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가족의 지상 낙원으로 변신한 해변가 세컨드 하우스

바닷가에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하는 것이 꿈이었던 부부가 도버 해협 가까이에 있는 19세기 코티지를 매입해 가족의 지상 낙원으로 변신시켰다.

202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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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공지붕 구조가 돋보이는 거실. 집주인 부부가 모은 ‘호기심 컬렉션’으로 가득 찬 거실 벽면은 이 집을 개성 있게 연출하는 요소이다. 산호부터 게, 유리 돔 안에 넣은 나비와 새 등 박제와 빈티지 오브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취향을 엿볼 수 있다. 벽면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이 집에 설치되어 있던 것을 그대로 보존한 것이고, 소파는 맞춤 제작했다.

 

 

음악 관련 사업을 하는 남편 알렉스 하디(Alex Hardee)와 페스티벌 기획자인 아내 엘로이즈 마크웰 버틀러(Eloise Markwell-Butler) 부부. 이들은 결혼 직후 매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업무상 런던에 살지만 호젓한 교외에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해 주말을 여유롭게 지내고, 미래에 태어날 아이들이 별장과 자연 속에서 마음 놓고 뛰놀 수 있게 해주겠다는 목표. 신혼이라면 누구나 꿈꿔볼 법한 이야기 같지만, 실제 이 부부에게는 꽤나 진지한 계획이었다. 알렉스와 엘로이즈는 주말과 휴일, 시간이 날 때면 런던 근교로 별장을 알아보러 다녔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장소와 집을 본 결과 5년 전 드디어 마음에 쏙 드는 공간을 발견했다. 부부가 거주하는 런던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켄트(Kent) 지방에 자리한 별장은 도버 해협을 마주한 오래된 코티지로, 주변에 이웃이 하나도 없는 외딴 주택이었다. “상상하던 입지 조건과 이미지에 부합한 건물을 구한 것도 행운인데, 이 집이 지닌 사연도 예사롭지 않아 더 마음이 끌렸어요.” 엘로이즈의 설명에 따르면 이 코티지는 도버 해협 북쪽 어귀에 있는 모래 언덕인 굿윈 사주를 측량하던 보트맨(boat man)을 위해 지어진 집이었다고. 해안에서 10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굿윈 사주는 길이 16km, 깊이 25m의 고운 모래층인데 조류와 해류에 따라 그 위치와 깊이가 달라지기 때문에 항해가 어렵기로 악명 높았고, 17세기부터 19세기 사이 굿윈 사주에서 난파된 선적만 2000여 척에 달한다는 전설 아닌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이런 사연과 연관이 깊은 보트맨이 살았다는 집은 호기심과 모험심 왕성한 부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여러 명을 초대해 파티를 진행할 수 있는 오픈 키친. 식탁과 조리대를 겸하는 대형 아일랜드 하부는 다양한 용도의 수납 공간으로 구성했다. ‘브라이드 베일’ 골드 스툴은 페이스 디자인에서 구입, 골드 펜던트 조명 ‘카스터’는 덴마크 출신 조 해머버그의 1960년대 디자인으로 빈티지다. 

 

 

지난 2016년 부부가 매입한 코티지는 쌍둥이 구조로 된 목조 건물로 박공지붕 주택 두 채가 이어진 단층 건물이다. 1830년대 켄트주의 북쪽 해안에 있는 도시 위츠터블에서 가져온 목재와 도면을 따라 조립해 완성했다는 집은 낮은 천장과 작은 방으로 쪼개진 실내 구조를 개선하면 별장으로 사용하는 데 문제 될 게 없을 만큼 보존이 잘되어 있었다. “뱃사람들이 불침번을 서며 숙소로 이용한 곳이라 방이 많고 답답한 게 가장 아쉬웠지요. 대신 올드 스쿨 같은 귀엽고 친숙한 느낌이 드는 건물 외관은 그대로 보존하고 싶었습니다.” 부부는 볼턴 철킨 건축사 사무소를 찾아가 19세기 주택을 재구성해줄 것을 의뢰했고, 유서 깊은 건물에 흥미를 느낀 건축가 앤드루 볼턴(Andrew Bolton)과 카렌 철킨(Karen Chalkin)은 무려 2년이 넘는 시간을 이 집을 개조하는 데 전념했다. 

 

 

중정 옆에 자리한 다이닝룸은 온실 같은 느낌이 들도록 식물 패턴 벽지로 단장했다. 문 앞에 놓은 북극곰 박제는 부부의 수집품. 다이닝룸의 수호신 같은 존재다.  

