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삶이 머무르는 공간

디자인스튜디오 김종호 대표는 우리가 머무는 공간을 디자인한다. 프로젝트와 상황에 맞춰 능수능란하게 자신의 디자인 언어로 공간을 표현해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변화시키는 그를 만났다.

2021.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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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물질이나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 공간(空間)의 사전적 정의다. 모든 것은 공간 안에 존재한다.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 공간 디자인으로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인정받은 디자인스튜디오의 김종호 대표는 우리가 존재하고 머무는 자리를 디자인한다. 그는 건축가, 실내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 여러 가지 호칭으로 지칭된다. “저는 공간 디자이너라는 호칭이 가장 옳은 거 같아요. 순수 예술에서 경계가 허물어졌듯, 디자인 영역도 마찬가지예요. 전체 형태와 디자인 언어를 이해하고 자신의 스토리를 디자인에 녹여낼 수 있다면 도시, 건물 설계, 내부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 수 있죠. 그래서 이 모든 걸 아우를 수 있는 공간 디자이너라는 단어가 적확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환경 설계와 도시 설계를 공부했다. 현재는 도시 설계부터 실내 공간 디자인까지, 전 영역을 다루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는 실내 공간 디자인이다. “도시, 건축, 실내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개인의 감각으로 한 끗 차이를 만들어내는 실내 공간 디자인이 특히 저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의 말대로 자연에 폭 파묻힌 듯한 느낌으로 웰니스 리조트라는 정체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를 비롯해 유기적인 곡선이 시선을 사로잡는 GT타워, 반복되는 과감한 패턴이 감각적인 보리 호텔 등 한번 보면 오랫동안 뇌리에 남는 실내 공간을 창조해왔다. 모두 각기 다른 개성이 묻어나는 공간들이다. 그러나 그의 모든 작업은 하나의 공통분모를 지닌다. 클라이언트의 목적을 충실하게 구현해낸 공간이라는 점. “작업을 시작할 땐 의뢰자의 목적을 마치 피봇을 꽂듯 확실하게 정립하고 시작해요. 환경, 도시 등 큰 공간을 연구하는 것으로 공부를 시작한 것이 영향을 미쳤죠. 도시 설계의 대부분은 확실한 경제적 목적이 있기 마련이거든요. 늘 정확한 목적을 중심축으로 삼아 작업을 진행하죠.” 

 

 

 

네덜란드의 건축사사무소 아키텍튼 콘소트와의 긴밀한 협업으로 완성된 GT타워. 땅에서 승천하는 용을 모티프로 했다. 

 

 

스토리가 있는 디자인

클라이언트가 있기에 존재할 수 있는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과 자신의 지향점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김종호 대표는 다르다. “시작 자체가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100% 이해하고 체화한 뒤 이뤄져요. 작업의 중심축을 의뢰자의 목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제가 가진 디자인 언어로 구현해내는 과정을 거치기에 딜레마에 빠지는 일은 잘 없어요. 가끔 목적을 잊고 기량만 뽐내는 디자인을 하는 경우를 보는데 아름다운 디자인일지언정 결코 좋은 디자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디자인에 임하는 이러한 태도의 중요성은 모든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요즘 같은 때 특히 더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낮았던 예전 클라이언트들은 건축과 디자인 영역의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했죠. 그래서 클라이언트의 요청 사항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정보와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화해 그들을 설득해야 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달라요. 클라이언트도 전문가 못지않죠. 어떤 면에 있어서는 저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기도 하고요. 지금 시대는 디자인 작업에서 클라이언트의 목적과 방향성을 이해하는 것이 99%이고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거나 디자인 철학을 녹여내는 건 1%라고 생각해요.”

 

 

 

