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오수진 기상캐스터의 또 다른 빛

우리에게 날씨라는 가까운 미래의 소식을 전해온 오수진 기상 캐스터에게 일어난 기적. 그것은 그를 통해 또 다른 빛이 된다.

2021.03.10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늘 밝게 웃으며 애교 부리던 딸이 어느새 장성하여 결혼하겠다고 반려자를 부모에게 소개한다. 그런데 예식을 2주 앞둔 어느 날 딸은 병상에서 의식을 잃었다. 중환자실의 15분 남짓한 짧은 면회를 위해 온종일 병실 밖에서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아프다. YTN을 거쳐 KBS 기상 캐스터로 활동해온 오수진은 여느 때와 같은 일상생활을 하던 2018년 어느 날 갑작스럽게 확장성 심근병증이 찾아와 병실에 입원한 지 10일 만에 중환자실에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다. 당시 그의 심장은 18%밖에 기능을 하지 않았다. 외동딸을 금지옥엽으로 키워온 부모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상상이 되어, 그가 대중에게 자신의 힘든 시간을 고백했던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출연 영상을 보다가 울컥하고 만다.  


당시 병마와 싸우던 2주 동안 그는 아버지에게 “그만하고 싶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극도의 고통을 경험했다고 한다. 심장이 제대로 뛰지 않으니 다른 장기에도 이상이 왔다. 폐에 물이 차고 신장도 제 기능을 못했다. 의식이 없을 때는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몰랐고, 의식이 돌아오면 고통이 넘쳤다. 그의 상태를 지켜본 아버지는 예비 사위에게 딸을 떠나도 좋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너무 긴박한 상황 속에서 완전히 의식을 잃고 4~5일이 흘렀을 때, 그에게 적합한 뇌사자의 심장이 발견된다. 심지어 이식 적합도가 90%에 이르렀는데, 이는 쌍둥이에게서도 나올 수 없는 숫자였다. 생사의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일어난,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 다시 눈을 떠보니 그곳엔 부모님이 기쁜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다. 두 번째 삶의 시작이었다. 


“6개월간 병원에 있었으니까, 일 복귀를 서두르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사는 일상에 자연스럽게 섞이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지요.” 날씨를 중계하는 기상 캐스터로 올해 11년째를 맞는 오수진은 담당 의사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일터로 나갔다. 이후 ‘세바시’ 방송 출연으로 그의 심장 이식 사실이 대중에 널리 알려진다. 예상보다 빨랐던 방송국 복귀에, 그저 많이 아팠던 것으로만 알고 있던 직장 동료들도 그가 병상에서 어려운 시간을 겪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늘 카메라 앞에 한결같은 모습으로 섰고, 폭염이나 혹한, 장맛비 할 것 없이 날씨와 함께 중계 현장을 지키던 그다운 행보다. 이식 후 그에게 새롭게 주어진 두 번째 삶에는 ‘기적’이라는 기쁨과 함께 누군가에겐 ‘죽음’이었다는 무게가 공존한다. 그 무게감을 새기며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오늘이라는 시간을 빼곡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 “심장 이식을 고백한 후 저처럼 기증받은 분들이나 아픈 분들에게 많은 연락을 받았어요. 이식을 받았다고 해도 사회 복귀가 어렵거나 용기를 내지 못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어요.” 그는 현재 한국 ‘장기 조직 기증원’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고 ‘한 마음 한 몸 운동 본부’의 기부 활동 등 나눔 실천도 열심히 하고 있다. 심장 이식에 성공했어도 면역력이 타인들보다 낮은 상태이기에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퇴원 이후 그에게 적합한 운동을 찾아 하다가 지난해엔 체력 보강을 위해 테니스를 시작했다. 이제는 오수진이라는 사람이 건강하게 사는 자체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삶이 된 것이다. 


저염식 식단으로 일관했던 입원 생활이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떡볶이를 떠올렸다. 아마도 떡볶이가 있는 평범한 일상이 그리웠을 터이다. 오수진은 일상으로 돌아와 자신의 곁을 지켜준 남자친구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다. 자신이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는 남편은 물론 지인들의 모습에 행복감을 느낀다는 그는 ‘요리하는 기상 캐스터의 복치밥상’이라는 타이틀로 인스타그램 부계정을 운영한다. 그곳에 꾸준히 요리 사진을 업로드하며 자신의 일상을 기록 중이다. 언젠가는 요리가 있는 소규모 살롱도 열어보고 싶다고. 또 심장 이식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유튜브 <오복치의 두번째 삶>을 통해 공유하고, 팟캐스트 <삼삼한 책수다>와 <북캐스트>, 개인 인스타그램에서는 읽은 책을 공유하고 있다. 최근엔 SF라는 장르를 새롭게 발견하게 해준 켄 리우 작가의 <종이 동물원>과 배우 박정민의 에세이 <쓸 만한 인간>을 재미있게 읽었단다. “죽음의 문턱까지 간 시간이 있어 요즘은 그와 관련된 책들을 찾아 봐요.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미학자이자 철학자인 김진영 선생님이 임종 3일 전까지 병상에서 기록한 일기 <아침의 피아노>예요. 어둡고 우울한 톤이 아닌 담담한 어조의 글을 읽으며 제 삶을 어떻게 하면 좀 더 가치 있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해요.”


 ‘스타일 인터뷰’인 이번 인터뷰가 그의 두 번째 삶에 대한 이야기로만 채워져 아쉽다고 전했다. 오수진은 기상 캐스터 중에 키가 큰 편이라서 스타일로도 자주 부각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원피스를 다 입어본 것 같다는 그는 활동 초기부터 실력이 아닌 몸매로 부각되는 것이 싫어서 셔츠와 팬츠 차림으로 중계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블랙 아니면 화이트 계열의 클래식한 슈트 차림이 편한 그가 오늘은 진한 그린 슈트를 입고서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를 전한다. 주변에서 진짜 궁금하다며 조심스럽게 건넨 질문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단다. “죽음을 경험하면 물욕이 사라지냐”는 것. “전혀 그렇지 않다”며 장난기 어린 표정을 한 그는 켈리 백을 내보였다. “더 큰 것에 값을 치르면 내일이 없어질 것 같았다”며 캔버스 백으로 타협했다고. 그런 그의 큰 함박웃음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오수진 기상캐스터의 취향이 담긴 소장품들.  

 

1 블루라이트 차단 용도로 착용하는 덴마크 린드버그의 안경.  2 카우스 작가의 스누피 형태로 구성된 직소 퍼즐. 3 늘 사용하는 나무 독서대와 켄 리우 작가의 SF 소설 <종이 동물원>. 4 석류 모양으로 빚은 테라코타가 향을 품은 산타마리아 노벨라의 고체 방향제. 5 가죽과 캔버스 소재의 에르메스 켈리 백. 6 아뜰리에 퀸스의 냅킨 링. 

 

 

 

 

 

 

 

더네이버, 피플, 스타일 인터뷰

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김태구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