 

계단을 오르면 침실, 드레스룸 그리고 욕실로 구성된 스위트룸이 자리한다. 바닷속 물고기 패턴 카펫은 영국 디자이너 에드워드 바버&제이 오스거비가 디자인한 것으로 러그 컴퍼니 제품이다. 

 


“후기 조지안 스타일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같은 독보적인 스타일은 원형 그대로 다 살려줄 것을 부탁했고 작은 방들로 나뉜 어두운 실내는 밝고 탁 트인 개방적 구조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세심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부부의 희망 사항은 예상보다 긴 공사 기간과 예산이 들어갔지만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실내 가벽을 조심스레 거둬내 넓은 거실과 주방을 마련하고, 박공지붕 아래 공간을 활용해 마스터 베드룸을 만들어 2층을 증축하고 건물 전면 일부와 지붕 측면을 유리로 마감해 아름다운 전망을 집 안으로 끌어들인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이뤄졌지만 그림 엽서에 나올 법한 고풍스러운 집의 매력은 하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재미있는 건, 해변을 거닐던 사람들이 창문으로 우리 집 안을 들여다보고는 혹시 칵테일 바가 아니냐며 물어보는 거예요.” 알렉스와 엘로이즈는 사람들이 이곳에 대해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는 걸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이 집을 해변가의 칵테일 바나 카페로 착각한다는 건 외관뿐만 아니라 인테리어가 아름답고 특별하게 느껴진다는 것일 테니 말이다. 

 

 

팜스프링스에 있는 ‘더 파커 호텔’의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욕실. 초록색 타일과 바나나 잎이 그려진 벽지로 마감한 욕실은 천창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더해져 밀림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앤티크 욕조와 파티션은 더 아키텍처럴 포룸에서 구매, 흰색의 구형 펜던트 ‘크레센트’ 조명은 디자이너 리 부름 제품.

 

 

외지인들이 착각을 일으킬 만큼 개성적인 인테리어는 건축가의 재치 있는 레이아웃과 집주인 부부의 과감한 컬렉션과 데커레이션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결과다. 무엇보다 이 집에서 가장 큰 변화는 넓은 주방과 거실. “런던에 있는 우리 집은 3개 층으로 되어 있고, 각자 공간이 있는데도 네 식구 모두 주방이 있는 층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요.” 엘로이즈는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주방과 거실이 오픈 스페이스로 연결되길 바랐고, 건축가는 1층 중심에 널찍한 대형 아일랜드를 설치해 주방과 거실을 절묘하게 분리·통합하는 레이아웃을 연출했다. 현관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대형 아일랜드와 그 뒤로 자리한 주방이 보이고, 이를 중심으로 양옆에 각각 거실과 다이닝룸이 배치된 형국. 무려 4개의 방을 없앤 결과 얻은 공간은 무척 밝은 데다 집주인 부부가 모은 화석과 동물 박제 등 희귀한 수집품으로 가득 찬 벽면과 함께 독특한 화려함이 흐르는 공간은 실로 행인들이 칵테일 바로 오해하는 게 무리는 아니지 싶다. “여러모로 성공적인 구성이에요. 무엇보다 일요일 아침이면 남편이 아일랜드 한쪽에서 음식을 만들고 아이들은 그 맞은편에서 그림을 그리고 노느라 바쁘답니다.”  

 

 

바다 전망을 확보하기 위해 2층 전면과 지붕 측면은 모두 유리창으로 마감했다. 여기 창가에 붉은 산호색 책상을 놓아 남편의 홈 오피스를 마련했는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실상 이곳에서 일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모두의 만족을 이끄는 세컨드 하우스 

건축가는 부부의 이상적인 주말 라이프를 위해 박공지붕 구조를 활용해 층을 하나 더 만들었다. 집 정면에서는 그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 이면에서 이뤄진 개조로 천창과 전면 창을 통해 도버 해협을 파노라마 뷰로 조망할 수 있는 드라마틱한 마스터 베드룸 겸 서재가 그것이다. 특히 오렌지 컬러 데스크가 놓인 서재는 풍경을 바라보기만 해도 일이 술술 풀릴 것 같은 명당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남편 알렉스가 이곳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정원에 설치한 사우나 또는 바닷가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게 현실. “저는 침대에 누워서 바다를 보는 것만큼 황홀한 게 없는데 말이죠.” 휴양지 못지않은 아름다운 별장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는 아내와 달리 밖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남편 알렉스는 알고 보면 이 집의 인테리어를 열정적으로 완성한 주인공이다.

 

 

원숭이, 치타, 앵무새 등 숲속 동물이 그려진 에르메스 ‘에콰도르’ 패브릭을 침대 머리맡 벽면에 붙여 자연 속 휴식처 같은 느낌으로 꾸민 자녀 방. 아이들 방을 1층 거실 옆에 만들었다.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것은 물론 바깥 활동하기에도 수월하다. 양쪽 벽면에 걸린 원숭이 모양 조명은 셀레티 제품이다. 

