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삶이란 여행의 면면을 기록한 사진집

시간 속을 유영하는 삶은 기억되는 순간 영속성을 지닌다. 삶이란 여행의 면면을 기록한 사진집 4권.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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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트너 부부의 여행>

지뷜레 펜트

뜨거운 볕이 내리쬐는 어느 여름, 게르트너 부부는 캐러밴을 타고 발트해로 향했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마지막 여행이었다. 휴가철이면 자주 어디론가 떠나던 노부부의 마지막 여행은 여느 때와 비슷했지만 이전과는 두 가지 부분이 달랐다. 아내 엘케가 2년 전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것과 사진작가가 동행한다는 점이다. 엉킨 시간 속을 살아가는 엘케는 특정 행동을 반복하고 아주 사소한 것에도 즐거워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남편 로타이어는 혼자 내버려둘 수 없는 엘케를 위해 일상을 엘케와 함께하는 시간들로 잔잔히 채워갔다. 포토그래퍼 지뷜레 펜트는 삶에 대한 그들의 덤덤한 태도처럼 그들의 여정을 어떠한 꾸밈이나 과장도 없이 프레임에 담아 사진집 <게르트너 부부의 여행> 안에 실었다. 사진집에는 로타이어가 엘케의 옷을 입혀주고, 머리를 매만져주고, 꼭 안아주는 사소한 순간이 담겼다. 말하는 능력도 잃어버린 엘케는 이런 로타이어에게 응답이라도 하듯 수첩에 짤막한 문장을 세 번 반복해 적는다. “내 곁에 있어줘. 내 곁에 있어줘. 내 곁에 있어줘.” 엘케는 여행을 다녀오고 두 달 후 머리를 심하게 다치고, 2주 후 재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들은 이제 다시 같이 여행을 떠날 수 없지만, 함께한 순간은 영원히 남았다. 

 

 

 

<시스터스 – 우린 자매니까>

소피 해리스-테일러

때로는 단짝친구같이 애틋하고, 어떤 날은 원수보다 밉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가깝고 복잡한 관계의 이름, 자매. <시스터스 – 우린 자매니까>는 BJP(British Journal of Photography) 매거진이 주관하는 ‘영국의 초상’ 수상 작가 소피 해리스-테일러가 만난 수많은 자매의 관계를 펼쳐 보인다. 작가가 2년 동안 만난 70여 그룹, 100명 이상의 자매 중 어떤 자매는 서로 손을 꼭 잡고, 누군가는 근심 어린 표정으로 혹은 도발적인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저마다의 모습으로 프레임에 담겼다. 사진집에 실린 자매들은 두 자매부터 여섯 자매, 쌍둥이, 16살 터울 등 다양한 관계를 이루고 있으며 연령 또한 0세부터 60대까지 폭넓다. 침실, 거실, 정원 등 자매의 사적인 공간에서 인위적인 조명 없이 자연광과 공간의 조명만 이용해 찍은 사진처럼, 그들은 가감 없이 자매로서 경험한 것들과 그 이면의 미묘한 감정을 털어놓았다. 이들의 모습을 포착한 소피 해리스-테일러 역시 자매이기에 그들 사이의 믿음, 추억, 질투, 상실, 토라짐, 그리고 사랑을 깊게 이해하고 진솔하게 담아냈다. “자매 관계의 닮음과 다름을 탐구하고, 무엇이 그들을 엮고 있는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라는 <가디언>지의 평처럼 비슷할 순 있어도 결코 같지 않은 100여 명의 자매가 그리는 관계의 말간 표정을 만날 수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 분만 후 24시간, 엄마가 된다는 것의 의미> 

제니 루이스

처음은 늘 특별하다. 포토그래퍼 제니 루이스는 이 특별한 순간을 5년간 좇았다. 그의 사진집 <태어나서 처음으로 – 분만 후 24시간, 엄마가 된다는 것의 의미>는 엄마와 신생아의 첫 만남, 분만 후 24시간 이내의 첫 하루를 담아냈다. 어느 날 엄마가 된 제니 루이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출산을 앞둔 여성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One Day Young’이란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분만 후 24시간 이내에 촬영할 예비 산모 150여 명을 모집했다. 분만 예정일 즈음이란 불분명한 촬영일을 위해 늘 대기했고 출산이 임박했다는 전화를 받으면 급히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나섰다. 불시에 이뤄진 촬영에는 당연히 스태프가 동행할 수 없었고, 산모의 집이란 내밀한 공간을 방문하는 만큼 거추장스러운 조명 장비도 사용하지 않았다. 독자들은 갓 태어나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아기들과 막 출산한 산모들의 불안하고 지친 모습을 예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남는 잔상은 삶의 큰 교차로에 굳건하게 선 채로 인생 최고의 순간과 새로운 삶의 시작을 맞이하는 결연한 눈빛이다. 

 

 

 

<나는 이스트런던에서 86½년을 살았다>

마틴 오스본

작은 체구에 헐렁한 양복을 입고 이스트런던을 거니는 노인 조지프 마코비치. 그는 86년 하고도 반년을 더 사는 동안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런던을 떠난 적이 없다. <나는 이스트런던에서 86½년을 살았다>는 포토그래퍼 마틴 오스본이 자신의 친구이기도 한 조지프 마코비치의 노년기 일상을 그가 세상을 뜰 때까지 담아낸 사진집이다. 2007년의 어느 여름 한낮, 마틴은 스튜디오에서 혹스턴 광장을 거니는 조지프를 우연히 보았다. 특별한 사연을 지닌 듯해 보였고 공모전에 낼 사진을 촬영할 심산으로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사진은 찍었지만 목석처럼 서 있는 그의 모습에 수상은 물 건너갔구나 싶었다. 그러나 그 후 몇 달 동안 마틴은 조지프를 여러 번 마주쳤고 그럴 때마다 조지프는 흔쾌히 자신의 사진을 찍게 해줬다. 매번 천천히 그러나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그는 알아갈수록 순진무구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조지프의 삶은 잔잔했지만 풍요로웠다. 마틴은 조지프에게 금세 매료되었고, 그의 일상의 순간을 엮어 전시를 열고 사진집을 출간하기로 결심한다. 사진집 속 그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펑퍼짐한 캐주얼 점퍼를 입고 경직된 상태로 카메라를 응시하기도 하고, 미술관에서 자신에겐 너무 어려운 현대미술 작품을 골똘히 감상하는 모습도 보인다. 때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젊은이들이 가득한 펍을 나서기도 한다. 그 모습들과 함께 배치된 옆에서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듯한 단상들에서는 조지프가 겪어온 세월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동시에 우리의 삶이 투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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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더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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