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모던과 전통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집

세계적인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이비사섬에 한 가족을 위한 빌라를 건축했다. 바다와 산으로 둘러싸인 절경 속에 완벽히 동화된, 모던과 전통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집.

202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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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으로 펼쳐진 부드러운 산과 푸른 하늘을 품은 수영장. 거실에서 바로 이어지는 수영장은 집 본채 가로 길이에 딱 맞아떨어지게 만들었다. 차양은 대나무를 엮어 만들었다.

 

 

세계적인 여름 휴양지로 손꼽히는 스페인 이비사섬. 힙한 클럽의 성지로 흥겨운 음악 속에서 휴가를 즐기는 쾌락주의자들이 모이는 명소이자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아티스트와 전통 공예가들의 보헤미안적인 삶이 공존하는 이곳에 세계적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Patricia Urquiola)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비사섬 동부 해안가 로카 이사(Roca Llisa)라는 마을 언덕에 지역 문화와 어우러지면서도 모던한 디자인으로 시간을 초월하는 매력이 돋보이는 빌라 건축을 의뢰받은 것. 

 

 

거실과 수영장 사이에 놓인 둥근 러브 시트 ‘카나스타(Canasta)’는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B&B 이탈리아 브랜드에서 선보인 아웃도어 퍼니쳐 컬렉션이다.   

 

 

“저에게 이비사섬은 가족의 여름 휴양지로 각인되어 있을 만큼 특별한 존재입니다. 물론 지금의 이비사는 제 유년 시절 당시에 비해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본질적으로 히피와 예술가들의 자유를 상징하는 섬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았습니다.” 스페인 오비에도(Oviedo) 출신인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는 이비사를 두고 자신이 태어났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문화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말한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수많은 프로젝트로 심신이 지칠 때, 세상과 단절하고 가족과의 시간을 즐기고자 할 때면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도 결국 이비사를 찾는다고. “여기엔 이곳만의 독특한 자유가 존재하고, 그 자체가 제게 영감의 원천이 되곤 합니다. 덕분에 의뢰받은 빌라 건축 프로젝트는 이비사의 자유로움을 반영하는 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죠.”

 

 

낮은 소파와 위치 변경이 용이한 모듈 스툴로 꾸민 2층 거실은 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선사한다. 수직 러그와 쿠션, 스툴은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디자인한 ‘반다스(Bandas)’ 컬렉션으로 스페인 브랜드 간(Gan) 제품. 

 

현지에서 구한 석재 수전과 목재로 완성한 욕실은 이비사 전통 가옥 느낌을 풍긴다. 

 

 

이비사 빌라 프로젝트는 지난 2014년 11월 고객과 첫 미팅을 기점으로 시작되었고, 완공에 이르기까지 무려 4년이 걸렸다.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과 콘셉트를 이해하고 빌라가 들어설 입지 조건을 파악하는 등 건축가로서 최상의 설계안을 제안하는 것은 기본, 인테리어를 위한 가구 제작과 선정, 아트 컬렉션, 스타일링 그리고 조경과 아웃도어 가구 세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의 손길을 거쳐 완성되었다. “가장 오래 걸린 부분은 설계였습니다. 아름다운 산들로 둘러싸인 빌라 부지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언덕에 자리해 마치 고요한 오아시스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천혜의 환경을 살리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 풍경 안에 빌라가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하지만 경사진 지형을 살려 집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수많은 제약 조건과 변수를 감내해야 하는 일. 바다와 주변 자연환경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건축물을 만들고 싶다는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의 도전은 전형적인 별장을 탈피한, 색다른 형태와 구조의 건물을 탄생시켰다. 약 1500㎡ 규모로 완성된 거대한 빌라는 그 면적이 암시하는 위엄과 달리 무척이나 안정감 있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도 그럴 것이 위로 높게 솟아오른 거대한 볼륨의 저택이 아닌, 지형 조건을 따라 두 개의 나지막한 건물로 구성된 빌라는 주변 경관에 완벽히 스며들기 때문. “등고선을 따라 건물을 배치한 덕에 인테리어 작업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집주인이 원한 사생활 보호, 바다 전망 그리고 각 공간의 방향 설정 등의 세부 조건은 집이 둘로 나뉜 덕분에 효과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자연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반원형으로 배열한 소파는 B&B 이탈리아의 ‘라벨(Ravel)’과 간(Gan)의 2인용 소파 ‘망가스(Mangas)’ 컬렉션, 케탈(Kettal) 브랜드의 1인용 의자 ‘롤(Roll)’ 한 쌍은 모두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디자인. 

 

 

집이 두 채로 분리되면서 각 공간의 용도는 명확하게 구분되었다. 건물 중 하나에는 자녀와 손님 방이 자리하고, 다른 한 채는 집주인 부부의 공간으로 꾸몄다. 부부가 거주하는 2층 구조의 건물에는 야외 수영장이 있는 개방형 거실, 작업 스튜디오 그리고 욕실과 드레싱룸을 갖춘 마스터 베드룸을 마련했다. 부부 생활 공간과 마찬가지로 이층으로 형성한 자녀 공간은 방이 총 4개고 각 방마다 욕실이 딸려 있다. 2층에는 멋진 산세를 감상할 수 있는 테라스와 주방이 있고, 여기서 계단으로 이어지는 루프톱에 오르면 푸른 바다가 360도로 펼쳐진다. “두 건물을 서로 각기 다른 방향에 배치했고, 다른 전망을 품고 있기 때문에 완벽한 독립채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두 집은 외부로 연결되는 공통 영역을 갖고 있어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닙니다.” 이 집을 지을 때 클라이언트가 요구했던 것 중 하나가 사생활 보호였다. 개방적인 구조이지만 외부에서 내부를 쉽사리 볼 수 없고, 그렇다고 창문을 작게 내 빛이 적게 들어오면 안 된다는 조건. “저는 스스로를 건축가나 디자이너라기보다는 좋은 관찰자라고 생각해요. 특정 요구 사항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늘 주변의 다양한 재료, 기술자, 장인, 공예품 등에 몰두하고 연구하죠.”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이 집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찾은 해답은 회벽 월 커버링. 구조화되지 않은 평온한 질서가 매력적인 이비사 전통 회벽 건축물에서 영감을 얻은 그녀는 시선을 차단해야 할 부분에 회벽돌을 격자로 쌓아 그 틈으로 자연스럽게 실내에 빛을 끌어 들였다. 

