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시대를 초월한 멋이 깃든 앤티크 브로치

확실한 취향과 스토리가 담겨 더욱 빛이 나는 물건이 있다. 패션 디자이너 간호섭 교수의 앤티크 브로치처럼

202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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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검정 페도라를 쓰고 테일러드 재킷과 레더 팬츠로 모던한 올 블랙 룩을 연출한 간호섭 홍익대 교수가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재킷의 라펠 위를 장식한 심플한 바 형태의 옐로 골드 브로치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가 수집하는 브로치 컬렉션 중 하나다. 영국 에드워드 시대의 물건이라는 설명과 함께 브로치에 얽힌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온다. 간호섭 교수가 소장한 앤티크 브로치 컬렉션이 궁금해지는 건, 그가 쉴 새 없이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패션 세계의 중심에서 40여 년의 시간을 보낸 사람이기 때문. 그 안에서 자신만의 속도와 균형을 지키며 축적해온 내공, 거기에 결코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부지런함까지 갖췄기에 그의 안목이라면 뭐든지 믿고 보게 된달까. 


브로치를 수집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옛것에 대한 향수가 있어요. 그래서 오래된 도자기나 가구 같은 것도 많이 모았죠. 그런데 도자기와 가구는 집에 모셔만 두잖아요. 브로치는 평상시에도 하고 다닐 수 있어 좋아하게 됐어요. 남자가 착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신구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예전에는 남자들이 훈장 같은 개념으로 브로치를 많이 착용했어요. 슈트나 턱시도에도 우아하게 매치할 수 있거든요. 아르데코 시대 물건에 특히 관심이 많고요.


다양한 시대와 스타일이 있을 텐데, 그중에서도 아르데코 시대에 관심이 큰 이유가 무언가요?
하버드대로 유학 가서 집중적으로 공부한 게 1920년대예요. 패션이 완벽하게 ‘모던’ 스타일로 바뀐 시기가 20년대거든요. 그때를 기준으로 장식적인 개념이 바로코와 로코코 시대부터 이어져온 곡선적인 것에서 기하학적이고 직선적인 모습으로 바뀌어요. 아르누보는 자연적인 곡선 문양을 단순화해 표현하는 데 그쳤는데, 아르데코는 삼각형이나 별 모양처럼 완전히 심플하고 기호화된 형태를 추구했죠. 샤넬의 별 모티프도 그 시절에 나온거고요. 아르데코 사조가 처음 시작된 건 파리인데, 전성기를 맞은 건 뉴욕이라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뉴욕은 내가 살던 도시인데도 아르데코를 알고 보니 다른 점이 보이더라고요. 크라이슬러 빌딩의 창문, 엘리베이터 문양 같은 게 다 그 시대의 미학을 담고 있었죠. 그냥 오래된 것이 아니라 지금 보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적 감각이 남아 있어서 좋아해요.


그 시대의 물건은 어디서 살 수 있어요?
외국에 가면 꼭 하는 일이 앤티크 숍이나 빈티지 숍 구경이에요. 둘을 구분하자면 앤티크라는 건 100년이 넘어가는 것, 빈티지는 그 이후를 이야기하는데요. 아르데코 시대는 이제 빈티지를 넘어서 앤티크가 됐죠. 저는 운 좋게 출장을 많이 가는 직업이었으니 하루 이틀 정도 따로 시간을 내서 보물찾기를 하는 거죠. 런던이나 파리, 뉴욕에는 이런 숍이 정말 많아요. 예를 들어 런던 본드 스트리트에 가면 벌링턴 아케이드라고 빈티지 셀렉트 숍이 모여 있는 곳이 있어요. 수준 높은 빈티지 매장이 많아요. 진짜 싼 것도 많고. 인스타그램에 앤티크 주얼리, 아르데코 브로치 같은 키워드로 검색만 해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지금도 팔로하고 있는 숍이 꽤 많아요. 종종 마음에 드는 물건이 보이면 DM으로 가격을 물어보기도 하죠. 고가의 보석은 따로 보석상들이 취급하지 빈티지 마켓에는 거의 나오지 않아요. 얼마 전 소더비 경매 사이트에서 인비저블 세팅이 매력적인 사파이어 브로치를 발견했는데, 더 비싸게 부른 사람이 있어서 낙찰을 못 받았어요(웃음). 이렇게 일정 금액을 정해두고 해외에 있는 지인을 통해 온라인 경매에 참여하기도 해요. 우연히 아주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루트예요, 경매가. 

