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시대가 불러낸 새로운 파우스트

‘파우스트 엔딩’ 제목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어쩌면 결말에 역점을 두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번 공연이 여러 판본의 대미를 찍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는 창작진의 의지도 깔려 있을 것이다.

2021.03.15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파우스트>라면 대부분이 익히 들었을 듯싶다. 여담으로 지난 10월에도 이 지면을 통해 짧게 언급한 바 있기도 하다. 희곡 <파우스트>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60여 년에 걸쳐 완성한 필생의 역작으로, 괴테는 이 작품을 통해 신과 악마, 그리고 인간의 구원 등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심오한 주제에 질문을 던진다. 이를 위해 괴테는 신과 악마의 내기라는 설정을 취한다. 먼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창조주의 의지와 다르게 인간이 타락했다며 신에게 내기를 걸고, 이에 신은 “선한 인간은 어두운 충동에 사로잡혀도 바른길을 잘 의식한다”라며 인간 파우스트를 두고 내기를 수용한다.


원작의 결론은, 짐작하다시피 파우스트의 승리로 끝난다. 파우스트는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고 결국 구원을 받는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인내와 절제, 구도를 통해 구원을 얻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순결한 처녀 그레첸을 유혹해 아이를 낳고, 그 과정에서 그레첸의 가족과 아이, 그리고 그레첸마저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이후에도 그의 악행은 계속된다. 권력을 쥐게 된 그는 자신의 간척 사업을 완수하기 위해 선량한 이들의 집을 불태워 내쫓는다. 한마디로, 이 책은 파우스트의 악행의 자서전인 셈이다. 그런 그가 무슨 이유로 구원을 받는가? 그는 과연 구원을 받을 만한 인물인가? 괴테는 어떤 이유로 이런 파우스트를 옹호하는가?


<파우스트>를 괴테가 창조한 이야기로 많이 오해하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서유럽에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민담 중 하나였다. 항간에는 민담이 아닌 실화였다는 설도 있다. 16세기에 실존했던 마술사이자 연금술사였던 요한 게오르크 파우스트가 그 주인공으로, 그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결국 파멸한 이야기라는 설이다. 이야기의 인기가 높았던지, <파우스트>는 많은 작가에 의해 다시 쓰였다. 괴테의 작품도 그중 하나일 뿐이나, 사람들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정본처럼 떠받든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특별한 이유 하나는, 파우스트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주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괴테 이전에도 구원의 길을 열어준 작가로 독일 작가 레싱이 있긴 했다.)

 

 


이번에 공연되는 연극 <파우스트 엔딩>은 또 다른 판본이다. 이번 연극에서 가장 색다른 해석은 파우스트를 여성으로 변주한 점일 것이다. 이전에 배우 전미도가 2014년 메피스토를 연기한 적은 있지만, 주인공인 파우스트를 여성이 맡은 건 처음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김성녀가 방황하는 인간 파우스트로 분한다. 김성녀의 남성 배역이 사실 새로운 건 아니다. ‘마당놀이의 여왕’인 그는 제갈공명, 홍길동 등 남성 캐릭터를 연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파우스트는 조금 결이 다르다. 그는 여성 파우스트를 연기하는데, 연극의 파격은 성의 전환에서 시작된다. 파우스트는 그레첸과 사랑을 통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성으로, 여기에서 많은 관계가 재설정된다.


또한 이번 공연에는 21세기 대한민국을 환기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이 여럿 등장한다. 코로나19는 물론, 지난해 논란이 되었던 고위 공직자들의 문제적 발언이 언급된다. 그 외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2020 첫 미사 메시지와 윤동주의 서시 등이 패러디되어 대사화되었다. 그러나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는 결말에서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파우스트 엔딩’ 제목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어쩌면 결말에 역점을 두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번 공연이 여러 판본의 대미를 찍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는 창작진의 의지도 깔려 있을 것이다. <파우스트 엔딩>은 2월 26일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Cooperation 국립극단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공연

CREDIT

EDITOR : <더네이버>편집부PHOTO : 국립극단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