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다시 써 내려간 아시아의 설화

한국, 중국, 일본의 SF 작가들이 재해석한 아시아 설화를 담은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아주 오래된 이야기가 SF 작가들의 상상력을 덧입고 한층 더 생생하고 분명해졌다.

202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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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설화는 그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그저 재미 때문에 현재까지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그 위에 믿음을 보탰고, 그 속으로 들어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려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저 듣는 데만 만족하지 않고 다시 쓰기도 했다. 다양한 신화와 설화에 수많은 이본이 있고 여러 설화가 비슷한 양상을 띠는 것은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가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기울여온 노력을 보여준다. 아시아 설화 SF 단편집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은 그러한 ‘신화 다시 쓰기’의 또 다른 시도다. 이전의 것과 다른 점은 SF의 장르적 특성을 적극 활용했다는 것. SF 또한 기발한 상상력의 힘을 빌려 인간 존재에 대해 질문해왔다. 현실적인 한계를 넘어선다면 인간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신화와 설화, SF와 환상문학은 서로 다르지 않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이 보여주듯이. 


이 책은 한국, 중국, 일본의 작가들이 아시아 설화를 재해석하고 다시 쓴 작품을 모았다. 칠월 칠석의 설화를 켄리우(Ken Liu)가 현대 고등학생의 시점으로 쓰고, 왕콴유(王侃瑜)가 중국의 새해 괴물 설화를 인공지능과 인격화된 ‘새해’의 조우라는 특이한 상황으로 쓰고, 남유하가 설문대할망 설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외계인에 납치되었다 돌아온 소녀들을 묘사하는 식이다. 그들은 기존의 설화에 옷을 바꿔 입히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친숙한 설화의 익숙한 메시지는 질문의 힘으로 추진력을 얻고 한층 더 나아간다. 


강제로 헤어진 견우와 직녀가 일 년 중 칠월 칠석 하루밖에 만날 수 없게 된 것을 우리는 안다. 까치들이 모여들어 은하수에 길고 검은 다리를 놓는 그날의 감격과 눈물에 대해서도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364일 동안 그들은 어떻게 살까? 까치의 등을 밟지 않는 날의 인생은 어떻게 굴러갈까? 작가는 질문하고 견우와 직녀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우린 이날 하루를 위해 꼬박 일 년을 살아오고 있어. 이런 식으로 우리의 인생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는 거야.’ ‘우리가 행복해지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아름다워.’


그리고 그 깨달음이 그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증언한다. ‘그후에 나는 사랑이 시간이 지나버리면 말라버리는 우물이 아니라 끝없이 솟아나는 샘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 나는 내 아이들의 웃음소리, 새로 사귄 친구들과 옛 친구들과의 수다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멀리 있는 향기들을 실어오는 산들바람을 사랑한다는 것과, 다른 청년들을 볼 때면 내 심장이 더 빠르게 뛴다는 것도 알아차렸고. 견우는 돌아가서 소들을 새 초원으로 데려갔고, 새로운 노래들을 지어냈어. 젊은 여자들이 와서 그 노래를 들었고, 그녀들과 이야기해서 기쁘다는 걸 그이도 알았어.’


고등학생인 유안과 징, 이별을 앞둔 이 어린 연인들에게 견우와 직녀의 말은 삶의 지평을 확 넓혀준다. 앞날은 길고, 행복은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고,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지고지순하게 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일상의 행복을 나몰라라 하는 것을 진실한 사랑인 것처럼 오해해왔다면 이쯤에서 베테랑 연인인 견우와 직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볼 법하다.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랑은 서로의 발목을 잡아 행복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어떤 설화는 뒤집어볼 때 더 명확해지고, 어떤 설화는 시대와 주인공을 바꾸었을 때 더 분명해진다. 확실한 것은 다시 쓰기를 통해 모든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졌다는 사실이다. 처음 이야기를 지어냈던 사람들의 상상력은 오래되었지만 신선한 상상력과 겹쳐 보아도 기운 데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이야기의 힘 아닐까.  

※ 이 글을 쓴 박사는 북 칼럼니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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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양혜연PHOTO : 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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