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살아 있는 기록

로즈 와일리는 작품보다 존재 자체로 시선을 모은 인물이다. 그러나 작품을 좀 더 들여다보니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시각 메시지를 더는 인물에게서 찾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자기 고백적이고 자전적인 작품은 흥미롭고 따뜻하다.

202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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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켄트 집 스튜디오에서 2017년 촬영된 로즈 와일리. 

 

 

로즈 와일리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한눈에 들어오는 독특한 그림체와 구성에 작가가 누구인지를 찾아보았다. 전통적인 페인팅에서 벗어난 그림에서 오묘하게 이끌리는 구석이 있었다. 뉴스, 역사, 만화, 스포츠, 유명인은 물론 가족, 동물, 풍경에서 착안한 다양한 모티프가 등장하는 캔버스는 영어 단어까지 불쑥 튀어나오며 감상하는 이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어쩌면 작가가 “말을 건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로즈 와일리가 건넨 그림 속 이야기에 이끌려 살펴본 프로필은 그를 더 오래 기억하게 했다. 로즈 와일리는 1934년에 태어났고, 여느 여인들처럼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기르다가 나이 47세에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미술 학위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전업 작가의 길을 걷는다. 그림을 집중적으로 그리는 시기에 이르러서야 그는 세상에 이름을 알린다. <가디언>은 76세가 된 그를 영국에서 가장 핫한 작가 중 한 명으로 선정했고, 이후 2011년 폴 햄린 재단상, 2013년 존 무어 페인팅상, 2015년 찰스 윌러스톤상 등을 받았으며, 2018년 영국 황실 문화계 공로상 OBE 훈장을 받는다. 

 

사실 로즈 와일리는 나이로 주목받는 것보다 작품으로 주목받기를 원한다. 다른 작가들에 비해 늦게 예술의 꽃을 피웠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관람자 입장에서는 작가인 로즈 와일리가 87세인 할머니여서 더 좋았다. 젊음이 전부인 것 같은, 또 아파트값이 희망의 정답인 것 같은 세상에서 자신의 꿈을 계속해 실현해간다는 일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는 인생이 그저 시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세상에 멋지게 증명하고 있다. 

 

로즈 와일리는 50여 년간 영국 켄트에서 살고 있다. 아름다운 시골 경관을 품은 그의 집은 지금은 고인이 된 남편과 분가하여 제 삶을 사는 자식들과의 추억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곳이다. 오래된 집 2층에 스튜디오를 두고 작업에 매진하는 그는 여전히 전 세계를 무대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의 뮤지엄 랑매트(Museum Langmatt), 플로리다의 갤러리 앳 윈저, 콜로라도의 아스펜 뮤지엄과 홍콩의 데이비드 즈위너에서 개인전을 치른 그는 2020년의 마지막 국제전으로 서울을 택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의 개인전 <Hullo Hullo, Following on>을 오픈했다. 회화, 드로잉, 설치 작품 등 총 150점을 선보이는 전시는 작가가 직접 내한할 수도 있는 규모다. 코로나19로 이동이 어렵자, 전시장에서는 자세한 작품 설명을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들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좀 더 궁금한 이야기들을 묻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근황과 살아온 이야기,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다리를 활짝 벌린 캐릭터들의 모습을 활기차고 흥미롭게 표현한 페인팅 작품. ‘Six Hullo Girls’, Oil on Canvas, 182×330cm, 2017

 

 

한국과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9년 초이앤라거 갤러리에서 진행된 개인전 <Clothes I wore>뿐만 아니라, 2016년 SPACE K에서도 <Queens & Chocs> 전시를 진행한 바 있죠. 한국과의 인연은 어떻게 맺어진 것인가요?
수년 전, 런던 유니언 갤러리의 전시 때 아라리오의 김창일 대표를 비롯해 한국 컬렉터들이 제 작품을 몇 점 구매했죠. 이런 소소한 인연이 지금 나의 갤러리스트인 초이앤라거 공동대표들의 만남으로 이어졌고, 한국과의 인연으로 발전했어요. 이번 개인전도 그들을 통해 이뤄졌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내 작품과 포트레이트를 촬영해주는 작가들 역시 한국인이에요.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권순학, 문현주 사진작가가 작업과 전시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권순학 사진가가 촬영한 로즈 와일리.

