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10년의 기록, 5편의 명작

수많은 영화들이 스크린을 오르내린 지난 10년간의 시간을 반추했다. 시간이 지나도 유효한 가치를 지닌 영화 5편을 가려냈다.

202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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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

 

시간을 버텨내는 힘. 우리가 무언가를 예술이라 부른다면, 그것은 세상의 모든 것을 소멸과 망각으로 몰아가는 시간과 싸워 이겨낸 것들에 붙여진 훈장일 터다. 지난 10년간 스크린 위에서 점멸한 수많은 영화가 있었지만 기억에서 살아남은 영화가 얼마나 될까? 지난 10년간 발표된 영화 중 시간을 버텨내기에 충분한, 그래서 평생을 함께하는 기억이 되어줄, 그리고 당신의 세계를 한 뼘쯤 더 넓혀줄 다섯 편의 영화를 추천한다. 

첫 영화는 <마스터>(폴 토머스 앤더슨, 2012)다. 영화는 자신이 제조한 화학주에 취해 살아가는 프레디 이 인간 심리 연구 단체 ‘코즈’를 이끄는 마스터 랭케스터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혼란의 시대, 자신을 이끌어줄 마스터를 갈구하는 불완전한 인간의 광기와 허약한 내면을 보여주는 호아킨 피닉스와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연기는 감탄스럽다 못해 경이로울 정도다. 최고의 앙상블 연기를 보고 싶다면 <마스터>를 권한다.

그다음은 코언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2013)이다. 가상의 포크 가수 르윈을 주인공으로 하는 <인사이드 르윈>은 황량한 현실에 비굴하게 치이며 살아가던 르윈이 우연히 동행하게 된 고양이와 시카고에서 열리는 오디션 장소까지 향하는 일주일의 시간을 따라간다. 몇몇 뮤지션들에게 1960년대는 가능성의 시대였지만, 대다수 뮤지션들에게 이 시대는 철저한 무명으로 잊혀야 했던 절망의 시대였다. 코언 형제는 ‘르윈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 시절에 잊힌 뮤지션을 기억한다. 1960년대를 기억하게 하는 영화 음악과 코언 형제 특유의 블랙 유머가 영화의 매력을 더한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세 번째 작품은 ‘영화로 쓴 시’인 <패터슨>(짐 자무쉬, 2016)이다. 우리는 흔히 아름다운 화면을 ‘시적이다’라고 말하지만, 정말 시라고 불릴 만한 영화가 궁금하다면 <패터슨>을 보는 것으로 족하다. 매일같이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길을 운행하는 버스 기사 패터슨은 시간 날 때마다 시를 쓰는데, 이내 그의 반복되는 하루가 시가 되는, 그래서 삶 자체가 창작인 기적의 순간을 만난다. 동일한 것의 반복 같지만, 실제로 반복되는 것은 ‘차이’고, 그 차이를 포착할 때마다 패터슨의 삶은, 아니 영화 자체는 한 편의 시가 된다. ‘시(예술)가 되는 삶’, 그것이 <패터슨>이다.

다음은 <미안해요, 리키>(켄 로치, 2019)다. 이 시대 거장인 켄 로치는 노동자와 소외계층을 암담한 상황으로 몰아넣는 자본주의의 냉혹함과 관료제의 무능함 등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져왔다. <미안해요, 리키>는 영국 택배 노동자의 삶을 다룬다. 큰 욕심이 아니라,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위해 택배 노동자라는 직업을 택하는데, 그 선택이 한 가족의 삶을 비극으로 몰아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은 숨이 막힐 정도다. 켄 로치의 영화는 영화적 상상과 냉혹한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왔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영화이자 현실이고, 그런 현실을 외면하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에 대한 죄책감의 경험이다.

끝으로 현재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감독인 셀린 시아마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이다. 여성이라는 성별이 억압의 이유였던 18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한 두 여인의 사랑 영화다. 초상화를 소재로 하는 만큼, 누군가를 ‘바라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되새기는 클로즈업들이 영화의 매력이다. 한마디로 사려 깊은 클로즈업. 특히 그 엔딩은 인간의 영혼이 담긴 클로즈업이 무엇인지 느끼기에 충분하다. 

 

 ※ 이 글을 쓴 안시환은 영화 평론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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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Cooperation 그린나래미디어(주), 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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