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전세계의 지하 건물들

하늘이 아닌 땅속으로 향했다. 지구의 품 안에 몸을 숨긴 전세계의 지하 건물들.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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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막사를 닮은 박물관

핀란드 헬싱키의 주요 사립 미술관이었던 아모스 앤더슨 아트 뮤지엄(Amos Anderson Art Museum, Amos Rex)이 2018년 관람객의 다양한 예술 경험을 위해 이전했다. 새로운 보금자리는 일반적인 미술관 건물과는 조금 색다른 점이 있다. 바로 지하에 위치한다는 것. 19세기 신고전주의 군대 막사에서 영감을 받은 이 건물은 라시팔라트시 광장(Lasipalatsi Square) 아래에 자리한다. 건물의 특성상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외관은 오직 지붕뿐이다. 현미경의 접안렌즈를 연상시키는 창이 달린 절묘한 각도의 원뿔형 지붕을 곳곳에 설치해 내부 채광 문제를 해결하고 도시와 미술관을 연결시킨다. 그뿐만 아니라 이 지붕은 조명 역할도 해 밤이면 광장에 빛을 비춰 환히 밝힌다. 이 지하 미술관으로 통하는 입구 역할을 하는 건물에는 레스토랑, 영화관, 상점 등이 입점해 있어 전시 관람은 물론 다양한 문화 생활도 즐길 수 있다.

Architects. JKMM Arkkitehdit 
1, 5 현미경 접안 렌즈를 연상시키는 지붕의 창. 2, 4 천장의 창은 미술관과 도시를 연결시키며 외부 햇빛을 지하까지 끌어들인다. 3 미술관으로 향하는 입구의 건물에는 영화관, 레스토랑, 상점 등이 입점해 있다.

 

 

 

대지의 품에 안긴 예배당

멕시코에 위치한 카필라 드 라 티에라는 ‘지구의 예배당(Chapel of the Earth)’이란 뜻을 지닌 이름처럼 땅속을 향한다. 초입에 자리 잡은 심플한 사각 프레임 기둥이 입구임을 알리고 얕은 경사길의 끝에 본당이 위치한 이 예배당은 천장이 뚫려 있어 깊고 넓은 봇도랑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사람들이 기도를 올리는 본당의 벤치 위에는 콘크리트 천장을 설치해 외부와 단절된 경건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벤치를 지나면 마주할 수 있는 제단의 천장은 다시 뚫렸는데, 천장을 통해 이곳이 예배당임을 알리는 증표인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십자가 조형물이 자리한다. 이러한 구조는 천장이 마치 천국으로 향하는 통로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예배당의 경사길에는 차카(Chaka) 나무가 심어져 있고 주변으로 푸른 잔디밭이 펼쳐진다. 바람이 잔디와 나무에 스치는 소리만이 적막을 깨고 울려 퍼지는 이 예배당에서는 신, 그리고 자연과 합일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Architects. Cabrera Arqs
1, 2 본당으로 향하는 천장이 뚫린 길은 크고 넓은 봇도랑 같은 느낌도 준다. 3 본당 천장을 통해 볼 수 있는 십자가 조형물이 이곳이 예배당임을 알린다. 4 본당의 벤치 위엔 지붕이 있어 경건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독서와 사색을 위한 지하 숲

하이엔드 주거 단지에는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센터가 있기 마련이다.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원 파크 구베이(One Park Gubei)는 상하이의 한 호화 주거 단지의 커뮤니티 센터다. 그곳의 도서관은 지하 숲(Underground Forest)이라는 이름의 뜻을 충실하게 구현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천장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격자 형태의 나무 선반과 구름을 연상시키는 하얗고 둥그런 조명이다. 건축을 맡은 우토피아 랩은 직설적이기보다는 은유적인 건축 언어를 선택해 숲을 표현했다. 그리고 입구의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공간의 자연적인 느낌을 완성한다. 입구에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가면 도서관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데, 블랙 컬러를 주조색으로 사용해 한결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방문객은 이 고요한 공간에서 책을 읽거나 사색에 잠길 수 있다. 건축가는 메인 공간 곳곳에 칸막이가 있는 독서 개인 부스와 아래로 향하는 홀 형태의 좌석을 마련해 오롯이 독서와 사색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Architects. Wutopia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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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공간은 블랙 컬러를 주조색으로 사용해 차분한 느낌으로 연출했다. 2, 3 구름 모양의 조명과 천장까지 이어지는 나무 선반은 공간에 자연적인 느낌을 불어넣는다.