 

 

초이앤라거 갤러리의 개인전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내가 입은 옷들’이라는 전시 제목은 과거형이었고, 80세가 넘은 고령의 작가가 옷장에서 옛날 옷을 꺼내며 건네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따뜻했죠. 한국 관객의 반응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전시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해줘서 기쁩니다. 사실 요즘 나는 과거보다 현재의 전시에 온통 빠져 있습니다. 예술의전당 전시를 관람하는 한국 관객의 모습이 무척 흥미로워요. 직접 가서 보면 좋았겠지만 상황상 서울에 가지 못하니 어시스트가 현장 소식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알려주고 있어요. 한국의 어린아이들이 그림을 보고 있는 모습이 참 좋았어요. 관객 중 한 명이 ‘Scissor Girl’과 ‘Six Hullo Girls’ 페인팅 앞에서 다리를 찢고 있는 사진을 보았는데, 실제로 하기 무척 어려운 포즈를 소화하는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관객들, 특히 검은색 머리에 흰색 마스크를 쓰고 전시를 보는 사람들의 드라마틱한 흑백 컬러 대비가 인상 깊었어요. 감사한 것은, 그저 전시장을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작품을 유심히 보는 모습이었어요.

 

이번 <Hullo Hullo, Following on>이라는 전시 제목은 어떻게 결정하신 건가요? 
영국 테이트 모던 멤버스 룸은 나름의 기준으로 선정된 작가의 작품만 전시하는 특별한 공간이에요. 그곳에 전시할 작품을 제작해달라는 제의를 받았죠. 실제 많은 작품을 그렸어요. 그중 전시가 결정된 작품들이 바로 <Hullo Hullo, Following on>이죠. 등장하는 소녀들과 작품 이름은 수십 년 전에 시청한 그레이엄 노튼의 쇼 오프닝 영상에서 따왔어요. 물속에서 마치 가위처럼 길게 찢은 다리를 한 인형이 등장하는 장면이 무척 인상 깊었죠. 그 영상은 너무 짧아서 인형의 팔이 어떤 모습인지 볼 수 없을 정도였어요. 작품에 나만의 상상력을 더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시켰고, 그 모습이 가위와 비슷하다는 생각에 응용을 했죠. 이 프로젝트에는 실제로 가위 그림과 설치 조각 작품도 포함되었습니다. ‘Hullo, Hullo’는 그레이엄 노튼이 방송에서 관객에게 항상 하는 영국식 안녕을 뜻하는 인사말이에요. 내 기억 속에 한동안 맴맴 돌았죠. 이전 전시에서도 이 단어를 제목으로 삼았고, 이번 서울 전시에서는 ‘Following-on’을 추가해 이름 붙였어요.  

 

 

쿠바 문화에 대한 오마주 페인팅. ‘Cuban Scene, Smoke’, Oil on Canvas 208×340cm, 2016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후 처음 붓을 든 순간을 기억하나요?
초록색 굳은 페인트를 녹여 놀며 네 살 때부터 그림을 그려왔고 아이를 낳고 세 아이가 성장할 때까지 20년의 ‘휴식’을 가졌지만 대중적으로 보이는 작업 활동이 없었더라도 나는 항상 미술에 물든 삶을 살아왔어요. 화가인 남편과 나, 부모 둘 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여러 면에서 좋지 않다고 판단했죠. 아트 작업은 매우 고립된 활동이고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다 보면 아이들에게 예민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 환경은 좋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동안엔 육아에 전념하기로 결정했고, 지금도 잘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충분히 자란 후 1979년 왕립예술대학에 다시 진학한 뒤부터는 작업에만 빠져 살아왔어요. 화가의 꿈을 포기한 게 아니라, 잠시 미뤄둔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거 같아요. 잠시 미뤄둔 일을 재개한 것일 뿐, 작가가 되기 위한 마음을 새롭게 먹은 기억이 없어요. 사실 난 늘 작가라고 생각하며 살았으니까. 46세 이후 전념하며 그리는 양이 많아지고 소개할 일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조금씩 알아봐주기 시작했죠. 남들이 나를 작가로 불러주는 것은 꽤 기분 좋은 일이었어요. 

 

가족 중 남편이 전업 화가였어요. 당신이 붓을 들고, 학교에 진학했고 전시를 진행했을 때, 남편의 지지가 있었나요? 어떤 식으로 지지했는지도 궁금합니다. 
큰 지지가 있었어요. 내가 그린 드로잉과 페인팅을 매우 좋아했고 자신의 카메라로 작품 사진을 찍는 데 도움을 많이 주었어요. 자기 스튜디오에 있는 재료는 무엇이든 선뜻 내주었고요. 부부이기도 하지만 우린 동료로서 서로를 응원했어요.

