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전례 없이 한국 문화에 주목한다. 한국을 향한 세계인의 호기심과 호감이 피부로 와닿을 정도다. 그렇다면 대체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일까? 답을 구하기 위해 고유한 한국적 미학을 현대인의 정서에 맞게 펼쳐내는 다섯 전문가에게 대화를 청했다. 이들의 답변을 살피다 보면 ‘한국을 한국답게 만드는’ 아리송한 본질에 한 발짝 다가갈지도 모르겠다.
2026.01.09
오픈 키친을 유지하는 스와니예의 이준 셰프.
이준
스와니예 셰프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스와니예는 2013년 서래마을에 문을 열 때부터 현대 서울의 음식, ‘컨템퍼러리 서울 퀴진’을 표방해왔다. 지금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다이닝에서도 한식을 다각도로 접할 수 있지만, 스와니예의 이준 셰프는 한결같이 동시대 한국 음식을 분석해 현대적 테크닉과 조화를 꾀했다. 한국 식문화를 논하기 위해 이준 셰프를 찾은 이유다. 그는 시즌마다 메뉴의 테마를 달리하고자 연구자의 자세로 다양한 식재료는 물론 고조리서, 영화, 미술사 등을 탐구했다. 지금의 새로운 공간에서는 인문학적 특징, 지정학적 특징, 과거에서 얻은 영감 등으로 항목을 나눠 메뉴를 소개한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맛을 골조로 색다른 메뉴를 설계하는 그는 이제 미래의 한식을 상상한다.

1 메인 메뉴인 스테이크에는 세 가지 반찬을 곁들인다. 2 코스를 여는 세 가지 한 입 거리. 왼쪽부터 누룽지, 더덕, 회덮밥이다. 3 색감이 돋보이는 황탯국. 4 격자무늬 우엉칩을 올린 겨울 생선 요리.
스와니예를 연 지도 10년이 넘었다. 그간 한국 식문화의 변화를 감지한 바가 있다면? 예전보다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커진 느낌이다. 일례로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 2025> 스타 레스토랑에 멕시칸 레스토랑이 등재되었고, 오랜만에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이 이름을 올렸다. 전문 심사단뿐 아니라 소비자의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라 생각한다.
스와니예는 매 시즌 테마를 달리한 ‘에피소드’ 형식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에피소드 시스템을 마치고 현재의 방식에 정착한 이유는 무엇인가? 에피소드 콘셉트는 5년 전쯤 사실상 막을 내렸다. 하고 싶은 걸 충분히 했다고 느꼈고, 단기간에 메뉴를 바꾸고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지속하는 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앞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기에 그중에서 현대 한국 음식을 잘 표현할 키워드를 모아 메뉴를 구성한다. 여전히 계절마다 메뉴를 바꾸는데, 이전에는 각 시즌의 주제가 있었다면 이제는 9개 키워드 내에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물회’, ‘배추전’, ‘애호박젓국’ 등 한국인에게 익숙한 음식을 메뉴로 개발할 때 새롭고 기발한 표현법과 음식의 본질적 맛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는지 궁금하다. 먼저 음식 설명이 어려울 정도로까지 구성 요소를 뺀다. 그러면 음식의 본질을 드러내는 몇 가지 요소만 남는다. 그 나머지 부분을 새로운 아이디어로 채운다. 예를 들어 물회는 물과 회가 꼭 있어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물회라 할 수 없다. 하지만 물과 회의 형식은 정해지지 않았으니 거기서부터 아이디어를 발전시켜가는 것이다. 음식을 표현하는 방식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지므로 핵심만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해온 경험으로는 코어만 유지한다면 원하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1 안쪽의 홀 공간은 한층 아늑한 분위기다. 2 적시소를 덮어 마무리한 해산물 메뉴. 3 미쉐린 가이드를 비롯한 명패로 장식한 내부 선반.
고조리서 연구도 했는데, 전통 한식의 고유한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나? 고조리서도 결국 당대의 최신 기록이고 저자의 개인 성향이 반영되기에 한두 문장으로 쉽게 정리하기는 어렵다. 그저 후대에 남은 기록을 토대로 추측할 뿐이다. 상상해보자면 조선시대에도 젖소가 있었을 테니 우유를 마셨을 것이다. 그중 누군가는 우연히 발효된 요거트를 먹었겠다는 상상이 자연스럽다. 단지 대중화되지 않아 기록에 남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한 흐름이 자연스럽게 문화에 반영된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하자면 한국 사람은 나눠 먹는 걸 선호하고, 섞거나 비벼 먹는 방식을 좋아한다.
왜 한국인은 비벼 먹는 걸 좋아할까? 우리도 바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면 음식을 한 그릇에 모두 담아 먹지 않나. 시간 여유가 있다면 잘 차려 먹으려 한다.
당대 사회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침략을 겪으며 소실된 문화를 재건하기 위해 패스트트랙을 택하는 방식이 발전했다. 그것이 한국의 강점이자 단점이다. 반면 침략을 하는 강대국에서는 전통 유산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할 것이다. 한국은 헤리티지와 현대적 해석이 부딪히는 과정에서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결과물이 탄생했다고 본다. 꿈이 있다면 현재 시점에서 미래에 헤리티지가 될 만한 화두를 요리사로서 던지고 싶다. 미래의 한국인은 현재의 기록을 토대로 ‘이 전통이 생겼구나’ 알 수 있겠지.
한식을 해석할 때 본질적으로 지켜야 할 유산이 있을까? 한식의 발효, 나물, 육고기 문화 등 헤리티지 중 중요하지 않은 건 없다. 다만 전통 역시 필연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물론 전통 비빔밥의 형태를 보존해야 하지만, 비빔밥에 밥 대신 오르초 파스타를 넣거나, 고추장 대신 멕시코 몰레 소스를 섞어도 우리는 그걸 비빔밥이라 여긴다. 표현법이 다를 뿐 한국적 정서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본질을 잘 보존한다면 표현법은 최대한 다양할 수 있다. 흔히 된장, 간장, 고추장, 김치 등을 한국 음식의 정수라고 하는데, 한식에는 정수라 할 만한 요소가 많다. 보통 한국 사람이 일주일 내내 한식만 먹는 경우가 드문 것처럼 한국인은 다양한 경험을 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런 점이 재미있다. 전통만을 강조하기보다 거기서 좋은 점을 배우고 현대화하는 시도가 중요하다.
이 같은 사례를 소개한다면? 최근 오픈한 레스토랑에서는 경복궁부터 이순신 동상까지 광화문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창밖으로 세종문화회관을 보면 꼭 한옥 같다. 콘크리트로 지었지만 경복궁에서 이어지는 장면에 이질감이 없다. 이러한 해석이 현대에 옳은 방향이라 생각한다. 커피도 한국적으로 발전한 사례 중 하나다. 지금 한국인의 생활을 이야기할 때 커피를 빼놓기 어렵다. 한국의 차 문화를 살펴보면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보리차, 둥굴레차, 숭늉 등 곡물차가 일상적이다. 친숙한 곡물차와 커피가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조선시대에 고추가 한국에 수입되면서 빨간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처음에는 저항감이 있었겠지만 어느 순간 많은 사람이 받아들이며 우리만의 문화로 정착했다. 그러니 미래에는 커피가 남미에서 수입되어 우리나라 전통 음료가 됐다고 설명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이제는 원치 않아도 기록이 남는 시대다. 후대가 참고할 기록이 모두 남아 있을 테니 앞으로 더 재미있는 전통이 생겨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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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박지형PHOTO : 김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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