 서울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유리로 만든 돛으로 서울을 장식했다.” 건축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프랭크 게리의 한국 최초 프로젝트로 꼽히는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이 모습을 드러내자 외신들이 앞다투어 이렇게 소식을 전했다. 프랭크 게리는 18세기 건축물인 수원화성, 흰 도포 자락으로 학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전통 동래학춤에서 영감 받아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의 지붕을 완성했다. 그의 시그너처와도 같은 곡선에 루이 비통의 문화적 열정과 한국 전통 요소가 더해져 특별한 공간이 완성됐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총 5개 층으로 이루어진 내부는 피터 마리노가 맡았는데, 그는 가장 존경스러운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의 건축 에너지를 내부에 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감격스러운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1 청담동 도산공원 입구의 상징처럼 자리 잡은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2 3층에 설치된 양혜규 작가의 작품 ‘Sol Le Witt Upside Down’.  3 2014년과 2017년 두 번에 걸쳐 리노베이션을 거친 내부.  4 조가비처럼 펼쳐지며 위층 매장과 지하의 카페와 갤러리를 잇는 나선형 계단.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2006년 11월부터 서울에서 에르메스의 보금자리가 된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최근 치열해지고 있는 건축 각축전이 펼쳐지기 훨씬 전부터 서울에 주목하고 하우스의 정수를 담아낸 심미안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설계는 전 세계 에르메스 메종을 디자인한 르나 뒤마(Rena Dumas)가 맡아 진행했다. 에르메스 가문의 5대손이자 회장이었던 장-루이 뒤마(Jean-Louis Dumas)의 부인이며,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동시에 아티스트였던 르나 뒤마는 메종 설계 프로젝트에 임할 때 해당 국가, 도시, 그리고 거리에 대한 연구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역시 이러한 르나 뒤마의 연구 결과 한국의 전통 가옥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됐다. 빛과 그림자가 투영되는 유리 육면체 디자인은 도산공원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으며, 내부의 중정과 테라스, 유리와 계단은 한옥이 지닌 소통과 여유의 미덕에 대한 오마주로 에르메스의 장인 정신과 한국의 문화적 만남을 보여준다.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건축

 

CREDIT

EDITOR : 강보라PHOTO : 더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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