 

 

영국의 과거 TV 프로그램 오프닝의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 ‘Sissor Girl’, Oil on Canvas, 183×330cm, 2017 

 

남들보다 늦게 선택한 아카데미 코스를 통해 배운 것은 당신의 예술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학교에서 배운 기법은 다양하고 많았지만 내 작업에 맞는 몇 가지 방식만 남도록 하면 됐죠. 크로스해칭(cross-hatching), 단축법(foreshortening) 등의 기법은 아직도 꾸준히 사용하는 편이에요. 포크스톤 앤 도버 미술학교에 다닐 때 루카스라는 교사가 있었는데 어느 날 구름 그리는 법을 가르쳐줬어요. 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 나름 기발해서, 보면서 ‘와, 잘 그려서 좋겠다. 그런데 왜 저렇게만 그리지?’라고 생각한 기억이 나요. 그림이란 작업의 대상과 내 마음가짐에 의해서 탄생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난 구름을 어떻게 그리는지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어요. 그저 구름을 보며 구름의 존재성에 다가가려고 노력했죠. 학생 시절에도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다룰 수 있는 작업을 중요시하였는데, 작업에 스며드는 자유로움은 작업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당신의 작품은 고전적인 페인팅의 형식에서 많이 벗어난 듯 보여요. 당신의 그림이 엘 그레코, 주디스 번스타인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동의하나요? 
예술사의 영향은 많이 받았고 작품에도 반영하는 편이지만 디테일한 요소보다는 광범위한 시각적 언어를 따오는 편입니다. 엘 그레코, 주디스 번스타인, 필립 거스턴, 오캄포 등 많은 작가의 작업을 좋아하지만 ‘좋아한다’는 기준은 작가마다 달라서 굳이 다루는 주제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작품의 시각적 힘, 특유성 등을 좋아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한 관심사가 또 내 작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더 페이퍼보이>(2012) 시사회 때의 니콜키드먼을 그린 작품.  ‘NK (Syracuse Line Up)’, Oil on Canvas, 185×333cm, 2014

 

요즘도 일주일에 두세 편의 영화를 본다고 들었습니다. 실제 당신은 영화광으로 알려져 있죠. 이번 서울 전시의 ‘필름 노트’를 통해 페드로 알모도바르, 베르너 헤어초크, 쿠엔틴 타란티노, 벨라 타르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어요. 화폭 구성도 영화의 영향이 있다고 하는데, 특별히 영화의 어느 속성이 흥미롭나요? 

최근에도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2019)를 감명 깊게 봤어요. 내 작품은 여러 개의 캔버스로 이어지거나, 영화 크레딧이나 대사처럼 텍스트가 직접 올라가기도 해요. 스토리보드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를 좋아하는 내 스타일대로 머릿속 이미지를 재현하는 직관적 방법 중 하나예요. 사실 영화를 토대로 한 작업은 영화의 줄거리, 내재된 의미 등을 해석하기보다는 시각적으로 임팩트가 있는 기억을 토대로 진행해요. 영화의 시각적 테크닉을 나만의 방식으로 회화에 담는 거죠.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작품 중 하나인 ‘Pink Table Cloth (Long Shot) (Film Notes)’ 페인팅의 경우, 영화 <시리아나(Syriana)>(2005)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에요. 사실 영화 스토리는 기억나지 않고 광활한 사막에서 핑크 테이블보를 깐 세팅 장면이 인상 깊어서 그림으로 표현했죠. 영화 속 와이드 앵글이 순간 클로즈업되어 테이블로 줌인이 되는데, 이 찰나의 순간을 페인팅으로 표현하고 싶어 작품 속에 여러 개의 가로 선을 넣었어요. 이것이 바로 클로즈업되는 영화 속 장면을 표현하는 나만의 방식이죠. 이번에 한국 전시에서는 소개되지 못했지만 이 작품과 시리즈로 클로즈업된 장면을 표현한 작품도 있어요. 영화에서 영감을 받는 필름 노트 작업을 나는 다른 예술 작품인 ‘영화를 번역하는 작업’으로 여겨요. 완성된 예술 작품을 보며 순간의 신을 나만의 스타일로 작품화하는 것이지요.

 

영국 켄트는 오랫동안 삶의 터전이었어요. 삶과 작품에 어떤 영감을 준 지역인가요? 
이번 전시에도 있는 작품을 자세히 보면 꽤 여러 번 벽돌 디테일이 나와요. 대부분 켄트의 집 담벼락이라 생각하면 돼요. ‘트윙크’ 시리즈를 그리며 창밖의 벽돌을 그렸고, 키우는 고양이 피트가 검은 새를 보고 있는 모습 또한 그렸죠. 그 외에도 창문을 타고 자라는 재스민 잎, 근처에서 자라는 나무와 야생화, 집 안에 있는 문, 창문의 틀 등 모두가 소재가 돼요. 50년 이상 산 집이자 작업실이니, 어쩌면 이곳은 영감의 원천일지도 모르겠네요.