 

1층 끝에 자리한 게스트룸. 집주인 친구나 가족이 놀러 왔을 때 머물 수 있는 방으로 남편 알렉스가 구해 온 빈티지 가구와 앤티크 소품으로 아늑하게 꾸몄다. 해변가 오두막에 놀러 왔다는 특별한 휴식의 의미가 느껴지도록 소박한 듯 예스러운 느낌으로 연출한 것이 포인트다.   

 

앤티크와 컨템퍼러리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알렉스는 별장에 놓은 가구와 소품, 조명을 모두 직접 발품을 팔아 구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의 유명 벼룩시장부터 온·오프라인 앤티크 숍은 300㎡ 공간을 꾸며야 하는 그에게 ‘사냥터’에 다름 없었고, 그의 먹잇감은 북유럽 빈티지 조명부터 동물 박제, 심지어 핑크와 꽃무늬 같은 소녀 취향의 소품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기 그지없다. “공통점이라곤 하나도 없어 보이는 것들이지만, 두려움을 갖지 말고 무조건 섞어보면 강력한 장식 효과를 얻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아르데코와 빅토리언 스타일을 매치하다 고루함이 느껴지면 1970년대 복고풍 디자인을 가미해 유머러스하면서도 파격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거죠. 단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각 아이템이 독특한 개성을 담보한 것일수록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입니다.”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고 과감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부부에게도 합이 맞지 않은 순간은 있었다. “박제는 우리 부부가 완전히 합의하지 않은 것 중 하나예요.” 엘로이즈는 남편이 박제 동물 오브제를 집 안에 두고 싶어 했을 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박공지붕 한쪽 측면을 천창으로 만든 2층 마스터 베드룸 내 욕실. 밝은 채광이 드는 욕실은 휴양지 같은 분위기를 선사한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옛 모습 그대로 보존했다. 빈티지 욕조는 런던에 있는 ‘투 콜롬비아 로드’, 박제된 암컷 사자는 ‘어 모던 그랜드 투어’ 빈티지 숍에서 샀다.  

 

 

하지만 새로 생긴 2층 마스터룸 욕실에 흰색 암컷 사자 박제를 ‘수호신’처럼 놓겠다는 제안을 쉽게 거부할 수 없었고, 마지못해 수락한 대가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욕조에 물이 흘러넘친 적이 있는데, 이때 우리 부부가 사자 박제를 침대로 들고 올라가 물에 젖은 발바닥을 말려주느라 얼마나 진땀을 뺐는지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진 다음 남편은 1층 다이닝룸에 흰색 북극곰 박제를 하나 더 들여놓았고 엘로이즈는 더 이상 훈수를 두지 않았다고. 원래 집에서 할 수 없는 것을 마음껏 풀어내고 즐길 수 있는 곳이 별장이니 말이다. 처음 별장을 발견하고 개조를 결심할 당시 세 명이었던 가족은 지금 네 명으로 늘어났다. “제 계획은 둘째 출산 휴가를 여기서 갖겠다는 거였죠. 하지만 2년이 걸린 공사 때문에 그 꿈은 사라졌고 대신 크리스마스 파티는 이곳에서 의미 있게 보내리라 기대했어요. 하지만 그마저도 굴뚝이 고장 나는 바람에 이룰 수 없었죠.” 

 

 

 이 집의 연식을 짐작하게 하는 아날로그 스타일의 1층 욕실. 세면대 등 모든 위생 도기를 앤티크 디자인으로 선택했을 뿐 아니라 작동 방식 역시 옛날 그대로 따랐다. 골드 프레임의 거울과 벽등은 모두 앤티크 숍에서 구매했다.     

 

 

이제는 집과 관련된 모든 공사가 완벽하게 이뤄진 상태. 매주 금요일이면 엘로이즈와 알렉스 가족은 세컨드 하우스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고 토요일에는 종일 해변가를 걷다가 별장이 있는 지역의 주도인 딜(Deal) 도심에 있는 더 로즈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긴다. 부부의 친구가 운영하는 호텔은 이들에게 또 다른 휴양지나 마찬가지. “호텔에서 식사를 즐긴 후 일요일 점심 먹거리를 사 들고 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종의 주말 루틴이에요. 햇수로 2년 정도 된 듯한데, 이 생활에 너무 익숙해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이곳에 있다 보면 언제나 휴가를 즐기는 것 같다고 말하는 부부, 그들이 바라는 소망은 영원히 이 기분이 변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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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Bndicte Drummond(Photofo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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