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한국 미술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쾨닉의 최수연 대표

2002년 설립해 현대미술의 중심지 베를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트 갤러리로 평가받는 쾨닉 갤러리가 서울에 분점을 오픈했다. 앞으로 한국 미술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쾨닉 서울의 수장 최수연 대표를 만났다.

202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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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쾨닉 서울을 이끌어갈 최수연 대표. 

 

쾨닉(KÖNIG) 갤러리를 처음 만난 건 2년 전 부산에서였다. 취재차 ‘아트 부산 2019’를 방문했고 오스트리아 작가 에르빈 부름(Erwin Wurm)의 위트 있는 신작이 전시된 쾨닉 갤러리 부스는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울로 돌아온 후 곧장 갤러리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했다. 기사를 위해 쾨닉 갤러리의 갤러리스트 요한 쾨닉(Johann König)과 짧은 서면 인터뷰도 진행했다. 그 후 2년의 시간 동안 쾨닉 갤러리는 잠시 잊을 만하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났다. 해외 디자인 매거진 사이트를 둘러보면 쾨닉 갤러리가 디지털 아트 전시를 준비했다거나(디지털 기술로 제작한 작품을 앱을 통해 전시하는 방식으로, 갤러리를 디지털 서비스로 감상하는 일반적인 갤러리 VR 투어와는 다르다),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 전시와 옥션을 진행했다거나, 자체적으로 아트페어를 개최했다거나 등의 소식이 들려왔다. 가끔 휴대폰에 푸시 알람이 떠서 보면 쾨닉 갤러리가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진행한다는 소식이었다. 접속해보면 대개 요한 쾨닉은 소속 작가와 원격으로 대담을 나누고 있었다.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일이 매 순간 이뤄지는 현대미술계에서도 파격 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행보와 넘치는 열정은 갤러리에 대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런 쾨닉 갤러리가 지난 4월 서울에 새로운 둥지를 튼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가운 마음과 함께 문득 2년 전 인터뷰 질문에 대한 요한 쾨닉의 답변이 생각났다. ‘한국의 미술 시장은 굉장히 흥미롭고 높은 가능성을 지녔어요.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맺고 싶습니다.’

 

 

요린데 포크트의 개인전 <Potential And Coincidence>가 진행되고 있는 P21의 전경.

 

 

4월 3일부터 5월 1일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된 개관전은 쾨닉 갤러리를 대표하는 작가 20여 명의 작품 40여 점이 모인, 쾨닉 갤러리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난 전시였다. 그런데 개관전에서 놀라운 소식을 관계자에게 전해 들었다. 개관 기념 전시가 종료된 후 곧이어 5월 8일부터 소속 작가 요린데 포크트(Jorinde Voigt)의 개인전이 진행된다는 것. 준비 기간이 일주일이 채 되지 않는 일정이다. 심지어 뒤이어 계속해서 비슷한 일정으로 소속 작가의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고. 쾨닉 서울을 이끄는 이 역시 요한 쾨닉 못지않은 인물이겠구나 싶었다. 누군지 궁금해졌다. 포털의 뉴스 검색창에 쾨닉 서울을 입력했다. 찬찬히 읽다 보니 이런 문장이 눈에 띄었다. ‘쾨닉 서울의 디렉터는 최수연 P21 대표가 맡는다.’ 그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Jorinde Voigt, ‘Immersive Integral_Rainbow Study 4’, Indian ink, gold leaf, pastel, oil crayon, graphite on paper, framed, 69.7 x 140.6cm, 81 x 152cm (framed), 2019

 

Jorinde Voigt, ‘Immersion IX (3)’, ink, Indian ink, gold leaf, oil crayon, pencil on paper, framed, 76 x 57.5cm, 83.6 x 64.6 x 9cm(framed), 2018 

 