유기적인 곡선이 공간에 개성을 더하는 GT타워의 공간 디자인.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는 리조트 자체가 목적지가 되는 웰니스 리조트다. 국내에 생소한 웰니스 리조트에 대한 개념을 대중에게 제시했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완벽히 구현해내는 디자이너, 말로만 들으면 이상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궁금증이 고개를 들었다. 모든 클라이언트가 수준 높은 디자인 안목을 갖추고 있는 건 아닐 터, 그가 디자인한 공간이 수많은 공간 사이에서 두드러질 수 있는 한 끗 차이가 무엇일지. “디자이너는 분명한 스토리를 자신의 작업에 담아야 해요. 이게 데커레이터와의 차이점이에요. 보기에 아름다운 게 다가 아니에요.” 스토리는 디자인에 개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협업에 있어서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되기도 한다. 건축주와 건물을 설계하는 건축가, 그리고 내부를 디자인하는 공간 디자이너까지 중심 스토리를 공유할 때 일관적인 디자인의 건물을 완성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GT타워 프로젝트는 서로 간의 조합이 굉장히 좋았어요. 건축주는 강남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특징적인 건물을 원했어요. 건축주와 건물을 설계한 네덜란드의 건축사사무소 아키텍튼 콘소트의 페터르 카우벤베르흐(Peter Couwenbergh) 대표, 그리고 저는 땅에서 하늘로 승천하는 용을 중심 스토리로 활용하는 것에 동의했죠.” 하나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긴밀한 협업 끝에 완성된 GT타워는 건축주의 바람대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살리면서 유기적이고 독창적인 형태로 강남을 상징하는 건물로 자리매김했다. 김종호 대표에게 iF 디자인 어워드 본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겨준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에 담긴 스토리 또한 흥미롭다. 리조트가 위치한 정선의 숙암리는 과거 맥국의 갈왕이 전쟁을 피해 정선에 머물며 암석 밑에서 숙면을 취했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여기에 착안해 쉼이 목적인 국내 최초의 웰니스 리조트를 구상했고, 지역에서 나는 자작나무, 검은 돌 등을 디자인에 끌어들여 영국 아티스트 리처드 우즈(Richard Woods)와 협업해 자연적인 느낌을 연출했다. 

 

 

 

리조트가 위치한 지역에서 찾을 수 있는 자작나무, 검은 돌 등을 적극 활용해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의 공간 디자인을 완성했다.

 

 

사람을 위한 공간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김종호 대표는 유연한 공간 디자이너다. 앞서 말한 도시 설계, 건물 설계, 실내 공간 디자인은 물론 카테고리화할 수 없는 영역까지 디자인한다. 공간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가능하다. 최근에 한일카페트, 파인 아티스트 김서진 작가와 진행한 컬래버레이션 작업 ‘HANIL CARPET & CECI COLLECTION’만 봐도 그가 손을 뻗치는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넓다는 걸 알 수 있다. “김서진 작가가 자신의 페인팅으로 카펫을 디자인하고 저는 이 카펫이 공간에 깔렸을 때 어떤 느낌을 줄 것인지 고려해서 패턴의 채도나 색감 등을 조절했어요. 한일카페트는 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해냈고요.” 이처럼 지난 수십 년간 김종호 디자이너는 주어진 프로젝트와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색을 바꿔왔다. 그럼에도 변치 않는 철학과 지향점은 있다. “무엇보다 디자이너라면 대중에게 새로운 디자인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의 대표작인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는 그의 철학을 충실히 구현해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공간 자체가 목적이 되는 리조트, 웰니스 리조트란 개념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것. 현재 진행 중인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 내의 골프 빌라 프로젝트 역시 마찬가지다. 세컨드 하우스가 아닌, 골프장 내의 실제 주거를 위한 고급 단독주택은 아직 국내에서 생소한 공간이다. 그는 이처럼 새로운 디자인 패러다임을 끊임없이 대중에게 제시한다. 더불어 타임리스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지향점 또한 그가 변치 않고 지키는 것이다. “우리가 만드는 공간은 베이스가 되어야 해요. 우스갯소리로 ‘침대를 바꿨더니 공간에 어울리지 않아 옷장을 바꾸고, 소파를 바꾸고, 그러다 모든 걸 바꿨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이처럼 공간을 채우는 어떠한 것도 흡수할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해야 해요. 그게 바로 타임리스 디자인이죠.”


 

 

보리 호텔의 공간 디자인 스케치. 패턴을 과감하게 사용해 공간에 개성을 불어넣었다.

 

김종호 대표가 담당한 보리 호텔의 공간 디자인은 호텔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해준다. 

 

한일카페트, 파인 아티스트 김서진 작가와의 컬래버레이션 작업인 ‘HANIL CARPET & CECI COLLECTION’. 

 

 

그가 공간 디자인을 시작한 지는 어언 30여 년이 넘었다. 그동안 수많은 공간을 디자인했고 한국실내건축가협회 회장직도 맡았었다. 현재는 한국공간디자인총연합회 명예이사, 한국실내건축가협회 명예회장 등의 자리를 맡고 있다. 대한민국 공간 디자인계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김종호 대표는 수많은 공간 디자이너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은 공간 디자이너의 중요한 소양은 무엇일지 물었다. “사명감을 갖고 일해야 해요. 우리의 직업은 작게는 조그마한 공간을 변화시키지만 크게는 동네를 바꾸고 도시와 세계를 변화시키죠. 인류의 문화에 영향을 끼치는 셈이에요. 그렇기에 자신의 작업물이 지닌 영향력을 인지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해요. 더불어 디자인할 때 늘 사람을 고려해야 해요. 우리가 하는 작업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니까요.”     

 

 

 

 

 

 

 

 

더네이버, 피플, 김종호 대표

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박재영(인물), 사진 제공 (주)디자인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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