 

 

텍스처가 도드라진 수직 러그와 쿠션 스툴 매칭으로 모던하지만 지역 전통의 느낌을 살린 마스터 베드룸.   

 


이비사 빌라 프로젝트의 의미 있는 도전 과제 중 하나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다.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다는 것은 현지 주거 양식과 결을 같이한다는 뜻도 포함됩니다. 저는 현대적 방식을 취해 이비사 전통에 가까운 모던 주택을 만들기로했습니다.” 그 결과 회벽 마감의 건물 외관에서는 날렵하고 매끈한 직선을 찾아볼 수 없고 나무, 돌, 등나무 등의 자연 소재로 장식된 실내에는 지중해 전통 가옥 특유의 자연미가 정제된 현대 언어로 펼쳐진다. “나무, 돌, 짚 등의 현지 자재를 공급해주는 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은 제가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였어요. 덕분에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나무 발 차양과 파티오 등을 만들 수 있었지요.” 

 

 

수영장 뒤편으로 자리한 야외 다이닝룸. 단단하고 육중한 원목으로 만든 반듯한 테이블은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지역 장인과 함께 만들었다. 케탈 브랜드의 ‘마이아(Maia)’ 의자 역시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디자인이다.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주는 펜던트 조명 ‘산토리니(Santorini)’는 마르셋(Marset) 브랜드 제품으로 스푸트닉 에스튜디오(Sputnik Estudio) 디자인이다. 

 


이비사 전통 건축의 특징 중 하나는 실내와 실외 공간 사이의 연속성.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는 이를 시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패턴과 텍스처를 통해 자연스러운 흐름을 생성했다. “침실 콘크리트 천장의 텍스처는 침실 테라스에 있는 대나무 발 캐노피의 패턴을 재현한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 눈에는 포착되기 어려운 디테일이지만 어느 하나 의미 없는 부분이 없을 만큼 섬세하게 신경을 쓴 빌라는 한마디로 ‘장인 정신’이 빛을 발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집 안에 놓인 모든 공예 소품은 이비사 시장에서 구한 것이고, 부피가 큰 우드 테이블과 소파는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디자인하고 현지 장인이 제작했다. 그리고 수공예 감성 물씬 풍기는 모던한 러그와 쿠션, 의자 등은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각 분야 장인과 협력해 완성한 것들로 여러 브랜드를 통해 상품화된 컬렉션이다. “아트 워크도 이 섬에 거주하는 컨템퍼러리 작가 마리오 아를라티(Mario Arlati)의 것을 선택했어요. 하지만 의도적으로 집 안에 작품을 적게 들여놓았습니다. 이 빌라에서 유일한 걸작은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이니까요.” 

 

 

높은 곳에서 보면 이 집의 형태가 주변 지형을 따르고 전통 가옥을 모티프로 설계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각 건물의 루프톱은 이비사의 환상적인 날씨와 풍경을 즐길 수 있는 휴식처로 꾸몄다. 

 

 

건축부터 인테리어 그리고 스타일링에 이르는 모든 것을 일임받은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의 빌라 프로젝트. 하지만 여기서 기념비적인 지표가 될 만큼 대담한 디자인은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어떤 프로젝트를 하든 그 안에 제 스타일을 이야기하려 하지 않아요. 어쩌면 제가 고수하는 저만의 스타일이란 하나도 없는 거 같아요. 매 프로젝트마다 그에 합당한 솔루션을 찾고, 일하는 방식 또한 그에 맞게 바꾸기 때문입니다.”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는 자신이 행한 결과물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디자이너가 무언가 새롭고 혁신적인 미학을 찾고 있다’고 인식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20년간 세계 최고 브랜드들로부터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고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월드 클래스 디자이너에게 이 빌라를 만들며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물었을 때 돌아온 답은 꽤나 신선했다. “옹벽과 기둥을 통해 두 건물의 윤곽이 드러났을 때 얼마나 뿌듯했던지요. 단지 건물의 뼈대만 세웠을 뿐인데, 여기에 석양 빛이 붉게 물든 순간 이 프로젝트를 우리 팀이 해냈다는 사실에 감탄했습니다.”

 

 

낮고 넓은 쿠션 시트를 사용해 여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한 야외 라운지. 우드 테이블과 스툴, 유리병 등은 모두 현지 수공예품이다.   

 

 

이비사 빌라 프로젝트는 오랜 시간 정성을 쏟은 만큼 건축주와 건축가 양쪽 모두에 높은 만족감과 성취감을 선사했다. 그럼에도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가장 매력적인 공간으로 꼽는 곳은 루프톱이다. “자연환경이 빼어난 입지가 이 집의 가치와 의미를 보장할 거란 확신에서 출발한 프로젝트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곳이 루프톱이에요. 이곳에 누워 있으면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비사에 동화된 집, 더 나아가 지중해의 깊은 매력에 빠져들 수 있는 빌라가 오랜 시간 사랑받는 존재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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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정민PHOTO : MANOLO YLLERA(PHOTOFO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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