직접 부딪쳐 얻은 경험

쾨닉 서울에서 요린데 포크트의 개인전 <Resonance>가 시작된 지 정확히 3일째 되던 날 최수연 대표를 만났다. 초면이었지만 어쩐지 친숙한 느낌이었다. 불과 하루 전, 쾨닉 갤러리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요린데 포크트와 원격으로 대담을 나누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하하, 보셨군요. 저 혼자 운영하는 갤러리였다면 아마 하지 않았을 시도인데, 그날 진행한 ‘#10amseries’가 쾨닉 갤러리의 주요 프로그램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저도 좀 더 노력해봤어요.” 수줍게 웃으며 말하는 모습이 소녀 같았다. 게다가 국내 대표 중견 화랑 중 하나인 박여숙화랑의 박여숙 대표 차녀라는 정보는 그의 인생과 커리어가 비단이 깔린 길을 미끄러지듯 걸어왔을 거라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대화를 나누며 이는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구성한 편견임을 깨달았다. 험난한 산악길은 아니어도 그가 지나온 길은, 남들처럼 달리다 보면 가끔씩 돌부리에 발이 걸리기도 하고, 때론 물웅덩이를 밟아 흙탕물을 튀기기도 하는 비포장 도로쯤은 될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어머니 갤러리 일을 돕기 시작했어요. 2008년 금융 위기가 터지며 힘든 시기여서 일손이 부족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뭣도 모르는 상태에서 투입이 된 거죠. 물론 어머니가 갤러리 주인이지만, 사무나 행정 업무를 직접 보시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 부분에 대해 딱히 가르쳐주시진 않았어요. 게다가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진 상황도 아니었고요. 그냥 맨땅에 헤딩하듯 부딪쳐가며 익혔어요.” 미국에서 경영을 전공한 최수연 대표는 졸업 후 박여숙화랑 상하이 지점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대학을 갓 졸업해 업계와 관련한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모두가 자신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압박감을 견디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10여 년 동안 사람을 대하는 법부터 작품 설치, 작가 관리, 기획, 행정, 사무 등을 몸으로 익히고 국제 아트페어와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2017년, 박여숙화랑의 연장선이지만 성격이 다른 자신의 갤러리 P21을 오픈했다. 위치부터 그 차이는 뚜렷하게 드러난다. 박여숙화랑이 청담동 명품 거리에 자리 잡은 반면(현재는 남산 아래로 위치를 옮겼다) P21은 이태원 경리단길 오래된 상가 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최정화 작가의 개인전 <짓, 것>으로 문을 연 P21은 동시대 현대미술에 초점을 맞춰 젊은 작가나 중견 작가의 작업을 소개한다. 최수연 대표는 약 4년간 P21을 이끌며 ‘상하이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 아트페어’에 최연소 갤러리로 초청받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레이스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 운동을 마치고 출발의 신호탄과 함께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쾨닉 서울의 개관전 모습. 아방가르드한 작품이 꽤 많았지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새로운 시작, 쾨닉 서울

“처음 쾨닉 갤러리와 인연이 닿은 건 P21을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예요. 쾨닉 갤러리의 소속 작가 알리차 크바데(Alicja Kwade)의 개인전을 P21에서 진행하고 싶어서 먼저 연락을 했죠. 그렇게 이메일을 주고받고 해외 아트페어에서 요한을 만나면 인사 정도 나누며 지냈어요.” 막역한 사이는 아니었던 최수연 대표와 요한 쾨닉이 급격히 가까워진 것은 2019년 요한 쾨닉이 한국을 방문하면서부터다. “재작년에 요한이 서울에 처음 왔어요. 그때 제가 이곳저곳 함께 다니며 소개해줬죠. 근데 요한이 워낙 하고 싶은 게 많고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다 보니 스케줄을 정말 빽빽하게 잡았어요. 100가지를 동시에 하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리고 하나 더, 그들에게는 커다란 공통분모가 있었다. 바로 예술계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점. 독일 쾰른에 위치한 루트비히 박물관 이사직을 거쳐 세계적인 권위의 공공미술 행사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의 창시자인 카스파르 쾨닉이 바로 요한 쾨닉의 아버지다. 게다가 둘의 나이 차이는 세 살 차이로 비슷한 또래다. “나이대가 비슷하다 보니 소통도 잘되고 요한이 제 의견을 많이 존중해주는 편이에요.” 친해지기 전부터 쾨닉 갤러리와 소속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던 최수연 대표와 요한 쾨닉의 작품 취향이 비슷한 것은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P21은 1년에 한 번 정도씩 해외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를 기획하는데, 원래는 작년에도 쾨닉 갤러리 소속 작가의 전시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무산되었고 드디어 올해 재개하게 되었다. 작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서울에 쾨닉 갤러리가 상륙했다는 점. 그리고 이를 이끄는 수장이 최수연 대표라는 점이다. 그래서 현재 요린데 포크트의 개인전은 쾨닉 서울과 P21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다만 두 갤러리의 작품 구성에 조금 차이를 두었다. 쾨닉 서울의 전시는 베토벤 연작인 ‘Ludwig van Beethoven Series’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P21에서 진행되는 전시 <Potential And Coincidence>는 이와 상호 보완 관계를 이루며 ‘Immersion’, ‘Hills’ 등 여러 연작에서 엄선한 작품들로 꾸렸다.