 

 

생전 축구를 좋아하는 남편과 함께 토트넘 팬으로 살았던 축구 시리즈. 손흥민을 그렸다.  ‘Tottenham Colours, 4 Goals’, Oil on paper and collaged canvas, 84×59cm, 2020

 


물건들이 흐트러진 상태나, 때론 먼지 하나도 있는 그대로 두는 것, 이런 것들은 오랜 시간 인생을 살아온 사람의 특권일까요. 어쩌면 아이를 키우던 시절에는 철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삶을 살았을 것 같다는 추측도 해봐요. 당시의 로즈 와일리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예전에도 비슷했어요. 과거엔 책을 더 많이 읽었고 정원 손질에 더 힘을 썼는데… 요즘은 그냥 자연적으로 자라도록 남겨둬요.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 청소부가 와서 오히려 집이 더 깨끗해진 면도 있지만 직접 청소하던 시절에도 나름 깔끔하게 유지했어요. 하지만 아이들과 생활할 때와는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죠. 아이들이 클 때는 규칙적인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고 그것은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었어요. 이제는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도 줄어들었고, 책장과 의자들 위에 종이와 책이 쌓여 있게 되었죠. 아이들과 아이들의 친구들이 앉을 필요가 없어졌고. 난 본래 앉아 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죠. 집 안의 방 중 유일하게 메시한 방은 스튜디오인데, 워낙 무엇이든 쌓아놓는 성격이기도 하고 물감이 튀거나 덧대어지는 작업이 많다 보니 스튜디오가 정갈할 틈이 없어요. 거의 매일 그리기를 반복하니 점점 치울 필요가 없어진 점도 있고.

 

또 어떤 아이였고, 소녀였을까요? 이번 전시 중 ‘소녀, 소녀를 만나다’ 섹션에서 선보인 소녀들과 자화상의 모습은 이에 대한 충분한 답변이 될까요?
그림 그리고 프랑스나 이탈리아 영화를 즐겨 보는 것 외에 특별할 것이 없는 소녀였어요. 치장하는 것을 좋아해서 벼룩시장 같은 곳을 돌아다니며 흥미로운 옷의 조합을 찾아다녔고, 새 옷을 사면 직접 자르고 바느질하며 색다른 실루엣을 만들곤 했죠. 그런 옷들을 입고 우쭐거리며 다닌 기억도 있네요. 광택 나는 신발을 사서는 파란색 또는 핑크색 페인트로 뒤덮어 새롭게 만들기도 하고. 높은 하이힐을 신는 날도 있지만, 맨발에 무늬 있는 낡은 천 조각을 덧대어 입었고 검은색 아이라이너, 뺨에는 주근깨를 그려 넣기도 하는 종잡을 수 없는 소녀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더 어릴 적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양팔에 닭과 고양이 등을 안고 다니고, 집 앞 나무에 자주 올라가 가지에 앉아 있길 좋아했어요. 동네 산책을 즐기고 길거리에서 주운 접시나 벽돌 조각을 모아놓기도 하고..  

 

 

작가에게 영감을 준 동물 시리즈. ‘Red Painting Bird, Lemur and Elephant’, Oil on Canvas, 183×499cm, 2016

 

 

살면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나요?
아니, 오히려 항상 너무 빨리 가는 것 같네요. 작업에 몰두하고 있을 때는 더더욱. 

 

당신의 나이는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있어요. 하지만 정작 본인은 나이에 대한 찬사에 무덤덤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죠. 삶과 작업을 이끌어가는 당신의 동력이 궁금해요.
작가에게 나이는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늘 말하듯이 내 나이가 아닌 작품으로 인정받고 기억되고 싶어요. 젊은 작가들이 초창기에 인정받기 시작하면 그만큼 그 작품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압박감을 느끼고 우울해지기 쉬울 것 같은데. 나처럼 늦게 세상에 알려진 경우 일정 부분 그런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죠. 원하는 대로 좀 더 마음 편히 작업에 몰두할 수 있다고 봐요. 


만약 당신을 “귀여운 반항아”라고 얘기한다면 이 말에 동의하시나요?
나는 귀엽다는 말을 싫어해요. ‘자유롭게 떠다닌다’는 어떨까요?    

 

 

Courtesy of ROSE WYLIE  Cooperation UNC, Choi&Lager, David Zwirner

 

 

 

 

 

 

 

 

더네이버, 인터뷰, 로즈 와일리

 

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더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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