 

 

 

1 옐로 골드와 화이트 골드, 사파이어의 조화가 멋진 브로치는 파리에서 구입한 것.  2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대칭적인 디자인이 멋스럽다. 3 아르데코 사조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긴 화이트 골드 바 브로치.  4 기하학적이고 직선적인 아르데코 양식을 보여주는 브로치. 모조 보석인 라인스톤이 세팅되어 있다.  5 옐로 골드에 에메랄드와 시드 펄이 세팅된 원형 브로치.  6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와 라운드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1920년대 더블 클립 브로치. 미국에서 처음 구입한 앤티크 브로치다.  7 파리의 경매에서 낙찰받은 아르누보 시대의 브로치. 곡선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꽤 많이 모았을 것 같은데요?
개수가 많지는 않아요. 어쨌든 보석이라 한 피스를 구입하는 데 꽤 투자를 해야 하니까요. 스니커즈 모으는 것과는 다르죠. 지금까지 한 30점 넘게 모은 것 같아요. 전부 다 고가의 제품은 아니고. 골드만 된 것, 자수정 같은 준보석이 세팅된 것, 라인스톤을 세팅한 저렴한 것도 있고. 가격보다는 스토리가 있고 시대적인 특징이 확실이 드러나는 물건을 골라요. 구스타프 클림트의 기하학적 눈 모양을 닮은 것도 있고, 에르메스의 날개를 형상화한 디자인도 있고. 이 시기 밤하늘의 달과 별을 기하학적으로 기호화한 디자인이 많은데, 그런 모양의 보석도 가지고 있어요. 


가치 있는 물건을 고르는 눈이 중요한 것 같아요.
시대적 특징을 잘 반영한 디자인지가 중요해요. 거기에 희소성도 있어야죠. 비싼 물건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우선 보석은 캐럿이나 커팅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지잖아요. 커팅 기술은 지금이 더 발전했지만, 그래도 좋은 보석은 본연의 광채가 다르거든요. 여기에 히스토리까지 담겨 있다면 더할 나위 없죠. 까르띠에 주얼리 중에서도 심슨 부인과 윈저 공작 이야기가 들어가면 경매가가 높듯이 말이에요.
아르데코 시대의 브로치가 전부 파인 주얼리는 아니에요. 인공 보석, 라인스톤이 그때 처음 나왔거든요. 샤넬이 만든 것도 다 커스텀 주얼리고요.라인스톤은 뒷면이 막혀 있어서 뒷면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죠. 지금처럼 분간 안 될 정도의 기술력은 아니고 딱 보면 가짜 같아요.


평소에 가장 즐겨 착용하는 건 어떤 제품인가요?
어느 하나를 즐겨 한다기보다는 각자 쓰임이 있죠. 보석이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옷에 따라 어울리는 게 따로 있으니까요. 아르누보 스타일의 곡선적인 다이아몬드 브로치를 할 때는 벨벳 의상을 많이 입어요. 다이아몬드의 반짝임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죠. 골드 브로치를 착용할 때는 지금처럼 다른 액세서리까지 다 골드로 톤을 맞추고요. 보통 막대 모양 브로치는 라펠이 크거나 피크트 라펠 같은 남성적인 재킷에 많이 착용하죠. 에메랄드와 진주가 세팅된 건 한복 두루마기 입을 때, 그 위에 착용하기도 했어요. 정말 모양과 컬러, 크기에 따라 쓰임새가 모두 달라요. 보통 브로치는 옷깃에만 단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턱시도 입을 때 보타이 대신 브로치를 하기도 해요. 여자들이 예전에 블라우스 위에 카메오 브로치를 달았던 것처럼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빈티지 주얼리에 점점 관심이 생기네요.
비슷한 가격을 주고 어떤 것을 구입하느냐는 건 개인의 선택이에요. 다만 엔트리급 새 제품을 구입하는 정도의 금액으로 빈티지 마켓에서 아주 귀한 제품을 구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아무래도 빈티지 제품은 출시 당시 판매하던 가격보다는 낮아지니까.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은 자신만의 취향과 스토리가 있는 물건을 골라낼 수도 있고요. 여기에 뉴 컬렉션이 가진 세련미를 더해서 스타일링할 수 있다면 더 멋있을 것 같아요. 전부 새것 일색인 것보다 이야깃거리가 많아지니까요. 


마지막으로 실패 없는 빈티지 주얼리 쇼핑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브랜드마다 시그너처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 반클리프의 알함브라라든지 까르띠에의 팬더, 불가리의 세르펜티 같은. 잘 찾아보면 이런 것들도 빈티지 숍에서 만날 수 있어요. 사람들이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시그너처 제품은 빈티지 마켓에서도 비싸게 거래되는 편이지만요. 주얼리는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으니 요즘의 것들과 믹스해서 연출하기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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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최신영PHOTO : 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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