 

 

 

 

지하 공간으로 진화 중인 전차 터미널

2009년 세계 최초의 지하 공원 조성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로라인이 그 주인공. 맨해튼 로스트사이드에 위치한, 1948년 전차 운행이 중단된 이후 방치돼 있던 윌리엄스버그 전차 터미널(Williamsburg Bridge Trolley Terminal)의 약 4047㎡(1ac) 넓이의 지하 공간을 활용하는 프로젝트였다. 이 공원에는 원격 채광창이 도입됐는데, 외부의 햇빛을 모아 튜브를 통해 지하로 보내는 이 시스템은 지하에서도 식물이 광합성을 하며 자랄 수 있게끔 한다. 이 기술은 식물을 자라게 할 뿐만 아니라 해가 떠 있는 시간이면 별도의 조명 없이도 공간을 환하게 밝힌다. 2009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긴 개발 시간을 거쳐 2015년 10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대중에게 <로라인 랩(Lowline Lab)>이라는 이름의 전시로 공개됐다. 지하에서 식물을 재배 및 유지하는 방법을 테스트하고 보여주는 기술 전시회였던 <로라인 랩>에는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방문했다. 현재 이 프로젝트는 자금난으로 잠시 중단되었지만 로라인의 공동 창립자인 댄 바라시(Dan Barasch)는 아직 “로라인 프로젝트는 끝나지 않았으며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창립자들은 현재의 위치에서 계속 진행하거나 혹은 다른 도시로 옮겨 진행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Architects. Raad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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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인 프로젝트는 <로라인 랩>이란 기술 전시 형태로 대중에게 공개된 바 있다. 3, 4 오랫동안 버려져 있던 윌리엄스버그 전차 터미널의 지하 공간이 지하 공원으로 재탄생 중이다.

 

 

 

 

붉게 물든 청소년 레저 시설

전통이 살아 있는 도시 스페인의 테루엘은 인프라 확충을 위해 참신한 변화가 필요했다. 테루엘-질라는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으로 탄생한 공간이다. 도밍고 가스콘 광장(Domingo Gascón Square) 지하에 자리 잡은 이 공간은 청소년 레저 시설이다.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내부가 온통 붉게 물들었다는 점. 지하에 위치해 건물의 파사드가 노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려해 이 공간의 특성에 걸맞은 심미적 요소를 더한 결과다. 강렬한 컬러는 공간에 젊은 에너지를 부여한다. 입구를 비롯해 내부에는 건물을 이루는 철골 구조가 자연스럽게 노출돼 있는데 이는 공간의 또 다른 디자인적 포인트가 되어준다. 테루엘-질라는 지하 3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콘서트홀, 인공 암벽을 비롯한 스포츠 공간, 도서관 등이 자리해 청소년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한다. 청소년 레저 시설이란 목적에 따라 활력이 넘치는 분위기로 연출됐지만 지하에 있어 고풍스러운 도시 경관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Architects. Mi5 Arquitectos, PKMN [pac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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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붉은 컬러를 입히고 철골 구조를 노출해 에너지 넘치게 조성했다. 2 청소년 레저 시설 테루엘-질라는 전통이 살아 있는 도시 스페인 테루엘의 도밍고 가스콘 광장 지하에 자리 잡아 도시와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다. 

 

 

 

 

 

 

 

더네이버, 건축, 지하건물

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더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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