 

 

요린데 포크트의 개인전 <Resonance>가 진행되고 있는 쾨닉 서울의 모습. 

청담동의 MCM 하우스의 5층과 옥상에 쾨닉 서울이 둥지를 틀었다. 

 

 

다시 쾨닉 서울의 개관전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처음 전시를 관람했을 때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분명 쾨닉 갤러리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소개하는 자리로 알고 갔는데, 옥상 갤러리에서 P21을 대표하는 최정화 작가의 작품을 만난 것.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쾨닉 서울은 단순히 해외 갤러리의 분점에 머물지 않고 갤러리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겠구나’라는. 이런 감상을 최수연 대표에게 전하니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분점 역할만 하는 것보다는 쾨닉 서울의 색을 지니기를 바라요. 나아가 한국 작가들을 쾨닉 서울은 물론 베를린의 쾨닉 갤러리에서 소개하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당분간은 한 달에 한 번꼴, 심지어 준비 기간이 일주일 내외인 예정된 전시 준비에 집중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수연 대표는 소속 작가의 작품을 바탕으로 레디투웨어, 홈 오브제 등을 제작해 판매하는 쾨닉 갤러리의 ‘수베니어’ 프로젝트와 같이 쾨닉 서울의 굿즈를 만든다거나 다양한 자체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Jorinde Voigt, ‘Opus 119, Nr. 5’, ink, gold leaf, pastel, oil crayon, graphite on paper, framed, 80 x 180cm, 90.9 x 190.9 x 6.5cm(framed), 2020

 

 

한국 미술계에 불어올 변화의 바람

한동안 강북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던 최수연 대표는 오랜만에 강남 아트 신으로 돌아왔다. 청담동 MCM 하우스의 5층과 옥상이 쾨닉 서울의 보금자리인 것. 강남으로 다시 온 소감이 궁금했다. “개관전을 진행하며 느낀 건 확실히 예전보다 연령대가 낮아졌다는 거예요. 그래서인지 낯선 작가들인데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관심을 가져주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작가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온 분도 있고요.” 이해가 쉽지 않은 개념미술 기반의 융복합적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가 쾨닉 갤러리에 많이 소속된 점을 고려하면 쾨닉 서울의 첫 발자국은 꽤 성공적으로 뗀 셈이다. 물론 최수연 대표는 쾨닉 서울의 앞으로의 여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거라 말했다. “쾨닉 갤러리는 비교적 개방적인 유럽에서도 굉장히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갤러리로 손꼽혀요. 전통적인 갤러리들 입장에서는 마냥 좋게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이를 통해 그동안 쉽게 보지 못한 작품들과 콘텐츠를 국내에 소개하고 다양한 협업 방식을 제시해 국내 미술 시장이 좀 더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려 해요.”

 

 

Jorinde Voigt, ‘Opus 33, Nr. 7’, ink, gold leaf, pastel, oil crayon, graphite on paper, framed, 80 x 180cm, 90.9 x 190.9 x 6.6cm(framed), 2020

쾨닉 서울의 옥상에서도 쾨닉 갤러리 소속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최근 몇 해 사이 국내 아트 신에서 눈에 띄는 풍경은 해외 유수의 갤러리들이 앞다퉈 국내에 분점을 낸다는 점이다. 한국 컬렉터들의 높은 안목과 한국 미술계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는 해외 갤러리들이 늘어가고 있기 때문 한국 미술계에 몸담은 것은 물론 한국 갤러리의 해외 분점을 운영해보고 이젠 해외 갤러리의 한국 분점을 이끄는 최수연 대표에게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 국내 미술계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길 바라는지 물었다. “한국 미술계가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데 촉진제 같은 역할을 하길 바라요. 해외 갤러리들의 시스템화된 업무 방식 등 장점을 취할 수 있다면 좋겠고요. 더불어 활발한 교류를 통해 국내에 실력 있는 작가들이 해외에 더 많이 알려지고, 이를 통해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의 바람은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지속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쾨닉 서울이 단단하게 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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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이수진(인물, 쾨닉 서울 공간) 이미지 제공 쾨닉 서울,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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